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 딕의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영화 <토탈 리콜> 1990년

by 노용헌

영화 <토탈 리콜>(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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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성을 원했다. 그 계곡. 그 계곡을 걸어 다니면 어떤 기분이 들까? 대단하고 또 대단할 거야. 그가 점차 의식을 찾아감에 따라 그 꿈도 커져만 갔다. 꿈과 그 갈망 모두. 그는 자신을 감싸는 다른 세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직 정부 요원이나 고위 관료들만이 본 적 있는 그 세계를. 그와 같은 평범한 사무원이라면? 가능성이 별로 없었다.

“일어날 거예요, 말 거예요?” 그의 아내 커스틴이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평소와 같이 뿌루퉁한 목소리였다. “일어날 생각이면 망할 스토브 위에 있는 뜨거운 커피 버튼 좀 눌러줘요.”

“알았어.” 더글러스 퀘일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맨발로 침대에서 복합아파트 부엌까지 걸어갔다. 성실하게 뜨거운 커피 버튼을 누른 다음, 그는 식탁에 앉아 딘 스위프트 코담배가 들어있는 금속 용기를 꺼냈다. 기분 좋게 코담배 냄새를 들이마시자 보내시 혼합물이 그의 코를 쏘고 입천장을 아리게 했다. 그러나 그는 계속해서 들이마셨다. 이 냄새를 맡으면 잠이 깰 뿐 아니라, 그의 꿈이, 밤 동안의 욕망과 무작위적인 소원들이 이성적인 바람의 형태를 이루기 때문이었다.

갈 거야. 나는 죽기 전에 화성에 가겠어. 그는 생각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었다. 꿈을 꾸는 그 자신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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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린 더글러스 퀘일은 사람이 꽉 들어찬 인공 보도 세 개를 천천히 건너 현대적이고 멋진 형상의 유혹적인 출입구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늦은 아침의 교통을 막으며 잠시 멈춰 서서는 계속 색깔이 변하는 네온사인을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그는 예전에도 이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곤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 와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뭔가 다른 일을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지금이든 나중이든 언젠가는 반드시 하게 될 일을.

리콜 주식회사(Rekal, Incorporated)

이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환상은 아무리 설득력 있는 것이라도 그저 환상일 뿐이었다. 최소한 객관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주관적으로 본다면 --완전히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쨌든 그는 오늘 예약을 잡아 놓았었다. 오 분 후였다.

그는 약한 스모그 기운이 있는 시카고의 공기를 들이마신 다음, 정신없이 번쩍이는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입구를 지나 접수처 앞까지 걸어갔다.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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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가 현실성 기억이라는 것이 그 정도로 믿을 만합니까?” 퀘일이 물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죠. 선생이 만약 인터플랜 사의 요원으로 화성에 다녀왔다면, 지금쯤 상당히 많은 것을 잊어버렸을 겁니다. 우리가 진짜 기억을 연구한 바에 의하면,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기억조차도 빠른 속도로 세부 사항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하더군요. 영원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워낙 깊은 곳에 기억을 심기 때문에 조금도 잊어버리지 않게 됩니다. 잠든 동안 공급되는 기억은 화성에서 몇 년 동안 살았던 우리 측의 전문가들이 만든 내용이죠. 어떤 경우든 우리는 이오타 한 개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게다가 비교적 쉬운 가상현실을 선택하셨지 않습니까. 만약 명왕성을 선택했거나 내행성 연방의 황제가 되고 싶다고 하셨다면, 우리 측의 난이도도 올라갔을 테고 비용도 그에 맞춰 상당히 상승했을 겁니다.”

퀘일은 손을 뻗어 지갑을 꺼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제 평생의 꿈인 데다 실제로는 실행에 옮길 가능성도 없으니까요. 이걸로 만족해야겠지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매클레인은 강경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차선책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아닙니다. 애매모호하고 누락된 내용도 있고, 심심하면 생략되고 왜곡도 되는 진짜 기억 --그것들이 바로 차선책인 겁니다.” 그는 돈을 받고는 책상의 버튼을 눌렀다. “자, 퀘일 씨.” 그가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덩치 좋은 남자 두 명이 그의 사무실 안으로 신속하게 들어왔다. “선생은 지금 비밀 요원이 되어 화성으로 향하기 직전입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땀으로 축축한 퀘일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아니, 향했기 직전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오늘 오후 4시 30분에, 선생은 여기 테라로 돌아오시게 될 겁니다. 택시가 선생을 아파트로 모셔다드릴 것이고, 선생은 저를 만나거나 이곳에 왔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시게 될 겁니다. 심지어는 우리의 존재를 들었다는 기억조차도 하지 못하시게 되겠지요.”

퀘일의 입은 긴장으로 바싹 말라붙었다. 그는 두 명의 기술자를 따라 사무실을 나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 기술자들에게 달려 있었다.

내가 실제로 화성에 다녀왔다고 믿게 될까? 내가 평생 동안의 소원을 실현했다고? 그는 무언가가 잘못될 것만 같다는 직관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될는지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직접 기다려서 파악해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였다. (P3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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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퀘일은 위생 침대 위에 누워서 천천히, 고르게 숨을 쉬고 있었다. 눈은 감은 채였다. 주변에 서있는 기술자 두 명과 방금 들어온 매클레인을 간신히, 희미하게 인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거짓 기억 패턴을 삽입할 공간이 없는 건가?” 매클레인은 짜증이 났다. “그냥 업무 시간 중에서 2주어치를 빼면 되는 일 아닌가. 서부 이민국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모양인데, 공기업이니 분명 이 친구도 작년에 2주 휴가를 갔을 테고, 그 자리에 대신 집어넣으면 되겠군.” 이런 사소한 문제는 언제나 그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었다.

“지금 문제는 좀 다른 겁니다.” 로웨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침대 위로 몸을 굽히고는 퀘일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를 매클레인 씨께 다시 좀 해드리게.” 그리고 그는 매클레인에게 말했다. “잘 들어보십시오.”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있던 남자의 녹회색 눈이 매클레인의 얼굴을 향했다. 눈빛이 매서워졌는데, 라고 매클레인은 생각했다. 잘 연마된 준보석 같은 무기물의 느낌이 나는 눈빛이었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이었다. 광택이 너무 차가웠다. “또 뭘 원하는 거지?” 퀘일은 날카옵게 말했다. “이미 내 위장을 벗겨냈지 않나.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놈들 전부 박살내주겠어.” 그는 매클레인을 관찰하며 덧붙였다. “특히 당신, 당신이 이 대응 작전의 책임자인 모양인데.”

로웨가 물었다. “화성에 얼마나 오래 있었지?”

“한 달이다.” 퀘일이 불쾌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곳에 간 목적은?” 로웨가 다시 물었다.

퀘일의 얇은 입술이 비틀렸다. 그는 로웨를 바라보기만 할 뿐,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자, 적개심이 묻어 흐르는 목소리가 천천히 새어 나왔다. “인터플랜 요원이다. 이미 네놈들한테 전부 말했듯이 말이야. 내가 말하는 걸 전부 기록하고 있지 않나?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네놈들 대장한테는 녹화된 내용이나 보여주면 될 것 아닌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강렬한 눈빛도 사라졌다. 매클레인은 순간 안도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로웨는 조용히 말했다. “강인한 남자입니다. 매클레인 씨.” (P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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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라는 이름의 다른 기술자가 매클레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진짜 기억 위에 가짜 기억을 덧붙여볼까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진짜 여행의 일부를 기억해낼 수도 있고, 혼란을 불러와 정신병적인 간극이 생겨버릴지도 모르지요. 자기 머릿속에 두 가지의 상반된 전제를 동시에 가지게 되는 겁니다. 자신이 화성에 갔었다는 기억과, 간 적이 없다는 기억을 말이죠. 자기가 인터플랜의 요원이라는 기억과, 그 요원 놀음이 전부 거짓이라는 기억을 가지게 될 겁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가짜 기억을 전혀 심지 않고 의식이 돌아오게 하는 쪽이 나으리라 봅니다. 이건 민감한 문제예요.”

“나도 동의하네.” 매클레인이 말했다.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친구가 진정제 효과에서 벗어나면 뭘 기억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겠나?”

로웨가 말했다. “예측하기 힘듭니다. 아마도 이제는 실제 여행에 대한 희미한 기억이 남아있겠죠. 그리고 그 여행이 실제 있었던 일인지 상당히 의심을 품게 될 거고요. 아마 우리 프로그램에서 톱니바퀴가 하나 빠졌나보다라고 결론을 내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여기 왔던 일도 기억해내겠죠. 그건 지워지지 않았으니까요 --지우라고 하시면 지우겠습니다만.”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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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어보니 믿을 수 없게도 여섯 마리의 죽은 아귀벌레와 화성벌레가 먹는 여러 종류의 단세포 생물이 들어있었다. 미생물들은 말라 버린 데다 먼지가 앉아있었지만, 그는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다. 크고 검은 외계의 바위를 뒤집어 이놈들을 찾는 데 하루 종일 걸렸던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겁고 보람찬 여행이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화성에 갔던 적이 없잖아.

하지만 이걸 보면--

갈색 봉투에 담긴 식료품을 한 아름 든 채로, 커스틴이 문가에 모습을 보였다. “왜 대낮에 집에 와있는 거예요?” 언제나 똑같은 그녀의 목소리에는 비난이 실려있었다. 그는 아내를 보고 물었다.

“내가 화성에 갔었나? 당신은 알겠지.”

“아뇨. 당연히 안 갔죠. 당신이 더 잘 알 거 아녜요. 언제나 거기 가겠다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지 않았어요?”

“세상에, 아무래도 정말로 갔다 왔던 건 같아. 그리고 동시에 가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쪽인지 선택해요.”

“어떻게 선택을 해? 양쪽 기억이 전부 내 머릿속에 새겨져있는데, 하나는 진짜고 하나는 가짠데도 어느 게 진짜인지 알 방법이 없단 말이야. 당신 기억에 의존해도 되잖아? 당신 머리까지 손대지는 않았을 거야냐.”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을 터였다 --지금까지는 아무것도ㅗ 해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P31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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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납니까?” 퀘일이 목쉰 소리로 물었다. 그가 대체 무엇을 하거나 생각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일이 대체 리콜 주식회사와는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기본적으로는 리콜 주식회사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일이야. 자네와 우리 사이의 일이지. 나는 아직 자네 머릿속 송신기로부터 자네 정신 활동을 전부 전송받고 있다고.” 보안 요원은 자기 오른쪽 귀를 툭툭 쳐 보였다. 하얀색 플러그가 꽃혀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니 경고를 해야겠군. 자네가 생각하는 내용은 자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이야. 어차피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말이지. 자네는 이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떠들고 다녔거든. 가장 골치 아픈 일은, 자네가 나르키드린을 맞은 상태로 리콜 주식회사 사람들에게 자네 여행에 대해 죄다 이야기해 버렸다는 거야. 기술자 두 명과 그 회사 사장 매클레인 씨를 상대로 말이지. 자네가 간 장소, 의뢰한 사람, 그곳에서 한 행동의 일부가지 전부 불어버렸거든. 그 사람들은 상당히 겁을 먹었어. 자네하고 눈을 마주친 것 자체를 후회하고 있겠지. 올바른 판단이야.”

퀘일을 입을 열었다. “나는 여행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건 전부 매클레인의 기술자들이 엉망으로 심어놓은 가짜 연쇄 기억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는 책상 서랍 속에 있던 화성 생물이 든 상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동물들을 채집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도, 그 기억은 진실 같았다. 그리고 화성 생물이 든 상자, 그것은 분명 진짜였다. 매클레인이 가져온 물건이 아닌 이상 말이다. 어쩌면 그 상자도 매클레인이 그토록 능수능란하게 선전하던 ‘증거물’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은 화성에 다녀온 기억을 납득할 수가 없는데, 불행하게도 인터플랜 측에서는 받아들인 모양이군. 저들은 내가 정말로 화성에 다녀왔고, 내가 그 사실을 최소한 일부는 깨달았다고 생각하고 있어. (P313-314)

더글러스 퀘일은 천천히, 고르게 숨을 쉬며 위생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눈은 반쯤 감긴 채, 주변 사람들은 희미하게밖에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로웨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 친구에게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지구를 구한 거짓 기억을 정확히 어디에 삽입할지 결정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이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더글러스 퀘일은 진정제 약효에 젖은 몽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약속을 했는데, 기억도 못하게 될 예정이었다고요. 하지만 그런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만, 선생. 선생은 방금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오. 매클레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퀘일은 웅얼거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두루마리도 줬어요. 감사 표시래요. 내 아파트에 감춰놓았어요.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그를 따라 들어온 선임 요원을 보며, 매클레인은 말했다. “글쎄, 아무래도 이 친구를 죽이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죽였다가는 그 외계인들이 돌아올 테니까요.”

“그리고 그들은 투명한 파괴 지팡이도 선물로 줬어요.” 이제 퀘일은 눈을 완전히 감은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신들이 나를 화성으로 보냈을 때, 그자를 죽일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지팡이의 힘이었어요. 그 지팡이는 지금 화성 아귀벌레와 말라비틀어진 식물이 든 상자하고 같이 내 책상 서랍에 들어있어요.”

인터플랜 요원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몸을 돌려서 작업장에서 나갔다.

아무래도 내가 준비한 증거물들은 전부 치워버려야겠어. 매클레인은 체념하며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한 걸음씩 사무실로 걸어갔다. UN 사무총장이 보내준 감사장도, 어찌됐든--

아마도 조금만 기다리면 진짜 감사장이 도착할 테니까. (P32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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