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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영화 <파운데이션Foundation> 2021년

by 노용헌

<파운데이션 시즌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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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과 제국>, <제2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의 끝>, <파운데이션과 지구>, <파운데이션의 서막>, <파운데이션을 향하여> 7권이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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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알 도닉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트랜터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시골뜨기였다. 물론 트랜터를 실제로 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하이퍼 비디오에서나 제국 대관식과 은하 평의회 개회식 등을 방영하는 거대한 입체 뉴스를 통해서는 가끔 트랜터를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청색 표류성운 변방에 있는 시낵스라는 항성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만 쭉 살아왔다. 그러나 문명과 완전히 격리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은하계 방방곡곡 어디에나 문명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은하계에는 사람이 살고 있는 행서이 약 25000만 개에 달하고, 트랜터가 수도인 제국에 모두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제국이 붕괴되기 전 최후 반세기까지만 해당되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가알에게 이번 여행은 학구적인 청년 시절을 통해 가장 중대한 사건이었다. 과거에도 우주 여행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주를 돌아다니는 여행이란 그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지금까지 그의 우주 여행 경험은 학위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유성편류 역학에 관한 자료 수집차 시낵스의 유일한 위성에 다녀온 정도였다. 하지만 우주 여행이란 의미에서 보면 80만 킬로미터를 여행하나 몇만 광년을 비행하나 전혀 다를 바 없다. (P7-8)


“실례가 안 된다면 저는 여기 난간에 좀 있고 싶은데요. 구경하고 싶어서요.”

그 남자는 흔퀘히 관찮다는 뜻으로 손짓을 해 보였다. 가알은 어깨높이가 넘는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눈 아래 펼쳐지는 광경에 빠져들었다.

땅은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전개되는 인공 건축물 사이로 땅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지평선도 볼 수 없었다. 거의 똑같은 회색으로 펼쳐진 금속 구조물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하나의 선을 그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육지 전체가 이런 모습일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움직이는 것은 거의 없었다. 두세 척 유람선만이 하늘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행성을 뒤덮고 있는 금속 구조물 안에서는 수십억 인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푸른 나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푸르름도 땅도 없었다. 살아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인간뿐이었다. 이 세계 어딘가에 나무들과 무지갯빛 꽃들로 뒤덮인 260제곱킬로미터의 자연 흙 위에 황제의 궁전이 세워져 있다는 생각이 언뜻 떠올랐다. 그 궁전은 철강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과 같은 존재였으나 그가 있는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수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듯했다. 물론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만간에 가 봐야 할 여행 코스였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이 마침내 트랜터에 왔다는 사실을 음미했다. 전 은하계의 중심부이며 전 인류의 핵심부라 할 수 있는 행성에 왔다는 사실이 차츰 실감 나기 시작했다. 트랜터의 약점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량을 운ㄴ반하는 우주선이 착륙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그는 트랜터의 400억 주민과 전 은하계를 연결하는 가느다란 경정맥을 깨닫지 못했다. 그가 깨달은 것은 인류의 위대한 업적뿐이었다. 마침내 전 은하계를 완전히 정복해 버린 오만스러운 모습만 그의 눈에 비쳤다. (P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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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터 대학에서 셀던 박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려고 말입니다.”

“레이브 셀던?”

“아뇨. 제가 말하는 사람은 해리 셀던입니다. 심리역사학자 셀던이죠. 레이브 셀던이란 사람은 전혀 모릅니다.”

“해리 셀던이 바로 내가 말한 사람입니다. 모두 그를 큰까마귀라는 뜻의 레이븐이라는 별명으로 부르지요. 그가 계속 재난을 예언했기 때문에......”

“정말 그래요?”

가알을 깜짝 놀랐다.

“물론이죠. 이미 당신이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요.”

제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당신은 셀던의 일을 돕기 위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저는 수학자입니다. 왜 재난을 예언했답니까? 무슨 재난이지요?”

“당신은 무슨 재난이라고 생각합니까?”

“전혀 짐작조차 못 하겠는데..... 셀던 박사와 그의 그룹이 발표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어요. 수학 이론에 관한 것이던데.....”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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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은 책에서 읽은 것과는 판이했다. 그러나 ‘이런 게 재판인가 보다.’하고 가알은 생각했다. 재판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된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가알은 재판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기억할 수 없었다.

재판관이 가알을 들볶는 일은 거의 없었다. 주로 셀던 박사에게 집중 공격을 퍼부어 댔다. 그러나 해리 셀던은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었다. 가알에게는 셀던이 세상에 남아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방청객은 소수의 제국 귀족뿐이었다. 신문기자와 일반 대중은 배제되었다. 과연 일반인 가운데 셀던의 재판이 대해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법정은 피고인들에 대한 살기 어린 적대감으로 충만했다.

높은 책상 뒤에는 공안 위원 다섯 명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주홍색 금박 제복을 입었다. 신분을 나타내는 반짝이는 플라스틱 모자가 눈에 띄었다. 가운데 있는 사람은 공안 위원장 링게 첸이었다. 가알은 지금까지 그토록 풍채 좋은 귀족을 본 적이 없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이 갔다. 첸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말을 많이 하면 위신이 깎인다고 여기는 듯했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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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은 아무것이나 믿지 않기에, 당신이 ‘멸망’이라고 말하는 것을 믿지 않는 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오. 더구나 본인은 진실을 대중에게 밝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소. 따라서 박사, 트랜터를 더 이상 동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황제의 평안을 훼방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당신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며, 필요하다면 당신의 부하들까지 죽을 가능성도 있소. 앞에서 당신이 한 협박은 잊기로 하지. 죽음과 추방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줄 테니 5분 이내에 선택하시오.”

“준비된 곳은 어딥니까, 각하?”

“터미너스라고 불리는 행성이오.”

첸은 무관심한 듯 손끝으로 책상 위에 있던 서류를 셀던 쪽으로 놓으면서 말했다.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지만 충분히 생존할 수 있으며, 학자들의 필요에 따라서 새로이 건설할 수도 있소. 약간 변방에 있기는 하지만......”

“각하!”

셀던이 말을 가로막았다.

“은하계 맨 가장자리에 있는 곳 아닙니까?”

“방금 말한 것처럼 약간 변방일 뿐이오. 하지만 당신의 일에 전념하기에는 적당한 장소일 것이오. 자, 2준 남았소.”

셀던이 말했다.

“그런 여행을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2만 가구가 관련된 문제입니다.”

“필요한 시간은 주겠소.”

셀던이 잠시 생각하는 동안 마지막 1분이 지나갔다.

그는 말했다.

“추방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알의 심장은 잠시 멈춘 듯했다. 죽음을 면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커다란 기쁨이 가슴에 용솟음쳤다. 하지만 깊은 안도감에 잠기면서도 가알은 셀던이 패배했다는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P46-47)


루이스 피렌은 조명이 밝은 방 한구석에 놓인 책상에 앉아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일은 협력이 중요하고 노력은 조직화가 필요하다. 직물을 잘 짜기 위해서는 실들을 잘 배열해야 한다.

50년이 경과되었다. 참가한 사람들이 능력을 계발하고 제1백과사전 파운데이션을 원활하게 기능하는 조직으로 발전시키고 자료를 수집하며 제반 준비를 갖추는 데 50년이 걸린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이제 끝났다. 5년 후에는 은하계 역사상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는 “은하대백과사전” 제1권을 발행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로는 10년 주기로 규칙적으로 한 권씩 발행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흥미롭고 시사적인 사건에 관한 특별 기사도 부록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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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태도가 여전히 마음에 안 드는군요. 그것은 위험한 태도입니다. 더구나 최근 당신 주변에서 상당히 많은 민중이 그와 같은 당신의 언변에 매료되어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볼 때 더욱 위험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딘 시장, 이 자리에서 확실히 밝혀 두고 싶은 점은 우리 이사회가 최근 당신의 동향에 대해 전혀 모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모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하딘은 어깨를 움츠렸다. 풀햄은 계속했다.

“만일 당신이 우리 시민을 선동하여 폭력을 행사하도록 한다면 당신 스스로 자멸의 구렁텅이를 파는 꼴이 될 것입니다. 이사회는 그러한 일이 벌어지도록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정책에는 한 가지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백과사전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여부는 그것이 백과사전의 안전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인가 아닌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하딘이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사안일부의를 굳건히 지키자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결론이군요.”

피렌이 씁쓸한 듯 말했다.

“당신 스스로가 제국에는 우리를 구해 줄 힘이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보이지 않았소? 나로서는 어떻게 아직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오. 만일 타협이 필요하다면......”

하딘은 아무리 오랫동안 달려도 아무 곳도 안 나타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타협 같은 것은 없어요! 당신은 군사기지에 관한 터무니없는 말이 허튼소리라는 사실을 모르겠습니까? 아나크레온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오트 로드릭이 우리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그들은 노골적인 합병 야욕을 품고 있고 영지와 소작농과 귀족으로 구성된 봉건주의 경제 체제를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았나요? 그나마 우리가 원자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행동을 늦추고 있지만 결국은 행동을 취하고 말 겁니다.” (P9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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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상 모퉁이 앉아서 물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만큼만이라도 자신감이 있다면! 아나크레온 사람들은 이틀 후면 도착할 텐데.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은 50년 전 해리 셀던이 의도한 내용을 추측하는 것 뿐이다. 그는 사실 유능한 심리학자도 아니었다. 단지 빈약한 지식으로 당대 최고의 지성을 더듬더듬 이해하려고 할 따름이었다.

만일 파라 말이 옳다면, 해리 셀던이 예견했던 것이 전부 아나크레온에 관한 것이었다면, 그리고 그가 관심을 쏟은 것이 백과사전뿐이었다면, 쿠데타가 무슨 소용인가?

그는 어깨를 움츠리고 물을 한 컵 쭉 들이켰다. (P100)


제국이 이토록 몰락할 수 있다니...... 그렇게 많은 왕국은 어찌 되었단 말인가! 그 좋은 시절에 모든 왕국은 성구(城區)에 속했으며, 성구들은 모두 같은 성주(城主)에 속했다. 그리고 성주가 모여서 성역(城域)이 되고 성역이 모여서 상한(上限)이 되었다. 상한이 모여서 모든 것을 포괄하는 은하제국을 형성한 것이다. 이런 제국의 통제력이 지금은 은하계 주변까지 못 미치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행성이 무리를 지어 왕국을 이루고 이들 왕국에서는 왕과 귀족들 사이의 무의미한 전쟁이 난무하는 가운데 비참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은 계속 쇠락하고 원자력은 소실되어 가며 과학은 신화로 변질되었다. 해리 셀던은 바로 그 때문에 파운데이션을 이곳에 건설한 것이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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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네, 당시에 신문은 멋대로 기사를 써서 보도했지. 자네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보르트가 딱딱한 투로 대답했다.

“자, 들어 보게. 사제 계급은 조직을 형성하고 있는데 정상에는 일종의 신으로 간주되는 왕이 존재한다네. 왕은 왕권신수설에 입각하여 절대군주로 군림하고 국민은 마음속 깊이 그것을 믿으며 사제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네. 그런 왕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일세. 이제 내 말을 이해하겠나?”

그때 왈토가 끼어들었다.

“잠깐! 그것이 모두 하딘의 공작이라고 말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인가?”

보르트가 빈정대는 듯한 표정으로 질문자를 노려보았다.

“파운데이션이 이러한 현상을 주도면밀하게 조작한 걸세. 이런 짓궂은 장난의 배후에는 과학적인 뒷받침이 있다네. 축제가 열리면 왕은 방사성 영기(靈氣)를 몸 전체로 발산하고 머리 위로 보석 왕관 같은 빛을 발하면서 그 축제를 주관하네. 왕을 만지는 사람은 심한 화상을 입지. 왕은 결정적인 순간에 신성한 영의 인도를 받아 자유롭게 공중을 날아다닐 수도 있다네. 왕이 한 번 손짓을 하면 성전을 온통 진주색 광채로 채울 수 있지. 우리가 왕을 위해 이런 식으로 조직하는 단순한 속임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네. 그런데 사제들은 자신들이 속임수를 쓰면서도 그것을 믿고 있는 걸세.”

세르맥은 입술을 깨물며 소리쳤다.

“엉터리!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일세. 시청 공원에 있는 분수대처럼 말일세.”

보르트는 진심으로 말했다. (P14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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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확실히 내란이 일어나기를 원하는 것 같네.”

하딘이 말하자 리가 대답했다.

“내가?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불 속에 이미 많은 장작이 들어 있어서 특별히 뒤섞지 않아도 활활 탈 걸세. 자, 내 말을 들어 봐.”

리는 짧고 굵은 손가락을 꼽으며 덧붙였다.

“첫째, 세르맥은 어제 시 의회에서 대소동을 피우며 자네에 대한 탄핵을 요구했네.”

“그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권리가 있지. 더구나 그의 탄핵안은 206표 대 184표로 부결되지 않았는가?”

하딘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표차가 최소한 60표는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표차는 22표에 불과했네. 그 사실을 부정하진 않지?”

“아슬아슬했지.”

하딘이 인정했다.

“좋아. 둘째, 투표 후 행동당 소속 의원 쉰아홉 명이 회의장에서 모두 퇴장해 버렸네.”

하딘은 침묵을 지켰다. 리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셋째, 회의장을 떠나기 전에 세르맥은 이렇게 소리쳤네. ‘당신은 반역자다. 파운데이션을 팔아넘기려고 아나크레온에 가는 것이다. 탄핵을 부결시킨 의원은 그 반역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 행동당이란 이름은 단지 간판으로 걸어 놓은 것이 아니다.’라고 그런 말을 어떻게 생각하나?”

“골칫거리로군.”

“그런데 지금 자네는 새벽에 마치 범죄자처럼 몰래 떠나고 있네. 그 자들과 정면으로 부딪쳐야만 해. 하딘, 필요하다면 계엄령이라도 선포하게나, 제발!”

“폭력은 무능한 자들이......”

“...... 쓰는 최후의 보루이다. 어이가 없군.”

“우선 내 말부터 주의 깊게 듣게나, 리. 그러면 깨닫게 될 걸세. 30년전 파운데이션 창립 50주면 기념일에 시간 유품관이 개관되었지. 그때 해리 셀던의 녹화상이 나타나 우리에게 처음으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었지. 기억하나, 자네?”

“기억하고 있네. 그날이 바로 우리가 정권을 장악한 날이기도 하잖은가.”

리는 반쯤 미소를 띠고 옛날을 회상하듯 말했다.

“그렇다네. 우리가 최초로 직면한 커다란 위기였지. 이번은 두 번째 위기라고 할 수 있고 오늘부터 3주 후면 파운데이션 창립 80주년이 되네. 이 사실이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P1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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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스는 슬쩍 책상 위에 있는 시계로 시선을 던졌다.

“이보시오. 하딘, 당신은 전에 아나크레온에 온 적이 있지요? 그때는 당신도 젊었고 나 역시 젊은이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우리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졌죠. 당신은 소위 평화주의자가 아닙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여튼 폭력은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비경제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을 대신할 방법은 항상 있기 마련이지요. 비록 멀리 돌아가는 방법만 남을 때가 많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요. 나는 당신의 유명한 격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폭력은 무능한 자의 최후의 보루이다.’라는 격언 말입니다.”

섭정은 짐짓 방심한 모습을 보이려는 듯이 귀를 긁적였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문자 그대로 무능한 자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하딘은 정중히 고개를 끄덕였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니스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직접적인 행동을 믿어 왔습니다. 목적지까지 곧바로 길을 뚫어서 그 길로 가는 것이 내 방식입니다. 그러한 방법으로 나는 많은 것을 성취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성취하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P16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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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해리 셀던이 책을 펼쳤다. 표정이 엄숙했다.

“그리고 80년 전에 설립한 또 하나의 파운데이션, 즉 은하계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파운데이션’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 당신들 앞에는 920년이란 계획이 펼쳐져 있습니다. 모든 문제가 여러분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해리 셀던이 시선을 책 위로 떨어뜨린 순간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조명이 다시 밝아졌다. 실내 전체가 웅성거렸다. 리는 하딘의 귀에 속삭였다.

“언제 다시 나타날지 그는 말하지 않는군.”

하딘이 대답했다.

“그렇군. 하지만 자네나 나나 이 세상을 떠나 편히 쉬기 전까지는 결코 다시 안 나타날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네.”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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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뭐지?”

대군주가 물었다. 포네츠는 뒤로 물러나면서 말했다.

“이것은 제가 손수 조립한 변변찮은 장치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야. 어차피 너희 세계에 있는 꺼림칙한 흑마술 중 하나겠지?”

“당연히 원자력을 사용한 물건입니다.”

포네츠는 엄숙하게 인정하고는 곧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도 손댈 필요가 없고 별로 상관할 내용도 없습니다. 저 혼자만 관계한 것이니까 뭔가 꺼림칙한 게 있다 해도 그 책임은 제가 집니다.”

대군주는 손에 든 곤봉으로 위협하듯 기계를 향해 치켜들고 입속으로 재빠르게 몸과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주문을 외웠다. 오른쪽에 있던 갸름한 얼굴의 고문관이 대군주에게 몸을 내밀자 그의 붉은 콧수염 끝이 대군주 귀에 닿을락 말락 했다. 대군주는 신경질적으로 움츠려 수염을 피했다.

“이 악마의 도구와 너희 나라 사람의 생명을 구할지도 모를 금이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거지?”

포네츠는 중앙에 살짝 한 손을 얹고 옆을 단단히 두른 원통을 어루만졌다.

“이 기계를 사용해서 저는 당신이 던져 넣는 철을 가장 질 좋은 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저희가 아는 한 이 기계만이 대군주께서 앉아 계신 의자나 이 건물의 벽을 지탱하고 있는 저 보기 흉한 쇠를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황금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P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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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가운데 콤도 경호원이 앞줄로 끼어들었다. 덕분에 말로는 처음으로 가까이서 그들의 낯선 휴대용 무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원자력 병기였다! 틀림없었다. 폭약으로 탄알을 발사하는 무기는 그와 같은 모양을 한 총신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총 개머리판에는 금을 입힌 ‘우주선과 태양’ 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파운데이션이 착수하여 아직 끝내지 못한 방대한 분량의 원본 백과사전에 권마다 찍혀 있는 ‘우주선과 태양’ 문장과 똑같았다. 수천 년을 통해 은하제국의 국기 문장에 있던 것과 똑같은 ‘우주선과 태양’!

말로는 그것을 염두에 두면서 계속 말했다.

“이 파이프를 테스트해 보십시오! 이것은 하나의 파이프입니다. 완전하지는 않죠. 물론 수작업으로는 이렇게 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마술은 필요 없었다. 말로가 할 일은 다 끝났다. 바라는 것을 다 손에 넣었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금빛의 공 모양과 거기에서 나오는 광선, 그리고 굽은 시가 모양의 우주선.

제국의 ‘우주선과 태양’ 문장!

제국! 제국! 한 세기 반이 지났는데고 여전히 제국은 은하계 깊숙한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제국은 다시 일어나 외곽성역으로 뻗어 나갈 것이다.

말로는 미소를 지었다! (P25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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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 지금까지 무역의 힘이 과소평가되었던 걸 생각해 보게. 무역을 강력한 무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종하는 성직자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어. 그러나 그렇지 않아. 이러한 발견이야 말로 은하계 상황에 대한 내 공헌인 거야. 성직자를 제외한 무역! 무역만으로! 그것만으로 충분히 강력한 걸세. 극히 단순하고 명확하게 생각해 보자고. 코렐은 현재 우리와 교전 중이야. 결국 코렐과 무역은 끊겼지. 그러나 자, 보라고. 나는 이 문제를 가능한 한 간단하게 이야기할 거야. 과거 3년간 코렐의 경제는 우리에게서 도입한, 그래서 우리만이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원자력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런데 만일 작은 원자력 발전기가 움직이지 않게 되고 차례차례로 소도구가 쓸모없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나? 그건 작은 가전제품에서 먼저 시작하겠지. 자네가 혐오하는 어려운 상태가 앞으로 반년이나 계속된다면 그곳 부녀자들은 원자력 칼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스토브를 못 쓰게 되고 세탁기가 쓸모없어지지. 어느 무더운 여름날, 가정에서 온도 조절기가 멈춰 버려. 자, 어떤 일이 일어나지?”

그는 말을 끊고 대답을 기다렸다. 서트는 차분하게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전시 중이니 국민도 그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어.”

“그래, 견딜 수 있겠지. 자기 아들을 무한정 전쟁터로 보내 파괴된 우주선에서 공포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하겠지. 적의 폭격에도 굴하지 않을 거야. 그것이 지하 800미터 깊이 동굴에서 케케묵은 빵과 오염된 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의미한다 해도 말이야. 그러나 애국심을 고취할 만한 절박한 위험이 없는 경우엔 사소한 일이라도 견뎌 내기가 몹시 어려워지지 않겠나? 궁지에 몰리게 되는 거야. 부상자도 폭격도 전투도 없는 거야. 잘리지 않는 칼, 요리할 수 없는 스토브, 게다가 겨울이 되면 얼어붙는 집이 있을 뿐이야. 이건 정말 곤란한 사태야. 국민들은 불평을 늘어놓을 테지.”

서트는 의아하다는 듯 천천히 말했다. (P311-312)


말로는 더욱더 확신에 차서 말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모든 시설이 거대하다는 사실조차 몰라. 기계는 세대에서 세대로 자동적으로 넘어가고 감독자는 세습 계급이지. 그들은 거대한 건물 어딘가에서 튜브 하나만 타 버려도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어. 이 전쟁은 이러한 두 제도 사이의 싸움이야. 제국과 파운데이션, 거대한 것과 미소한 것 사이의 싸움 말일세. 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그들은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우주선으로 매수하려 했지만 그것은 아무런 경제적인 의의가 없어. 그렇지만 우린 작은 것으로 매수했지. 전쟁에는 쓸모가 없지만 번영과 이윤에는 결정적인 것으로..... 왕이든 콤도든, 어쨌든 그들 무리는 우주선을 입수해서 전쟁까지 준비해 왔겠지. 역사를 통해 보면 독재자는 국민의 행복을 자신들이 생각하는 명예나 영광이나 정복과 바꾸려 해 왔어. 그러나 힘이 되는 건 역시 생활과 관련한 사소한 부분이야. 그리고 아스퍼 아르고는 이삼 년 안에 코렐 전체를 덮칠 경제 불황의 태풍에 맞설 능력이 없어.”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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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의 태도는 그의 말만큼이나 자신감에 차 있었다.

“코렐인이 번영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확신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우리가 번영에 반항하여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나는 확신해. 승부는 마지막까지 계속되겠지.”

젤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이 땅을 무역상인과 대상인의 나라로 만들고 있는 거야. 그러면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말로는 우울한 얼굴을 들고 격하게 외쳤다.

“미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어? 셀던이 미래를 꿰뚫어 보고 대처한건 틀림없어. 다음에는 또 다른 위기가 오겠지. 그때는 현재 종교가 무력해지듯이 금력 또한 무력해지겠지. 내가 오늘의 과제를 해결했듯이 내 후계자들도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만 해.” (P31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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