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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36장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by 노용헌

將欲歙之 必固張之 (장욕흡지 필고장지)

將欲弱之 必固强之 (장욕약지 필고강지)

將欲廢之 必固與之 (장욕폐지 필고흥지)

是謂微明 柔勝勝剛强 (시위미명 유약승강강)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 不可以示人 (어불가탈어연 국지이기 불가이시인)

유약승강강(柔弱勝剛强). 부드럽고 유연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다. 어찌 강한 것이 부드러운 것에 진다는 것인가. 달리 생각해보면 부부싸움에서도 강하게 화를 내는 사람이 제풀에 꺾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경우일까. 사물의 이치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일지 모른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物極則反)” “달도 차면 기운다(器滿則傾)”. 중국 역사상 여자로 황제가 된 유일한 사람은 흔히 측천무후(則天武后)의 이야기이다. 음(陰)이 극에 달하면 양(陽)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사계절이 변화하고, 하루는 낮과 밤으로 순환하고, 인생은 태어남과 죽음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부드러움과 강함은 물성(物性)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물성은 실체가 가진 속성(attribute)일 것이다(실체→속성). 사물(object)의 속성(屬性)은 사물의 성질을 말하고, 사람에게는 기질(氣質)이다. 이황과 기대승의 이기론적(理氣論的) 논쟁에서 말하는 사단칠정(四端七情)이다. 요즘은 사람의 성격을 MBTI의 16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부드러운 성격과 강한 성격. 하기야 부드럽다가다 욱하는 성질도 있지만.

제인 베넷(Jane Bannett)은 신유물론과 생태철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철학자이다. 그녀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그녀의 저서 중 <활력 있는 물질(Vibrant Matter)>(2010)은 인간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물질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새롭게 조명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단순히 수동적이거나 인간의 도구로만 여겨질 것이 아니라, 각자 고유한 힘과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사과도 단순히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생성되고 작용하는 모든 것들, 나무, 흙, 물, 햇빛, 곤충들까지 모두 얽혀 있다는 데서, ‘활동하는 사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은 그 자체로 물성(物性)을 가지고, 인간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기능(機能)을 수행한다. 그녀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 자연과 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물질의 ‘정치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다. 그녀의 철학적 개념은 ‘활동적 물질성(Acting Things)’이다. 전통적인 서양철학에서는 물질을 ‘비활성적(inert)’인 존재로 간주했지만, 물질(matter)은 단순한 객체(object)가 아니라, 세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주체적(agentic)이다. 물질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베넷이 던지는 질문이다.

“물질은 단순히 수동적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활력을 지니고 있다.”

“생태적 사고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제인 베넷-


모홀리 나기(Moholy-Nagy László)는 회화와 사진, 디자인, 조각, 영화등 다양한 예술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했던 예술가이다. 자신을 사진가로 한정 짓지 않았다. 1922년, 바우하우스(Bauhaus)에서 여러 실험적인 과정 중에 그의 포토그램(Photogram)과 포토몽타주(Photomontage) 작업은 유명하다. 포토그램은 카메라 렌즈를 사용하지 않고 암실에서 인화지 위에 물건(사물)을 올려놓고 직접 빛을 노광시키는 기법이다. 포토그램을 통해서 물체와 감광지(인화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추상적이고 실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모홀리 나기의 예술철학은 ‘새로운 시각(New Vision)’이다. 인간의 시각적 인식을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창출하고자 했다. 대상에 대한 탐구는 이후 즉물주의에서도 표현된다. 신즉물주의(新卽物主義)라는 용어는 1925년 만하임 시립 미술관장 하틀라우브가 주재한 미술전의 명칭인 <Neue Sachichkeit-Deutsche Malerei Seitdem Expressionismus, 신객관성-표현주의 이후의 독일 회화>에서 유래한다. 이들은 대상의 객관성(Objectivity)을 추구하였다. 대상에 대한 것(물성)은 다시 한번 즉흥성과 즉각성, 즉물성으로 이해될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 미술은 사람들의 실재적인 생활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미술 작품을 만들기 위한 개인적인 탐닉은 집어치워라!”

-모홀리 나기-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의 음악은 다리우스 미요의 영향을 받아 cross-rhythm 또는 polyrhythm과 polytonality(복조성)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다른 박자로 변화하는 실험적 성격의 다양한 박자를 사용했다. 특히 터키의 민속음악은 유럽의 일반적인 음악 리듬인 4/4박자에서 벗어나 9/8박자가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재즈에 인용했다. 혁신적인 실험으로 기억되는 1959년 발매된 앨범 <Time Out>에서 <Blue Rondo A La Turk>이다(https://youtu.be/j9GgmGLPbWU?si=kdxGlsd-IJdn5gwR). 재즈에서의 혁신적인 실험을 했던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음악에서 부드러움과 강함은 쿨재즈와 핫재즈로 나뉘지 않을까. 락 또한 하드락과 소프트락으로 나뉘듯이.

“재즈는 자유를 뜻합니다. 재즈는 자유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나가서 즉흥 연주를 해보고, 위험을 감수해보고, 그리고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마세요. 그런 건 클래식 음악가들에게 맡겨두세요.”

-데이브 브루벡-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 Take Five

https://youtu.be/tT9Eh8wNMkw?si=kU2HxL4b9ZlLc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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