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rave New World> 2020년
영화 <Brave New World>(1980), <Brave New World>(1998),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2025)
영화 <Brave New World>(2020)는 NBC유니버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콕에서 독점작으로 방영했다. 주연은 올든 에런라이크. 무스타파 몬드 역은 여배우 니나 소샤나(Nina Sosanya)가 맡았으며, 시즌 1 방영 이후 시리즈가 취소됐다. 한국에서는 브레이브 뉴 월드라는 직역된 제목으로 네이버 시리즈 TVOD로 공개됐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는 1932년에 올더스 헉슬리가 쓴 반유토피아적 소설로, 미래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때의 ‘멋진 신세계’란 계급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제조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멋진 신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험실에서 인공부화된 인물들로 그들은 부모도 알지 못 한 채 양육된다. 사람들에게 있어 결혼과 출산은 미개한 생활방식으로 취급되고, 이들은 사람들은 '소마'라는 약과 유희로서의 섹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멋진 신세계〉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만이 지상 최대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만들어낼 세계의 모습은 결코 유토피아적인 세계가 아닌 디스토피아적 세계, 즉 반지성적이고 물질적인 사회공동체임을 제시함으로써, 과학과 기술의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엄중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는 작품이다.
겨우 34층밖에 되지 않는 나지막한 회색 빌딩. 중앙현관 위에는 ‘런던 중앙 인공부화·조건반사 양육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고 방패 모양의 현판에는 ‘공유·균등·안정’이라는 세계국가의 표어가 보인다.
1층의 거대한 방은 북쪽을 향해 있었다. 방안은 열대지방같이 더웠으나 창 밖은 여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황량하고 희미한 광선이 싸늘하게 창문을 통해 비집고 들어와 누군가 실험실용 가운을 입은 모습. 다시 말해서 어떤 창백하고 소름이 끼친 학자의 모습이 보이나 해서 허겁지겁 찾았지만 그 근처에서 보이는 것은 실험실용 플라스크와 니켈과 스산하게 빛나는 도자기류뿐이었다. 모든 것이 살벌함을 겨루고 있었다. 거기서 근무하는 자들은 흰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시체같이 창백한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다. 조명은 차갑게 죽어 있었다. 유령 바로 그것이었다. 다만 현미경의 노란 원통에 반사된 빛은 무언가 풍요로운 생동감을 발하고 있었고 작업대의 깊은 안쪽까지 버터와 같이 매끈한 원통을 따라 현란한 원을 그리고 있었다.
“여기가 수정실입니다.” 하고 소장이 문을 열며 말했다. (P7)
“다만 여러분들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소장은 견습생들에게 그렇게 설명하곤 했다. 사실 그들이 자신들의 일을 현명하게 수행하려면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겠지만 —만일 사회의 선량하고 행복한 성원이 되려면 전반적인 이해는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한다. 그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전문적 지식은 덕과 행복을 증진시키나 전반적인 지식은 지적 견지에서 볼 때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철학자들이 아니라 무늬를 도려내는 자들이나 우표수집가들이다.
“내일이 되면 여러분은 진지한 일에 착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따라서 여러분에게 일반이론을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반면에....” 하고 소장은 상냥한 표정에 위협을 가미하며 견습생들에게 말하곤 했다. (P8)
“보카노프스키 법” 하고 소장은 반복했다. 그러자 견습생들은 그들의 작은 노트 속에 적힌 그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한 개의 난자로부터 하나의 태아가 나오고 거기서 한 사람의 성인이 생긴다. 이것을 정상이라 한다. 그러나 보카노프스키 법으로 처리된 알은 싹이 나고 증식해서 분열한다. 8에서 96개의 싹을 틔우며 그 한 개 한 개가 성장하여 완전한 형태를 지닌 태아가 되고 각각의 태아는 완전한 크기의 성인이 된다. 전에는 한 인간이 자라던 곳에서 96명이 자라도록 한다. 이거야말로 진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본질적으로 보카노프스키 법이란 일련의 성장억제조치로 구성된 것입니다. 정상적인 성장을 억제할 때 알들은 그것에 대응하여 발아현상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정말 역설적인 현상입니다.” 하고 소장은 결론을 내렸다. (P10-11)
“보카노프스키 법은 사회안전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야!”
사회안정의 중요한 수단의 하나.
표준형 남녀, 균등한 집단.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거친 한 개의 난자로부터 태어난 인간으로 충원된 작은 공장.
“아흔여섯 명의 일란성 쌍생아들이 아흔여섯 개의 동일한 기계를 조작하는 거다!”
그 목소리는 열의에 차서 거의 떨리고 있었다.
“여러분들은 지금 여러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하고 소장은 세계국가의 표어를 인용했다.
“공유, 균등, 안정이 실현된 것입니다.”
거창한 말이다.
“우리가 무한히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지속시킬 수 있다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표준형의 감마 계급, 한결같은 델타 계급, 균등한 엡실론 계급의 경우는 이미 해결되었다. 수백만의 일란성 쌍생아를 생산할 수 있다. 대량생산의 원칙이 마침내 생물학에 응용된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무한히 이 보카노프스키 과정을 확대할 수가 없습니다.” 소장은 머리를 흔들었다. (P12-13)
이를테면 물방울은 단단한 화강암에 구멍을 뚫지만 그것은 물방울이라기보다 오히려 액체의 형태를 띤 밀랍방울들이다. 어떤 물건 위에 떨어지면 그것에 밀착하여 외피를 더고 한 덩어리가 되어 마침내 진홍색 일체로 되어버리는 방울이다.
“마침내 아이들의 의식은 암시 자체가 되어 버리고, 그 암시의 총계는 아이들의 의식 자체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의식뿐만 아닙니다. 성인들의 의식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생을 통해 그렇게 됩니다. 판단하고 욕망하고 결정하는 의식— 바로 그것이 그러한 암시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암시는 우리 자신이 부여하는 암시인 것입니다!” 소장은 승리감에 사로잡혀 거의 고함치다시피 했다.
“국가로부터 수여하는 암시인 것입니다.”하고 소장은 가까이 있는 탁자를 힘껏 두드렸다. (P39)
마침내 아이들의 의식은 암시 자체가 되어버리고, 그 암시의 총계는 아이들의 의식 자체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P42)
“안정이라는 것.” 총통이 주장했다. “안정, 사회 안정이 없이는 문명은 있을 수 없다. 개인적인 안정이 없이는 사회의 안정도 없다.”
그의 음성은 트럼펫 같았다. 그것을 듣고 있을 때 견습생들은 자신들의 모뚱이가 확대되며 열이 오르는 것 같았다.
기계는 회전하고 회전한다. 기계는 영원히 회전을 계속해야 한다. 회전을 정지하면 그것은 죽음이다. 10억의 인구가 지구의 표피를 샅샅이 뒤지며 무엇을 찾고 있었다. 바퀴가 달린 차들이 회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1백 50년 만에 인구는 20억으로 불었다. 모든 차바퀴를 정지시켜라. 그러면 1백 50주 후에는 다시 10억이 될 것이다. 1백만을 1천으로 곱한 인구가 굶어 죽고 만다.
차바퀴는 꾸준히 돌아야 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 회전에는 감시가 있어야 한다. 그들의 회전을 감시할 인간들이 있어야 한다. 축이 있는 바퀴처럼 견실한 인간, 건전한 인간, 순종하고 꾸준히 만족하는 인간이 있어야 한다.
울부짖는 소리 —우리 아기, 우리 엄마, 나의 유일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 신음하는 소리— 내 죄, 나의 하나님, 고통의 비명, 열병에 걸려 내뱉는 중얼거림, 노령과 빈곤에 대한 한탄— 그런 와중에서 어떻게 그들이 차바퀴를 회전시킬 수 있는가? 바퀴의 회전을 관리하지 못한다면.... 1백만의 1천 배가 되는 남녀의 시체는 매장할 수도 화장할 수도 없을 것이다. (P55-56)
“자, 이것이 바로 진보라는 것이야. 노인도 일하며 노인도 이상과 교합하며 노인에게도 시간이 없게 되겠지. 쾌락으로부터 벗어날 여가가 없으면 잠시도 앉아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졌지. 또한 불행히도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무의미한 시간의 터널이 입을 벌린다면 항상 소마가 대기하고 있는 거야. 유쾌한 소마가 있지. 주말에는 반 그램, 휴일에는 일 그램, 호사스런 동방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이 그램, 달나라의 영원한 암흑 속에서 잠자고 싶으면 삼 그램, 그곳에서 돌아오면 시간의 터널을 빠져 저쪽편에 와 있게 되는 거야. 매일매일의 노동과 기분전환이라는 견실한 대지에 안착되는 것이지. 촉감영화로부터 다른 촉감영화로, 이 여자로부터 탄력있는 여자로, 전자 골프 코스로부터 다른.....” (P72)
“난 바다를 보고 싶습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는 머뭇거리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어휘를 찾고 있었다. “마치 나 자신 이상이 된 것 같습니다. 무슨 뜻인지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훨씬 더 나다워진 것 같다는 말입니다. 다른 어떤 완전한 것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이 독립된 존재가 된 것 같다는 이야깁니다. 사회라는 조직체 속의 한 세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기분 말입니다. 레니나, 당신도 그런 기분이 들지 않습니까?”
그러나 레니나는 비명을 질렀다.
“무서워요, 무서워요.” 하고 그녀는 되풀이했다. “사회의 일부가 되기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지요? 결국 모든 사람은 모든 타인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거예요. 어느 한 사람도 없이는 살 수 없는 거예요. 엡실론 계급조차도.....”
“그건 그래요.” 버나드는 조소하듯 말했다. “엡실론 계급조차도 유용한 존재들입니다. 나도 그렇고요.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겁니다!”
레니나는 그의 신성 모독적인 말에 충격을 받았다.
“버나드!” 그녀는 놀란 나머지 당황한 음성으로 항의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지요?”
버나드는 레니나의 어조와는 다른 어조로 ‘어떻게 그런 말을?’ 하고 생각에 잠기면서 반복했다.
“아니, 진정한 문제는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이 어떤 이유에서인가 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내가 그렇게 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혹시 그럴 수 있다면, 즉 내가 자유롭다면, 조건반사적 교육으로 노예화되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것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버나드, 당신은 지금 가장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무슨 말을 하시는지 난 모르겠군요, 전 자유로워요. 자유롭게 가장 멋진 시간을 즐기고 있어요.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요.”
버나드는 웃었다.
“그렇습니다. ‘오늘날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합니다.’ 우리는 다섯 살 때 그 문장을 아이들에게 가르칩니다. 하지만 레니나, 다른 방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하지 않습니까? 예컨대 당신 자신만의 방법으로 말입니다. 타인들과 같은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말입니다.” (P112-114)
“나는 무언가를 강렬히 느끼고 싶습니다.”
“개인이 감정을 가지면 사회는 동요하는 법이에요.” 레니나가 확신에 차 말했다.
“사회가 좀 동요하면 어떻습니까?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라도 있습니까?” (P117)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더 엄하게 다룰 필요가 있는 거야. 그의 지적 탁월성은 그것에 합당한 도덕적 책임을 수반해야 되는 거야. 사람의 재능이 뛰어나면 뛰어날수록 곁길로 이탈할 가능성도 커지는 법이야. 많은 사람이 타락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더 나은 법이야. 포스터 군, 이 일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 어떤 행위도 이단적인 행위보다 더 가증스럽지는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걸세. 살인행위는 다만 개인을 말살시킬 뿐이야 —하지만 따지고 보면 개인이란 무엇인지?”
그는 의기양양한 몸짓으로 현미경, 실험관, 부화기의 대열을 가리켰다.
“우리는 식은 죽 먹듯 새로운 개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일세. 우리가 원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이단적 행위는 단순한 한 개인의 생명 이상의 것을 위협하거든. 다시 말해서 그것은 사회 자체에 타격을 주는 것이지. 바로 사회 자체에게.” 하고 그는 반복했다. (P187)
사회계급예정실에서는 에스컬레이터가 윙윙거리며 지하층으로 내려가고 붉은 노을빛으로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는 복막으로 된 쿠션 위에 얹힌 태아가 찌는 듯한 열을 받고 혈액대용액이나 호르몬을 배불리 먹으면서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는 독극물을 먹고 힘없이 쇠약해져 엡실론 계급이 되어가고 있었다. (P199)
<생물학의 신이론>이라는 것이 무스타파 몬드가 방금 다 읽은 논문의 표제였다. 그는 잠시 명상하듯 얼굴을 찌푸리고 앉아 있다가 이윽고 펜을 들고 속표지를 펼치고 썼다.
‘목적개념에 대한 필자의 수학적 검토는 참신하고 극히 독창적이지만 이단적이다. 현재의 사회질서에 관한 한 그것은 위험하고 해로운 요소가 잠재되어 있음. 출판불허.’ 그는 출판불허라는 말에다 밑줄을 그었다.
‘이 필자를 감시하기 바람. 세인트 헬레나 섬의 해양생물학 연구소로 전보발령을 내릴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서명을 하면서 가엾게 되었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것은 걸작이다. 하지만 일단 목적론적 해석을 용인하기 시작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아는가! 그것은 상층계급 사이에서 확고한 사상을 지니지 못한 자들이 받은 조건반사 교육을 백지로 돌릴 가능성이 있는 사상이다. 지고의 선(善)으로서의 행복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상실케 하고 그대신 인간의 최종목적이 어느 피안에 있다고 믿게 할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최종목적이란 현재의 인간 영역 밖에 있으며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의 유지가 아니라 의식의 강화와 세련이며 지식의 확대라는 믿음을 심어줄 위험이 있는 사상이다. 사실 그것이 옳은 생각일지도 모른다고 총통은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다. 그는 다시 펜을 들어 출판불허라는 단어 밑에다 두 번째 줄을 그었다. 먼저 그었던 줄보다 더 두껍고 더 진했다. 그는 다시 한숨을 지었다. ‘행복에 대한 사색을 허가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P223)
실제의 행복이란 것은 불행에 대한 과잉보상에 비하면 항상 추악하게 보이는 법일세. 또한 말할 필요도 없지만 안정이란 것은 불안정처럼 큰 구경거리가 될 수 없는 법일세. 따라서 만족하는 생활은 불행과의 처절한 투쟁이 지니는 매력이나 유혹과 투쟁이 지니는 장관이나, 정열 내지 회의에 의한 치명적인 패배가 지나는 장쾌함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야. 행복은 결코 장쾌한 것이 아니야. (P275)
“왜 그것이 금서가 되었나요?” 야만인이 물었다. 셰익스피어를 읽어본 인간과 만났다는 흥분으로 인해 그는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망각하고 있었다.
총통은 어깨를 움찔했다.
“낡았기 때문이지. 그것이 주된 이유일세. 이곳에서는 낡은 것은 전혀 쓸모가 없단 말일세.”
“특히 아름다운 것이면 더욱 그렇지. 아름다움은 매력적이거든. 그런데 우리는 낡은 것에 사람들이 매혹되는 것을 원치 않아.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를 바라는 입장일세.”
“하지만 새로운 것들은 매우 바보스럽고 끔찍합니다. 헬리콥터만이 날아다니고 키스하는 촉감을 느끼는 연극 따위들.” 야만인은 우거지상을 지었다. “염소와 원숭이들!” 멸시와 증오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을 단지 <오셀로>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P277-278)
“왜 비슷한 작품이 나올 수 없습니까?”
“우리의 세계는 <오셀로>의 세계와 같지 않기 때문이야. 강철이 없이는 값싼 플리버 승용차도 만들 수 없어. 사회의 불안정이 없이는 비극을 만들 수 없는 것이야.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그들은 조건반사 교육을 받아서 사실상 마땅히 행동해야만 되는 것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뭔가 잘못되면 소마가 있지. 자네가 자유라는 이름으로 창밖으로 집어던진 것 말일세. 자유라!” 총통은 여기서 웃음을 터뜨렸다. “델타 계급들이 자유가 무엇인지 알기를 기대하다니! 그들이 <오셀로>를 이해하기를 기대하다니! 정말 자네답군!”
야만인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여하튼” 하고 그는 완강하게 고집했다. “<오셀로>는 훌륭합니다. 이곳의 촉감영화보다는 그것이 더 훌륭합니다.”
“그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 총통도 동의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안정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할 희생인 것이야. 우리는 행복과 소위 말하는 고도의 예술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돼. 우리는 고도의 예술을 희생시킨 셈이지. 대신 촉감영화화 방향 오르간을 제작한 걸세.”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야. 그것들은 관중에게 유쾌한 감정을 듬뿍 선사하고 있는 거야.” (P279)
“제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하고 야만인이 말했다. “부화병에서 무엇이나 만들 수 있으면서 도대체 왜 그런 것들을 제조해 내느냐 하는 것입니다. 인간제조를 수행할 때 왜 모든 인간을 알파 더블 플러스 계급으로 제조하지 않는 것입니까?”
무스타파 몬드가 웃었다.
“우리의 목이 잘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야.” 하고 그가 대답했다.
“우리는 행복과 안정을 신봉하네. 알파 계급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는 불안정하고 비참해지지 않을 수 없다는 걸세. 알파 노동자로 채워진 공장을 상상해보게 —다시 말해서 좋은 유전인자를 지니고 자유로운 선택을 하고 책임을 떠맡는 일이(제한은 있겠지만) 가능하게끔 조건반사적으로 단련된 개별적이고 상호연관이 없는 인간들로 채워진 경우를 상상하란 말일세. 그것을 상상해보란 말일세!” 하고 그는 반복했다.
야만인은 상상하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부조리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알파의 병에서 태어나 알파로서 조건반사 훈련을 받은 인간이 엡실론 세미 모론의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때 미쳐버릴 거야 —미치든가 아니면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할 거야. 알파도 완전히 사회화되는 것은 가능하겠지— 그러나 그것은 그들에게 알파에게 맞는 임무를 맡길 때에 한해서 가능한 일이야. 엡실론적 희생은 단지 엡실론에게만 기대할 수 있는 거야. 그들에겐 그것이 희생이 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런 희생은 최소저항선이야. 엡실론이 조건반사 훈련이 자신이 달릴 궤도를 미리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야. 그들은 어쩔 수 없지. 애당초부터 예정된 것이니까. 설령 병에서 나온 후라 하더라도 엡실론은 여전히 병 속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유아기와 태아기의 성격적 고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병 속에 들어 있는 거야. 하긴 우린 모두가....” 총통은 명상적으로 말을 계속했다.
“병 속에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 셈이지. 하지만 우리가 우연히 알파로 태어나면 우리의 병은 비교적 큼직한 공간을 제공하지. 봐 좁은 공간에 머물게 되면 우리는 심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상류계급의 샴페인 대용액을 하층계급의 병 속에 부어넣을 수는 없는 거야. 그것은 이론적으로 명백해. 하지만 실제로도 증명된 사실이야. 사이프러스 섬에서 시행한 실험결과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어.”
“그게 무슨 실험이었습니까?” 야만인이 물었다.
무스타파 몬드는 미소를 지었다.
“이것은 재투입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실험이지. 그것은 포드 기원 473년에 시작된 것이야. 총통들은 사이프러스 섬의 주민을 모두 추방하고 나서 특별히 이만 이천의 알파 집단을 선정하여 그곳에 거주하도록 했었지. 그들에게 농공업의 모든 설비와 연장을 부여하고 스스로 일을 처리하도록 자유를 주었었단 말일세. 그 결과는 모든 이론적 예언과 정확히 들어맞았어. 토지는 제대로 경작되지 않았고 모든 공장에서 파업이 일어났단 말일세. 법률은 무시되고, 명령을 해도 그것에 복종하려 들지 않았지. 이윽고 낮은 계급의 일을 맡은 자들은 모두 높은 계급의 일을 맡기 위해 부단히 음모를 꾸몄고 높은 계급의 일이 맡겨진 자들은 온갖 수단을 다해서 현상유지를 위해 음모로 반격했었단 말일세. 육 년도 채 지나기 전에 그들은 치열한 내란을 일으켰던 거야. 이만 이천 명 중에서 일만 구천 명이 살해되었을 때 생존자들은 세계 총통들에게 섬의 통치를 다시 맡아달라고 탄원했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해주었지.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알파만으로 이루어진 유일한 사회는 종말을 고한 것이야.” (P281-283)
“인간이란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 오, 멋진 신세계여…….” (P285)
“여러분은 노예 신분이 좋습니까?” 그들이 병원으로 들어갔을 때 야만인이 말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망울은 정열과 분노로 빛나고 있었다. (P290)
세계는 이제 안정된 세계야. 인간들은 행복해. 그들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단 말일세. 얻을 수 없는 것은 원하지도 않아. 그들은 잘 살고 있어. 생활이 안정되고 질병도 없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행복하게도 격정이니 노령이란 것을 모르고 살지. 모친이나 부친 때문에 괴로워하지도 않아. 아내라든가 자식이라든가 연인과 같은 격렬한 감정의 대상도 없어. (P300~301)
“문명의 잘못이라고 부르게. 신은 기계나 발달된 의약품이나 보편적 행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걸세. 자네도 선택을 해야 하네. 우리의 문명은 기계와 의약품과 행복을 택한 것일세. 그래서 나는 이러한 서적들을 계속 이 금고에 처박아두었던 것일세. 이것들은 추잡한 것이야. 사람들은 아마도 충격을 느낄 걸세, 만일…….” (P320)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P328)
등대의 문은 빠끔히 열려 있었다. 그들은 문을 밀고 들어가 어두컴컴한 안을 걸어갔다. 방 저편에 있는 아치형 복도를 통해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의 바닥이 보였다. 그 아치의 정상 바로 밑에는 두 다리가 대롱거리고 있었다. “야만인 씨!” 서서히 아주 서서히, 마치 두 개의 느긋한 나침반의 바늘처럼 그 다리는 오른쪽으로 회전했다. 북, 북동, 동, 남동, 남, 남남서. 그러다 다시 몇 초 후에는 전처럼 서서히 왼쪽으로 회전했다. 남남서, 남, 남동, 동……. (P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