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173. 아는만큼,보는만큼,걷는만큼 보인다

by 노용헌

사진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정도(正道)는, 아마도 많이 읽고 많이 보고, 많이 찍는 것이다. 사진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고, 그것이 기술서적이든, 이론서적이든, 또 다른 인문학이든 생각의 깊이를 넓히고, 촬영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진가들이 사진에 대한 표현을 어떻게 하였는지, 그들은 어떤 스타일로 촬영했는지 전시회를 통해서든 사진집이나 그의 발표물들을 많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내가 촬영할 환경에 대한 경험과 실제 공간에서 많이 찍어보며 시행착오를 통해서 나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하면,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보이고, 걷는 만큼 보일 것이다.

1. 아는 만큼 보인다.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사실 우리가 안다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것인가. 앎은 끝이 없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고, 그 진실이라는 것이 편협한 사고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수없이 질문을 던진다. 사진 또한 그러하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곳을 촬영해도 같은 사진은 없다. 우리는 그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곳에 서있는 나무보다도 알지 못하고, 우리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 와 있었던 지나가는 사람중에 한 명 일 것이다. 내가 아는 만큼 보고, 내가 생각한 만큼 보일 뿐이다.


“위대한 사진이란 가장 깊은 의미에서 피사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완전한 표현이고, 그럼으로써 삶 전체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의 진정한 표현이다. 그리고 느낌의 표현은 매체에 대한 이해와 헌신에 의해 좌우된다. 즉 그것은 창조와 생산조건하에서 가능한 한 궁극적인 명확성과 완벽성의 표현이다.”-안셀 아담스(Ansel Adams)-


아담스가 말한 것처럼 피사체를 완벽하게 안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존경은 피사체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데서 출발한다.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헌신(노력)이 그만큼 피사체에 다가가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다가가고 있는 것일까. 로버트 카파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인지와 지각, 그리고 표현의 행위이다. 무엇이 옳고 틀린지 분별하는 인지와 세계와 물체의 거리를 감각에 의해 지각을 한다.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가 올바른 것인지 끊임없이 물어야 할 것이다.

2. 보는 만큼 보인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사진은 그 현장을 보여주는 훌륭한 매체이다. 그 현장에 가 보지 않아도 사진을 통해서 우리는 알 수 있다. 사진기자는 현장에 있어야 하지만, 취재기자는 사진을 통해서 현장의 분위기를 대신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여지는 여러 느낌들은 그 현장의 생생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듣는 것외에 보는 것, 그리고 이보다 더 느끼기 위해서는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것. 몸이 우리에게 종합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사진은 발견의 예술이다. 다시 말하면 발견을 하기 위해선 관찰의 예술인 셈이다. 모래알에서 보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보석을 찾기 위해서 오래 보아야 한다. 나무의 이름이나 새들의 이름을 알기 위해선 도감圖鑑을 보고 또 보아야 기억할 것이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한번 보아도 알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많이 보아야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진들을 본다. 포털과 그 외 SNS등에서 많은 사진들을 보게 된다. 그만큼 우리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좋은 사진은 그만큼 잊혀지고 지나가기 쉽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더 생각의 여지가 많다.


“사진가로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은 일종의 여행을 하는 것이며, 이는 단순히 바라보는 것seeing이 아닌 주시하는 것looking을 의미한다. 바라봄과 주시의 차이는 단순히 듣는것hearing과 경청listening하는 것의 차이만큼 크다”라고 필립 퍼키스는 사진강의 노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단지 보여지는 데로 촬영한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볼지에 대한 태도를 말해준다. 그만큼 그것을 보는 사람의 보는 만큼 보인다. 행사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행사가 끝날때까지 오래 있어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적어도 좋은 사진은 아니더라도 오래 보아야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좋은 사진은 기다림에서, 오래 기다림에서 나온다. 그래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그 의미에 한걸음 다가갈 것이다.


“좋은 사진은 멈춰서서,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다.”-존 와이팅


3. 걷는 만큼 보인다.

빠른 운송수단을 통해서 지나갈 때는 볼수 없는 것을 걷기 때문에 천천히 볼수 있다.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본다는 것은 대강 본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선 걸어야 한다. 때론 그 자리에 서서 보아야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지나쳤던 풍경들이 걷기 때문에 새롭게 보이는 것이다. 매일 지나가는 거리에서도 오늘 보고도 내일은 달리 보인다. <갈매기의 꿈>에서처럼 높은 데로 올라가야 잘 보인다고 하지만, 대강의 모습은 잘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골목길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그 세세함을 알려면 그 골목을 걸어야 알 수 있다. 물론 밑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는 그만큼 피사체를 앞에서도 보고 뒤에서도 보고 많이 보아야 한다. 가까이서 본 것과 멀리서 본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시위 현장에서도 시위대의 선두와 후미는 다르기 때문에 사진가는 많이 움직여서 보아야 한다.


“내가 아는 유일한 현장 접근 방식은 걷는 것밖에 없다. 거리의 사진가라면 모름지기 늘 걸어라. 그리고 보라. 그리고 기다렸다가 말을 건네고, 또 보고, 또 기다려라.”-알렉스 웹(Alex Webb)

사진은 정직하다. 그 사진가가 얼마나 많이 보고, 많이 기다렸는지, 사진은 그대로 보여준다. 그가 아는 만큼, 보는 만큼, 걷는 만큼 보여주니 얼마나 정직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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