광화문 네거리에서
<건널목>
그토록 오래 나를 따라왔던 길거리,
그린란드의 여름이 눈 웅덩이에서 빛나는 길거리를 건널 때,
얼음바람이 내 눈을 치고
두세 개의 태양이 눈물의 만화경(萬華鏡) 속에 춤춘다.
내 주변으로 길거리의 온 힘이 몰려든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힘.
차량들 아래 땅 속 깊은 곳,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숲의 조용히 천 년을 기다린다.
거리가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의 시력은 너무 빈약하며 태양도
검은 공간의 회색 공일 뿐.
그러나 일순 내가 빛난다! 거리가 나를 본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기억이 나를 본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