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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콜린스의 <헝거게임>

영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2023년

by 노용헌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 제이>

<헝거 게임: 모킹제이>(The Hunger Games: Mockingjay–Part 1)는 프랜시스 로런스가 감독, 대니 스트롱과 피터 크레이그가 각본을 맡은 2014년 미국의 판타지 액션 영화이다.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3부작》 중 마지막 권인 《모킹제이》를 원작으로 하는 두 편의 영화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자 《헝거 게임 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제니퍼 로렌스와 조시 허처슨, 리엄 헴스워스, 우디 해럴슨. 엘리자베스 뱅크스, 줄리앤 무어, 필립 시모어 호프먼, 제프리 라이트, 스탠리 투치, 도널드 서덜랜드가 출연한다. 《헝거 게임: 캣칭 파이어》의 속편이자 《헝거 게임: 더 파이널》로 이어지는 작품이다. 또한 2014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part1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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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은 폐허가 된 북미 대륙의 독재국가 ‘판엠’을 배경으로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장편 소설 시리즈다. 판엠의 모든 부가 집중된 수도 ‘캐피톨’은 공포 정치를 위해 매년 주변 12개 구역에서 두 명씩, 총 24명의 십대 소년 소녀들을 뽑아 거대한 경기장에 몰아넣고 마지막 단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를 죽이는 헝거 게임을 펼치고 이 모든 과정을 24시간 TV로 생중계한다.


파격적인 설정과 흥미로운 줄거리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 3부작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며 책의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아왔다.

‘모킹제이’ 이후 10년 만에 새롭게 출간되는 헝거 게임 시리즈 신작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악랄한 독재자 코리올라누스 스노우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스노우의 젊은 시절을 통해 헝거 게임 트릴로지(3개의 작품으로 구성된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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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터]

아카데미로 올라가는 큰 계단은 전교생이 걸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수확 축제에 끊임없이 찾아오는 공직자, 교수, 학생 들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다. 코리올라누스는 누군가의 눈에 띌 경우 대수롭지 않은 듯 품위 있게 보이려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사람들은 코리올라누스를 알고 있었다. 최소한 그의 부모와 조부모를 알았고, 그랬기에 스노우 집안사람에게 기대되는 기준이라는 게 있었다. 그는 올해에는 자신이 개인적으로도 알려지길 바라고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헝거 게임의 멘터가 된다는 건 여름에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 그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다. 멘터로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다면 성적이 아무 뛰어난 코리올라누스는 대학교 등록금을 댈 수 있을 정도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열두 구역이 추첨을 통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하나씩 보내게 되어 있으니 조공인은 스물네 명일 것이다. 이들은 경기장에 들어가 헝거 게임을 하며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한다. 구역들의 반란이 있었던 암흑기를 끝낸 뒤 반역 조약에 정해져 있는 사항이고 반군들이 받는 여러 가지 처벌 중 하나였다. 캐피톨 경기장은 전쟁 전에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사용되던 다 허물어져 가는 원형 극장으로 조공인들은 서로를 죽이기 위한 여러 무기와 함께 여기에 들어간다. 캐피톨에서는 사람들에게 시청을 권했지만 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서 올해 처음으로 조공인들에게 멘터를 붙여 주기로 한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똑똑한 졸업반 학생 스물네 명이 이 임무를 맡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 정리 중이었다. 각 조공인의 개인 인터뷰 준비를 돕고 그들이 카메라에 잘 나오도록 외모를 다듬어 주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헝거 게임을 계속할 거라면 좀 더 의미있는 경험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캐피톨의 젊은이와 구역의 조공인을 짝지어 준다는 점에 사람들은 흥미를 느꼈다. (P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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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엠의 보석,

강력한 도시,

여러 시대 동안 너는 새롭게 빛나노라.

가사를 헷갈려 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할머님이 매일 부르는 걸 여러 해 동안 들어 온 코리올라누스는 힘 있는 목소리로 세 구절을 전부 불렀다. 기특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심했지만 코리올라누스는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한다.

판엠의 문장이 사라지고 흰머리가 듬성듬성 난 레이빈스틸 대통령이 등장했다. 반군이 들고 일어났던 암흑기 전부터 자신이 구역들을 통제해 왔다는 걸 상기시키기 위해 전쟁 전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반역 조약의 일부를 읽었다. 헝거 게임은 전쟁 배상으로 캐피톨이 잃은 젊은이들의 생명을 구역 젊은이들의 생명으로 갚는다는 내용이었다. 반군의 배반에 따른 대가였다. (P33)


코리올라누스는 8번, 6번, 11번 구역의 추첨 방송을 열심히 보는 척했지만 머릿속으로는 루시 그레이 베어드를 맡게 된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느라 분주했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선물 같은 존재였다. 그러니 마땅한 대우를 해 줘야 한다. 그녀의 인상적인 등장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옷, 뱀, 노래에서 성공을 이끌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헝거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조공인들이 대중 앞에 설 시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인터뷰 한 번만으로 사람들이 그녀에게, 더 나아가 그에게 돈을 쓰게 할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조공인들은 건성으로 보았다. 거의 한심한 아이들이었고 강해 보이는 아이들만 기억해 두었다. 세자누스는 2번 구역의 덩치 큰 아이를 추첨받았고 리비아가 맡은 1번 구역 남자아이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보였다. 코리올라누스가 맡은 여자아이는 제법 건강해 보이긴 했지만 호리호리한 체구는 육박전보다 춤을 추는 데 더 적합해 보였다. 그래도 달리기는 빠를 것 같았다. 그건 중요하다. (P41)


평화유지군은 두 번째 차량으로 가서 사슬을 풀었다. 문이 미끄러져 열리며 12번 구역 남자 조공인 제섭이 나타났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밝은 기차역을 보았다. 코리올라누스는 가슴이 덜컥했고 기대감으로 몸을 곧게 세웠다. 그녀는 분명 그와 같이 왔을 것이다. 제섭은 뻣뻣한 동작으로 플랫폼으로 뛰어내리더니 차량을 뒤돌아보았다.

루시 그레이 베어드가 빛에 적응하느라 수갑 찬 손으로 눈을 반쯤 가리고 밝은 곳으로 걸어 나왔다. 제섭은 수갑을 찬 채 벌릴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양손을 벌려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앞으로 떨어졌고 제섭은 그녀의 허리를 받더니 놀랍도록 우아한 동작으로 빙글 돌려 땅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고맙다는 뜻으로 제섭의 소매를 툭 치고 고개를 뒤로 젖혀 역으로 흘러 들어오는 햇빛을 들이마셨다. 손가락으로 곱슬머리를 가다듬으며 엉킨 부분을 풀고 붙은 건초를 떼어 냈다.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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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텀 총장은 눈을 가늘게 뜨고 코리올라누스에게 회의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래요? 아니면 그저 성적을 잘 받으려고 나대는 걸까요? 너는 헝거 게임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하니, 코리올라누스?”

“반란을 일으킨 구역들을 처벌하기 위해서입니다.” 코리올라누스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처벌은 수없이 많은 형태를 취할 수 있지. 근데 왜 헝거 게임이냐?”

코리올라누스는 입을 열었다가 머뭇거렸다. 왜 헝거 게임일까? 그냥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식량 지급을 끊거나 구역의 법원 건물 앞에서 공개 처형을 해 버리지 않고?

그의 생각은 루시 그레이가 창살 앞에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끌어들이며 관중의 마음을 녹이던 모습으로 옮겨 갔다. 그들은 코리올라누스가 표현하기 힘든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들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 때문이죠.”

“어떤 의미를 갖는데?” 하이바텀 총장이 밀어붙였다.

“사람들은 어린이를 사랑해요.” 그러나 코리올라누스는 이 대답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과연 그게 사실일까 싶었다. 전쟁 중에 그는 폭격과 굶주림, 다양한 학대를 당했다. 반군들에게만 당한 것도 아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양배추를 빼앗던 사람, 실수로 대통령 관저에 너무 가까이 걸어간 그를 턱에 멍이 들 정도로 때렸던 평화유지군, 스완 독감에 걸려 쓰러져 거리에 누워 있는 그를 아무도, 그 누구도 멈춰 서서 도와주지 않던 때를 떠올렸다. 오한에 시달리고 불덩이처럼 열이 올랐다. 팔다리에서는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그날 밤, 티그리스는 자기도 아팠으면서 그를 찾아내 어찌어찌 집에 데려왔다.

코리올라누스는 흔들렸다. “가끔은 사랑하죠.”라고 덧붙였지만 확신이 없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굉장히 변덕스럽게 느껴졌다. “왜인지 모르겠어요.” 그가 인정했다.

하이바텀 총장은 골 박사를 쏘아보았다. “봤죠? 이건 실패한 실험입니다.” (P7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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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라누스는 천천히 손을 넣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좋아. 천천히 움직여. 뱀들은 방해하지 말고.” 골 박사가 지시했다. 제안서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잡고 천천히 꺼냈다. 뱀들이 미끄러져 내려가며 한쪽으로 우르르 쌓였지만 뱀들은 별로 겨의치 않는 것 같았다. “뱀들은 내가 있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아.” 그는 토할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클레멘시아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해 볼게.” 클레멘시아가 탱크 속으로 손을 넣었다.

“뱀들은 시력이 나쁘고 청력은 더 안 좋아.” 골 박사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있다는 건 알아. 뱀은 혀를 써서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여기 있는 머트들은 다른 뱀들보다도 더 잘 맡지.”

클레멘시아가 종이 한 장을 손톱으로 집어 올렸다. 뱀들이 동요했다.

“뱀들이 너에게 익숙하다면, 예를 들어 따뜻한 탱크처럼 너의 체취를 기분 좋은 쪽에 연관 짓고 있다면 널 무시할 거야. 낯설고 새로운 냄새가 난다면 위협하겠지.” 골 박사가 말했다. “네 혼자 힘으로 해야 될 거야. 꼬마야.”

코리올라누스가 막 상황을 파악했을 때, 그는 클레멘시아의 얼굴에 떠오른 공포를 보았다. 클레멘시아는 탱크 안에서 손을 확 뺐지만 이미 형광색 뱀 대여섯 마리가 그녀의 살에 송곳니를 박은 뒤였다. (P130-131)

코리올라누스는 허겁지겁 나오다가 도마뱀 탱크에 부딪쳐 안에 있는 동물들을 광분하게 만들었다.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서 동물 몸의 일부를 신체에 붙인 인간들이 유리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엽기적인 곳으로 가게 되었다. 목에 작은 깃털을 두르고 있는 사람들, 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엔 길 발톱이나 심지어 촉수를 달고 있는 사람들, 가슴에 뭔지 모를 것(아가미일까?)를 심은 사람들. 그들은 코리올라누스를 보자 놀랐고 몇 명은 애원하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무성인이었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검은 새들이 그들 위에 앉아 있었다. 재잘어치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유전학 수업에서 잠깐 배웠다. 실패한 실험이었다. 인간의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새였지만 반군들은 이 새가 무얼 할 수 있는지 파악했고 가짜 정보를 주입해 되돌려 보냈다. 이제 쓸모없어진 이 새들은 무성인들의 가련한 외침으로 가득한 반향실을 만들고 있었다. (P13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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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터들은 밴 몇 대에 나눠 타고 군중이 시내를 가득 메우는 걸 막기 위해 강 건너에 지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한때 최신식이었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는 그곳에서 짜릿한 스포츠 경기, 공연, 군사 행사가 많이 열렸다. 전쟁 중에는 유명한 적들을 처형한 곳이기도 해서 반군 폭격기의 공격 대상이었다. 기존 구조물이 아직 남아 있긴 했지만 낡고 불안정해진 경기장은 이제 헝거 게임 용도로밖에 쓰이지 못했다. 세심하게 관리되던 무성한 잔디는 버려져 죽어 있었다. 폭격을 당해 군데군데 패어 있었고 낡은 흙바닥 위에 녹색이라곤 잡초뿐이었다. 폭발의 잔해인 금속과 돌덩어리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으며 경기장을 둘러싼 4미터가 넘는 벽은 갈라진 데다 군데군데 파편 자국이 남아 있었다. 매년 조공인들은 칼, 검, 철퇴 등 혈투를 벌일 무기만 지급받은 채 이 안에 갇히고 시청자들은 집에서 그걸 지켜본다. 헝거 게임이 끝나면 살아남은 사람은 자기 구역으로 돌려 보내지고 시체를 치우고 무기를 수거하고 나면 다음 해까지 경기장 문을 걸어 잠근다. 유지 보수나 청소는 없다. 바람과 비가 핏자국을 씻어 낼지는 모르지만 캐피톨 사람들이 손을 대지는 않는다. (P152-153)


“나도 그러길 바라.” 그녀가 말했다.

이 몇 마디를 나누며 그는 두 사람 사이의 역학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는 그녀의 멘터로서 선물을 주는 너그러운 사람이었고 그녀는 늘 그에게 고마워했다. 이제 그녀는 그에게 비교할 수조차 없는 선물을 주어 상황을 뒤집었다. 표면상으로는 모든 게 예전 같아 보였다. 쇠사슬에 묶인 소녀, 음식을 주는 소년, 이 상황을 유지하는 평화유지군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과는 영원히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빚을 진 상태일 것이다. 그녀는 이것저것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가 인정했다.

루시 그레이는 홀을 둘러보며 상처 입은 경쟁자들을 살폈다. 그러고는 그의 눈을 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조급함이 묻어났다. “내가 정말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봐.”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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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티그리스는 루시 그레이의 드레스로 또다시 놀라운 일을 해냈다. 때와 재를 제거하고 깨끗하게 빳빳하게 풀을 먹이자 무지갯빛 주름이 환히 드러났다. 파브리시아가 버린 블러시가 아주 조금 남은 병도 하나 보내 주었다. 루시 그레이는 깨끗이 씻고 블러시로 뺨과 입술을 붉게 칠하고 추첨일 때처럼 머리를 틀어 올렸다. 플루리부스의 말마따나 그녀는 아직도 즐기는 법을 아는 사람처럼 보였다.

“네가 우승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코리올라누스가 그녀의 머리에 꽂은 핫핑크 장미 봉오리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코리올라누스 역시 소매에 같은 색 장미를 꽂았다. 루시 그레이가 누구의 사람인지 일깨워 주어야 할 사람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음, 사람들이 하는 말을 너도 알 거 아냐. ‘모킹제이가 노래할 때까지는 쇼가 끝난 게 아니다.’” 그녀가 말했다.

“모킹제이?” 그는 웃었다. “정말이지 난 네가 이런 얘기들을 다 지어내는 것 같아.”

“아니야, 모킹제이는 진짜로 있는 새야.” 그녀가 장담했다.

“모킹제이가 네 공연에서도 노래할 거야?” 그가 물었다.

“내 공연에서는 안 할 거야, 자기야. 네 공연에서 하겠지. 어차피 캐피톨 공연이지만.” 루시 그레이가 말했다. “이제 우리 차례인 것 같아.”

깨끗한 드레스를 입은 루시 그레이와 단정하게 다림질한 교복을 입은 코리올라누스가 무대에 등장하자 그 모습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박수갈채가 터졌다. 그는 아무도 관심 없을 질문들을 던지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 대신 자기소개를 한 다음 물러서서 루시 그레이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했다.

“안녕하세요.” 루시 그레이가 말했다. “나는 루시 그레이 베어드예요. 코비 베어드 사람이죠. 나는 12번 구역에서 이 노래를 쓰기 시작했는데 끝부분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몰랐어요. 오래된 노래에 내가 쓴 가사를 붙였어요. 내가 온 곳에서 이걸 발라드라고 불러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죠. 이게 내 노래인 것 같네요. ‘루시 그레이 베어드의 발라드.’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P19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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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8번 구역에서 온 작은 아이에 대해서는 임무를 완수했어. 넌 걔가 피곤죽이 될 때까지 때렸어. 그 어릿광대 플리커맨이 아침에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야기를 지어내야 돼. 하지만 너에겐 정말 훌륭한 기회였어. 너를 바꾸어 놓을 경험이었지.”

“그랬나요?” 그는 각목으로 보빈을 쿵쿵 내려질 때의 소름 끼치는 감각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그는 뭘 했지? 그 아이를 살해했다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다. 명백한 정당방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지나? 코리올라누스가 보빈을 죽였다는 건 분명했다. 그걸 지워 버릴 방법은 없다. 그전의 결백한 상태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인간의 목숨을 빼앗았다.

“그렇지 않았니? 내가 바란 것 이상이었어. 물론 세자누스를 경기장 밖으로 빼내기 위해선 네가 필요했지만 난 네가 그걸 맛보길 원하기도 했어.”

“그러다 내가 죽는다고 해도요?” 코리올라누스가 물었다.

“죽음이라는 위협이 없었다면 별 교훈이 되지 못했을 거야. 경기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그건 벌거벗은 인간성이야. 조공인들 그리고 너도. 문명이 얼마나 빨리 사라졌니. 너의 좋은 매너, 교육, 가족 배경,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모든 것이 눈 깜빡할 사이에 벗겨지고 넌 너의 본모습을 전부 드러냈어. 곤봉을 가지고 다른 아이를 때려죽이는 아이, 그게 자연 상태의 인간이야.” (P273)


코리올라누스는 통제가 없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다. 최근에 목격했다. 동물원에서 아라크네가 죽었을 때, 경기장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그리고 오늘 밤. “혼돈이 일어나죠. 다른 할 말이 뭐가 있나요?”

“오, 내 생각엔 그 밖에도 많은데,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혼돈. 통제가 없고 법이 없고 정부가 아예 없는 상황. 경기장 안에 있는 것처럼 말야. 거기서 뭘 끌어낼 수 있을까? 우리가 평화롭게 살려면 어떤 종류의 합의가 필요할까? 생존을 위해 어떤 사회적 계약이 필요할까?” 그녀는 코리올라누스의 팔에 꽂혀 있던 링거를 뺐다. “며칠 뒤에 다시 와서 꿰맨 상처를 점검받아야 할 거야. 나라면 그때까지는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겠어. 집에 가서 몇 시간 정도 눈을 붙이는 게 좋겠다. 놀랍게도 너의 조공인에겐 아직 네가 필요하니까.”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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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냉장고는 두 명이 날라야 돼.” 두 사람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갔고 코리올라누스는 탱크 앞에 혼자 남았다. “사실 네 여자아이가 내게 아이디어를 줬어.” 그의 여자아이, 루시 그레이. 시장의 딸 등에 뱀을 넣으며 헝거 게임에 들어왔던 사람. “걔가 우승하면 의견을 나눠 봐야겠어.” 무엇에 대한 의견일까? 뱀을 무기로 사용하는 법? 그는 물결치듯 오르내리는 파충류들을 보며 그 뱀들을 경기장에 풀어놓는 걸 상상했다. 뱀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숨을까? 사냥할까? 공격할까? 그는 뱀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몰랐지만 알았다 해도 이 뱀들은 골 박사가 유전적으로 설계한 뱀들이니 일반적인 뱀들처럼 행동할 것 같지는 않았다.

멘터와 조공인의 마지막 만남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그의 약속에 손을 꼭 쥐던 루시 그레이의 모습이 떠올라 그는 날카로운 고통을 느꼈다. 하지만 그가 삼지창과 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줄 수 없듯, 이 탱크속의 생물들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줄 수도 없었다. 최소한 그녀는 뱀을 피해 숨을 수는 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뱀들이 곧장 터널로 들어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둠이 뱀들의 후각을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뱀들은 클렌멘시아의 체취를 알아보지 못했듯 루시 그레이의 체취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루시 그레이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질 테고 입술은 보라색이 되었다가 핏기가 가실 테고 주름진 드레스에는 형광 분홍색, 파란색, 노란색 고름이 배어 나올 것이다. 그거였다! 뱀들을 처음 보았을 때 코리올라누스가 떠올렸던 것. 그녀의 드레스 색깔과 비슷했다. 마치 뱀이 원래 그녀의 운명이었던 것처럼.....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는 몰라도 코리올라누스는 럭키가 마술을 할 때 쓰는 소품처럼 깔끔하게 뭉쳐진 손수건을 쥐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보안 카메라에 등을 돌리고 뱀 탱크로 다가가 몸을 굽히고는 뱀이 신기해서 그러는 것처럼 두 손을 뚜껑에 얹었다. 그는 그 자세로 서서 손수건이 뚜껑의 문을 통해 떨어져 무지갯빛 몸뚱이들 사이로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다. (P31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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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C로 시작하는 단어 세 개를 썼다. 혼돈, 통제 그리고 세 번째는 뭐였더라? 맞아, 계약. 인류를 아무도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그가 다루려던 주제였다. 그는 혼돈이 생긴다고 답했고 골 박사는 거기서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혼돈. 극도의 무질서와 혼란. “경기장 안에 있는 것과 비슷하지”라고 골 박사는 말했다. “정말 훌륭한 기회”라고 했다. “너를 바꾸어 놓을 경험”이라고도 했따. 코리올라누스는 규칙도 법도 행동에 대해 책임질 필요도 없는 경기장 안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떠올려 보았다. 그의 도덕적 나침반의 바늘은 갈 곳을 잃고 마구 흔들렸다. 먹이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로 인해 그가 얼마나 빨리 포식자로 변해 거리낌 없이 보빈을 때려죽였던가. 그가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존재가 된 건 아니었다. 스노우 가문인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자제력이 강했다. 그는 세상 전체가 이런 규칙을 따른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려 했다. 아무 책임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기가 원하는 걸 원할 때 손에 넣고 그러기 위해 필요하다면 살인도 한다면? 생존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 전쟁 중에는 너무 무서워서 아파트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날들도 있었다. 무법 상태가 캐피톨까지 경기장으로 만들었던 날들이었다.

그렇다. 핵심은 법의 부재였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어떤 법을 따를지 합의해야 했다. 골 박사가 말한 ‘사회적 계약’이 이걸 의미한 걸까? 서로 훔치고 괴롭히고 죽이지 않겠다고 합의하는 것? 분명 그럴 것이다. 그리고 법은 강제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통제가 개입된다. 계약을 강제할 통제가 없다면 혼돈이 지배한다. 통제하는 권력은 사람들보다 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도전한다. 그걸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주체는 캐피톨이다. (P328-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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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긴 물건이 트리치의 눈길을 끌었다. 드론이 경기장 가운데까지 와서 멈추자 어쩌면 자기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 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무더기를 뒤지던 테슬리와 시르크는 멈추었고 리퍼까지도 뭐가 왔나 보려고 일어섰다. 드론은 약 10미터 높이에서 탱크를 떨어뜨렸다. 탱크는 깨지지 않고 떨어진 충격으로 한 번 튀어 올랐다. 그러고는 꽃잎이 벌어지듯 네 면이 활짝 열렸다.

뱀이 사방으로 튀어나오는 모습은 마치 구름 사이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을 흙 위에다 여러 가지 색깔로 재현한 것 같았다.

앞줄에 앉아 있던 클레멘시아가 벌떡 일어나 간담이 서늘해지는 비명을 질러 페스투스는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크린에서 새롭게 진행되는 상황을 그제야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의 비명은 극단적으로 들렸다. 클레멘시아가 공황 상태에 빠져서 전부 이야기할까 봐 걱정된 코리올라누스는 얼른 일어나서 클레멘시아를 안았다. 위로하려는 행동인지 잡아 놓으려는 행동인지 알 수 없었다. 클레멘시아의 몸이 뻣뻣해졌지만 그녀는 곧 조용해졌다.

“뱀은 여기 없어. 경기장 안에 있어.” 코리올라누스가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 “너는 안전해.” 연이어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그는 계속 그녀를 안고 있었다. (P335-336)


그녀의 상황이 그의 상황보다 너무나 나빠서 그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말했다 해도 그의 능력을 정말 맹신하는 게 아니라면 그가 헝거 게임의 뱀들을 조작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하긴 힘들었으리라. 그녀는 뱀들을 억제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노래일 것이다. 고향에서도 뱀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었을까? 동물원에서 그녀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그 뱀은 내 특별한 친구였거든”이라고 말했다. 12번 구역에서 뱀 몇 마리와 가까워졌을 수도 있다. 노래를 멈추면 뱀들이 당장 자기를 죽일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최후의 노래일 수도 있다. 그녀는 피날레 없이 헝거 게임에서 퇴장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찾을 수 있는 가장 밝은 스포트라이트 안에서 전사하고 싶을 것이다.

루시 그레이는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맑기 그지없었다.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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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났다. 도끼가 내리 떨어지자 그녀는 트리치의 품 안으로 몸을 던져 그에게 매달리며 몸을 피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오랫동안 껴안고 있는 듯했다. 그러다 트리치는 공포에 질려 눈을 크게 떴다. 그는 그녀를 밀치고 도끼를 떨어뜨리더니 목덜미에서 무언가를 뜯어내며 손을 치켜들었다. 밝은 분홍색 뱀이 그의 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 트리치는 털썩 쓰러져 무릎을 꿇고는 뱀을 땅에다 계속 후려쳤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뱀을 꼭 쥔 채로 숨을 거두었다.

루시 그레이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리퍼를 찾으려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리퍼는 여전히 관중석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안전해진 그녀는 한 손을 심장 위에 얹고 시청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헤븐스비 홀의 관중이 박수를 보내는 동안 코리올라누스는 숨을 헐떡이며 이 상황을 직시했다. 그가 해냈다. 그녀가 해냈다. 주머니에 독이 가득 든 그녀는 최종 두 명까지 왔다. 추첨일 때 녹색 뱀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분홍색 뱀을 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게 분명했다. 뱀이 더 있을까? 아니면 트리치가 마지막 뱀을 때려죽인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파충류 무기가 더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도 루시 그레이는 치명적으로 보였다.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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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유지군]

그녀는 그의 뺨을 감쌌다. “오, 아냐. 난 네가 날 보살펴 준다고 느꼈어. 물, 음식. 그리고 정말이지 너에겐 끔찍한 일이었다는 걸 알지만 보빈을 탈락시켜 준 건 큰 도움이 됐어. 내겐 정말 도움이 됐어.” 루시 그레이는 자신이 세 명을 죽였다는 걸 인정했다. 목표로 삼았던 건 아니지만 처음으로 죽였던 건 워비였다. 그저 몇 모금 남은 물병에 독을 넣고 실수로 떨어뜨린 것처럼 터널 속에 놔두었을 뿐이었다. 그걸 발견한 게 워비였다. “나는 코럴을 노렸어.” 그녀가 물웅덩이에 독을 넣어 죽게 한 리퍼는, 제섭이 동물원에서 그의 눈에 침을 뱉어 광견병이 옮은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했다. “그러니까 그건 사실 안락사였던 거야. 제섭이 겪었던 일을 리퍼가 겪지 않게 해 준 거지. 그리고 독사로 트리치를 죽인 건 정당방위였어. 뱀들이 날 왜 그렇게 좋아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어. 내 노래 때문이었다는 확신을 들지 않아. 뱀들은 청력이 좋지 않단 말이야.” (P432-433)


과학자 한 명이 애정을 담아 “우리 케이 박사님”이라고 그녀를 소개했다. 그녀는 밝은 태도로 친근하게 인사를 건넨 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재잘어치와 모킹제이를 50마리씩 잡는 것이라며 계획을 설명했다. 그들은 음식과 물을 넣어 둔 덫을 숲에 두고 새를 끌어들일 수 있게 도와야 했다. 새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이틀 동안 덫을 열어 두고 수요일에 와서 다시 미끼를 놓은 다음 새를 사로잡을 수 있게 덫을 작동한다는 계획이었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안달 난 신병들은 네 명씩 다섯 팀으로 나뉘어 과학자 한 명씩을 따라 숲속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코리올라누스는 케이 박사를 소개했던 남자가 이끄는 무리에 들어가서 최대한 빨리 나뭇잎 속으로 숨었다. 그들은 덫뿐만 아니라 여러 미끼가 든 배낭도 메고 갔다. 100미터 정도 걸어가니 그들이 작업을 시작할 곳임을 알리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나무 둥치가 나왔다. 과학자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둘씩 팀을 이뤄 동심원 모양으로 퍼진 뒤 덫 안에 미끼를 넣고 나무 위 높은 곳에 그 덫을 설치했다. (P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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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없었다. 버그가 새 미끼를 넣은 철망 덫을 들고 첫 번째 나무에 올라가 재잘어치가 잡힌 덫과 교체하는 걸 지켜보고 있는 코리올라누스의 뒤에서 케이 박사가 다가왔다. “구역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니, 스노우 이병?”

코리올라누스는 새처럼 덫에 갇혔다. 동물원의 조공인들처럼. 숲속으로 달아날 수는 없었다. 그는 원숭이 우리에서 그를 구해 주었던 루시 그레이의 조언을 떠올렸다. “네 걸로 만들어.”

그는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사실에 당황했지만 개의치 않고 재미있어 한다는 걸 보여 줄 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13년 동안 학교에서 판엠에 대해 배운 것보다 하루 동안 평화유지군으로 지내면서 배운 게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케이 박사가 웃었다. “맞아, 여기서는 배울 게 엄청나게 많지. 난 전쟁 중에 12번 구역에 배정받았어. 너희 부대에서 살았지. 이 숲에서 일했어.”

“그러면 재잘어치 프로젝트에 참가하셨습니까?” 코리올라누스가 물었다. 만약 그랬다면 케이 박사와 그는 둘 다 공개적으로 실패한 전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셈이다.

“내가 주도했어.” 케이 박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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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올라누스는 ‘내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 으스스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즐겁다는 듯 웃었다. “저건 저네요!”

“저건 저네요!” 재잘어치가 코리올라누스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한 다음 근처에 있는 새소리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케이 박사가 말했다. “중립 상태에서는 다른 소리나 목소리를 따라 하게 돼. 보통은 짧은 한마디 정도나 새 노랫소리의 일부 정도지. 뭐든 자기가 끌리는 대로 해. 감시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녹음모드로 전환해야 해. 잘 되길 바라 보자.” 그녀가 리모컨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코리올라누스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오래돼서 안 되나 봐요.”

하지만 케이 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꼭 그런 건 아니야. 명령 소리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새들은 쉽게 들을 수 있어. 얘가 조용해진 것 보이니?”

재잘어치는 조용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덫 안에서 뛰어다니고 이것저것 쪼아 댔다.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빼면 평소와 똑같았다.

“되나요?” 코리올라누스가 물었다.

“되나 봐야지.” 케이 박사가 다른 버튼을 누르자 새는 평소처럼 지저귀기 시작했다. “다시 중립 상태가 된 거야. 이제 얘가 뭘 녹음했는지 보자.” 그녀는 또 다른 버튼을 눌렀다. (P463-464)

세자누스는 요지부동이었다. “난 결심했어. 난 여기엔 못 있어. 우리 둘 다 알잖아. 뭐잖아 난 무너지고 말 거야. 난 선의로 평화유지군 역할을 할 수 없고 내 미친 계획으로 널 계속 위험하게 만들 수도 없어.”

“하지만 거기서 어떻게 살아가려고?” 코리올라누스는 새 물병이 든 상자를 찾아냈다. 세자누스는 반군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있는 게 분명했다. “총알이 떨어지면?”

“어떻게든 되겠지. 물고기, 그물로 잡은 새, 반군은 북쪽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어.” 세자누스가 말했다.

코리올라누스는 빌리 토프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북쪽의 기지에 가자고 루시 그레이를 꾀었던 걸 떠올렸다. 이 이야기를 세자누스가 반군들에게 들은 걸까, 반군들이 세자누스에게서 들은 걸까?

“하지만 없다 해도 거기에 캐피톨은 없어.” 세자누스가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내게 중요한 건 그거 아니겠어? 이 구역이냐 저 구역이냐, 학생이냐 평화유지군이냐가 아니라 그들이 내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곳에서 사는 것. 도망가는 게 겁쟁이처럼 보인다는 건 알지만 난 여기를 떠나고 나면 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될 거고 구역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거야.”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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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나쁘지 않아.” 그녀가 말했다. “세상이 그들에게 하는 일 때문에 나쁜 거야. 경기장에 있던 우리처럼, 우리를 그냥 내버려 뒀다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일을 우린 경기장에서 했잖아.”

“모르겠어. 난 메이페어를 죽였는데 그때는 경기장이 보이지도 않았는걸.” 코리올라누스가 말했다.

“날 구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뿐이지.”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나는 사람들이 선한 천성을 타고났다고 생각해. 선을 넘어서 악한 쪽으로 가게 될 때는 스스로도 느껴. 그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일생일대의 과제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어.” 그는 여름 내내 힘든 결정을 내려 왔다.

“알아, 당연히 알지. 나는 우승자인걸.” 그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새로운 인생에서는 아무도 죽이지 않게 되면 좋겠다.”

“내가 너랑 함께할 거야. 평생 세 명이면 충분한 것 같아. 여름 한 철로는 차고 넘치지만.”

근처에서 음산한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무기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지팡이 만들어야겠다. 너도 하나 만들어 줄까?”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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