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 1992년
선율이, 혹은 탄식이 그의 손가락 아래에서 흘러나왔다. 선율이 다시 생각날 때면, 온통 정신이 거기에 쏠려 있을 때면, 선율이 그의 고독한 침대 속까지 따라와 그를 몹시 괴롭힐 때면 얼른 붉은 음악 노트를 펼쳐 적기 시작했다. (P18-19)
“선생,” 케녜 씨가 다시 말했다. “폐하께서는 비올라 다 감바계의 거장이신 선생을 궁정 음악가로 초빙하고 싶어 하십니다. 선생의 음악을 듣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셨습니다. 흡족하시면 실내악단장으로 모실 겁니다. 이런 기회로 선생을 모시게 되어 저 또한 영광입니다.”
생트 콜롱브 씨는 자기는 나이가 많고 홀아비여서 안 된다고 말했다. 두 딸아이를 책임져야 하고, 자신은 어떤 이보다 개인의 생활이 중요하며, 또한 사교계를 혐오한다고 했다.
“여보시오, 나는 내 인생을 뽕나무 회색 나무판자에 맡겼소. 비올라 다 감바 7현의 소리와 내 두 딸아이에게 맡겼소, 추억이 내 친구들이오, 버드나무가 있고, 강물이 흐르고, 잉어와 모샘치가 뛰어놀고, 딱총나무 꽃들이 피어 있는 곳이 내 궁이오. 궁에 가서 폐하께 아뢰시오. 35년 전 아버지 선왕 때는 있었던 야생의 것이 지금 폐하의 궁에는 전혀 없다고 말이오.”
“선생.” 케녜 씨가 대답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전 왕실 실내악단 소속입니다. 폐하의 희망 사항은 곧 왕명입니다.”
생트 콜롱브 씨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눈은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자를 한 대 치기라도 할 듯 앞으로 나왔다.
“나는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소.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소속되어 있소. 폐하께서 나같이 미천한 사람에게 눈길을 주시다니 관대함이 지나치다 전하시오.” (P24-25)
마티외 수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대의 음악가와 시인들은 영광을 중시했소. 황제와 왕자들이 그들을 멀리하면 슬퍼했지요.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칠면조, 닭, 병아리 들 속에 파묻어놓고 있군요. 당신은 우리 주님께서 주신 재능을 먼지와 오만한 고뇌 속에 감추고 있단 말이오. 당신의 명성은 왕과 궁에까지 알려졌소. 이제 당신은 그 천 옷을 불태우고, 국왕의 은공을 받들고 페뤼크를 써야 할 때요. 당신의 프레이즈는 한물갔소.”
“이봐요, 한물간 건 나요.” 자신의 옷차림에 대한 지적에 화가 난 생트 콜롱브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나 폐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시오. 난 내 손에 드리우는 황금빛 햇살이 더 좋소. 당신의 2절판 페뤼크보다 내 천 옷이 더 좋소. 왕의 바이올린보다 내 암탉들이 더 좋고, 당신보다 내 돼지들이 더 좋소.”
“여보시오!”
생트 콜롱브 씨는 의자를 흔들더니 그들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
“당장 나가시오! 나한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니면 이 의자를 당신들 머리 위에 던져 부숴버리겠소.”
투아네트와 마들렌은 아버지의 모습에 놀라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머리 위로 올린 의자를 끌어내렸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버지가 두려웠다. 마티외 수사는 겁에 질린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지팡이로 마룻바닥을 탁탁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이 나무판자 오두막에서 생쥐처럼 말라 비틀어 죽을 거요. 아무도 모른 채 말이오.”
생트 콜롱브 씨는 의자를 휙 돌려 벽난로 선반 위에 내리쳤다. 그리고 또다시 고함을 질렀다.
“당신 궁궐은 내 오두막보다 작고, 당신 대중은 단 한 사람보다 못하오.”
마티외 수사는 손가락으로 다이아몬드 십자가를 만지작거리며 생트 콜롱브에게 다가와서는 말했다.
“당신은 파리 혐오감에, 이 촌구석에서, 이 진흙탕 속에서 썩어갈 거요. 당신 개울물에나 확 빠져 죽으쇼.” (P28-30)
악보가 펼쳐진, 밝은 푸른색 천이 덮인 탁자 위에 그는 포도주 항아리와 다리 부분까지 가득 채운 포도주 잔과 둥글게 말린 고프레 몇 개가 담긴 주석 접시를 놓고 ‘회한의 무덤’을 연주했다.
그는 악보를 참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손은 악기 지판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녔고, 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음이 서서히 올라갈 때, 문 옆에 매우 창백한 여인이 나타났다. 그의 연주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더니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녀는 생트 콜롱브 씨의 악보대를 조용히 돌았다. 그리고 탁자와 작은 포도주 병 바로 옆 구석에 있던 궤짝에 앉아 그의 연주를 들었다.
그의 아내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가 한 곡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거기 없었다. 그는 비올라 다 감바를 놓았다. 포도주 항아리 옆에 있는 주석 접시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그는 포도주 잔이 반쯤 비워져 있고, 그 옆에 있던 고프레가 반쯤 갉아 먹혀 있는 것을 보았다. (P35-36)
“자네는 몸의 자세를 알고 있네. 연주에 감정도 부족하지 않고. 가볍게 활을 놀리고 잘도 퉁기지. 왼손은 다람쥐처럼 날쌔고, 생쥐처럼 잘도 내빼지. 꾸밈음은 기가 막히고 때론 매력적이지. 하지만 난 음악은 듣지 못했네.”
젊은 마랭 마레는 스승의 마지막 문장을 듣자 감정이 복잡해졌다. 제자로 받아들여져 기뻤지만 평가를 유보하는 것 같은 말을 들으니 속이 뒤틀렸다. 생트 콜롱브는 정원사에게 이것이 꺾꽂이 가지고, 저것이 씨앗이라고 알려주듯, 별다른 감정 표시 하나 없이 이것 하나를 말하고, 저것 하나를 말했다. 스승은 계속했다.
“자네는 춤추는 사람들이 춤추게 도와줄 수는 있네. 무대에서 노래하는 배우들의 반주는 할 수 있겠지. 자네 벌이는 할 걸세. 음악에 둘러싸여 있겠지만, 그러나 음악가는 아니네.
느끼는 심장이 있는가? 생각하는 뇌가 있는가? 춤을 추게 하기 위한 것도, 왕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도 아닐 때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 아는가?
그런데 자네의 망가진 목소리가 나를 감동시켰네. 자네 고통 때문에 받아들였지, 자네 기교 때문이 아닐세.” (P52-53)
그들은 비에브르 강 하류에 이르렀다. 바람이 훅휙 소리를 냈다. 그들 발바닥 밑에서 얼어붙은 땅이 빠지직 소리를 냈다. 생트 콜롱브는 제자의 팔을 잡고는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그들은 두 눈을 강타하는 바람을 헤치며 앞으로 난 길을 향해 상체를 구부리고 시끄럽게 걸어갔다.
“들리나!” 스승이 외쳤다. “아리아가 저음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P57)
두 여인이 커다랗고 이상한 몸짓으로 과장하며 대사를 읊는 동안 생트 콜롱브는 마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보게나. 한 문장을 강조할 때 어떻게 끊어서 발음해야 하는지. 음악도 인간의 언어라네.” (P62)
생트 콜롱브 씨는 끈을 푼 주머니 하나를 가지고 다시 왔다. 그 안에 들어 있던 루이 화를 세더니 마랭 마레 발밑에 주머니를 냅다 던지고는 뒤로 물러났다. 마랭 마레는 일어나 그의 등에 대고 소리쳤다.
“선생님, 도대체 왜 이러시는지 이유는 말씀해주셔야죠!”
생트 콜롱브 씨는 뒤돌아서더니 조용히 말했다.
“여보게, 악기란 무엇인가? 악기는 음악이 아닐세. 왕 앞에서 빙빙도는 서커스 말 한 필을 살 돈은 될 걸세.” 마들렌은 혼자서 힘겹게 일어서려다 소매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껴 울었다. 오열로 등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통으로 울부짖는 내 딸의 오열을 들어보게. 자네의 기교에 찬 음계보다 더 음악에 가깝지 않은가. 다 그만두게. 자넨 아주 뛰어난 광대야. 자네 머리 위에서 접시들이 잘도 날아다니는군. 절대 균형을 잃지도 않고 말이야. 자넨 아주 작은 음악가라네. 자두, 아니 풍뎅이만 할까. 베르사유에서 연주하는 건 퐁네프에서 연주하는 거나 마찬가지네. 술이나 마시라고 사람들이 동전은 던져주겠지.”
생트 콜롱브 씨는 그의 뒤에서 문을 휙 닫고는 거실을 나갔다. 마레도 그 집을 떠나려고 안뜰 쪽으로 뛰었다. 이어 대문 닫히는 소리가 쾅 하고 들렸다.
마들렌은 뒤따라 길을 달려 그를 붙잡았다. 비가 그쳤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가 울고 있었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준 것을 당신에게 다 가르쳐 줄게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 아버지는 고약하고 단단히 미쳤소.” 마랭 마레가 말했다. (P67-69)
“내 딸을 자네에게 줄지 안 줄지는 모르겠네. 분명 자넨 한자리 할 만한 데를 찾았을 걸세. 왕궁에 가서 살 테고, 왕은 당신의 쾌락을 감싸주는 자네의 멜로디를 좋아하시겠지. 방이 백 개나 되는 거대한 돌 궁정에서 예술을 하든, 뽕나무 속 흔들리는 오두막에서 예술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네. 내게는 예술 그 이상의 무엇이 있지. 손가락 그 이상의 뭔가가 말이야, 귀 이상의 뭔가가, 창작 그 이상의 뭔가가 말일세. 나는 열정적인 삶을 보내고 있네.”
“열정적인 삶을 사신다고요?” 마랭 마레가 말했다.
“아버지가 열정적인 삶을 보내신다고요?”
마들렌과 마레는 동시에 말했고, 동시에 늙은 음악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자네는 눈에 보이는 왕을 즐겁게 하고 있지. 남을 즐겁게 하는 일, 그건 나하고는 어울리지 않네. 나는 목 놓아 부르지. 그래, 손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목 놓아 부르고 있는 거네.”
“수수께끼 같은 말씀이시군요. 하시려는 말씀을 저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바로 그래서 자네가 내 곁에서 풀과 돌만 무성한 빈한한 길을 걸어가는 걸 내가 기대조차 하지 않는 거라네. 나는 무덤 가까이 가 있네. 자네는 기교로 가득 찬 곡을 발표하고, 거기에다 현란한 운지법과 내게서 훔쳐간 꾸밈음을 첨가했지만 그건 종이 위의 흑과 백일 뿐이네!”
“선생님, 전부터 여쭙고 싶은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
“왜 연주하시는 작품을 출판하지 않습니까?”
“아, 그게 무슨 말인가? 나는 작곡을 하지 않네. 난 절대 악보를 쓰지 않아. 내가 가끔 하나의 이름과 기쁨을 추억하며 지어내는 것은 물, 물풀, 쑥, 살아 있는 작은 송충이 같은 헌물일세.”
“선생님의 물풀, 송충이 안에 음악이 어디 있는데요?”
“활을 켤 때 내가 찢는 것은 살아 있는 내 작은 심장 조각이네. 내가 하는 건 어떤 공휴일도 없이 그저 내 할 일을 하는 거네. 그렇게 내 운명을 완성하는 거지.” (P73-75)
“당신의 눈물은 부드럽고 내 마음은 아직도 흔들리오. 그러나 꿈속에서 나는 당신의 젖가슴을 그리지 않으니 당신을 떠나겠소. 나는 다른 얼굴들을 보았소. 우리 가슴은 굶주렸소. 우리 정신은 휴식을 모르오. 삶은 맹렬할수록, 굶주릴수록 아름답소.”
마들렌은 입을 다물었고, 마레의 바지 끈만 만지작거렸다.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더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갑자기 그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갖다 대고 새빨개진 얼굴로 이렇게 속삭였다.
“그만해요. 가버려요!” (P88)
“당신은 죽었는데 어떻게 여기 올 수 있는 거요? 내 나룻배는 어디 있소? 내가 당신을 볼 때 흐르는 내 눈물은 어디 있소? 이게 정녕 꿈이란 말이오? 아니면 내가 미친 거요?”
“불안해하지 말아요. 당신 나룻배는 강가에서 오래 전에 썩었어요. 저곳 세상은 당신 배처럼 그렇게 견고하지 않아요.”
“당신을 만질 수 없어 고통스럽소.”
“바람 말고는 만질 게 하나도 없어요.”
아내는 사자(死者)처럼 천천히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바람이 되면 고통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이 바람은 우리에게까지 약간의 음악 조각들을 실어 나른답니다. 가끔 빛은 당신의 눈빛에까지 우리 모습의 조각들을 던진답니다.”
(...)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무엇을 보는 거요?”
“그러니까 연주해요! 비올라 다 감바 나무 위에 놓인 당신의 늙은 손을 보고 있어요.”
그는 순간 몸이 굳었다. 그는 아내를 바라보았고, 이어 난생처음으로, 아니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자신의 수척하게 여윈, 피부가 다 갈라진 누런 손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 앞에 두 손을 놓았다. 거뭇한 검버섯이 피어 있었다. 그는 행복했다. 이런 노화의 표시는 아내에게 혹은 아내의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의 심장은 기뻐 끊어질 듯 뛰었고, 손가락은 마구 떨렸다. (P92-94)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몇 해가 흘렀다. 생트 콜롱브 씨는 일어나면 보쟁 씨의 그림을 손으로 어루만졌고 슈미즈를 걸쳤다. 그는 오두막을 치우러 갔다. 그는 이제 정말 노인이었다. 큰딸이 목을 매기 전 심었던 꽃들과 작은 떨기나무들을 보살폈다. 그리고 물을 피우고 우유를 데웠다. 오목한 사기 접시를 꺼내 거기 걸쭉한 죽을 붓고 으깼다. (P113)
“게 누구요? 고요한 이 밤에 한숨을 쉬는 자가?”
“궁을 도망쳐서 음악을 찾는 이요.”
생트 콜롱브 씨는 무슨 말인지 이해했고, 기뻤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활로 문을 밀어 문 사이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줄기 빛이 새어 나갔으나 그 빛은 밝은 달에서 떨어지는 빛보다 더 가냘팠다. 마랭 마레는 그 열린 틈 앞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생트 콜롱브 씨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거기 있는 얼굴에게 말했다.
“음악에서 무엇을 찾으시오?”
“회한과 눈물을 찾습니다.” (P118)
“그것은 어려운 일일세. 음악은 말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저 거기 있는 거라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반드시 인간의 것이라고 할 수 없지. 음악이 왕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았는가?”
“그건 신을 위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자넨 틀렸네. 신은 말하지 않는가.”
“그럼 귀를 위한 것입니까?”
“내가 말할 수 없는 것이 귀를 위한 것은 아니네.”
“그럼 황금을 위한 것입니까?”
“아니, 황금은 들을 수 없지.”
“영광입니까?”
“아니네. 그건 명성에 불과하네.”
“그럼 침묵입니까?”
“그건 언어의 반대말에 불과하네.”
“경쟁하는 음악가입니까?”
“아냐!”
“사랑입니까?”
“아냐.”
“사랑에 대한 회한입니까?”
“아니네.”
“단념을 위한 겁니까?”
“아니야, 아니야.”
“보이지 않는 자에게 바치는 고프레를 위한 겁니까?”
“그것도 아니네. 고프레가 뭔가? 그건 보이지 않나. 맛이 나고, 그건 먹는 거 아닌가. 그건 아무것도 아니네.”
“더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죽은 자들에게 한 잔은 남겨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네 자신을 태우게나.”
“언어가 버린 자들이 물 마시는 곳. 아이들의 그림자, 갖바치의 망치질. 유아기 이전의 상태. 호흡 없이 있었을 때, 빛이 없었을 때.”
얼마 후 음악가의 그 늙고 뻣뻣한 얼굴 위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자신의 야윈 손으로 마레의 포동포동한 손을 잡았다.
“자넨 방금 내 한숨 소리를 들었겠지? 나는 곧 죽네. 내 예술도 나와 함께. 내 닭들과 거위들만 날 아쉬워하겠지. 죽은 자들을 깨울 하나, 아니 두 곡조를 자네에게 맡김세.” (P119-121)
생트 콜롱브 씨는 붉은 모로코가죽 장정의 음악 노트를 펼쳤고, 마레 씨는 그의 잔에 잘 익은 붉은 포도주를 약간 따랐다. 마레 씨는 촛대를 음악 노트 가까이에 놓았다. 그들은 노트를 바라보고, 다시 덮고, 앉아서, 조율했다. 생트 콜롱브 씨는 허공에서 손을 저으며 박자를 세었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현을 짚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눈물들’을 연주했다. 두 비올라 다 감바의 선율이 올라가는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천장을 뚫고 들어온 빛이 오두막 안에 퍼졌고 그 빛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눈물이 코에, 뺨에, 입술에 천천히 흘러내릴 때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마레씨가 베르사유로 돌아간 것은 새벽녘이 되어서였다. (P12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