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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푸조의 <대부>

영화 <대부> 1972년

by 노용헌

<대부(The Godfather)Ⅰ>(1972), <대부Ⅱ>(1974), <대부Ⅲ>(1990)

<대부>, <마지막 대부>, <오메르타>, <대부 돌아오다>,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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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푸조의 소설 <대부>를 원작으로 파라마운트 픽쳐스가 제작하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연출한 3부작 영화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족이자, 거대 범죄 조직의 핵심인 콜레오네 가문의 3대에 걸친 행보를 그렸다. 마리오 푸조 본인이 직접 각색에 참여하였다. 1960년대 클래식 시대의 종결 이후 뉴 할리우드 시대가 빚어낸 범죄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트릴로지 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다.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해라.” 막내 마이클 코를레오네(알 파치노)는 조직범죄라는 가업에서 벗어나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 돈 코를레오네(말론 브랜도)가 총격을 당해 쓰러지자 마이클이 복수할 방법은 살인뿐이고, 그는 지하세계의 힘과 생존이라는 피와 ’명예‘의 폭력적 과정(혹은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마이클은 패밀리 수장의 역할을 물려받고,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백인신교도 아내(다이앤 키튼)의 코앞에서 문을 닫고 새로운 ’대부‘에 대한 충성의 맹세를 받아들인다.


<대부>의 대사와 인물은 즉각 영화팬의 집단의식에 자리잡았다. 파치노와 경솔한 형 소니 역의 제임스 칸은 스타가 되었고, 작품상과 각본상, 멋지게 재기한 브랜도의 남우주연상으로 오스카를 휩쓸었다. <대부>는 가장 위대한 미국영화 중 하나이며 코를레오네라는 인물의 표현을 좋아한 사람뿐 아니라 이 영화를 지혜의 샘으로 여긴 사업가까지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다. 작가이자 감독인 코폴라는 마리오 푸조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면서 펄프픽션 갱스터 오페라이자, 가부장과 가족 그리고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의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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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지 못한 보나세라가 고꾸라질 듯한 자세로 고함을 질렀다. “내 눈에 눈물나온 만큼, 너희들도 울게 만들거야! 네 자식놈들이 날 울렸으니 내가 너희 놈들 눈에서도 눈물나게 만들거라구!” 어느덧 손수건이 그의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고함 소리를 듣고 달려온 피고측 변호사는, 부모를 보호하기 위해 복도를 되돌아온 두 청년과 의뢰인들을 한꺼번에 뒤에서 에워싸며 앞으로 떠밀었다. 덩치 큰 청경도 소동을 수습하러 재빨리 보나세라 쪽으로 뛰어왔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아메리고 보나세라는 미국에 사는 동안 법과 질서를 신뢰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머릿속은 총으로 두 놈의 두개골에 구멍을 내버리는 증오와 분노에 찬 상상으로 가득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에게 “저놈들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었어.”라고 내뱉었다.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다. ‘그래, 더 이상 두려워 하지 말자. 우리 같은 사람은 결국 정의를 위해서 돈 코를레오네에게 무릎을 꿇는 수밖에 없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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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토 코를레오네는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오는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거나 자기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다위의 비겁한 변명을 늘어놓지도 않았다. 상대가 그의 친구가 아니어도 되었고 자신에게 사례금을 낼 처지가 못 되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조건만 지켜주면 되었다. 스스로 그에 대한 우정을 맹세하는 일이었다. 그렇게만 하면 아무리 가난하고 힘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돈 코를레오네는 진심으로 어려움을 들어주었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놓인 어떠한 장애물도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가 받는 보상은 무엇일까? 이름 앞에 붙는 ‘돈(Don)'이라는 경의를 포하는 호칭이나 ’대부(Godfather)'라는 더욱 친근감있는 호칭을 얻는 것이다. 청탁이 아니라 그저 존경심만 표하고 싶을 때는 집에서 빚은 포도주 한 병이나 크리스마스 식탁을 장식할 특별히 구운 후추 양념의 탈라레(taralles;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빵의 일종)를 한 바구니 선물하는 것으로 족했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돈 코를레오네에게 빚을 졌다.’고 말로 표현해야 하며, 그가 도움을 청할 때는 작은 성의라도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고 그것은 매우 현명한 방법이었다.

딸이 결혼하는 경사스런 날, 돈 비토 코를레오네는 자신의 롱비치 저택 출입구에 서서 하객들을 맞았다. 모두들 그가 잘 알고 신뢰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돈 코를레오네 덕택에 편안히 살 수 있었고 이런 날에는 마음놓고 친근하게 ‘대부’라고 부를 수 있었다.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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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헤이건은 집안에서 가장 안쪽에 있는 돈 코를레오네의 사무실에서 꽃 장식이 화려한 정원에서 거행되는 결혼식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 있는 벽에는 법률 책들이 빽빽이 꽂혀있었다. 돈 코를레오네의 변호사이자 콘실리에리(consigliere: 조직의 고문)인 헤이건은 패밀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는 돈 코를레오네를 도와 이 방에서 수많은 난관과 문제를 해결해왔다. (P27)


헤이건이 데리고 온 남자는 매우 간단한 부탁을 했다. 안토니 코폴라라는 이름의 남자는 돈 코를레오네가 젊었을 때 철도 공사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아들이었다. 코폴라는 피자가게를 내려는데 여러 가지 집기도 사고 특수 오븐도 사려면 5백 달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몇 가지 조건이 미달되어 은행돈을 빌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돈 코를레오네는 주머니에서 지폐 다발을 꺼냈다. 그러나 그것으로 부족하자 그는 인상을 찡그리며 톰 헤이건에게 말했다. “내게 백 달러만 빌려주게. 월요일에 은행이 열리면 갚아 주겠네.” 그러자 탄원하던 사람은 4백 달러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 코를레오네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해명하듯이 말했다. “결혼식에 터무니없이 많은 돈이 들어가서 지금 가진 현금은 이것뿐이네.” 그는 헤이건이 건넨 돈을 받아 자신의 지폐 다발과 함께 안토니 코폴라에게 주었다.

헤이건은 속으로 탄복하며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돈 코를레오네는 사람이 어떻게 돈을 쓰는 것이 잘 쓰는 것인지 가르쳐 주었다. 돈 코를레오네는 반드시 개인적으로 자선을 베풀었다. 안토니는 돈 코를레오네와 같은 사람이 자신을 위해 돈을 빌리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감격했을까! 코폴라도 그가 백만장자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백만장자가 가난한 친구로 인한 불편을 조금이라도 감수하려고 할까?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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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조니 폰테인은 유명한 댄스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비중 높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그를 서로 모셔가려고 다투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레스 헤일리라는 밴드의 리더이자 유명한 흥행업자가 조니에 대해 5년 전속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것은 당시 흥행업계의 일반적인 계약 관행이었다. 레스 헤일리는 자기 멋대로 조니이 출연 계약을 맺고 개런티의 대부분을 가로챘다.

그러자 돈 코를레오네는 레스 헤일리와 개인적으로 협상에 들어갔다. 그는 조니 폰테인을 전속 계약에서 풀어주는 대가로 2만 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헤일리는 조니가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만 떼겠다고 응수했다. 돈 코를레오네는 빙긋이 웃으면서 그렇다면 자기가 제안한 2만 달러를 만 달러로 깎겠다고 했다.

자기가 속해있는 흥행업계 외의 세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한 밴드 리더는 제시 금액을 낮춘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제안을 거절했다.

다음날 돈 코를레오네는 은밀히 밴드 리더를 만나러 갔다. 절친한 친구 2명과 동행한 채였다. 바로 콘실리에리인 젠코 아반단도와 루카 브라시였다. 돈 코를레오네는 레스 헤일리를 설득해 1만 달러를 받고 조니 폰테인에 관한 모든 계약을 포기한다는 각서에 서명하게 했다. 그 자리에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 돈 코를레오네는 밴드 리더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1분 안에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뇌수를 쏟게 될 거라고 심각하게 말했다. 레스 헤일리는 서명했다. 돈 코를레오네는 권총을 주머니에 넣고 보증수표를 건네주었다. (P6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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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코를레오네는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마피아의 전통을 깨뜨렸다. 콘실리에리는 반드시 순수한 시칠리아인의 혈통을 가진 사람이 맡게 되어 있는데, 헤이건이 코를레오네 가에서 자랐다는 사실도 그 전통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혈통이 문제였다. 그들은 침묵의 법인 오메르타(omerta; 조직의 비밀을 목숨을 걸고 함부로 발설하지 않는 것)에 길들여진 시칠리아 출신에게만 콘실리에리의 중요한 직책을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믿었다. 패밀리에는 방침을 정하는 우두머리인 돈 코를레오네와 그의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행동대원들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세 계급이 있었다. 아무나 우두머리를 직접 대면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콘실리에리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배반자가 될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 돈 코를레오네는 아메리고 보나세라의 딸을 성폭행한 두 청년에 대해 구체적인 보복 지시를 내렸다. 물론 톰 헤이건을 통해 은밀히 지시했다. 그리고 헤이건은 그날 오후 늦게 역시 아무도 없는 데서 클레멘자에게 지시를 내렸고, 클레멘자는 파울리 가또에게 명령을 했다. 파울리 가또는 이 일에 필요한 적격자를 선발해서 명령을 수행하면 된다. 파울리 가또와 행동대원들은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따라서 각 계급의 중간 보스들은 돈 코를레오네에 대해 배신 행위를 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있었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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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건이 법과 대학에 간 것도 순전히 자기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 언젠가 돈 코를레오네가 “서류 가방을 든 변호사가 총을 가진 백 명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후였다. 헤이건과 대조적으로 소니와 프레디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가업에 뛰어들겠다고 고집해서 아버지를 실망시켰다. 유일하게 대학에 간 마이클도 도중에 해병대에 자원 입대하고 그 다음날 진주만으로 배속되었다. (P77)


헤이건은 이 정도의 모욕에는 기분이 상하지도 않았다. 그는 돈 코를레오네에게서 직접 협상의 기술을 배웠다. 돈 코를레오네는 ‘절대 화를 내서는 안된다. 협박을 해서도 안 된다. 이성적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어로 ‘레지오네(ragione)'라고 말하는 ’이성‘은 마치 ’리조인(rejoin)'처럼 들려서 ‘리즌(reason)'으로 표현하는 게 훨씬 듣기 좋았다. 이성적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말은 어떤 위협이나 모욕도 무시하고 관대히 넘기라는 뜻이었다. 헤이건은 돈 코를레오네가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려 여덟 시간이나 협상 테이블에 앉아 온갖 수모를 겪으며 악명높은 미치광이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결국 돈 코를레오네는 여덟 시간만에 포기했다는 의미로 두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옆 사람에게 “도저히 논리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군.”이라고 말하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순간 상대방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하얗게 질렸다. 그는 얼른 특사를 보내 돈 코를레오네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와 협상을 타결했다. 그러나 두 달 후 그 유력 인사는 단골 이발소에서 총에 맞아 암살되었다. 헤이건은 차분하게 목소리를 가라앉힌 뒤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 (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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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비토 코를레오네 피습. 범죄 조직의 두목 치명상을 당하다. 삼엄한 경찰의 경비하에 수사 진행 중. 예상되는 공포의 마피아 전쟁.’

마이클은 다리에 힘이 죽 빠졌다. “아버지는 돌아가시지 않았어. 놈들이 죽이지는 않은 모양이야.” 마이클은 케이에게 말한 뒤 신문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오후 다섯 시쯤 총에 맞았다. 그가 케이와 사랑을 나누고 저녁식사를 하고 극장에서 즐겁게 보냈을 시간에 아버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것이다. 마이클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우리 지금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 아녜요?” 케이가 물었다.

마이클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먼저 집에 전화를 해야겠어. 이 짓을 저지른 놈들은 제정신이 아니야. 다행히 아버지는 목숨을 건졌지만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 사람은 롱비치의 집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 20분만에 겨우 통화할 수 있었다. 소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나야, 마이클이야.” 마이클이 말했다.

소니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이클, 너 이 녀석 왜 이렇게 우리를 걱정시키는 거야? 도대체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널 찾으려고 네가 사는 촌동네에 사람을 보냈다.”

“아버지는 어떠셔? 얼마나 다치신 거야?” 마이클이 물었다.

“중상이야. 놈들이 다섯 발이나 쐈어. 하지만 워낙 강인한 분이라서 이겨내실 거야.” 소니의 음성에 자부심이 배어났다. “의사들 말이 고비는 넘기셨대. 이봐, 마이클, 내가 지금 바빠서 더 이상 전화 받기 어렵다. 넌 어디 있는 거냐?”

“뉴욕, 톰이 내가 오늘 집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어?” 마이클이 물었다.

소니의 음성이 약간 가라앉았다. “놈들이 톰을 납치해 갔어. 내가 널 걱정하는 것도 그때문이야. 톰의 처는 지금 여기에 와 있어. 그녀는 아직 남편 소식을 몰라. 경찰도 행방을 모르고 있어. 차라리 그쪽은 모르는 게 나아, 이번 일을 저지른 놈들은 제정신이 아냐. 너도 즉시 그곳을 빠져 나와. 입 조심하고, 알았어?”

“알겠어. 그런데 누가 그런 짓 했는지 알아?” 마이클이 물었다.

“루카 브라시가 알아내기만 하면 녀석들을 깨끗이 손 봐줄 거야. 우리들도 준비하고 있고.” (P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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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생각하려다가 루카 브라시에게 다시 한 번 더 전화를 걸었다. 역시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이점이 마음에 걸렸다. 루카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올 사람이다. 소니는 회전의자에 등을 편안히 기댔다. 한 시간만 있으면 집안은 몰려온 패밀리 식구들로 가득 찰 것이다. 그는 그들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지시를 내릴 것이다. 그는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중대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실감이 났다. 이것은 코를레오네 패밀리와 그 권좌가 10년 만에 맞는 도전이었다. 솔로조가 배후 인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역시 새로운 뉴욕의 5대 패밀리 중 최소 한 개파 이상의 지원이 없이는 감히 이런 공격을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분명 타탈리아 패밀리일 것이다. 그것은 패밀리 간에 전면전을 벌이든지 아니면 솔로조의 조건을 수락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소니는 잔인하게 미소를 지었다. 교활한 터키인의 계획은 그럴 듯 했지만 행운은 따르지 않았다. 노인네는 살아있고 전쟁은 시작이다. 루카 브라시와 코를레오네 패밀 리가 내리게 될 결론은 단 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걱정이 고개를 쳐들었다. 도대체 루카 브라시는 어디에 있는 걸까? (P132-133)


“당신의 보스는 죽었소.” 솔로조가 말했다. 그는 헤이건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보며 잠시 멈칫했다. “그의 사무실 밖 도로에 쓰러져 있는 걸 보았소. 나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당신을 납치한 거요. 이제 당신은 나와 소니를 화해시켜 줘야 하오.”

헤이건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대부의 죽음을 슬퍼하는 자신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와 슬픔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솔로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소니는 분명 내 거래에 생각이 있었소. 그렇지 않소? 당신도 그게 현명한 일인지 알고 있을 것이오. 마약은 유망사업이오. 누구든 몇 년만 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소. 돈 코를레오네는 이제 한물간 구세대요. 이제 그의 시대는 끝났는데 본인만 그걸 몰라. 어쨌든 그는 이제 죽었고 난 소니를 상대로 새롭게 흥정할 생각이오. 그러니 당신이 소니를 설득해보시오.”

“그럴 가망성은 없을 걸요. 소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신을 추적할 거요.” 헤이건이 말했다.

“그야 처음에는 그렇게 나오겠지. 그러니까 당신이 곁에서 설득을 해야 한단 말이요. 타탈리아 패밀리는 그들의 조직원을 총동원해서 나를 지원하고 있소. 뉴욕의 다른 패밀리들은 우리의 전면전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거요. 우리가 싸우면 그들의 사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지. 하지만 소니가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다른 패밀리들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요. 비록 돈 코를레오네의 오랜 친구들일지라도.”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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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와 함께 있자, 마이클. 네가 듣고 싶지 않은 얘기를 들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가 말했다.

마이클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도 도울 수 있어요.”

“안돼, 넌 안돼. 내가 너까지 이 일에 끌어들인 걸 노인네가 아시면 괴로워 하실 거야.” 소니가 말했다.

마이클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소리쳤다. “형, 나도 아버지 아들이야. 내가 아버지를 도울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할 수 있어.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나도 할 수 있어. 제발 날 어린애 취급하지 말라구. 난 참전도 했었어. 총도 맞아봤다구, 기억나? 나는 일본군도 몇 명 죽였어. 형이 사람을 죽일 수 있으면 나도 죽일 수 있어. 내가 겁쟁인 줄 알아?”

소니는 동생을 보며 씩 웃었다. “이러다가 내 행동대원이 되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좋아, 여기 있으면서 전화나 받아.” 그는 테시오를 돌아보며 말했다. “방금 전화를 받았는데,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이 생겼어요.” 그리고 마이클에게도 말했다. “누군가 아버지를 죽이려고 했어. 클레멘자일 수도 있고 파울리 가또일 수도 있어. 녀석은 오늘따라 몸이 아프다고 출근도 하지 않았어. 난 누군지 알 것 같아. 마이클, 넌 대학생이니 얼마나 똑똑한지 보겠다. 누가 솔로조에게 매수되었을 것 같으냐?”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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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 순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몇 달 전 솔로조가 마약 사업 건으로 우리를 찾아온 적이 있어. 영감은 거절을 하고 돌려보냈지. 그런데 그 회동에서 내가 마치 거래를 원하는 것처럼 입을 잘못 놀렸어. 그게 결정적인 실수였던 것 같아. 노인네가 내게 사전에 확실히 언질을 해주셨으면 그 자가 패밀리의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래서 솔로조는 노인네만 제거하면 내가 자기와 마약사업을 할 것으로 계산한 거지. 노인네가 세상을 뜨면 패밀리의 세력이 적어도 반으로 쪼개질 거라고 계산한 거야. 나는 아버지의 사업이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지 않도록 목숨을 걸고 싸울 거야. 하지만 마약 사업도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유망 사업이야. 그 자가 노인네를 죽이려고 했던 것도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사업 때문이야. 사업을 위해서는 나도 그와 손잡을 용의가 있어. 물론 그는 내가 끼어 들지 못하게 할 거야. 만약 그럴 경우에는 신변 보장을 확실히 요구할 거야. 하지만 그자 역시 내가 흥정을 받아들인다면 다른 패밀리들의 압력 때문에 몇 년 후라도 보복 전쟁을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 자의 배후에는 타탈리아 패밀리가 있어.”

“만일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요?” 마이클이 물었다.

소니는 선뜻 대답했다. “솔로조는 죽은 목숨이지. 나는 어떤 희생도 겁나지 않는다. 다섯 패밀 리가 뉴욕에서 전쟁을 벌인다 해도 개의치 않아. 타탈리아 패밀리는 깨끗하게 쓸어버릴 거야. 모두가 끝장이 나더라도 상관 않을 거야.” (P146-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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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캐딜락은 거대한 푸른색 강철로 만든 달걀처럼 반짝거렸지만 그의 계획은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 것이다. 그때 적당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세 사람이 은밀히 동행해야 하는 이유가 생각난 것이다.

파울리에게 “매트리스를 깔(마피아 은어로 갱들이 전쟁을 하지 않는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을 얻는다는 데서 나온 말)” 아지트를 구하러 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패밀리 간의 전쟁이 격렬해지면 비밀 주택에 본부를 설치하고 ‘전사‘들이 잠을 잘 수 있도록 이른바 매트리스를 깔아 놓는다. 이것은 원래 가족들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생겨난 조치였다. 아내나 아이들 같은 비전투원들도 생각지 않은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적이나 경찰에게 이쪽의 움직임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다.

그래서 비밀 주택을 구할 때는 가장 신뢰하는 카포레짐을 보냈다. (P162-163)


순간 루카는 반사적으로 몸을 의자 밑으로 미끄러뜨리며 손목을 돌려 빼려고 했다. 그러나 솔로조가 그의 나머지 한 쪽 손목을 잡았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루카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해도 둘을 상대할 힘은 충분했다. 그런데 등 뒤 어두컴컴한 곳에서 한 사내가 걸어나오더니 루카의 목에 얇은 비단 끈을 걸었다. 그리고 루카가 숨을 쉬지 못하도록 꽉 잡아당겼다. 루카의 얼굴은 보랏빛으로 변하고 팔의 힘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루카의 양 팔을 잡고 있던 브루노와 솔로조는 사내가 루카의 목을 더 단단히 조이는 동안 호기심 많은 어린애처럼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갑자기 마루가 축축하고 미끌미끌해졌다. 루카의 괄약근이 통제력을 잃고 벌어지면서 몸속의 배설물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루카에게는 더 이상의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리는 포개지고 몸은 축 늘어졌다. 솔로조와 타탈리아가 그의 팔을 놓고 뒤로 물러나자 루카의 몸이 바닥으로 쿵 하고 나자빠지고, 그 힘에 끌려 교살자도 무릎을 꿇었다. 루카의 목을 조른 끈은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살 속으로 파고 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루카의 눈은 극도로 놀란 듯 밖으로 튀어나왔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놀란 표정이 그가 보여준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주검이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게 해. 지금 당장 없애 버려.” 솔로조는 이렇게 말한 뒤 어둠속으로 걸어갔다. (P1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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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자는 마이클을 지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총을 쏘자마자 밑으로 떨어뜨리는 게 아니네. 그냥 손을 옆으로 내리면 총이 자연스럽게 밑으로 빠질 거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걸세. 모두들 자네가 여전히 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자네 얼굴만 쳐다 볼거야.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되 절대 뛰어서는 안되네.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쳐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서도 안되네. 걱정 말게. 사람들은 자네를 두려워하고 피할 거야.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란 말일세. 자네가 밖으로 나오면 테시오가 자동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자동차를 타게 되면 나머지는 그에게 맡기게. 교통사고는 염려하지 말게. 이런 일이 얼마나 순식간에 진행되는지 알게 되면 놀랄 걸세. 이제 이 모자를 쓰고 자네 모습이 어떤지 한번 보게.” 그는 마이클의 머리에 회색 중절모를 씌워 주었다. 모자를 한번도 써보지 않은 마이클은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클레멘자는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이런 경우에는 신분을 감추는데 도움이 된다네. 대개 목격자들에게 모자 벗은 모습을 보여주면 구분을 잘 못하거든. 그리고 지문에 대해서는 걱정할 것 없어. 개머리판이나 방아쇠 모두 특수 처리를 해서 지문이 남지 않으니까. 그러니 다른 부분만 손이 닿지 않게 하면 되네.”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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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헤이건이 고개를 돌렸다. “네가 아버지한테 배우지 않은 점 한 가지만 말하마. 바로 이런 식의 말씀이지. 해야할 일을 하는 거라면 거기에 대해 절대 말하지만. 그걸 정당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마. 아무리 해도 그건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야. 넌 그냥 하면 돼. 그리고 나서 잊어 버려.” (P231)

솔로조와 맥클러스키 서장이 살해된 다음날 뉴욕의 모든 경찰서와 파출소에는 다음과 같은 공문이 내려갔다. ‘오늘 이 시간 이후로 맥클러스키 서장의 살해범이 체포될 때까지 도박과 매춘, 그 어떤 종류의 불법 행위도 금지된다. 도시 전역에 대규모의 경찰 수색대를 급파한다. 모든 불법 비즈니스 행위는 금지된다.’

그 사건 후에 패밀리연합의 밀사가 찾아와 코를레오네 패밀리에게 살인 행위를 포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상관하지 말라는 대답만 듣고 돌아갔다. 그날밤 롱비치의 코를레오네 저택에서는 폭발 사건이 터져 쇠사슬로 묶어 놓은 자동차가 공중분해 되었다. 또 행동대원 두 명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살해되었다. 1946년, 다섯 개 패밀리의 전쟁이 시작되던 날이었다. (P240-241)


한때 자기가 살았던 비버리힐즈의 집에 도착한 조니는 자동차에 앉아 물끄러미 집을 바라보았다. 대부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면 기회를 잡아라.’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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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코를레오네가 저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다 니노가 조니에게 말했다. “자네도 알겠지만 내가 언젠가 대부님께 조직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간청했더니 거절하셨네. 트럭 운전도 싫증이 나고 돈도 더 많이 벌고 싶었거든. 그런데 그분이 뭐라셨는지 아는가? 누구나 한 가지의 운명을 타고나는데, 내 운명은 음악가가 되는 거라고 하셨네. 난 그 말씀을 생각하면서 도저히 방탕하게 살 수 없었지.”

조니는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역시 대부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분은 니노가 절대 깡패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일 그랬다면 자신이 죽거나 아니면 남을 죽였을 것이다. 그런데 돈 코를레오네는 니노가 예술가가 될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을까? 젠장, 그분은 언젠가는 내가 니노를 도와줄 거라는 것을 아셨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아셨을까? 언젠가 대부가 니노의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때 대부의 당부가 머리 속에 남아 조니로 하여금 대부에 대한 은혜를 니노를 도와주는 것으로 보답하게 만들었던 것 같았다. 물론 대부는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었다. (P295)


“내가 결론을 내겠네.” 비토 코를레오네는 이렇게 말했다. 죽이기 직전의 마지막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 말은 그후 유명한 구절이 되었다. 그가 돈 코를레오네가 된 후 적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며 결론을 내자고 말하면 그것은 피를 보거나 살인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라는 의미였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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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위대한 게 아니다. 성장하면서 그렇게 만들어진다. 비토 코를레오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주법이 통과되고 술 판매가 금지되면서 비토 코를레오네는 평범하고, 다소 무자비한 사업에서 제일 먼저 발을 뺀 덕분에 범죄 세계의 위대한 두목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아니고 1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도 아니었다. 금주법 시행 기간이 끝나고 대공황이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비토 코를레오네는 대부라는 의미를 담은 돈(Don: 보스라는 의미), 즉 돈 코를레오네가 되었다. (P333)


돈 코를레오네는 사람은 오직 한 가지 운명만을 가지고 있다는 지론을 거듭 주입시키는 것 외에 소니에게 불 같은 성미를 다스리라고 끊임없이 주의를 주었다. 그는 남을 위협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며, 생각없이 분노를 내뱉는 것은 가장 위험한 행위라고 말했다. 돈 코를레오네 자신도 한번도 노골적으로 남을 협박하거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밖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돈 코를레오네는 바로 이런 자기의 행동방식을 아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는 친구가 자기 장점을 과소평가하게 하지 않고, 자기의 약점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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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형사는 부드럽게 말했다. “그를 안 지는 얼마나 되었죠?”

“1년이 넘었어요.” 케이는 두 남자가 미소를 짓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애덤스 양이 몇 가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필립스 형사가 말했다. “그날밤 그는 당신과 헤어져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나오다가 병원에서 공무수행 중인 경찰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가 먼저 달려들었지만 오히려 얻어맞아 턱이 깨지고 이도 몇 개 부러졌죠. 그런데 그가 친구들과 롱비치에 있는 코를레오네 저택을 떠난 다음날 밤 그와 싸웠던 경찰 간부는 총에 맞아 죽고 마이클 코를레오네는 사라졌습니다. 행방불명이죠. 우리에게도 정보 제공자가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마이클 코를레오네를 지목하지만 그를 법정에 세울 수 있는 증거가 없습니다. 사실 현장을 목격한 웨이터는 마이클의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알아보지 못하더군요. 아마 실물을 대하면 알아보겠죠. 솔로조의 운전사도 지금은 함구하고 있지만 마이클 코를레오네가 우리 손아귀에 들어오면 입을 열게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린 경찰들을 풀어 그를 찾고 있어요. FBI도 그를 찾고 있고 그밖에 모든 인력을 동원해 수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성과가 없지만 애덤스 양이 단서를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케이는 차갑게 “난 한마디도 믿지 못하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이클의 턱이 부러졌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마이클이 살인을 했을 리는 없다.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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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노 코를레오네의 죽음은 전 미국의 암흑가에 큰 충격을 일으켰다. 게다가 돈 코를레오네가 패밀리의 사안을 처리하기 위해 병상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장례식에 잠입한 첩자들에게서 그가 완전히 회복된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5대 패밀리의 두목들은 틀림없이 닥쳐올 피의 보복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 몇 번의 불행을 가지고 돈 코를레오네를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돈 코를레오네는 평생 두세 번 정도의 실수만 했을 뿐이며 그때마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헤이건만은 돈 코를레오네의 진짜 의도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5대 패밀리에 평화사절단을 보낼 때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돈 코를레오네는 평화를 제의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모든 패밀리들을 뉴욕에 초대하여 총회를 갖자고 했다. 뉴욕의 패밀리들은 전국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평화는 곧 전 암흑가의 평화와 직결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의도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다. 돈 코를레오네가 함정을 파고 있는 게 아닐까? 적들을 방심하게 하려는 속셈이 아닐까? 아들의 죽음을 보복하려고 대량학살을 계획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돈 코를레오네는 자신의 의도가 순수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이 총회에 전국의 모든 패밀리가 참가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부하들에게 전투 준비를 시키거나 다른 패밀리들과 동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자기 의도가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대규모 총회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카드를 내놓았다. 보카치오 패밀리에게 이번 일을 도와 달라고 청한 것이다.

보카치오 패밀리는 한때 시칠리아 마피아 중에서도 대단히 흉포하기로 이름이 높았지만 미국에 건너온 뒤 평화의 도구가 된 독특한 존재였다. 한때는 야만적인 해결사로 먹고 살았던 단원들이 이제는 소위 성자(聖者)같은 방법을 생계 수단으로 삼게 된 것이다. 보카치오 패밀리는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끈끈한 조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가족보다 조직에 대한 헌신을 우선으로 하는 마피아의 세계에서 혈연관계로 맺어진 패밀리에 대한 충성은 더욱 엄격했다. (P429-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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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코를레오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짓으로 헤이건에게 찬 음료를 청했다. 헤이건은 얼른 대령했다. 돈 코를레오네는 입을 축였다. “전 평화를 원합니다. 타탈리아측도 아들을 잃었고 저도 아들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그만 중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원한을 계속 품고 산다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습니까? 시칠리아가 수난을 겪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닙니까? 복수하느라 바쁘면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그래서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말입니다. 저 역시 제 자식을 배신하고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하지 않을 겁니다. 평화가 오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저의 막내아들놈은 집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놈이 당국으로부터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보장을 받아야 합니다. 일단 그 문제만 해결되면 우리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할 수 있고 지금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돈 코를레오네는 인상적이고 간절한 표정과 손짓으로 말했다. “이상이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연설은 아주 훌륭했다. 그것은 합리적이고 유연한 생각과 부드러운 말투를 지닌 돈 코를레오네의 예전 모습이었다. (P446-447)


“우리는 우리의 목숨과 행동을 좌우하고 자기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보고 전쟁터로 나가 싸우라고 명령하는 그런 자들을 거부한 사람들입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의 이해관계에는 도움이 되고 우리에게는 손해가 되는 그런 법에 복종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있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우리 자신의 이해를 추구하는 데 간섭해도 된다고 했습니까? 소나 코사 노스트라(sonna cosa nostra). 즉, 이것은 우리의 일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 세계는 우리가 경영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건 우리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외부의 훼방꾼에 대항해서 연대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이 나라에 이주해 온 수많은 나폴리인들이나 그밖의 이탈리아 이주민에게 그랬듯이 우리 코에 코뚜레를 끼우려고 할 겁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내 아들에 대한 보복은 잊을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맹세하지만 내가 내 패밀리를 책임지는 한 정당한 이유없이 또는 부당한 도전을 받지 않는 이상 여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손끝 하나 건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것은 내가 명예를 걸고 하는 약속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내가 결코 배신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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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은 이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자기 아버지의 뿌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마피아(Mafia)’란 말은 원래 피난처라는 의미였다. 그후에는 수백 년 동안 조국과 백성을 짓밟은 통치자에 대항해서 싸웠던 비밀결사를 가리키는 명칭이 되었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역사상 유례없이 무참한 약탈을 당했다. 종교재판소는 부자나 가난뱅이를 가리지 않고 핍박했다. 지주 계급과 카톨릭 교회의 사제는 목동과 농부들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했다. 그때 경찰은 그들 권력의 도구였고 그들과 동일시되었기 때문에 시칠리아 사람에게 경찰이라고 부르는 것은 최대의 모욕이었다.

이 절대적인 권력의 만행으로 고통을 겪었던 백성들은 보복이 두려워서 분노와 증오를 드러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럴 경우 즉각 보복할 거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방조차 하지 않았다. 어느덧 사회가 자신들의 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면 지하 저항단체인 마피아를 찾아갔다. 한편 마피아는 침묵의 규율인 오메르타를 통해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굳혔다. 시칠리아의 시골 마을에서는 이방인이 인근 마을로 가는 길을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을 정도였다. 마피아 단원들에게 가장 큰 죄악은 자기를 총으로 쏘았거나 어떤 손해를 입힌 사람의 이름을 경찰에 알려주는 것이었다.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오메르타는 어느덧 종교가 되었다. 남편이 살해당했어도 아내는 그 살인자의 이름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자식을 살해하고 딸을 욕보인 사람의 이름조차 발설하지 않았다.

정부의 권력기관으로부터 정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로빈 후드인 마피아를 찾아갔다. 그러면 마피아는 그런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다. 사람들은 긴급한 일이 생겼을 때도 자기 지역의 마피아 두목을 찾아갔다. 그는 사회사업가이자 음식바구니와 일자리를 준비해 둔 보호자였으며 그 지역의 우두머리였다.

그러나 타자에게서 들은 것과 달리 마이클이 수개월에 걸쳐 스스로 깨닫게 된 바에 의하면 시칠리아의 마피아는 부자들의 불법적인 수호자이며 심지어는 합법적인 정치조직의 보조경찰 노릇까지 한다는 사실이었다. 마피아는 점차 타락한 자본주의자와 반공산주의자, 반자유주의자들이 조직이 되어 크건 작건 상관없이 모든 업체에서 세금조로 돈을 뜯어냈다.

마이클 코를레오네는 왜 자기 아버지 같은 사람들이 합법적인 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고 도적이나 살인자가 되어야만 했는지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가난과 공포와 타락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두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시칠리아인들은 미국에 이주해 온 뒤에도 미국의 권력기관 역시 시칠리아와 마찬가지로 매우 가혹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P506-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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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은 웃으며 부엌문을 나섰다. 그의 꽉 막힌 코에도 강렬한 레몬꽃 향기가 전해졌다. 별장의 산책로에서 열 발자국 쯤 떨어진 자동차에서 아폴로니아가 그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마이클이 서 있는 곳까지 운전을 해볼 테니 그곳에 그대로 서 있으라고 손짓하는 것이었다. 칼로는 루파라 총을 어깨에 메고 자동차 옆에 서서 빙긋이 웃고 있었다. 파브리지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어떤 의식의 추론과정 없이 그의 머리 속에 모든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마이클이 소리쳤다. “안돼, 안돼!”

그러나 그의 외침은 아폴로니아가 시동을 거는 순간 들려온 엄청난 폭발음 속에 묻혀 버렸다. 부엌문은 산산조각이 나고 마이클은 5미터나 되는 담장 쪽으로 날라 갔다. 별장 지붕을 덮었던 돌이 굴러 떨어지며 마이클의 어깨를 맞혔고, 그가 바닥에 넘어졌을 때 날아온 돌 하나가 그의 머리에 맞고 튀어 나갔다. 그는 자동차의 네 바퀴를 연결하는 강철축 외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 의식을 잃었다.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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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전화 받는 비서를 따로 두기도 했죠. 난 검사를 하거나 수술을 하는 경우에만 환자를 봤죠. 너무나 바빠서 외래환자는 거의 받지 않았어요. 그런데 방금 말한 남편과 같은 사람들에게는 2분만 시간을 내기로 했죠. 내가 ‘터미널(terminal: 곧 죽음을 앞둔 말기라는 뜻)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들은 이 마지막 선고를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거죠. 어떤 사람은 심지어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미널(germinal: 초기라는 뜻)이란 말입니까? 라고 되묻기도 한답니다.” 줄스는 웃기 시작했다. “저미널이건 터미널이건 젠장! 그래서 전 낙태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싱크대 안의 접시를 깨끗이 씻어내고 쉽고 편안하고,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거든요. 그래서 전문으로 삼았죠. 그 일이 만족스러웠고 낙태전문의라는 게 좋았습니다. 2개월 된 태아는 아직 인간이 아니라서 문제가 될 염려도 없죠. 젊은 처녀들이나 곤란에 처한 유부녀들을 돕고 돈도 많이 벌었죠. 의료 일선에서는 물러난 거죠. 그러다 낙태죄로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마치 탈영했다 잡힌 탈영병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다행히 친구가 손을 써줘서 풀려나긴 했는데, 큰 병원에서 저를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환자에게 좋은 충고를 해 봤자 여전히 무시당하면서요.”

“난 무시하지 않았소. 그저 생각중이요.” 조니 폰테인이 말했다.

루시가 화제를 바꿨다. “라스베이거스에선 뭘 하세요. 조니? 헐리우드에서 바쁘게 보내서 쉬러 온 거예요, 아니면 일하러 온 거예요?”

조니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마이클 로를레오네가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해서 왔어. 오늘밤 그 친구가 톰 헤이건과 비행기를 타고 올 거야. 톰 말이 루시, 당신도 만날 거라더군. 당신은 무슨 일 때문인지 알아?” (P58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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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이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과거 거래 관계에 대해 배우다가 무엇보다 흥미롭게 느낀 것은 전쟁 직후 잠시 불법 음반 복제업자들에게서 보호세를 받았다는 점이었다. 복제업자들은 유명한 가수들의 레코드를 복사한 다음 포장을 교묘하게 해서 경찰의 눈을 피했다. 그런 복제품이 레코드점에 팔리면 가수나 원 제작자들은 한푼의 인세도 받을 수 없었다. 조니 폰테인이 한때 돈을 많이 벌지 못한 것도 이런 불법 복제 음반 때문이었지 목소리가 망가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레코드는 실제로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는 톰 헤이건에게 왜 아버지가 자기 대자(代子)를 골탕먹이는 이런 불법업자들을 도와주었느냐고 물어보았다. 헤이건은 어깨를 으쓱하며 사업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 조니는 아버지의 눈 밖에 나 있었다. 자식을 버리고 마고트 애쉬톤과 결혼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점이 돈 코를레오네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업자들이 그 일을 중단하게 됐죠? 경찰한테 걸려들었나?” 마이클이 물었다.

헤이건은 고개를 저었다. “대부께서 보호를 거절하셨어. 코니의 결혼식 직후지.”

그는 이런 경우를 자주 보았다. 돈 코를레오네가 불행에 빠진 사람을 도와주었는데 실은 그 불행이 돈 코를레오네 자신으로 인해 비롯된 경우 말이다. 그런 불행은 계략이나 음모에 의해 빚어진 게 아니라 순전히 돈 코를레오네의 다양한 취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선과 악이 맞닿아있는 게 우주의 이치인지도 몰랐다. (P6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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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건이 떠날 때 마이클은 아버지에게 농담을 했다. “아버지는 제게 다른 건 다 가르쳐주셨잖아요. 이제 사람들이 기분 나빠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돈 코를레오네는 커다란 책상 뒤로 가서 앉았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노’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는 법이다. 사실 그건 비밀인데 네게만 알려 주지. ‘노’라고 말하면서도 ‘예스’처럼 들리게 해야 한다. 아니면 사람들이 알아서 ‘노’라고 알아듣게 만들든지. 그러러면 시간을 갖고 노력을 해야 해. 그러나 난 구식이고 넌 신식이니 내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 (P631)


그때 갑자기 머리 바로 위에서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앞에 황금색 점들이 춤추듯 어른거렸다. 그는 어지러움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때 밭은 가로질러 마이클의 장남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그의 시야에 누런 장막이 드리워지면서 손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돈 코를레오네는 속지 않았다. 그는 노련한 사람이었다. 그는 뜨거운 누런 장막 뒤에 숨어 있는 죽음이 그를 향해 달려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손자에게 이쪽으로 오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바로 그 때였다. 커다란 망치로 맞은 듯 가슴이 뻐근하고 질식할 것 같았다. 그는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소년은 아빠를 부르러 달려갔다. 마이클 코를레오네와 저택 정문을 지키던 몇 명의 사람들이 밭으로 달려왔다. 돈 코를레오네가 흙을 움켜쥔 채 앞으로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대부를 일으켜 판석(板石)으로 만든 테라스 그늘로 옮겼다. 사람들이 구급차를 부르러 간 사이 마이클은 아버지 곁에 무릎을 꿇고 손을 꼭 쥐었다.

돈 코를레오네는 아들을 보려고 힘겹게 눈을 떴다. 격심한 심장마비로 혈색 좋았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임종 직전이었다. 바람을 타고 흙 냄새가 풍겨 왔다. 다시 누런 장막이 그의 시야를 덮었다. “인생은 정말 아름답다.” 돈 코를레오네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돈 코를레오네는 여자들이 우는 모습을 보지 않으려는 듯 그들이 성당에서 돌아오기 전에 숨을 거두었다. (P639)


돈 코를레오네는 이제 그것을 가르쳐 줄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세계에는 죽여달라고 날뛰는 놈들이 있다. 그런 놈들을 주목해야 해. 그들은 도박 게임을 하면서 행패를 부리거나 누군가 자기 차를 긁어놨다고 화를 내며 다짜고짜 자동차에서 뛰어내리는, 성질이 불같은 놈들이지. 상대방의 실력도 모르면서 욕을 하고 시비를 걸기도 하고, 나도 그런 멍청한 놈을 본 적이 있는데 무기도 하나없이 위험한 깡패들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더구나. 이런 놈들은 세상을 향해 ’나를 죽여라, 나를 죽여.‘하고 소리치고 다니지. 그리고 어디가나 그런 놈들한테 당하는 사람들이 있지. 매일 신문에서 그런 사건들을 읽지 않느냐. 이런 놈들은 무고한 사람들에게도 굉장한 해를 끼치지.

“루카 브라시도 그런 부류였지. 하지만 그는 굉장히 힘이 세서 아무도 그를 건드릴 수가 없었지. 이런 자들은 대개 자기 목숨은 생각하지 않지만 루카 브라시는 그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무기였지. 그런 자를 네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제로 죽고 싶어하는 그들의 성질을 잘 이용하는 거야. 다시 말해 네가 그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 믿게 만들고 동시에 네가 그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만드는 거지. 그럼 그때부터 네 사람이 되는 거다.” (P66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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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를레오네의 뒤에는 헤이건과 로코 램포네가 서 있었다. 그들은 마지못해 친구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러 온 것처럼 표정이 무거웠다. 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카를로 리치는 그들을 거실로 안내했다. 충격이 조금 가라앉자 그는 자기가 괜한 일로 잠깐 신경마비를 일으킨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뒤 마이클의 말을 듣는 순간 카를로는 진짜 한 대 맞은 듯 온몸이 마비되고 속이 메슥거렸다.

“이제 소니의 죽음에 대해 대답해주시오.” 마이클이 말했다.

카를로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척하며 대답하지 않았다. 헤이건과 램포네는 좌우 양쪽 벽으로 갈라져서 서 있었다. 카를로와 마이클은 서로 마주보았다.

“당신이 바르지니 사람들한테 소니의 행방을 알려줬지. 내 누이와는 거짓 부부싸움을 했고, 바르지니 녀석들이 당신보고 코를레오네를 속이라고 하던가?”

카를로 리치는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생각할 것도 없이 벌벌 떨며 말했다. “난 결백해요. 정말이에요. 내 자식들의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난 결백해요. 마이클, 나한테 이러지 말아요. 마이클, 제발 나 좀 살려줘요.”

마이클이 침착하게 말했다. “바르지니는 죽었소. 필립 타탈리아도 마찬가지고, 난 오늘밤 우리 패밀리의 빚을 모두 갚아 줄 거요. 그러니 내게 결백하다는 따위의 말은 하지 마시오. 당신의 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거야.”

헤이건과 램포네는 놀란 표정으로 마이클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마이클이 자기 아버지처럼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했다. 이 배신자가 무엇하러 죄를 인정하겠는가? 그의 죄는 이미 상당부분 증명이 되었다. 대답은 들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마이클은 아직도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공정하지 않을까봐 두려워하고 있으며, 카를로 리치의 자백으로 일말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카를로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마이클은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두려워할 것 없소. 나라고 누이를 과부 만들고 싶겠소? 내 조카들을 아버지 없는 애들로 만들고 싶겠소? 난 당신 아이들의 대부이기도 하오. 내가 벌을 준다고 해봤자 당신이 우리 패밀리에서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뿐이오. 당신을 비행기에 태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보내고 거기에서 살게 할 작정이오. 코니에게 매달 생활비도 보낼거요. 그게 전부요. 하지만 계속해서 결백을 주장하지는 마시오. 내 판단을 모욕하지 말고 나를 화나게 하지 말란 말이오. 누가 당신에게 접근했소. 타탈리아? 바르지니?”

목숨만 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카를로 리치는 죽이지 않겠다는 달콤한 말에 안도하며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바르지니.”

“좋소, 좋아.” 마이클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는 오른손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제 떠나시오. 공항까지 데려다 줄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을 거요.” (P678-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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