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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 #46

광화문 네거리에서

by 노용헌

<건널목>


그토록 오래 나를 따라왔던 길거리,

그린란드의 여름이 눈 웅덩이에서 빛나는 길거리를 건널 때,

얼음바람이 내 눈을 치고

두세 개의 태양이 눈물의 만화경(萬華鏡) 속에 춤춘다.

내 주변으로 길거리의 온 힘이 몰려든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 힘.

차량들 아래 땅 속 깊은 곳,

아직 태어나지 않은 숲의 조용히 천 년을 기다린다.

거리가 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의 시력은 너무 빈약하며 태양도

검은 공간의 회색 공일 뿐.

그러나 일순 내가 빛난다! 거리가 나를 본다.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기억이 나를 본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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