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09. 꿈꾸는 사진가

by 노용헌

모든 사람들은 꿈을 꾸고 산다. 꿈을 꾸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꿈을 갖지 못했거나 내 꿈이 어떤 것인지 몰라 살고 있는 것일테니. 그런데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살았던가. 그 꿈에 나는 얼마만큼 와 있는 것인지 되돌아본다. 내게 묻는다. 내 꿈은 무엇이었던가?

누구나 스스로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 내면서 지냅니다. 10대 때는 거울처럼 지내지, 자꾸 비쳐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 그러다 20대쯤 되면 먼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그렇게들 지내지요. 자신감은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다치지고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버리던가, 스스로 깨어지던가, 그러면서 아픔 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서 조금씩 비켜나가지요. 피해가고,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그러면서 지내면 나이에 ㄴ자가 붙습니다. 서른이지요. <김광석의 이야기 하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는 추운 겨울, 자살로 서른 두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의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작기만 한 내 기억속에/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점점 더 멀어져 간다/머물러 있는 청춘일 줄 알았는데/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내가 꿈꿔왔던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고, 그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나는 이렇게 몸부림치고 있으나, 현실은 점점 더 멀어지던지,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는 그런 세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꿈을 일정부분 포기하게 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나쁜 나라보단 덜 나쁜 나라를 꿈꾸면서 타협하게 된다.


일부 사진가들에게 ‘사진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 아름답게 표현된 풍경사진을 보고 있으면, 세상은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아름다운 장소에 찍혀진 사진들의 현실은 비가오고나 날씨가 우중충한 그저 그런 풍경이다. 실상(實相)과 허상(虛相)은 항상 다르기 때문이다. 허상을 만들어내는 사진은 실상보다 더 실제스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사진은 실상에서 나온 빛을 찍게 된다. 볼록렌즈나 오목렌즈를 통과한 빛은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실상과 허상을 구분짓고, 꿈과 현실 또한 실상과 허상의 경계선에 놓이게 된다. 에릭 요한슨(Erik Johansson)의 사진은 컴퓨터 조작으로 만들어진 허상의 초현실인 셈이다.


우리는 꿈을 상상한다. 아마도 상상속의 현실을 꿈꾸면서.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 노랫말처럼, 모든 인간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처럼, 하늘을 날고 싶어했던 이카루스의 꿈처럼, 코뮤니스트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아나키스트의 고백처럼, 밤하늘에 수많은 초록별들이 있듯이, 우리는 어떤 꿈을 꾸며 살고 있을까. 어떤 꿈을 우리는 사진에 담고 있는 것일까. 꿈을 꾸는 사진가는 오늘도 어디에서 그 꿈을 만날까.


보이는 것을 찍는 것이 사진이지만,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사진이다. 사진가가 꿈꾸는 것은, 사진가가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가의 사진을 보면서 그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 회화는 상상을 바탕으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지만, 사진은 현실의 실재를 통해서 상상을 하게 된다. 사진은 완전한 현실의 거울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문도 아니다. 사진은 반투명 거울이다. 라깡의 응시가 홀바인의 그림에서처럼 우리를 관객의 위치에서 그림으로 변환시켜 그림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반면, 사진적인 응시에서 사진을 바라보는 관객은 항상 보여지는 것과 그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선택이 주어진다. <현대사진이 꾸는 꿈, 윤준성> 이 책에서 “사진은 상상과 현실을 양손에 들고, 상상과 실재를 향해 꿈을 꾸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진가는 상상과 실재사이에서, 실상과 허상의 사이에 중간자로서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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