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시퀀스 샷의 전과 후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을 시퀀스라고 말한다. 한 개 이상의 샷(shot)이 모인 몇 개의 신(scene)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 서부극 또는 모험 영화에서 추적 시퀀스처럼 또는 건물의 폭파장면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시퀀스 사진이라고 부른다. 사진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상황을 고속연사 촬영하여 한 장에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골프치는 장면을 스윙하는 모습을 고속연사 촬영하여 한 장에 담기도 하지만, 듀안 마이클의 작업처럼 개별 작업을 순차적으로 연속하여 보여줄 수도 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시퀀스 편집의 예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Sergei Eisenstein) 감독의 〈전함 포템킨〉(The Battleship Potemkin, 1925)의 오데사 계단 시퀀스이다. 이 시퀀스는 관객에게 학살의 공포와 비극적 정서를 느끼게 하는 하나의 풍부한 시각적 몽타주를 만들고 있다. 이처럼 시퀀스의 의미는 아마도 상황이 시작되는 부분에서의 전前과 상황이 종료되는 후後의 이미지가 몽타주된다고 여겨진다. 모든 상황들이 전과 후가 있다. before/after의 상황은 보통 성형과 관련된 사진이나 모발이식 광고 사진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것이다. 또한 넓게 보면 우리네 삶의 시작 탄생에서 죽음까지도 전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악동 옥바라지 골목의 재개발지역의 시작에서 끝까지 등등 사진의 작업은 전과 후를 보여주기 위해서 기록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사에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서부터 행사가 끝나는 후까지 사진가는 남아있어야 많은 것을 최소한 볼 수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는 모습과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건물과 같은 구조물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그 장면이 다르다. 인간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여측이심(如廁二心),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은 다르기 때문이다. 전과 후의 변화된 모습을 두장의 사진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 또한 중요하다. 시퀀스의 의미는 그런 변화된 과정의 모습들이 시간순으로 기록됨을 의미한다. 시시각각 상황은 변화하고, 그런 과정이 시퀀스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듀안 마이클의 사진은 시퀀스의 사진으로 유명하다. 그의 연속사진(sequence photo)란 시간의 흐름대로 연속적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전개한다. 장소, 시간, 액션의 연속성을 통해서 하나의 에피소드를 전개한다. 그의 시퀀스 사진은 그가 시퀀스를 통해서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초현실주의적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의 작업은 말하자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시퀀스라는 방식을 차용했던 것이다. 연속사진을 통해 그가 추구한 것은 불가사의한 마음의 세계였고, 우리 안에 내재된 우주의 세계였던 것이다. 그는 눈에 보이는 세계의 사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초월을 꿈꾼다.
정해진 간격으로 대상을 저속촬영한 다음 정상속도로 보여주는 영상 기법을 타임랩스(Time Lapse)라고 한다. 미속촬영이나 간헐촬영이라고 부르는 타임랩스 또한 일종의 시퀀스 사진이다. 해가 뜨는 일출에서 해가 지는 일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며, 건물이 만들어지고 허물어지는 과정을 한 공간에서의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모든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다는 것,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생주이멸(生紬夷滅), 즉 어떤 것이 생겨나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무르다가 언젠가는 변하여 없어지고 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