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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1408>

영화 <1408> 2007년

by 노용헌

생매장의 테마를 비롯해 공포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은 최소한 여인숙의 유령객실에 대해 하나 정도는 써야 한다. 이것도 역시 그런 유형의 이야기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난 이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 글의 처음 3~4쪽은 내 책 <유혹하는 글쓰기>의 부록에 포함시킬 생각으로 썼다. 초안에서 두 번째 원고까지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지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었다. 대체로 나는 텍스트를 통해 자잘한 원칙들 대한 구체적인 예들을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났다. 이야기에 매료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난 이야기를 끝냈다. 공포를 주는 대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페루의 붉은 꼬리 초록뱀이 왜 무서운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집필하는 내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이 책은 처음에 <피와 연기>라는 오디오 편집선에 수록되었는데 오디오는 훨씬 더 무서웠다. 정말로, 정말로 무서웠다. 하지만 호텔방은 원래 소름끼치는 장소가 아니던가? 예를 들어, 당신이 눕기 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침대에 누웠을지 생각해 보라. 그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환자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친놈이며, 또한 경대서랍에서 성경을 꺼내 시편 몇 개를 읽은 다음 갑자기 TV옆 옷장에 들어가 목을 매달았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생각해 보라. 부르르르. 어쨌든 체크인은 해보기로 하자. 여기 당신의 열쇠가 있다..... 이제 당신은 저 네 개의 무고한 숫자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 방은 복도 아래쪽에 있다. (P16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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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가 회전문을 빠져나가자 올린이 통통한 손을 내민 자세로 홀을 가로질러 왔다. 돌핀 호텔은 5번 애버뉴 모퉁이를 돌아 61번가에 위치해 있는, 작지만 깔끔한 호텔이다. 그가 작은 세면 가방을 왼손으로 옮겨들고 올린과 악수를 나눌 때 이브닝드레스 차림의 남녀가 그의 옆을 지나쳤다. 여자는 금발에 검은색 옷을 입었는데 가벼운 꽃 향수냄새가 이곳이 뉴욕임을 재확인시켜주는 듯했다. 그의 재확인에 날인이라도 찍듯 2층 발코니 바에서 누군가 <밤과 낮>을 연주하고 있었다.

“엔슬린 씨, 안녕하십니까.”

“올린 씨, 무슨 문제가 있던가요?”

올린은 괴로운 표정이었다. 그는 도움이라도 구하듯 작고 깨끗한 로비를 잠시 둘러보았다. 관리 데스크에는 한 남자가 아내와 극장 티켓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었고 관리인은 끈기 있는 미소로 그들을 지켜보았다. 프런트에서도, 지금 막 비즈니스 클래스 여행을 마치고 들어온 더러운 인상의 남자가 이브닝드레스 겸용의 검은색 고급정장 여자와 토론 중이었다. 돌핀 호텔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어디에나 고객을 돕는 손길이 있지만 지금 올린을 위한 도움은 어디에도 없었다. 개떡 같은 작가에게 단단히 코를 꿰고 만 것이다.

“올린 씨?”

마이크가 그를 다시 불렀다.

“엔슬린 씨...... 잠시 제 사무실에서 얘기를 하시죠.”

뭐, 안 될 것 없다. 오히려 1408의 에피소드를 다채롭게 해주고 독자들이 바라마지않는 음울한 색조를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어 주리라. 아니, 그뿐만이 아니다. 지금껏 모아놓은 자료와 정보에도 불구하고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올린은 정말로 1408호실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오늘밤 마이크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무서워했다. (P166-167)


“<10개의 유령의 집에서 지낸 열흘 밤>, <10개의 유령 공동묘지에서 지낸 열흘 밤>, <10개의 유령 성에서 지낸 열흘 밤>이라. 그러러면 스코틀랜드는 물론 비엔나 숲에도 가야겠군요. 모두 세금 공제를 받으셨을 테고, 결국 유령놀음이 직업인 셈일 테니 말입니다.”

그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내 말이 신경 쓰입니까?”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켕기는 건 없습니다. 만일 내 책을 공격하는 식으로 날 떨어낼 생각이라면.........”

“아니, 아닙니다. 그저 호기심이 생긴 것뿐이에요. 이틀 전 주간 담당인 마르셀을 시켜서 책을 사오게 했죠. 그러니까 당신이 나타나 그..... 부탁을 했을 때죠.”

“그건 부탁이 아니라 요구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로버트슨 씨의 말씀은 들으셨겠죠. 뉴욕 주의 법은, 시민권을 규정한 두 개의 연방법과 더불어, 내가 어떤 특정한 방을 원하고 그 방이 비어 있을 경우, 접수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1408호실은 비어 있죠. 요즘엔 늘 비어 있으니까.” (P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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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혹스런 부분들도 없지는 않군요. 만일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오늘 저녁 당신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을 겁니다. 변호사의 서류가방을 본 순간 당신이 정말로 그 빌어먹을 방에서 묵을 것임을 알고 있었고, 어차피 당신을 말릴 방법도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들은...”

마이크는 결국 손을 내밀어 미니코더를 끄고 말았다. 그놈의 붉은 눈에 기어이 소름이 돋고 만 것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진짜 이유를 알고 싶은 겁니까? 예?”

“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당신의 작가정신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식으로 방향전환을 모색한 것도 솔직히 영리한 선택이겠습니다만.”

마이크의 두 뺨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니, 이건 그의 생각과 달랐다. 대화 도중에 미니코더를 끈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았던가. 문제는 올란이 보통나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자는 나를 조종하고 정신을 흩트려놓고 있어. 손톱에 하얀 초승달 같은 매니큐어를 칠한 저 작고 통통한 손으로 말이야.’ 그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P175)


“거짓말이라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엔슬린 씨, 믿지 않으시잖습니까? 유령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유령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닏. 나타난다 해도 보이지 않겠죠. 유진 릴스비가 잘린 목을 집 앞 복도에 걸어놓는다 해도 당신은 필경 찍 소리 하나 못 들을 겁니다.”

마이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렇다면 1408호실에 대해서도 걱정할 일 하나 없겠군요, 아닙니까?”

“아니, 해야 합니다. 당연히 해야 합니다. 1408호실엔 유령이 없으니까요.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분명 뭔가가 있고(제가 직접 느꼈죠) 그건 초자연적 존재 따위가 아닙니다. 흉가나 낡은 성에서는 당신의 불신이 일종의 보호막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1408호실에선 그 때문에 더욱 무력해지고 말 겁니다. 그러지 마세요. 엔슬린 씨. 그 방에 속하지 않는 지구인들 중에서, 그런 식의 유쾌하고 탐구적인 진짜 유령 책을 쓰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니까요.”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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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매니저 올린은 지난 20년간 1408호실에 유료손님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1408호실은 맥카드 시스템을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쓸모가 없을 거라는 사실을 100퍼센트 확신하고 있으니까요. 디지털 손목시계도 1408호실에선 작동하지 않습니다. 뒤로 가기도 하고 꺼지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시간을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1408호실은 그런 곳입니다. 소형계산기나 휴대폰도 마찬가지예요. 만일 호출기를 차고 있다면, 엔슬린 씨, 꺼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1408호에 들어서는 순간 제 멋대로 울어댈 테니까요. (잠시 침묵) 아니, 꺼둔다고 해도 별 소용은 없겠군요. 제멋대로 켜질 테니, 결국 배터리를 빼놓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그는 허락도 받지 않고 미니코더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엔슬린 씨,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그 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그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술을 마실 시간은 낼 수 있을 것 같군요.”

마이크는 이렇게 말하고는 미니코더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 (P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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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그 역할까지 떠맡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1408호실은 초현실현상이나 초심리 지역 등을 다루는 웹사이트에 등재되어 있지 않으니까......”

‘내 책이 출간되면 달라질 거요.’ 마이크는 잔을 홀짝이며 이런 생각을 했다.

“....... 게다가 돌핀 호텔이 유령 체험 여행의 명승지도 아니죠. 사람들은 주로 셰리-네버랜드, 더 플라자, 레인 공원 등을 쫓아다니지만, 우린 어떻게든 1408호실을 숨기려 했습니다. 물론 역사까지 어쩔 수는 없었기에, 고집스런 조사자들까지는 역부족이었죠.”

마이크는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베로니크가 침대보를 바꿨습니다. 나도 그녀와 함께 들어갔었죠. 엔슬린 씨, 그건 우리가 당신을 특별대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최고급 침대보와 베갯잇이이기도 하죠. 베로니크와 그녀의 여동생이 돌핀 호텔의 여종업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건 1971년이나 72년입니다. 우린 그녀를 비라고 부르는 데, 돌핀 호텔에서 가장 오래된 일꾼이죠. 나보다 6년은 위일 겁니다. 지금은 하녀장이기 때문에 시트를 갈아본 것도 6년 만에 처음이겠군요. 하지만 1992년까지 1408호실 관리는 모두 그녀와 그녀 동생의 몫이었죠. 베로니카와 셀레스테는 쌍둥이 자매였는데, 둘이 유대감이.... 그러니까 뭐라고 할까요? 1408에 면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가벼운 손질을 할 정도는 저항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더군요.”

“설마 베로니크의 쌍둥이 자매가 그 방에서 죽었다고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P181-182)


“유대감으로 악령을 물리치자는 건가요?”

“예, 유대감으로, 물론. 엔슬린 씨, 당신은 원하는 대로 1408의 존재들을 귀찮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엔슬린 씨, 하지만 들어가자마자 느끼시게 될 겁니다. 그건 약속드리죠. 그 방에 있는 게 뭔지는 모르지만 은둔형은 아니니까요. 할 수만 있다면 하녀들과 함께 가서 작업을 감독하는 쪽입니다. 말하자면, 정말로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얼른 그들을 끄집어내는 역할이겠죠.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발작적으로 우는 사람들이 몇 있었고, 그런 식으로 웃는 사람이 하나(통제가 불가능한 웃음이 왜 우는 것보다 소름끼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더군요), 그리고 실신한 사람도 여럿 있었죠. 하지만 큰 비극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동안 몇 가지 기초적인 실험을 한 겁니다. 예를 들어 호출기나 휴대폰 같은 건데 그 역시 끔찍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잠시 침묵) 갑자기 눈이 먼 사람이 하나 있긴 합니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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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장애와 섬유성 연축이라.’ 기가 막히는군. 아마 책에서 읽은 거겠지?

“수년간 1408호실을 돌본 2인조 하녀 중, 그 방을 다시 맡기를 원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프랑스 자매만 예외군요.”

“비와 시, 예, 그렇습니다.”

올린이 끄덕였다.

마이크는 하녀들과 그들의..... 올린이 뭐라고 했지? 그래 호흡곤란과 섬유성 연축 따우에 대해선 개의치 않았다. 올린이 자살자들을 열거할 땐 조금 짜증나기도 했다..... 이건 숫제 마이크가 돌대가리라 그 의미조차 이해 못한다는 식이 아닌가? 도대체 거기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아브라함 링컨과 존 케네디의 부통령 이름은 둘 다 존슨이었다. 링컨과 케네디는 모두 일곱 개의 영어철자로 되어 있다. 링컨과 케네디는 끝자리가 60인 해에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런 우연의 일치들이 뭘 증명한다는 건가? 빌어먹을 개소리.

“자살 얘기들이야 좋은 에피소드가 되어주긴 하겠죠. 하지만 미니코더가 꺼져 있으니 드리는 말입니다만, 그들은 결국 통계그룹의 이른바 ‘집합효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찰스 디킨스는 그걸 ‘포테이토 효과’라고 불렀죠.”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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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엔슬린은 실제로 그런 식의 사고방식이, <열흘 밤> 신작 주변을 떠돌고 있음을 깨달았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사실이었다. 마치 과학자들이 브루야(마녀를 뜻하는 스페인어)를 믿는 원주민들을 비웃는 식의 초조한 어투로, 그의 책을 비웃는 올린의 말투에 반감이 일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호텔 역시 미신과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그런 것들이 사업에 방해가 되도록 두지는 않습니다. 엔슬린 씨,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미드웨스트에 이런 속담이 있었죠. ‘목동들이 나타나면 호텔은 창문을 닫는다.’ 빈 방이 있으면 당연히 손님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지금껏 그 규칙에 대한 유일한 예외는 물론, 이런 식의 얘기를 하는 것도 13층에 존재하는 14층 방인 1408호실이 유일합니다.” (P187-188)

마이크는 가벼운 대답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니까 그렇다면 최소한 룸서비스 비용은 깎아줘야 한다는 식의 대답 말이다. 하지만 그의 혀는 두 다리와 마찬가지로 혓바닥에 뿌리박혀 좀처럼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올린이 갑자기 한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떨고 있었다.

“엔슬린 씨, 아니, 마이크, 포기해요, 제발......”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는 기어이 혼자가 되고 말았다. 마이크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돌핀 호텔의 완벽한 침묵 속에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엘리베이터의 호출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올린에게 지고 만다. 그리고 신작에도 커다란 여백이 생겨 그를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독자들이야 모르겠지만, 어쩌면 편집장과 에이전트도 모르고 변호사 로버트슨도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그는 모를 수가 없다.

그는 호출 버튼을 누르는 대신에 그의 귀 뒤의 담배를 건드렸고 행운의 셔츠 깃도 매만졌다. 둘 다 간절한 행운에의 갈망이었으나 그는 그 행동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마침내 1408호실이 있는 복도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서 소형 여행 가방이 그와 함께 흔들렸다. (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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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브런즈윅의 음산한 공동묘지에서도, 새벽 3시에 폭우와 폭풍이 텐트를 두들겨 댈 때에도 소형 녹음기는 필기도구보다 유용했다. 그런 상황에서 성공적인 기록은 어렵지만 그래도 말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는 펄럭거리는 텐트를 빠져나오면서도 계속해서 중얼거렸는데, 그때만큼은 미니코더의 붉은 눈이 오히려 위로가 되어주었다. 수년간의 ‘사례 조사’를 거치면서 소니 미니코더는 확고한 친구로 자리를 굳혔다. 하지만 정말로 초자연적인 사건에 대한 일차적인 설명을 테이프리본에 담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건 1408에서의 횡설수설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렇다고 기계에 대한 애착 자체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켄워스와 지미 피트 같은 트럭을 선호하는 대형 화물트럭 운전사들도 있고 특정한 펜이나 고물 타자기를 고수하는 작가들도 물론 있다. 전문적인 청소원들은 일렉트로룩스 제품을 죽어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마이크 역시 실제 유령이나 염력 현상에 접했을 경우에 미니코더가 그를 보호해 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녹음기는 그 수많은 축고 불편한 밤들을 그와 함께 했다. 그는 고집불통이지만 그렇다고 비인간적인 것은 아니다.

1408과의 마찰은 방 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P193-194)


문이 다시 일그러져 있었다.

이번에는 오른쪽.

“희한하군.”

마이크는 이렇게 중얼거렸지만 뱃속은 벌써부터 거북해지고 있었다. 그건 뱃멀미 비슷한 증세가 아니라 진짜 뱃멀미였다. 2년전 험악한 날씨에 엘리자베스 2호를 타고 영국으로 건너간 적이 있었다. 분명히 기억하는 건 그가 특별실 침대에 누워 있을 때였다. 구토를 할 것 같으면서도 나오지 않을 때의 고통. 문, 테이블, 의자 따위를 볼 때마다 쏠리는 극도의 욕지기와 현기증, 그리고 앞뒤로, 좌우로 흔들리며 틱톡거리는 선실집기들.......

‘이건 올린의 음모야. 그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거라고. 놈이 현상을 조작하고 널 끌어들인 거란 말이야. 이봐, 그가 지금쯤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을 걸? 이런 바보.....’

올린이 정말로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이 똑바로 들었다. 마이크는 엘리베이터 쪽 복도를 돌아보았다. 문에서 시선을 떼는 순간 뱃속의 거북함도 사라졌지만, 그는 그 사실조차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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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덮은 유리엔 먼지가 끼어 있었다. 정물화를 손가락으로 긁으니 두 개의 평행선이 그어졌다. 먼지는 미끈미끈한 기름기 같았다. ‘썩기 전의 비단’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으나 그 역시 테이프에 기록할 만한 내용은 못 되었다. 솔직히 썩기 바로 전의 비단이 어떤 감촉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한마디로 개소리였다.

그림을 모두 똑바로 세운 다음 그는 뒤로 물러나 차례로 살펴보았다. 침실 문 옆의 이브닝드레스 여인, 7대양을 가로질러 책상 왼쪽으로 질주하는 선박, 마지막으로 TV캐비닛 옆에 걸린 역겨운(그리고 조잡한 화풍의) 과일들, 그 그림들을 보면서 또 기울거나 비뚤어질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헌트드 힐>이나 <환상특급> 같은 데 보면 늘 그렇지 않은가?) 그림은 그가 고정해 놓은 대로 똑바로 걸려 있었다. 행여 원래의 비뚤어진 상태로 돌아간다고 해서 초자연적이거나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경험으로 볼 때 귀소본능은 만물의 법칙이었다. 금연을 한 사람은(그 생각을 하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귀 뒤의 담배를 건드렸다)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싶어 하고, 닉슨이 대통령이 된 이후로, 비스듬히 걸린 그림들은 계속해서 비스듬히 있기를 원했다. ‘그래, 저 그림들도 오랫동안 저렇게 있었잖아? 그게 맞을 거야. 저들을 벽에서 떼어내면 벽지에 하얀 자국이 남아 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바위를 들춰냈을 때처럼 벌레들이 버글거릴지도 모르지.’

이런 생각은 왠지 끔찍하고 역겹기까지 했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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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버튼을 누르자 붉은 눈이 켜졌다.

“1~2분 정도 현기증이 났었다. 올린의 음모로 인한 후유증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정말로 다른 존재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는 이렇게 말하곤 방을 가로질러 철망을 설치한 창문 쪽으로 다가갔다. 존재 따위를 믿지는 않지만 일단 녹음을 해두었다가 나중에 고쳐 쓰면 될 것이다.

“공기에서는 썩은 내가 났다. 곰팡이나 음식냄새는 아니다. 올린 말로도 청소할 때마다 환기도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청소 시간은 짧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 그래서 공기가 탁해진 거야. 이봐, 이런, 이게 뭐지?”

책상 위에 재떨이가 있었다. 유리로 된 것이고 어느 호텔에나 있을 법한 그런 종류였다. 그리고 그 안에 종이성냥도 하나 들어 있었다. 호텔의 전경을 인쇄한 것인데 그 앞에 구식 복장의 수위가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견장과 금줄을 매단 어깨, 무엇보다도 구식 모자가 인상적이었다. 온몸에 피어싱 고리를 하고 게이 바를 찾는 폭주족 두목한테나 어울릴 법한 모자가 아닌가? 그림 속의 자동차들이 호텔 앞의 5번 애버뉴를 앞뒤로 지나다니고 있었다. 팩커드, 허드슨, 스투드베이커, 그리고 잘 빠진 크라이슬러의 뉴욕커들.

“종이성냥은 대략 1955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기념품으로 챙길 생각이다. 우선 환기부터 시켜야겠다.”

마이크는 이렇게 말하곤 성냥을 행운의 하와이 셔츠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P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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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숨어 있다고 말했을까?”

마이크가 미니코더에 대고 묻고는 다시 정지를 눌렀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황량한 느낌의 시트도, 그 아래 혹처럼 불쑥 튀어나온 베개도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잠자고 싶나? 아뇨, 싫습니다. 나리!’ 아마도 그 엿 같은 정물화 안에서 잠자는 기분일 것 같았다. 실제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폴 볼스의 지옥처럼 뜨거운 방에서 잠드는 기분이리라. 제 어미를 범하다 걸린 매독 때문에 눈이 먼 영국인 추방자. 로렌스 하베이나 제레미 아이언스처럼 늘 기벽의 의심이 따라붙는 배우들이 나오는 버전의 영화들.....

마이크는 녹음을 눌러 붉은 조명을 깨우고는 ‘오르피움 순회극단의 오르페우스’라고 말하고 다시 정지버튼을 눌렀다. 그는 침대로 향했다. 시트는 밝은 오렌지색으로 반짝거렸다. 대낮에 크림색이었을지 벽지도 지금은 시트의 노란빛을 담고 있었다. 침대 양쪽엔 작은 나이트테이블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한쪽은 전화기였다. 검은색의 커다란 다이얼식 전화기인데 다이얼의 손가락 구멍이 잔뜩 겁에 질린 눈동자처럼 보였다. 다른 쪽 테이블엔 서양자두가 담긴 접시가 놓여 있었다. 마이크는 녹음을 누르고 말했다.

“진짜 자두가 아니라 플라스틱 모조품이다.”

다시 정지 버튼. (P203-204)


그는 (아주 천천히) 돌아서서 벽과 침대 사이의 작은 공간을 빠져나왔다. 지금은 무덤 속만큼이나 비좁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심장이 어찌나 세게 뛰는지, 가슴뿐 아니라 목덜미와 팔목에서도 맥박이 느껴졌다. 지끈거리는 두 눈, 1408호실은 잘못된 곳이다. 그렇다. 잘못 돼도 크게 잘못됐다. 올린이 독가스 얘기를 했는데 마이크 생각도 그랬다. 거미의 독을 가미한 독한 해시시(인도 대마초로 만든 마취제). 당슨, 올린의 짓이다. 놈이 공모자 문지기들과 함께 키득거리고 있었다. 구멍마다 특수 독가스를 펌프질해 대고 있었다.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고 구멍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이크는 겁먹은 눈으로 침실을 둘러보았다. 침대 왼쪽 탁자에 있던 자두가 보이지 않았다. 접시도 없었다. 소탁자는 텅 빈 채였다. 그는 거실 문을 향해 돌아섰다가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벽에 그림이 있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그 상황에서는 자기 이름조차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 안에 들어왔을 때 그림 따위는 분명 없었다. 정물화였다. 낡은 목재 테이블 위 양은접시에 놓여 있는 자두 한 알, 자두와 접시를 향해 더러운 황색 빛이 비스듬하게 꽂혔다.

탱고의 불빛, 무덤에서 죽은 자를 깨워 탱고 춤을 추게 만들 불빛. 아니면......

“여기서 나가야겠어.”

그가 중얼 거리며 뒷걸음질로 침실을 빠져나갔다. 언제부턴가 발밑에서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이 물컹거렸다. (P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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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직은..... 하지만 오고 있어. 굶주린 존재가 오고 있어. 네가 그 먹이가 될 거야.’

수화기가 맥없이 손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가 돌아섰다. 수화기가 (뱃속의 위장이 앞뒤로 흔들리듯) 전화선 끝에 매달린 채 흔들렸지만, 검은색 주둥이에서는 여전히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열여덟! 이제 열여덟이야! 사이렌이 울리면 얼른 커버를 치워! 여기는 넷! 넷!”

귀에서 담배를 빼내 입에 물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다. 아니, 밝은 색 셔츠의 오른쪽 가슴 주머니에서 종이성냥(금줄을 매단 구식 유니폼의 수위가 인쇄되어 있는)을 뒤지고 있다는 것도, 9년 만에 결국 담배를 피우기로 결심했다는 것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눈앞에서 방이 녹아들고 있었다.

방 오른쪽의 각도와 직선이(곡선이 아닌) 무어족의 기이한 활모양으로 휘어 두 눈을 희롱했다. 천장 가운데의 유리 샹들리에도 가래덩어리처럼 뭉치기 시작했고, 그림들도 휘어져 낡은 자동차의 창유리처럼 녹아내렸다. 침실 문 옆의 액자 유리에 갇힌, 피흘리는 젖꼭지에 야수의 이빨을 지닌 20대 여자가 돌아서더니 느닷없이 계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는데, 마치 무성영화의 흡혈귀가 무릎 높이로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전화는 계속해서 직직거리는 소음을 뱉어냈다. 그 소리가 마치 막 말하는 법을 배운 전기바리캉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아홉! 여기는 아홉! 사이렌을 무시하라! 이 방을 떠난다 해도 절대 이 방을 떠날 수 없다! 여덟! 여기는 여덟!” (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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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덮은 후 성냥을 켜세요.

마이클 엔슬린은 아무 생각 없이(생각은 더 이상 불가능했다) 성냥 하나를 뜯어냈다. 그리고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곤 즉시 다른 성냥들에 갖다 댔다. 그 순간 ‘푸르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얼음송곳처럼 뇌리를 파고드는 강한 유황냄새, 잡음과 함께 커가는 밝은 불꽃. 마이크는 불꽃을 셔츠 앞자락에 갖다 댔다. 중국이나 캄보디아, 아니면 보르네오 같은 곳에서 만든 싸구려라 옷은 쉽게 불이 붙었다. 눈앞에서 피어오른 화기에 방이 더 크게 흔들려 보였다. 바로 그 전에 마이크는 결국 보고 말았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 더 끔찍한 악몽을 본 것 같은 기분.

이제 그의 정신은 말짱해졌다. 유황 냄새와 셔츠에서 전해지는 갑작스런 열기 덕분이었다. 하지만 방은 여전히 기이한 무어 풍으로 왜곡되고 있었다. 아니, 무어 풍은 잘못된 비유다. 전혀 비슷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벌어진(그리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묘사할 만한 다른 정당한 방법이 없었다. 그는 병적인 왜곡과 질곡으로 녹아들고 썩어가는 동굴 속에 있었다. 침실 문은 어느 분묘의 내실 문으로 변해 있었다. 정물화가 걸려 있던 왼쪽 벽이 그를 향해 부풀어 오르다가 아가리를 벌리듯 길게 찢어졌다. 그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마이크 엔슬린은 놈이 흐느끼는 소리와 탐욕스런 숨소리를 듣고, 위험천만한 냄새를 맡았다. 사자토굴과도 같은 냄새....

그때 불꽃이 턱 아래쪽을 덮쳐 그의 의식을 흔들어 깨웠다. 불타는 셔츠에서 피어올라 세상을 뒤흔드는 불꽃. 가슴 털에 불이 붙으며 오그라드는 냄새를 맡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손간, 그는 움푹 들어간 카펫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 문이 있는 방향이다. 벌레들의 지글거리는 잡음이 마치 진땀처럼 벽에서 배어나오고 있었고,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조작이라도 하듯, 오렌지 불빛도 점점 밝아지기만 했다. 손잡이를 돌리자 신기하게도 문이 열렸다. 불에 탄 남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존재가 좋아하는 것이 생고기뿐이라는 걸까? (P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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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본은 얼음을 가득채운 그릇을 들고 복도를 따라 달렸다. 불타는 사내는(“불에 탄 건 셔츠뿐이었어요. 난 그걸 한 눈에 알아봤죠.”라고 그가 기자에게 말했다.) 방 맞은편 문에 부딪쳐 튀어나오더니 앞뒤로 비틀거리다가 결국 무릎을 꿇었다. 디어본이 달려간 건 바로 그때였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사내의 불타는 어깨부분을 발로 밀어 복도 카펫 쪽으로 뒤집은 다음 얼음을 그의 위에 쏟아 부었다.

그 일들도 모호하긴 했지만 그래도 기억은 났다. 그는 불타는 셔츠가 너무 밝은 빛을 뿜어댄다는 생각을 했다. 밝은 오렌지 빛이 어찌나 눈부신지, 2년 전 동생과 함께 호주로 놀러갔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P213)


돌핀호텔 1408호실의 투숙 이후 16개월, 학술지 <화상 치료: 진단적 처치> 16호에는 마이크 엔슬린의 흥미로운 사진이 실렸다. 사진은 상체부위만 보여주었지만 그래도 그건 마이크가 분명했다. 가슴 왼쪽의 하얀 사각형만으로도 그를 알아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 주변의 살갗은 심하게 부어올랐고 2도 화상에 준하는 물집도 다수 확인되었다. 흰색 사각형은 행운의 셔츠 왼쪽 가슴 주머니 부분인데, 바로 미니코더가 들어있던 자리였다.

미니코더는 모퉁이가 모두 녹아버렸으나 작동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 안의 테이프도 무사했다. 오히려 정상이 아닌 건 그 안에 녹음된 내용이다. 마이크의 에이전트인 샘 패럴은 테이프를 서너번쯤 들어보고는 벽 금고에 처박아버렸다. 그의 앙상한 두 팔을 뒤덮은 소름을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테이프는 벽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패럴은 물건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물론, 친구들을 위해서도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이 좀비처럼 달려들겠지만 말이다. 뉴욕 출판계는 좁은 곳이고 소문은 돌게 마련이다.

그는 테이프에 실린 마이크의 목소리가 맘에 안 들었다. 그 목소리가 말하는 개소리도 싫었다. ‘형은 어느 겨울날 코네티컷의 고속도로에서 늑대들한테 먹혔다.’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게다가 무엇보다 소름끼치는 건, 테이프에 실린 배경음이었다. 물이 철버덕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고장난 세탁기 안에서 옷감이 도는 소리나, 낡은 전기바리캉 소리 같기도 했는데..... 이따금 기이하게 사람 목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P21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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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람이 아니었어. 유령들...... 그래, 한 때는 그들도 사람이기는 했겠지. 하지만 그 벽의 존재는..... 그건......”

그는 불어오는 바람에 숨을 헐떡이면서 중얼거렸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일도 목의 흉터처럼 저절로 잊히리라. 하지만 그때까지는 침실에 들 때마다 환하게 불을 밝혀놓을 것이다. 악몽에서 깨어날 때 어디에 있는지 알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집에 있는 전화기는 모두 없애버렸다. 의식이 닿지 않는 심층 어딘가에서, 수화기에서 흘러나온 벌레 비슷한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고 또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아홉! 아홉! 우리가 네 친구들을 죽였다! 친구들은 이제 모두 죽었어!”

그리고 청명한 저녁하늘이 저물기 시작하면 그는 집에 있는 커튼과 차양과 휘장을 모두 잡아 당긴 다음, 어둠 속에 앉아 빛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다. 저 지평선에 마지막 남은 여명까지도.

석양 무렵의 불빛을 견딜 수가 없어서다.

오렌지색으로 짙어지는 황색. 마치 호주 사막의 석양 같은.........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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