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루먼 카포트의 <인 콜드 블러드>

영화 <인 콜드 블러드> 1967년

by 노용헌

1959년 캔자스 주 조용하고 작은 동네 홀컴에서 일가족 네 명이 엽총으로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카포트는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리와 함께 그 마을을 방문한다. 체류 중 두 명의 범인이 체포되고 작가는 이후 6년 동안 인터뷰를 통해 두 살인자의 삶과 작은 마을을 둘러싼 정보를 수천 매의 노트에 담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인 콜드 블러드 19.jpg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는 미국에서 제작된 1967년 네오누아르 범죄 영화이다. 리처드 브룩스가 트루먼 커포티의 동명 논픽션 책에 바탕하여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하였다. 로버트 블레이크가 살인범 페리 스미스 역으로 출연하였다. 《냉혈한》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커포티(capote)>(2006), <인 콜드 블러드>(1959).

인 콜드 블러드 07.jpg

1959년 11월 중순의 어느 날 아침까지만 해도 홀컴에 대해서 들어본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아니, 캔자스 주민이라고 해도 거의 없었다. 강물이나,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오토바이 운전자나, 산타페 철도를 따라 내려가는 노란 열차들이나 지나갔을까, 눈길을 끌 만한 사건은 홀컴에서는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었다. 270여 명 되는 마을 주민들은 마을이 이렇듯 평범하다는 것에 참으로 만족하고, 일상의 테두리 안에서 지나가는 생활에 안심하며 살아갔다. 일하고, 사냥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학교 모임이나 성가대 연습, 4-H 클럽 회의에 참석하면서.

그렇지만 그때, 11월의 그날 아침, 아주 이른 일요일 아침 바로 그 시간에, 어떤 낯선 소리가 홀컴의 밤에 흔히 들리는 소음, 즉 코요테의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울음소리, 말라비틀어진 잡초 더미가 스윽스윽 굴러가는 소리,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자동차의 경적 소리 속으로 파고 들어왔다. 그 당시 잠들어 있던 홀컴 마을에서는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국 모두 여섯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마는 네 발의 엽총 소리를. 그렇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대문을 잠그지 않고 다녀고 전혀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던 마을 주민들은 환청처럼 그 소리를 자꾸 되살려냈다. 그 침울한 총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의심의 불길을 지펴 오랜 이웃이었던 사람들을 서로 낯선 눈길로, 이방인으로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P16)

인 콜드 블러드 14.jpg

“저기, 아가씨. 검은 스타킹 없어요?”

판매원이 없다고 하자, 페리는 다른 상점에 가보자고 했다.

“검은색이 확실해.”

그렇지만 딕은 마음을 정했다. 어떤 색 스타킹이든 필요가 없고 거추장스러울 뿐 아니라, 쓸데없는 낭비였다. (“나는 벌써 이 작전에 돈깨나 투자했다고.”) 그리고 결국, 누구와 마주치든 그 사람은 증언을 할 때까지 살아 있지도 못할 것이었다.

“증인은 남지 않을걸.”

딕은 페리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줬고, 페리는 벌써 이 말을 수백만 번은 들은 기분이었다. 딕은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는 듯이 이 말을 내뱉었고 페리는 그게 거슬렸다. 두 사람이 보지 못한 증인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말로 표현 못할 일이 생기면, 일은 다른 식으로 틀어지게 마련이야.”

페리는 말했다. 하지만 딕은 소년처럼 잘난 척 웃으며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너 망상 좀 그만해. 아무것도 잘못되지 않는다니까.”

그렇다. 계획을 짠 사람이 딕이니까, 최초의 발걸음부터 최후의 정적까지. 흠 하나 없이 고안된 계획. (P64-65)

인 콜드 블러드 08.jpg

1년 전 처음 마주쳤을 때 딕은 페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다. 약간 지나치게 자기 자신에게 집착하고 감상적인 몽상가이기는 했지만, 딕은 페리를 좋아했지만, 특별히 친하게 지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페리가 살인 이야기를 하며, 어쩌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냥 장난삼아’ 자전거 사슬로 죽을 때까지 흑인을 때렸는지 말해주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 일을 듣고 나서 페리에 대한 평가가 약간 높아졌다. 딕은 더 자주 페리를 만나기 시작했고, 이유야 완전히 정반대였지만 윌리-제이처럼 페리가 독특하고 가치 있는 자질을 지니고 있다고 점차 단정지었다.

살인자 정도는, 혹은 살인을 자랑하면서 기꺼이 다시 저지를 마음도 있다고 말하는 녀석들은 랜싱에 꽤 있었다. 하지만 딕은 페리가 그중 희귀한 자질, ‘타고난 살인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 확신했다. 정신이 아주 멀쩡하게 박혀 있지만 양심이 없고, 동기가 있건 없건 죽음의 일격을 날릴 수 있는 차가운 피를 가진 사람. 그런 재능은 감독해주기만 하면 이득이 있는 쪽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딕의 생각이었다. (P92-93)


어떤 사건은 너무 극적이라("처음으로 보비와 진짜 다퉜다." 이 페이지는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미래에 생길 일을 대비해 몇 장을 빼놓기는 했다. 낸시는 잉크 색깔을 달리해서 연도를 구분했다. 1956년은 초록색이었고 1957년은 빨간 리본색이었다가 다음 해에는 환한 라벤더색으로 바꿨고 지금 1959년에는 위엄 있는 푸른색을 쓰기로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자기표현이라는 것이 그러하듯이, 낸시는 계속 필체를 이렇게 저렇게 고쳐 썼다.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왼쪽으로 기울였다가, 둥글게 썼다가 휙 깎아지른 것처럼 썼다가 느슨하게 하기도 했다가 뾰족하게 하기도 했다가. 마치 “이게 낸시일까? 아니면 저게? 어떤 게 진짜 나일까?” 하고 계속 묻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한번 낸시의 영어 선생님인 릭스 부인은 이렇게 코멘트를 써서 숙제를 돌려준 적이 있었다. "좋음, 그런데 왜 필체가 세 가지나?" 낸시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서 한 가지 특징이 굳어진 사람이 되지 않았거든요.") 최근 몇 달 동안도 여전히 낸시는 계속 여러 필체를 연습하고 있었고, 마침내 성숙미가 서서히 묻어나는 필체로 이렇게 썼다. "졸린 K가 왔다 갔다. 그 애에게 체리파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록시와 연습했다. 보비가 와서 텔레비전을 보았다. 11시에 집에 갔다." (P94)

인 콜드 블러드 13.jpg

그 자리에 모인 사람 중에서 앤디 에어하트가 클러터 가족과 가장 사이가 돈독했다. 신사답고, 상냥하면서도 위엄 있으며, 손은 노동으로 거칠어졌고 목이 햇볕에 그은 학자, 에어하트는 클러터와 함께 캔자스 주립대학을 다녔다. "30년이나 친구 사이였지." 에어하트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에어하트는 그 몇십 년동안 친구가 박봉에 시달리고 군 농업 사무관에서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고도 존경받는 농장주로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허브가 가진 모든 것은 주님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스스로 이룬 것이라오. 겸손했지만 자긍심이 있는 친구였고 그럴 만한 자격도 있었지. 그 친구는 가정도 잘 보살폈어. 인생에서 뭔가 이룬 친구였지.” 하지만 그 인생, 그가 이룬 것......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에어하트는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노력과 소박한 미덕이 하룻밤 사이에 이런 연기로 변해, 모든 걸 삼켜버릴 듯 공활하게 펼쳐진 저 하늘로 올라가 스러질 수 있단 말인가? (P126)


캔사스 주 수사국 사건 담당 팀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서른넷의 헤럴드 나이는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성미였다. 나이는 남을 신뢰하지 않는 눈빛에다가 날카로운 턱과 코와 마음을 지녔으며 체구는 작았지만 기운이 펄펄 넘치는 남자였다. 나이는 클러터 가의 친척들을 면담하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빌어먹게도 미묘한 임무”를 떠맡았다.

“그건 형사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고, 그 사람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죠. 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는 남의 슬픔을 존중해줄 수가 없거든요. 사생활도요. 개인감정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형사는 질문을 해야 하죠. 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심문한 사람들 중 누구도 유용한 정보를 주지 못했고, 그가 한 질문에서도 유용한 정보를 찾아내지 못했다. ("나는 감정적인 배경을 찾고 있었어요. 혹시나 다른 여자가 있었다면 대답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삼각관계 같은 거요. 글쎄, 한번 생각해봅시다. 클러터 씨는 아직 창창한 나이였고, 아주 건강한 남자였어요. 하지만 그 부인은, 거의 병자나 다름없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각방을 썼고요......") 심지어 살아남은 두 딸조차 범죄의 원인을 댈 수 없었다. 간략하게 말해서 나이는 오로지 이 사실만 알아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 중에서 클러터 가족만큼 살해당할 가능성이 적은 사람들도 없었다는 겁니다." (P134-135)

인 콜드 블러드 04.jpg

산맥. 흰 하늘을 맴도는 매.

딕에게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라고 물을 때마다 페리는 자기가 꺼내는 이야기 때문에 딕이 기분 나빠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곧 스스로 그 화제를 피하게 되었다. 페리는 딕의 말에 동의했다. 그 얘기를 계속 해봤자 뭐 하겠어? 하지만 언제나 참을 수가 없었다. 무력감이 마술처럼 일어나고, “그 당시 일이 기억 속에” 떠오르면? 어두운 방 안에서 발하던 푸른 불빛, 커다란 테디베어 인형의 유리 눈알? 목소리들이, 특히 몇 마디 단어가 페리의 마음을 끊임없이 들볶았다. “아, 안 돼요! 제발요!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 안 돼! 하지 마세요! 제발 하지 마세요, 제발!” 그리고 소리가 되돌아왔다. 은화가 바닥을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 나무 계단을 올라오는 부츠 소리, 숨소리, 성대가 잘려 헉헉대며 신경질적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던 남자의 숨소리. (P173)

인 콜드 블러드 02.jpg

“내가 정말 괴로운 게 뭔지 알아? 그 다른 사건 말이야. 나는 그냥 믿기지가 않는다는 거야. 누군가 그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잡히지 않고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거든. 우리 같은 일을 해놓고, 그런데도 잡히지 않을 확률이 100퍼센트라니. 내 말은, 그래서 괴롭단 거야.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자꾸만 들어. 떨칠 수가 없어.”

어릴 때 교회에 다니긴 했지만, 딕은 신앙심 ‘근처에 간 적’이 없었다. 그는 미신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페리와 달리, 딕은 거울이 깨지면 7년 동안 재수가 없다는 말도 안 믿었고, 유리잔 너머로 떠오르는 달이 비치면 나쁜 일이 일어날 전조라는 말도 그다지 믿지 않았다. 하지만 페리는 되는대로 느끼긴 하지만 날카로운 직감으로 딕 또한 계속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딕도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순간이 오면 괴로웠다. 과연 가능할까? 두 사람이 ‘참말로 그런 일을 저질러 놓고도 잡히지 않을 수’ 있을까? 갑자기 딕은 페리에게 말했다.

“야, 이제 입 닥쳐!”

그러고 나서 딕은 엔진을 켜고 차를 벼랑에서 반대쪽으로 후진시켰다. 그의 앞, 먼지 낀 길 위에 개 한 마리가 따뜻한 햇볕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P175)

인 콜드 블러드 24.jpg

4) 3페이지에 누나는 이렇게 썼다. 「나는 우리가 각각 살면서 무슨 일을 겪었든 간에 다른 사람을 탓할 수 없다고 생각해.」이 말은 누나가 자기 발달단계에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과연 전적으로 사실인가? 너희 누나는 아내이자 어머니이다. 존경받는 입장이고 다소 안전하다. 우비가 있으면 비가와도 쉽게 무시할 수 있다. 하지만 평생을 거리에서 몸을 팔아먹고 살아가야 한다면 누나라도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과거를 함께한 사람들을 다 용서할 수 있나? 절대 아닐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실패에 공감해주는 일은 절대로 흔하지 않다. 우리의 성취를 공감해준 사람을 잊어버리는 게 보통 사람들이 보여주는 반응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P226)

인 콜드 블러드 32.jpg

“너무 생생했어요, 앨빈. 이 부엌 안처럼요. 꿈속에서 내가 있었던 곳이 여기거든. 여기 이 부엌. 나는 저녁을 짓고 있었는데 갑자기 보니가 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거예요. 보니는 파란 앙고라 스웨터를 입었는데 아주 산뜻하고 예뻐 보였어요. 그래서 나는 말했어요. ‘아, 보니…… 보니…… 그 사건이 일어나고서는 한 번도 못 만났네.’ 하지만 보니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단지 그 특유의 수줍은 태도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래서 나는 어떻게 계속 말을 이을지 몰랐죠. 그런 상황에서는. 그래서 나는 말했어요. ‘보니, 여기 와서 내가 앨빈에게 줄 저녁 식사로 뭘 만들고 있는지 봐줘. 오크라 수프야. 새우랑 신선한 게살을 넣었어. 이제 막 준비가 끝났거든. 이리 와봐, 한번 맛 좀 봐줘.’ 하지만 보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가만히 문간에 서서 나를 쳐다보기만 하더라고요. 그때, 정확히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니는 눈을 감고 고개를 아주 천천히 젓더니만, 아주 천천히 손을 쥐어짜며 울먹이고 흐느끼는 거예요. 나는 보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죠. 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누구도 그렇게 불쌍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죠. 그래서 보니를 안아줬어요. ‘보니, 참! 그러지 마, 얘! 그만해, 보니!’ 하지만 보니를 달랠 수 없었어요. 보니는 고개를 젓고, 손을 쥐어짜기만 했는데, 그때 나는 보니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었어요. 보니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살해당하는 건 말이지, 살해당하는 건 말이야. 안 돼. 안 돼. 그보다 더 나쁜 건 없어. 그보다 더 나쁜 일은 없어. 없어.’”(P240)


제발, 보보 누나, 들어봐. 난 내가 싫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데! 그 개새끼는 나한테 기회 한번 준 적이 없어. 학교에도 안 보내줬다고. 좋아, 좋아. 난 나쁜 애였지. 하지만 나중에는 학교 좀 보내달라고 빈 적도 있었다고. 나는 똑똑해졌거든. 누나가 모를까 봐 얘기해두는 거야. 똑똑한데다가 재능도 있었어. 하지만 교육을 못 받았다고. 아빠가 내가 뭘 배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빠를 위해서 짐을 지고 나르라고 했지. 멍청이가 된 거지. 무식쟁이에. 아빠는 내가 그렇게 되길 바란 거야. 그래서 아빠한테서 결코 빠져나갈 수 없게 하려고. 하지만, 누난 말이야, 바버라. 누난 학교에 다녔잖아? 누나랑 지미 형이랑 펀 누나는. 빌어먹을 니네들은 다 교육을 받았다고. 나 빼고 다. 그래서 난 누나를 싫어해. 니네 다. 아빠랑 다.」

형이랑 누나들은 금 방석에 누워 편안하게 살기라도 한 줄 아나보지!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산다는 것이, 엄마가 술 먹고 토한 것을 치우고 제대로 입을 옷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사는 것을 뜻한다면. 하지만 세 사람 모두 고등학교까지 마쳤다는 건 사실이었다. 사실 지미는 반에서 우등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오빠가 받은 우등상장은 어디까지나 의지의 힘으로 얻어낸 것이엇다. 그래서 바버라 존슨은 오빠의 자살이 더 불길하게 느껴졌다. 강한 성격, 고결한 용기, 성실한 태도, 이 모든 것이 텍스 존의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운명에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아무리 착하게 살아봤자 소용없는 불길한 운명을 공유하고 있었다. (P284)

인 콜드 블러드 33.jpg

"가는 건 쉬웠어. 식은 죽 먹기였지. 하지만 돌아올 때는 길도 하나도 안 보이고, 경계표도 다 없어졌지 뭐냐. "하늘과 땅. 모두 눈으로 덮여 있었다. 말은 엉덩이까지 눈에 푹 빠져서 옆으로 자꾸 미끄러졌다. 「나는 램프를 떨어뜨렸어. 밤에 길을 잃어버린 거지. 잠이 들면 얼어 죽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래, 난 두려웠단다. 하지만 기도했어. 그때 하나님의 존재를 느꼈지…….」개들이 짖어댔다. 클러터 씨는 개 짖는 소리를 따라 이웃 농가의 창문이 보일 때까지 갔다.「거기서 멈춰야 산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가족들을 생각했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기다릴 어머니. 수색대를 짜서 나올 아버지와 형제들. 그래서 나는 계속 갔다. 그랬으니 마침내 집에 도착했을 때 집이 컴컴한 걸 보고 내가 실망한 것도 당연하지 않겠냐. 문이 잠겨 있더라. 모두 그냥 잠자리에 들고 나를 잊어버린 거야. 아무도 내가 왜 늦었는지 모른 거지.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우린 네가 그냥 읍내에서 밤을 샐 줄 알았지. 이런 자식도 참! 네가 이렇게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칠 때는 집에 오지 말고 있어야 한다는 상식도 없는 앤 줄 누가 알았겠냐.> (P315)

인 콜드 블러드 29.jpg

“1월 31일 일요일. 딕의 아버지가 딕을 면회하러 오셨다. 내 방 앞[감방 문]을 지나쳐 가시는 게 보여서 인사를 드렸는데도 그냥 지나가셨다. 내 말을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M[마이어] 부인이 그러는데 H[히콕]의 어머니는 너무 슬퍼서 오지 못했다고 한다. 눈이 참 거지같이 온다. 어젯밤 나는 알래스카에서 아빠와 함께 지내던 때의 꿈을 꾸었다. 깨어보니 차가운 오줌에 흠뻑 젖어 있었다.”

히콕 씨는 3시간 동안 아들과 있다 갔다. 그 후, 히콕 씨는 눈속을 걸어 가든시티 정류장까지 갔다. 오랜 노동에 지친 노인은 암에 걸려 등이 굽고 야위어 있었다. 그는 결국 몇 달도 가지 못해 죽게 된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집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히콕 씨는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딕을 만났지요. 으흠, 얘기를 오래 했지. 내 기자 양반에게 확실히 보증하는데 우리 애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은 애가 아니에요. 신문에 나온 것 같은 그런 애가 아니란 말이지. 그 애들은 폭행을 하겠다고 미리 계획하고 그 집에 간 게 아니라오. 적어도 우리 애는 아니었어. 우리 애가 성격이 좀 나쁜 면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악하지는 않거든. 스미스가 바로 원흉이야. 딕이 나한테 한 말로는 자기는 스미스가 그 남자(클러터 씨)를 공격해서 목을 그어버린 것도 몰랐대. 딕은 같은 방에 있지도 않았대요. 싸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뛰어왔다는 거야. 딕은 엽총을 들고 있었는데, 그 애가 설명하기로는 '스미스가 내 엽총을 빼앗아서 그 남자의 머리를 날려버렸어요'라는데, 그리고 또 이래요. '아빠, 나는 총을 도로 빼앗아서 스미스를 쏴 죽였어야 했어요. 그렇게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텐데.' 나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오. 그런 게 어떤 일인지, 사람들이 느끼는 대로, 그 애는 승산이 없어요. 걔네 둘 다 교수형 당하겠지. 그리고." 히콕 씨의 눈에서는 피로와 패배감이 번득였다. "자기 아들이 교수형 당하는 일, 그럴 운명을 아는 일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오." (P394-395)


"3월 10일 목요일. 보안관이 대대적인 감방 수색을 했다. 감방을 죄다 뒤지다가 D의 매트리스 밑에 쑤셔 넣은 칼을 발견했다. 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웃음)"

페리가 진정으로 그 일을 웃어넘길 일이라고 여긴 것은 아니었다. 딕이 위험한 흉기를 제대로 휘두를 줄 알고 있다면 그 자신이 세우는 계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몇 주가 흘러가자 페리는 법정 광장의 일상과 거기 자주 찾아오는 단골손님들. 그들의 습관에 익숙해졌다. 예를 들면 고양이들이 그렇다. 비쩍 마른 회색 고양이 두 마리는 매일 해거름에 나타나서 광장을 거닐며 그 근방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살펴보고 다녔다. 고양이들이 왜 그러는지 페리가 궁금해하자, 마이어 부인이 자동차 엔진 그릴에 끼어 있는 죽은 새를 찾아다니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로 페리는 고양이들의 계산적인 행동을 보는 것이 괴로워졌다. “왜냐하면 내 인생 대부분을, 나도 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살았기 때문이에요. 나와 같은 존재들이죠.”

페리가 특히 주의를 기울여 보게 된 남자가 하나 있었다. 건장하고 허리가 꼿꼿한 신사로 머리카락이 회색과 은색 섞인 모자 같았다. 얼굴은 불룩하게 살이 쪘지만, 턱이 굳건했고, 뭔가 온화한 표정 속에도 만만하지 않은 면이 있었으며, 입은 아래로 휘었고, 깔아 올린 눈은 우울한 공상에 빠진 듯했다. 가차없이 엄격한 성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부정확한 인상이었다. 가끔 페리는 남자가 멈춰서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농담하고 웃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런 때 그 사람은 태연하고 명랑하고 관대해 보였다.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특징이었는데, 이 남자가 바로 32재판 구역의 판사 롤런드 H. 테이트였기 때문이다. 테이트는 또한 스미스와 히콕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이기도 했다. 페리가 곧 알게 된 것처럼 테이트는 서부 캔자스에서는 오랫동안 명망 높은 이름이었다. 판사는 부유했고, 말을 길렀으며,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고, 아내는 아주 미인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지만 작은 아이는 죽었다. 이 비극적 사건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끼쳐, 그 부부는 법정에 유기된 집 없는 남자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게 되었다. "나는 그분, 마음이 따뜻한 분 같더라고요." 페리는 마이어 부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아마 우리에게 잘해줄지도 몰라요." (P402-403)

인 콜드 블러드 34.jpg

엄마는 항상 술을 마셨고, 우리에게 좋은 환경을 주거나 돌봐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한 마리 코요테처럼 자유롭고 거칠게 뛰어다녔다. 규칙이나 규율도 없었고, 나한테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마음대로 오갔다. 처음으로 큰 문제가 생길 때까지는. 가출과 절도로 소년원을 여러 번 들락날락했다. 내가 보내진 곳 중 하나가 생각난다. 나는 신장이 약해서 매일 밤 오줌을 쌌다. 아주 창피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원장 여자에게 심하게 얻어맞았고, 여자는 다른 애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나한테 욕을 하고 비웃었다. 여자는 내가 침대에 오줌을 싸지는 않나 보러 밤에 수시로 들렀다. 원장 여자는 내 이불을 벗기고 커다란 검정 혁대로 나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러고는 머리채를 잡고 침대에서 끌어내서는 화장실까지 질질 끌고 가 욕조에 던져버리고 찬물을 틀어놓고는 나보고 몸을 씻고 이불을 빨라고 했다. 매일 밤이 악몽이었다. (P418)

인 콜드 블러드 35.jpg

“나는 그 사람들을 죽였어. 거기 법정에서는 듀이 형사가 마치 내가 딕의 엄마 때문에 대충 뒤집어쓰고 얼버무린 것처럼 말했지. 아니, 난 거짓말한 게 아냐. 딕은 나를 도왔어. 회중전등을 들어줬고 탄피를 주웠지. 그리고 이 계획도 걔 생각이었고. 하지만 딕은 그 사람들을 쏘지 않았어. 그럴 수가 없었지. 딕은 도망갈 때는 강아지처럼 쌩 도망갈 수 있는 녀석이지만. 나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페리는 마치 그 문제가 새로운 얘기라도 되는 양 얼굴을 찡그렸다. 마치 땅에서 무슨 종류인지 알 수 없는 놀라운 빛깔을 띤 돌을 새롭게 파낸 듯했다.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는 딕에게 정말 학을 뗐어. 깡패 같고 뻔뻔한 자식. 하지만 딕이 그런 짓을 저지른 건 아니었어. 어쩌면 밝혀질까봐 두려워서 그랬는지 모르지. 나는 기꺼이 도박을 할 작정이었던 거야. 그리고 클러터네 식구들이 어떻게 해서도 아니야. 그 사람들은 절대 내게 해를 입히지 않았지. 다른 사람들하고는 달라. 내 인생을 가져간 다른 사람들과는. 아마도 클러터 씨는 그 대가를 치룬 것 뿐일 거야.”

컬리번은 뉘우침으로 볼 수도 있는 이 감정의 깊이를 헤아려보려고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페리가 확실히 신의 자비와 용서를 구할 만큼 심각하게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페리는 말했다.

“미안하게 생각하냐고? 그런 뜻으로 물어본 거면 아니라고 할 수 있어. 나는 그 일에 아무 감정을 못 느껴. 나도 내가 뭔가를 느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심란하지 않아. 그 일이 일어난 후 반시간쯤 지나니까 딕은 농담을 해댔고 나는 그 농담을 듣고 웃었지.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 아닌지도 몰라. 난 내 자신에 대해서는 유감을 느낄 정도로 인간적이지. 넌 여기서 나갈 수는 있어도 난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게 유감이야. 하지만 그게 다지.”

그렇게 초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컬리번은 믿을 수가 없었다. 페리는 혼란해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어떤 인간도 그렇게 양심이나 동정심이 없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페리는 말했다.

“왜? 군인들이 잠을 설치는 것도 아니잖아. 군인들은 살인을 하고 훈장을 받아. 캔자스의 착한 사람들은 나를 살해하고 싶어하겠지. 그리고 교수형 집행인들은 기꺼이 그 일을 맡을 거고, 사람을 죽이는 건 쉬워. 부도 수표를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쉽지. 이것만 기억해. 나는 클러터 씨 가족을 1시간 정도 알았을 뿐이야. 내가 진정으로 그 사람들을 알았더라면 다른 느낌을 가졌을지도 모르지. 이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방식대로라면, 사격장에서 표적을 고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거야.” (P448-449)

인 콜드 블러드 36.jpg

오클라호마에서 온 기자는 다른 신문 기자인 캔자스시티 <스타>지의 리처드 파와 날카로운 말을 나누었다. 오클라호마 기자가 보기에 그린의 연설은 "민중을 선동하는 처사이며 잔혹"하다는 것이었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 아닙니까." 파는 대답했다. "진실은 잔혹한 거죠. 말을 만들어내자면."

"하지만 저런 식으로 세게 두들겨댈 필요는 없었죠. 그건 불공정합니다."

"뭐가 불공정하다는 거죠?"

"재판이요. 이 사람들에게는 기회도 한 번 없었어요."

"이 사람들이 낸시 클러터에게 기회를 주었던가요."

"페리 스미스는요. 맙소사, 그렇게 불쌍한 인생을 살았는데......."

파는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 그 자식들만큼은 눈물 나는 사연이 있어요. 나를 포함해서, 나는 술꾼이지만, 냉혈한처럼 네 사람을 죽인 적은 없수다.”

“그렇겠죠. 하지만 그 자식들을 교수형에 처하는 것은 어때요? 그것도 냉혈한이나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포스트 목사가 이 대화를 듣고 끼어들었다. (P464)

인 콜드 블러드 37.jpg

감방은 모두 똑같다. 가로 2.1미터 세로 3미터의 크기에 침대 하나, 변기 하나, 세면대 하나, 밤이건 낮이건 절대 꺼지지 않는 전구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감방 창문은 아주 좁았으며 철창살이 쳐져 있을 뿐 아니라, 과부의 베일처럼 검은 전기 망으로 덮여 있기까지 하다. 그래서 교수형 선고를 받은 자들의 얼굴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분간할 수 있을 정도로 보이긴 하지만, 뿌옇게만 보인다. 운명이 결정된 사람들 자신은 벽 너머를 잘 볼 수 있다.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여름에 야구장으로 쓰이는 먼지 풀풀 날리는 공터와 그 너머 다른 감옥의 벽들, 그 너머 하늘 한 조각일 뿐이지만.

벽은 거친 돌로 되어 있다. 그 갈라진 틈새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었다. 사형수 복도의 재소자에게도 보이는 벽의 한 부분에 달려 있는 녹슨 철문이 열릴 때마다 경첩이 끽끽대며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를 내서 비둘기들은 화들짝 놀라 안절부절못하며 날아오른다. 그 문은 휑뎅그렁하게 큰 저장소로 이어지는데, 그곳은 가장 따뜻한 날에도 축축하고 서늘한 곳이다. 많은 물건이 그곳에 보관되어 있다. 재소자들이 자동차 번호판을 제작할 때 스는 금속 더미, 목재, 오래된 기계류, 야구 장비, 그리고 칠을 하지 않고 두어 희미하게 소나무 냄새가 풍기는 나무 교수대 하나. 이 방이 바로 주립 교도소의 처형실이다. 한 사람이 여기로 끌려와 교수형을 당하는 것을 죄수들은 “그 사람, 구석에 갔다.”고 말한다. 아니면 다른 표현으로 “창고를 방문했다.”라고 하기도 한다.

법정에서의 선고에 따라, 스미스와 히콕은 6주 후에 이 창고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다. 1960년 5월 13일의 금요일, 자정을 1분 넘긴 시각에. (P470-471)


캔자스 주는 1970년에 사형 제도를 폐지했다. 1935년 중서부에 갑자기 광폭한 전문 범죄자들이 창궐하자(앨빈 '올드 크리피' 카피스, 찰스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 클라이드 배로와 그의 살인자 연인 보니 파커 등), 주 의원들은 투표를 해서 다시 사형제도를 부활시켰다. 그렇지만 1944년까지 사형 집행인들에게는 기술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1954년 이후 6년 동안 캔자스 주의 사형 집행인에게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다. (역시 교수형 시설을 갖추고 있는 육공군 훈련 막사의 사형 집행인은 예외였다.) 이 기간의 공백은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캔자스 주지사로 재직하다가 이제는 고인이 된 조지 도킹 씨의 책임이었다. 그는 공공연하게 사형 제도를 반대했던 것이다("나는 그냥 사람들을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소").

이제 1960년 4월 그때, 미합중국 형무소에서는 190명의 사람들이 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랜싱에 수감된 사람들은 클러터 가 살인자들을 포함한 다섯 명이었다. 때때로 감옥을 방문하는 주요 사회 인사들은 한 고위 공직자가 이름 붙인 대로 "사형수 복도 시찰"을 하라는 권유를 받기도 한다. 권유를 받아들인 사람들에게는 간수가 한 명 딸려 간다. 이 간수는 관광객들을 사형수 감방 앞 철 바닥 복도 사이로 안내하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재치 있고도 정중한 태도로 사형수 하나하나를 소개해준다. 1960년 한 방문객에게 간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이 사람이, 페리 에드워드 스미스 씨죠. 바로 옆 감방이 스미스 씨의 동료 리처드 유진 히콕 씨고, 여기에는 얼 윌슨 씨가 있고, 윌슨 씨 다음에는 보비 조 스펜서 씨가 있군요. 그리고 이 마지막 신사분은 바로 유명하신 로웰 리 앤드루스 씨라는 걸 알아보시겠죠."

얼 윌슨은 찬송가를 부르는 건장한 흑인인데 젊은 백인 여성을 납치하고 강간하고 고문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P471-472)

인 콜드 블러드 0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J M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