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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메즈리치의 <소셜 네트워크>

영화 <소셜 네트워크> 2010년

by 노용헌


에듀아르도는 그때 곱슬머리 아이가 시선에 들어왔고, 그 아이는 결코 피닉스 회원이 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일말의 동정심을 느꼈다. 그런 아이들은 결코 파이널 클럽 회원이 될 수가 없다. 그런 애가 어떻게 파이널 클럽 예비선별 파티에 올 수 있었는지 조차 의문이었다. 컴퓨터 랩실, 체스클럽, 사교성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한 애들에게 맞는 취미생활과 언더그라운드 클럽 등, 그런 아이들에게 어울릴만한 장소는 사실 하버드에 꽤 많았다. 에듀아르도는 그가 피닉스 같은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하는 소셜 네트워크의 ‘소’자도 모른다고 한 눈에 판단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에듀아르도는 자신의 굼을 쫓는데 바빠서 그 구석에 뻘쭘하게 서 있는 아이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에듀아르도는 그 곱슬머리 아이가 소셜 네트워크의 개념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는 것을, 예비선별 파티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던 그 아이가 어느 파이널 클럽보다 더 크게 에듀아르도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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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아르도 맞은편에 서 있던 네 번째 남학생도 엑스터에서 펜싱을 했었지만 그의 왼쪽에 서 있는 키 큰 아이만한 체구는 아니었다. 팔다리 균형은 맞았지만, 에듀아르도처럼 빈약하고 운동체질은 아닌 듯 보였다. 긴 바지 대신 카고 반바지에 양말도 없이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두드러져 보이는 코에, 금발의 곱슬머리 그리고 연한 파란색 눈, 그 눈에는 약간 장난기가 있어 보이기는 했으나 그 눈을 빼고는 전혀 편안해 보이지 않는 외모였다. 눈을 빼면 기다란 얼굴에 전혀 표정이 없었고, 그의 자세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색했다. 심지어 그의 사교클럽 형제들과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곳에서 조차 말이다.

그는 2학년생 마크 주커버그였다. 에듀아르도가 피닉스의 예비심사 파티에서 마주쳤던 것뿐 아니라 알파 입실론 파이 행사에서 여러 차례 마주쳤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마크는 나름대로 유명했다. 엘리어트 하우스에 살고 있는 컴퓨터 공학과 학생으로, 부모님은 치과의사와 심리학자이고 뉴욕 돕스 페리의 중상류층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 유명한 해커였다고 한다. 뚫고 들어가지 못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없어서 FBI의 리스크에도 올랐다는 설이 있기도 하다. 그것이 사실이건 아니건 컴퓨터 천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엑스터에서도 보드게임인 리스크를 컴퓨터 버전으로 만들면서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은 후에, 친구와 함께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학습하여 선호하는 음악만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제시하는 시냅스라는 MP3 플레이어의 플러그인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명성을 쌓았다. 마크는 시냅스를 인터넷에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올려 놓았고, 바로 마크의 프로그램을 사려는 회사들이 줄을 섰다. 소문에 의하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에서 마크에게 백만 불인가 이백만 불인가를 제시했다고 하던데 놀랍게도 마크는 거절했다고 한다.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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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커넥션(Harvard Connection)이라는 프로젝트였다. 캠퍼스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을 웹사이트였다. 제대로 돌아가게 프로그램 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말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하버드의 사교생활을 온라인화 하는 것. 타일러나 캐머린처럼 조정연습, 식사, 수면으로 하루 24시간이 다 채워지는 남학생들이 옆 테이블에 앉아서 눈길을 주는 여학생들과 같은 그런 여학생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이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면서 시간 낭비를 하게 되고 비효율적인 과정이 필요하지만, 이 웹사이트는 그렇지 않다.

타일러와 캐머런은 하버드의 엘리트 학생으로서 하버드의 사교생활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통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자기들과 같은 남학생들은 캠퍼스의 인기 남학생이 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정작 여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사교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면 그런 문제가 해결되고 여자와 남자가 만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이 될 것이다.

하버드 커넥션을 통해서 침체된 사교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지금은 조정경기면 조정경기만, 야구나 미식축구를 하면 그것만 해야 했다. 만나는 여학생이라고는 강가에 있는 아이들이나 야구장, 혹은 축구 연습장에 찾아오는 애들뿐이었다. 쿼드에 살면 쿼드에 사는 여학생들이 전부였다. 물론 원자폭탄의 위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터뜨릴 수도 있다. 즉 “저 하버드 다닙니다.”라고 하버드 남학생 카드를 써서 근처의 관심 있는 여학생들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버드 커넥션과 같은 사이트면 그 반경을 훨씬 넓힐 수 있다.

간단하고 완벽하게 니즈를 충족시키는 웹사이트, 이 사이트는 데이트와 커넥션, 두 개의 분야로 구성이 될 것이다. (P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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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부 뒤에는 위대한 범죄가 있다’라는 명언을 남긴 발자크가 역사적인 2003년 10월 마지막 주 저녁에 살아 있었다면, 그래서 마크 주커버그가 커크랜드 기숙사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의 명언을 수정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역사적인 순간, 현대사의 가장 거대한 부를 창출하게 될 그 순간에는 대학생들의 장난기 섞인 가벼운 범죄도 없었기 때문이다.

마크가 폐쇄 공포증을 일으킬 만큼 작고 검소한 기숙사 방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컴퓨터 앞에 앉은 모습을 발자크가 보았다면, 이 아이가 화가 났고, 이어 벡스 맥주를 몇 병 마신 상태라는 것을 확실히 알아차렸을 것이다. 마크는 평소와 같이 아디다스 슬리퍼와 후드가 달린 면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마크가 슬리퍼 외의 신발은 싫어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슬리퍼만 신어도 되는 그런 위치에 오를 것이라고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P55-56)


마크에게는 정말 그렇게 간단했다. 몇 분만 있으면 커크랜드 페이스북의 모든 사진들이 대학교 서버에서 그의 노트북 컴퓨터로 다운로드 된다. 물론, 어떻게 보면 절도이다. 마크가 그 사진들의 소유권을 가진 것도 아니고, 대학에서 개인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으라고 서버에 올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정보가 취득 가능하다면, 정보를 취득할 권한이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마크가 가져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 아닌가?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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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새벽 4시 즈음, 이제 웬만한 사진은 다 다운로드 되었다. 기숙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수천 장을 다운로드 받았으니까. 제임스 본드 본거지가 되어버린 그의 커크랜드 하우스에서 원격으로 접근할 수 없는 기숙사의 시스템이 몇 개 있었다. 그곳은 하우스 내부의 IP주소가 있어야 접근이 가능했다. 물론 마크는 어떻게 하면 그 IP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다만 조금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 며칠 내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다 받고 알고리즘만 작성하면 된다. 복잡한 수학 프로그램으로 웹사이트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길어도 이틀 정도면 끝날 것이다.

마크는 이 사이트를 Facemash.com으로 이름 붙이려고 한다. 멋진 작품이 될 것이다. (P64)


은행에서 돈을 훔치는 것도 아니고, 국방부의 웹사이크를 해킹하는 것도 아니다. 전력회사의 전력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도 아니고, 옛날 여자 친구의 이메일을 추적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같이 고도의 훈련이 된 해커가 하는 일 치고는 그리 심각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기숙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진 몇 장 빼내는 것, 그게 다다. 엄밀히 말하자면 몇 장 보다는 조금 많은, 사실은 전체를 빼내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암호가 있어야 접근할 수 있는 개인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다. 이 건물의 IP 주소와 사용자 ID, 암호가 일치해야 하는, 그렇게 따지자면 완전 무죄라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대의를 위한 일이다.

몇 분만 지나면 된다. 대의를 위해서,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의 자유, 그것이 그가 진정으로 믿는 도덕적 기준이다. 해커 현장의 연장으로 볼 수도 있다. 벽이 있으면 무너뜨리는 방법을 찾든, 담을 타든, 벽을 넘어라. 담장이 있으면, 담장을 부수고 들어가라, 그 벽을 만든 자들, ‘기득권층’, 그들이 나쁜 놈들인 것이다. 그 아이는 선의의 싸움을 하는 좋은 사람이다.

정보는 ‘공유하라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보라고 있는 것’이다. (P6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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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문득 생각이 들었다. 노트북이 Facemash.com의 서버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과부화가 걸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맙소사!”

그가 모임에 나가기 전에 몇몇 친구들에게만 Facemash.com의 링크를 보냈었다. 근데 그 메일이 다른 친구들한테 재전송되고, 재전송에 재전송이 된 것이다. 프로그램 접속 기록을 보니, 여러 학생 클럽의 메일 리스트를 포함, 수십여 개의 그룹 메일리스트에 그 링크가 보내졌다. 누군가는 수백 명이 넘는 정치학 클럽 전체 메일로 링크를 보냈다. 또 누군가는 라틴 여성의 문제를 다루는 푸에르자 리티나 클럽에 보내고, 또 그 클럽 누군가가 하버드 흑인여성협회로 재전송했다. 크림슨지에도 보내졌고, 기숙사별 게시판에 링크가 걸리기도 했다.

페이스매쉬 천지였다. 두 명의 학부 여학생 얼굴 중 누가 더 예쁜지 투표를 하면, 복잡한 알고리즘을 걸쳐서 결국 전체 캠퍼스에서 가장 멋진 여학생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이 웹사이트가 신종바이러스처럼 캠퍼스 전체에 펴진 것이다. 2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2만2천 번의 투표가 기록되었다.

‘제기랄.’ 사태가 심상치 않았다. 링크를 배포할 생각은 아니었다. 친구들의 의견을 물어서 웹사이트를 수정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사진을 허락 없이 다운로드 받은 것에도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실제 웹사이트를 상용 오픈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었다. 인터넷은 연필이 아니라 볼펜이었다. 일단 올리면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페이스매쉬는 이미 사용되고 있다.

마크는 바로 책상으로 달려가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려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로그인을 했다. 몇 분 안에 그 빌어먹을 사이트를 닫았다. 마침내 그의 노트북 화면이 꺼지는 것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 손가락을 떨면서, 골치 아픈 문제에 휩싸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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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뭔가 해낸 것 같아.”

마크는 바로 이야기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난 한 달 동안, 페이스매쉬 사건 직후, 페이스매쉬 웹사이트 자체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페이스매쉬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 자체에서 착안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마크는 단순히 예쁜 여자아이들의 사진을 올려놓는 것이 관심사가 아니었다. 예쁜 여자아이들 사진을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매쉬에 관심이 많이 쏠렸던 이유는 같은 하버드에, 어쩌면 자기가 개인적으로 알거나 지나가면서 봤을 수도 있는 여자아이들의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이트에 가서 투표를 했다는 것은, 학교친구들이 비공식적인 온라인 환경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온라인으로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웹사이트를 만들면 어떨가? 친구들의 사진도 있고, 프로필도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릭만으로 친구들을 살펴볼 수 있는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이지만 권한이 있어야 아는 사람들의 사이트를 방문할 수 있는, 실생활과 다를 것은 없다.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사교생활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다.

페이스매쉬와는 달리 사람들이 직접 사진을 올려놓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싶었다. 사진뿐만 아니라 자기의 프로필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어디서 자랐고, 몇 살이며, 관심사는 무엇인지, 지금 듣고 있는 과목은 무엇인지 적어 놓는 프로필, 그리고 프로필에 이 사이트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연애인지 우정인지 등등도 포함시킬 수 있다. 게다가 친구들을 자기 사이트로 초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자 했다. (P98-99)


에듀아르도는 사업의 세계에서 자랐다. 이 아이디어로 성공해서 그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얼마나 사업에 대해 많이 배웠는지 보여드릴 수도 있다. 하버드 투자클럽의 회장직도 좋지만, 인기 있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또 차원이 다르다.

“얼마나 필요할 것 같아?”하고 에듀아르도가 물었다.

“처음에는 천 불 정도. 나는 지금 천 불도 없거든. 만약 형이 천 불을 대주면 당장 시작할 수 있어.”

에듀아르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크가 부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에듀아르도는 20분 내로 천 불을 준비할 수 있다. 가까운 은행에 한 번 다녀오면 되는 거니까.

“회사를 70대 30으로 나누자.”하고 마크가 갑자기 제안했다.

“내가 70퍼센트를 갖고, 형이 30퍼센트를 가져. 형이 회사의 CFO가 되면 되겠다.”(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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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실리안은 규칙이 엄한 모임이다. 포실리안은 200년 넘게 사회 최고 계층인 파이널 클럽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미합중국의 최고의 인재들을 산출해 왔다. 예일 대학의 스컬 앤 본즈와 비슷한, 미국 최고의 엘리트 클럽이자 가장 비밀스러운 조직이기도 하다. 1791년에 창설되어 1794년 졸업생들의 졸업 파티에 준비되었던 통돼지 구이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 돼지는 회원 중 한 명이 애완용으로 수업시간까지 데리고 들어와 교수님이 가까이 오면 창틀 밑에 숨기고 하던 돼지였다고 한다. 포실리안은 가장 오래된 남자들만의 네트워크였다.

회원들이 ‘오래된 외양간’이라고 부르는 클럽하우스는 역사와 전설이 많은 곳이다. 다른 루즈벨트 자손 남자들도 그랬듯이 테디 루즈벨트도 포실리안이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포실리안에 입회 거절당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실망스러운 순간’이었다고 했다. 포실리안의 모토인 ‘dum vivimus, vivamus'는 ’우리가 사는 동안은 사는 것처럼 살자‘라는 뜻으로 대학 생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졸업 이후 실제 세상에 나가서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포실리안 회원들은 세상의 주인이 될 사람들이었고, 캠퍼스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따르면 포실리안 회원이 30세까지 100만 불을 벌지 못하면, 클럽에서 100만 불을 제공해서 그 명성을 유지한다는 얘기가 있다. (P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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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말도 안돼, 4일 만에 900명이나 가입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거야?’ 마크 주커버그가 900명을 알 리가 없었다. 타일러가 보기에 그가 아는 학생은 네 명 정도나 되려나 싶었다. 이렇게 걔가 오픈한 사이트에 4일 만에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 기사를 읽자마자 사이트를 확인해 봤어. 사실이야. 엄청나게 인기가 많아. 학교 이메일이 있어야 하고, 사진이랑 개인신상정보와 학과 정보를 올리고 나면,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고, 친구의 친구를 찾아서 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타일러는 주먹을 쥐었다. 하버드 커넥션과 완전 같지는 않았지만, 그의 생각에는 다를 것도 없었다. 하버드 커넥션은 관심사에 따라서 다른 사람들을 찾는 사이트였다. 하버드 도메인에 있게 되는 것이고, 마크 주커버그가 자기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인가? 아니면 자기네 사이트를 발전시키다가 그냥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린 것인가?

‘아니다. 말이 안 된다.’ 타일러에게는 이것이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로 느껴졌다.

“내가 듣기로는 걔 친구가 자금을 댔다나 봐. 에듀아르도 세버린이라는 브라질에서 온 애야. 피닉스 회원인데 여름에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대. 그래서 지금은 걔가 이 사이트의 소유권을 일부 가지고 있대.”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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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커크랜드 기숙사 식당에서 몇 번 만남을 가졌고 캐머런, 타일러, 디비아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쌍둥이들에게 ‘협박’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황당하는 것과 그들의 고소내용이 뭐가 하나 성공하면 뻔뻔하게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으로 ‘일축’할 수밖에 없는 ‘귀찮은’ 내용이라고 끝을 맺었다.

에듀아르도에게는 더페이스북이 전혀 매출이 없다는 점과, 윈클보스 형제가 돈을 원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을 볼 때 조금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마크가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밝혔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에듀아르도는 조금 마음이 진정되어서 정지명령과 함께 마크의 편지를 책 위에 다시 올려놓았다. 마크가 겁나 하지 않는다면 자기도 겁낼 이유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에듀아르도는 그 쌍둥이를 만난 적도 없고, 프로그램 개발자도 아니며 두 웹사이트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마크가 그에게 설명한 내용이 전부인 것이니까, 마크가 설명한 방식대로라면 마치 어느 가구 제조업체가 다른 가구 업체에서 새로운 종류의 의자를 만들었다고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천 가지 종류의 의자가 있고, 의자 하나를 만든다고 해서 다른 모든 의자의 소유권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문제를 너무 단순화해서 보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은 대학생이고 변호사가 아니었다. 결코 말도 안 되는 법정분쟁에 휘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것도 웹사이트 때문에, 어쩌면 겨우 여자애들이나 꼬드겨 잠자리로 데려갈 수 있게 도와줄지도 모르는 그 웹사이트 때문에. (P14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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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더페이스북을 다른 학교에도 여는 거야. 확장을 할 시기야.”

이제 하버드는 정복을 했고, 그들의 모델이 얼마나 확장성이 있는지 시험해 볼 시기였다. 먼저 예일, 콜럼비아, 스탠포드 대학등 다른 유수 대학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여전히 배타성을 띤 사이트로 이 학교의 이메일 주소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단 확장이 되면 학교 간 교류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더페이스북은 계속해서 확장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광고주와도 얘기를 해 봐야 해.” 에듀아르도는 포기하지 않고 그 문제를 언급했다.

“사이트 자체에서 돈을 만들어내야지.”

마크가 고개를 끄떡였으나 에듀아르도는 그가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마크는 서버 비용 정도는 벌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 외의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드는 비용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듀아르도는 생각이 달랐다.

에듀아르도는 이 사이트 덕분에 정말 부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완전 괴짜들로 구성된 이 팀원들을 돌아보면서 뭐든지 이루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P148)


“하지만 대학이 명예 강령을 준수할 의무가......”

“대학은 이러한 사안을 다루는 기관이 아니야. 이것은 학생들 간의 기술적인 분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다고 보십니까?” 하고 타일러는 기가 죽어서 물었다.

서머스 총장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의 어깨가 너무 굽어서 마치 그의 셔츠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타일러와 캐머런이 노력한 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듯 했다.

“개량 합의를 보던가, 법적인 조치를 취하든가 하는 다른 방식을 강구해 봐야겠지.”

타일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알고 있었다. 마크와 대면을 하든가 소송을 제기하라는 것이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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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북?’ 하고 숀은 중얼거렸다. 왜 그냥 ‘페이스북’이 아니라 ‘더페이스북’일까? 숀은 그런 궁금증들을 못 참아 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방을 정리하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푸톤의 시트를 문질러서 주름을 없애면서도 계속해서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밸리웨그지 특종 감이었다. 나쁜 남자, 천식에 땅콩 알레르기 환자,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숀 파커가 드디어 새 프로젝트를 쫓기 시작했다.

그는 그럴 계획이었다. 마크 주커버그라는 애를 찾아서 어떤 아인지 만나볼 것이다. 웹사이트에 보이는 것처럼 훌륭하다면 더페이스북을 커다란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이 아이를 도울 것이다.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사업이든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면 되었다. 간단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성공 축에도 못 끼는 것이다. 숀은 이미 냅스터와 플락소 두 개의 프로젝트를 시도 했었다. 더페이스북이 그의 세 번째 시도가 될 것인가? (P174)


에듀아르도가 이 얘기를 마크에게 꺼내기도 전에 마크가 먼저 폭탄선언을 했다. 더페이스북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의 컴퓨터 프로그램 친구들, 고등학교 때 시냅스(Synapse)를 함께 개발했던 아담 디안젤로, 하버드에서 같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앤드류 맥컬럼과 함께 와이어호그(Wirehog)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와이어호그는 소셜 네트워크의 느낌을 가진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냅스터와 페이스북의 사생아나 마찬가지였다. 와이어호그는 다운로드용 소프트웨어로, 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사용자가 정의한 통제된 네트워크상에서 자기의 프로필 페이지를 통해 연결된 친구들과 음악이나 사진 파일, 혹은 비디오 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마크가 와이어호그 개발을 끝마치면 와이어호그를 어플리케이션으로 더페이스북과 통합시킬 것이다. 물론 더스틴과 함께 계속해서 더페이스북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지금 30개의 대학에 더페이스북이 오픈 되었고, 여름방학이 끝날 때까지는 그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리고 싶었다. (P18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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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은행 계좌 거래를 일시 중단했으면 합니다. 모든 당좌수표와 통장에 연계된 신용카드의 사용도 취소해주세요.”

그 직원이 처리하는 동안 에듀아르도는 그의 몸 전체에 아드레날린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선을 넘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마크에게 자신이 이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어떻게든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어찌 보면 에듀아르도가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것도 마크의 잘못이었다. 에듀아르도가 더페이스북 명의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은행 계화를 개설했을 때, 그는 마크에게 캘리포니아에서 쓸 당좌수표와 함께 공동서명인 자격을 부여하는 양식을 보냈었다. 하지만 마크는 그 양식을 작성하지 않았다. 또한 마크 자신의 돈은 한 푼도 회사에 대지 않았다. 그는 편안하게 에듀아르도의 자금으로 먹고 자고 쓰고 있었다. 마치 에듀아르도가 그가 소유한 은행인 것처럼 말이다. 그 파트너가 이제는 에듀아르도를 빼고 의사결정을 하기 시작했고, 그에게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야 했다. 에듀아르도는 더페이스북 웹사이트 모든 페이지에 마크 주커버그의 이름만 쓰여 있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둘이 함께 노력해서 만든 것이다. 에듀아르도는 사업가였고, 이것은 사업에 관한 사안이었다. (P23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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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마크와 그의 친구들이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도 전에 에듀아르도가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그가 회사의 계좌 거래를 동결하고 마크와 더스틴의 목을 조른 것이다. 에듀아르도의 그 행동은 회사의 영혼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가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행동으로 마크가 지금까지 일해 온 모든 것을 일순간에 망가뜨릴 뻔했다. 돈이 없이 회사가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버가 하루라도 다운된다면 더페이스북의 평판에도 금이 갈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아주 나쁜 평판을 받게 될 수도 있었다. 사용자들은 변덕이 심하다. 프렌드스터가 그 점을 입증해주는 좋은 예였다.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떠나기 시작하면 아주 순식간에 망하는 것이다. 모든 사용자들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소수의 사용자들만 떠나더라도 전체 사용자의 숫자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다. 대학생들은 친구들이 그 웹사이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기도 사용하는 것이다. 하나의 도미노가 넘어지면 수십 개의 도미노가 같이 쓰러진다.

에듀아르도는 자기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화가 나서, 답답한 마음에 그랬을 수도 있다. 누가 그의 맘을 알겠는가. 하지만 숀이 볼 때에는 그의 유치한 행동으로 더 이상 회사에 주요 인물로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에듀아르도가 스스로를 늘 사업가 인양 내세웠지만, 숀이 볼 때에 이번 행동은 정말 아이 같은 행동이었다. 놀이터에서 놀던 어린 아이가 그의 친구들에게 ‘너희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하면 내 장난감 가지고 집에 가버릴 거야’하고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에듀아르도는 정말로 장난감을 가지고 가 버렸고, 이제 마크는 에듀아르도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식으로 더페이스북을 바꿀 결심을 했다.

먼저 숀의 조언에 따라 델라웨어에 유한회사 형태로 회사를 세웠다. 에듀아르도가 어떤 변덕을 부려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또 앞으로 자금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 필요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P244-245)


진짜 세상은 결코 페이스북같지는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만큼 빨리 변하는 진짜 세상은 없을 테니까.

백만 회원은 금방 2백만이 되었고 이제 3백만에 육박하고 있었다. 하버드에서 시작한 자그마한 웹사이트가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 500개의 캠퍼스에 배포되었다. 신문지상이나 TV 뉴스에서도 언급되고 있었다. 그가 아는 모든 이들이 페이스북을 했다. 그의 아버지도 자기의 계정으로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해보고는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페이스북은 진짜 세상이 아니었다. 진짜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었다. 전혀 새로운 우주였고 에듀아르도는 그와 마크가 해 낸 일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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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아르도는 페이스북의 소유지분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그의 성공을 그렇게 서명 하나로 넘겨줄 수는 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그 기숙사 방에 있었고, 페이스북의 창업 멤버였다. 그는 그의 지분 30%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그와 마크가 합의한 내용이었다.

변호사가 침착하게 다시 말을 했다. 에듀아르도는 더 이상 페이스북의 일부가 아니며 경영진도 아니고 직원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페이스북과는 관련이 없으며 이 기업의 역사에서 말소 될 것이라고.

마크 주커버그와 페이스북에게 에듀아르도 세버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를 둘러싼 벽이 좁아져 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듀아르도는 그곳을 빠져 나와야 했다. 하버드로, 캠퍼스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자기 귀에 들리는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변호사는 말했다. 이미 결정된 내용이고, 창업자이자 CEO 그리고 페이스북의 새로운 사장이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이 끔찍한 뉴스를 들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 도대체 누가 페이스북의 사장이란 말인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이미 그는 누가 사장인지 알고 있었다. (P280-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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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가장 최근의 변모는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었다. 페이스북이 사교생활에 맞추어 사진을 공유하고 친구들의 사진을 볼 수 있는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실제 생활을 그대로 디지털화한 것이었다. 요즘에는 파티에 맨손으로 가는 경우는 없다. 디지털 카메라는 파티의 필수품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파티에서 사진을 찍어서 다음날 친구들과 함께 전날의 파티를 되새겨 본다. 아니면 그 사진을 새벽 3시에라도 페이스북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게 만든 어플리케이션에는 태그 기능이 있어서 사진에 있는 얼굴에 태그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 파티에 누가 왔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자신의 소셜 네트워크를 디지털 형태로 가시화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천재적인 발상이었다. 그리고 이 어플리케이션 덕분에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마 팔백만, 아니 천만 명의 사용자가 가입했다. 아, 정말 페이스북은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장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 어플리케이션 만큼이나 혁신적인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뉴스 피드였다. 숀과 마크가 각각 따로 또 같이 생각해낸 아이디어이다. 뉴스 피드는 소셜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업데이트해 주는 서비스이다. 한 사람의 프로필이 바뀌면 그 내용을 그의 친구들에게 알려주는, 살아있는 디지털 로그이다. 그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를 강하게 해 주는 어플리케이션이다. (P298-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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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아르도는 그 아이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 아이는 눈에 띄는 스타일이었으니까. 커다란 덩치에 잘 발달된 근육, 영화배우의 얼굴에 올림픽 선수 같은 체구였다. 에듀아르도는 캠퍼스에서 여러 차례 그를 본 적이 있다. 그의 쌍둥이 동생과 함께. 사실 에듀아르도는 자기를 보고 있는 사람이 형인지 동생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름 없는 뉴욕의 클럽, 바로 열 발자국 앞에 그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서 있는 것이었다.

그때 에듀아르도는 감정과 술의 힘을 빌었다. 아마도 마음 깊은 곳 어디에선가 그와 마크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많이 취했었거나.

이유야 어쨌건, 그는 거기 서 있는 윈클보스 형제 중 한 명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당황한 아이가 에듀아르도를 쳐다보는 동안, 그는 나오는대로 말을 했다.

“미안해. 너희를 엿 먹인 것처럼 걔가 나도 엿 먹였다.”

그리고는 한 마디도 더 붙이지 않은 채, 그는 돌아서서 댄스 플로어로 사라졌다.(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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