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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재즈를 만나다

[37장 무위(無爲)의 삶]

by 노용헌

道常無爲 而無不爲 (도상무위 이무불위)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化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화)

化而欲作 吾將鎭之以無名之樸 (화이욕작 오장진지이무명지박)

無名之樸 夫亦將不欲 (무병지박 부역장무욕)

不欲以靜 天下將自正 (불욕이정 천하장자정)


<노자>는 도덕경 37장에서 "도는 늘 함이 없지만, 하지 못함이 없다"(도상무위 이무불위, 道常無爲 而無不爲)에 나오는 '무위'(無爲)라는 말로 시작한다. 중국 사상사에 정통했던 영국 과학사가 조지프 니덤(Joseph Needham)은 말한다. “'무위'의 의미는 자연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사물의 본성에 어긋나는 일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대상 사물이 갖지 못한 부적합한 기능을 강제하지 않는 것이다.” “'무위'는 사물의 내재 법칙을 따르고, 객관적 조건에 근거해서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니덤은 또한 이렇게 부연 설명한다. “우리가 자연환경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 식으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생태 평형이 파괴되어 심각한 홍수나 모래바람과 같은 자연의 징벌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을 벌써 숱하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무위의 삶은 조화로운 삶과는 어떻게 다를까? 다름을 인정하면서 ‘조화롭게 사는 삶’과 마찬가지로, ‘무위의 삶’은 결국 서로간의 욕심을 줄이는 삶이다. 욕심이 없으면 고요하게 된다(不欲以靜)고 말한다. 다툼은 조금 더 가지려는 욕심으로 기인한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은 상편 <도경(道經)> 37장과 하편 <덕경(德經)> 44장으로, 총 8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도의 이름은 없다(無名天地之始)로 시작하여, 도는 무위이다(道常無爲 而無不爲)로 끝맺음을 한다. 실존주의 사상가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유명한 저서,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는, 존재의 탐구를 서론으로 ‘무의 문제’, ‘대자 존재’, ‘대타 존재’, ‘가짐,함,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는 존재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자기 자신안에 있는 존재(L'Être-en-soi)와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존재(L'Être-pour-soi)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무(Néant)’의 개념에서 인간 존재와 의식의 본질적 특징으로 보면서, 인간은 스스로에게 ‘무화(Nihilation)’ 과정을 통해 자신의 현실을 초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한다고 보았다. 존재하는 것(L'Être)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누는 것은 이분법적인 인식이다. ‘무(Néant)’는 존재의 한계와 결여를 나타낸다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무화의 과정’인 것이다. 인간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고, 물론 책임이 뒤따르지만, 현재의 상태를 ‘무화’하고 초월하려는 ‘의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방에 없다’라고 말할 때, 의식은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부정해 자신을 여기에 ‘없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를 통해 의식은 ‘자신’을 세계로부터 ‘분리’하고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는데 이 ‘부정’의 작용을 무화(無化)작용이라고 한다. ‘무화작용’은 1010년대 영국 문학에서 시도된 소설의 기법,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 아닐까싶다.

“이미지는 순수하고 단순히 부정된(deny) 세계가 아니라, 항상 특정 관점에서 부정된 세계이며, 이는 정확히 '이미지화된 대로' 제시된 대상의 부재 또는 무(無, nonexistence)를 가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사르트르-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의 작업은 초현실적 ‘연속사진(sequence photo)’이다. 네컷 만화처럼, 잇따라 벌어지는 것들을 연상하게 사진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묶음의 사진으로 시리즈로 되어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처럼, 사진은 의식(시선)의 흐름대로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초기 연속사진은 5~6장으로 구성되는 짧막한 내용에서부터 후기에는 26장 짜리의 연속사진도 구성하고 있다. 그의 사진들은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는 무(無)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꿈, 기적, 죽음, 초능력등과 같은 내용을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치밀하게 구상되어 각본대로 연출된 사진들이다.


“Don’t try to be an artist. Find the thing within you that needs to be expressed. You might find it is art.”

“예술가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당신 안에서 표현되어야 할 것을 찾으세요. 그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몰라요.”

-듀안 마이클-

듀크 조던(Duke Jordan)은 찰리 파커에게 고용되어 1946~48년 간 피아니스트로 찰리 파커 밴드에서 활동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재즈의 인기는 시들해져 갔고, 배우자 쉴라 조단과 이혼했으며 영화 '위험한 관계'의 사운드트랙을 만들고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했다. 그런 암흑기를 지나 1973년 자신의 최고의 앨범이라 불리는 'Flight to Denmark'를 발표했고 이 앨범은 큰 성공을 거뒀다. 1978년에 그는 완전히 덴마크로 이주했고, 코펜하겐에서 세상을 떠났다. <Flight To Denmark>의 앨범 중 첫 곡 <No Problem>이다. 이 곡은 드러머 아트 블레이키(https://youtu.be/K2bx3P6TqWo?si=s_yOE3zN9yiXvNDS) 및 이전에도 쳇 베이커의 연주에도 알려져 있다(https://youtu.be/Vb_JYarIub4?si=c9AZqhyUsEk5syN9). 앨범 자켓의 눈덮힌 숲속에 서 있는 듀크 조단은 나에게 말한다. ‘나는 아무 문제없어!’라고 쿨하게 말하고 있다.


Duke Jordan - No Problem

https://youtu.be/pFBVAeowI0Y?si=YYmKhIKFZ1y8L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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