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미장센Mise-en-scene으로서의 사진
영화예술의 기법 중에서 장면화, 미장센Mise-en-scene이란 용어가 있다. 프랑스어로 장면화(Mise-en-scene)는 ‘사건을 무대화하는 것’을 의미하며 처음엔 연극연출의 기법에 적용되었다. 연극은 사건을 무대화하지만, 기록적인 사진은 무대화된 사건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때론 표현예술적인 사진은 연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즉 세팅, 조명, 의상 그리고 극중인물의 행위, 모든 요소를 통제함으로써 사진가는 무대화하기도 한다. 샌디 스코글런드나 신디 셔먼과 같이.
사진은 시간과 공간이 한 프레임에 응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이 두 요소는 사실상 프레임안에서 병치또는 얼기설기 몽타쥬되어 있다. 영화는 그 흐름에 따라서 시간이라는 요소를 잘 풀어낼수 있지만, 한 장의 사진에서는 어쩌면 이질적인 두 요소가 섞여있기도 하다. 우리는 공간을 보면서 기억을 떠올린다. 그 공간이 가졌던 좋은 추억일수도 있고, 슬픈 기억일수도 있다. 안산, 팽목항이라는 공간, 강정마을, 밀양 그 공간은 시간에 의한 기억을 받게 된다. 공간에 서면 감정과 이성은 상호 병치되고 있을지 모르겠다.
공간은 있는 그대로이다. 물론 그 공간을 만들고, 없애고 할수 있겠지만, 자의적인 수단을 가하지 않는다면 있는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도 시간과, 감정이 개입되면서 그 공간은 기억의 공간이 되어간다. 공간속에 사람이 등장하기도하고, 동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무언가 사물이 등장하게 된다. 어쩌면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은 이러한 공간에서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공간이 만들어낸 미장센은 프레임에서의 무대화를 말한다. 이러한 무대화는 이성과 감정이 병치된 공간이자, 프레임이다.
일상의 공간은 사실 무의미하거나 의미를 부여하거나 사실 어떤 장치적 요소가 없을지라도, 시간이라는 속성에 의해 미장센되어진다. 나의 눈으로 바라본 공간은 내가 숨쉬고, 내가 인지하는 그런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광화문이라는 공간에서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의 공통되던 그렇지 않든 기억들이 혼재되어 있다. 사진은 그런 공간을 기록하고, 기억을 기록한다. 사진의 기억은 메타포로서의 미장센이다.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우리에게 공간은 기억으로서 남겨져 있고, 사진은 그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재개발로 사라진 건물과 공간은 사진으로 남겨지고, 화석처럼 응고되어 있는 기억을 되살려준다. 그 공간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 공간은 기억의 공간일 것이다. 그런 공간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사실 슬프기도 하지만 공간은 계속해서 변화해간다. 사라지고 생기고, 사진들도 사라지고 새로운 사진들이 등장하고....
사진의 매력은 구체적이 공간속에서 있는 그대로를 재현해 주는 것 뿐만아니라 변화해가는 존재들의 시간적 이미지를 정지해놓고 사유하는데 있다. 사진의 공간은 사유의 공간이다. 보들리야르가 무심히 던져진 순간의 영상속에서 세계의 구조를 포착해내듯이... 공간을 음미하고 사유한다. 르 코르뷔지에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결국 사유만이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누군가 공간에 남긴 사유를 찾고 그 사유와 대화하려 노력한다면, 그것이 바로 사진과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모든 공간은 사라지고 결국 사진만이 남는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