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2005년
<오만과 편견>은 작가가 20세 때인 <첫인상>이라는 제목으로 1797년 집필되었지만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해 묵혀 있다가 1813년에야 출판되었다. 냉소적이고 별스러운 아버지 베닛 씨와 다섯 딸들을 모조리 시집보낼 일에 목을 매는 경박한 어머니 베넷 부인 그리고 각기 다양한 성격을 지닌 제인, 엘리자베스(리지), 메리, 키티(캐서린), 리디아에게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다룬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이 자신의 명랑 쾌활한 성격과 명민한 머리를 자산으로 여러 제약을 극복하고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 더해 언니 제인과 빙리 씨의 사랑, 막냇동생 리디아와 위컴의 도피 행각과 결혼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샬럿 루커스와 베넷가의 먼 친척인 콜린스 씨와의 결혼 이야기이다.
소설의 화자인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첫만남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다아시는 오만했고, 엘리자베스는 편견으로 그를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후반부에 가면서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오만으로 인한 편견을 자각하고, 다아시에게 차츰 호감과 사랑을 가지게 되고, 그 결말은 가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행복의 상징인 결혼에 이르게 된다. 이 소설은 기승전 결혼이다. 결혼은 곧 행복을 뜻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내용을 놓고 볼 때 정말이지 아주 흔하고, 인간의 본성은 특히 그런 감정에 빠져들기 쉬워, 실제든 상상이든 자신의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족감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우리 중에 있을까. 종종 오만이 허영심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주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평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타인이 우리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바와 더 관련이 있거든."
"제가 다아시 씨처럼 부자라면 전 아무리 오만하다 한들 신경 안 쓸거예요." 누나들과 함께 온 어린 루커스 군이 말했다. "저라면 여우 사냥개를 한 무리 키우며 매일 포도주나 한 병씩 마실래요." (P6)
큰 재산을 가진 미혼 남자라면 마땅히 아내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다.
그런 남자가 이웃에 처음 등장하게 되면, 그의 감정이나 생각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데도, 인근 가족들의 마음속에 이 진리가 워낙 굳게 자리잡고 있어 그는 그들 딸들 중 누군가가 으레 취할 재산으로 여겨진다. (P9)
“그분의 오만함 말이야, 그 태도가 내게는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어.” 루커스 양이 말했다. “대개의 경우와 다르게 말이야. 변명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지. 가문, 재산, 그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그토록 훌륭한 청년이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분은 오만할 권리가 있는 분이야.”
“그렇긴 해.” 엘리자베스가 대답했다. “그 사람이 내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만 않았어도 나도 그의 오만을 쉽게 용서할 수 있었을 거야.”
“오만은, 매우 흔한 결점이지.” 견실한 생각의 힘을 자랑하고픈 메리가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모든 내용을 놓고 볼 때 정말이지 아주 흔하고, 인간의 본성은 특히 그런 감정에 빠져들기 쉬워. 실제든 상상이든 자신의 이런저런 자질에 대해 자족감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과연 우리 중에 있을까. 종종 오만이 허영심과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주 달라. 허영심 없이도 오만할 수 있어. 오만은 우리 자신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평가와 더 관련이 있고, 허영심은 타인이 우리에 대해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바와 더 관련이 있거든.”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30-31>
"어쨌든 진심으로 제인이 잘됐으면 좋겠어. 나는 제인이 내일 당장 빙리 씨와 결혼한다 해도, 열두 달 그의 성격을 따져보고 결혼할 때만큼이나 행복할 것 같아. 결혼의 행복이란 순전히 운에 달린 일이거든. 상대방의 성격을 서로가 속속들이 알고 있거나 결혼 전부터 꼭 닮아 있었다고 해서 그게 두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거든. 부부란, 서로 안 닮으려고 어지간히 애쓰다 결국은 각자의 몫만큼 짜증을 내게 되어 있어. 그러니 평생 함께하기로 한 상대방의 결점이라면 되도록 모르는 편이 낫지." (P34)
"겸손한 척하는 것보다 더 기만적인 태도도 없습니다. 겸손이란 종종 그저 의견이 없다는 소리죠. 때로는 간접적인 자기 자랑에 불과하고요"
"그럼 방금 내가 살짝 보인 겸손한 태도는 자네가 말한 그 둘 중 대체 어느 쪽이지?"
"간접적인 자기 자랑 쪽이겠지. 자넨 사실 자신의 글쓰기 결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네. 그런 결점을 사고의 신속성과 행동의,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결과물로 여기는 거지. 자넨, 그걸 높이 사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대단히 흥미로운 일로 여기지. 무엇이든 신속히 처리하는 재능은 그 재능의 소유자에게는 항상 소중히 여겨지게 마련이고, 그런 사람은 불완전한 성취에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지. 오늘 아침 자네가 베넷 부인에게 네더필드를 떠날 결심만 한다면 오 분 안에 떠날 수 있다고 한 말도 사실 자네 자신에 대한 일종의 찬사나 칭찬을 의도하고 한 발언이지...." (P67)
유럽사회에서 친근한 대화술과 춤, 만약 춤도 못 추고, 대화도 쑥스러워하고, 내성적이고 사람들과 만남에서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배려도 없는 오만하고 무례하다고 보여질 듯 싶다. 과연 우리들은 다른 이들에게 오만하지 않았는지, 교만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판단할 때, 우리는 선입관에 의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지.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놀라시는 게 당연합니다. 베넷 양. 어제 저희 두 사람이 만났을 때의 냉랭한 분위기를 목격하셨겠지요. 다아시 씨를 잘 아십니까?”
“알고 싶은 만큼은 알죠.” 엘리자베스가 약간 흥분하며 말했다. “한집에서 나흘을 보내보니 대단히 불쾌한 사람이더라고요.”
“저는 제 의견을 말할 권리가 없습니다.” 위컴이 말했다. “그가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말할 권리 말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너무 잘 알아왔기 때문에 공정한 평가자가 될 수 없죠. 편견 없이 공정한 평가를 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방금 말씀하신 의견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것 같은데요. 다른 자리였다면 그토록 강한 표현은 쓰지 않으셨겠죠. 이곳은 베넷 양의 친척댁이니까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다른 곳에서 그런 말을 못한다면 이곳에서도 못하는 겁니다. 물론 네더필드는 예외고요. 이곳 하트퍼드셔에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요. 모두들 그 사람의 오만함을 혐오해요. 어느 누구도 그 사람에 대해 저보다 좋게 평가하지 않을 거예요.”
잠시 뜸을 들이다 위컴이 말했다. “다아시 씨든 누구든 실제보다 높이 평가되지 않는다고 해서 유감스러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의 경우 정당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때가 더 많더군요. 보유한 재산과 영향력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눈이 멀기 때문이기도 하고 도도하고 당당한 태도 때문에 지레 겁먹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모습만 봅니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104-105>
영화 <오만과 편견>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2005년 개봉작으로,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등의 작품을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의 작품이다. 조 라이트 감독은 키이라 나이틀리에게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 안나 카레니나까지 유명한 원작 소설의 여주인공 배역을 맡겼다. 영화의 아름다운 영상미는 소설에서 상상하는 부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내 생각으로는 두 사람 모두 이런저런 식으로 오해를 한 것 같아. 그 오해가 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한쪽의 말을 다른 한쪽에게 잘못 전달했겠지. 간단히 말해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을 비난하지 않고서는 그들이 소원해진 이유나 상황을 우리로서는 짐작할 수 없어." (P115)
"다음에 이 문제를 다시 얘기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면, 지금 주신 답변보다 더 호의적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방금 주신 냉정한 답변을 책망할 생각은 없습니다. 처음 청혼을 받았을 때 우선은 거절하고 보는 게 여성들의 관습이란 걸 아니까요. 여성 특유의 섬세한 성품에 부합하면서도 제 청혼을 재촉하고 싶은 굴뚝같은 마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도 알고요." (P14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그녀는 남자도 결혼 생활도 크게 중시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결혼만은 늘 그녀의 목표였다. 결혼은, 좋은 교육을 받았지만 집안이 가난한 젊은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하게 영예로운 앞날의 대비책이었다. 행복을 보장해줄지는 알 수 없어도 궁핍에 대한 가장 만족스러운 예방책임은 틀림없었다. (P162)
"두 사람에 대해 너무 심하게 말하는구나." 제인이 대답했다.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내 말을 확인하게 되기를 바랄게. 하지만 이 문제는 이제 그만 얘기하자. 다른 문제도 얼핏 언급했잖니. 두 가지 사례라고. 무슨 말인지 잘 알지만 제발 부탁인데 그 사람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거나 그에게 실망했다는 얘기로 나를 괴롭히지 말아줘. 그런 식으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혔다는 상상은 쉽게 해선 안 돼. 활기 넘치는 청년이 언제든 신중하고 용의주도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지. 종종 보면 우리를 기만하는 건 우리 자신의 허영심이야. 여자들이 남자들의 관심을 놓고 실제 이상의 의미를 상상하는 거지." (P181)
그애들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기엔 아직 어리니까요. 잘생긴 청년도 먹고 살려면 매력 없는 남자 못지않게 재산이 있어야 한다는 굴욕적인 진리를 아직 못 받아들이는 것이겠죠. (P199)
"그래요, 외숙모. 돈이 목적인 결혼과 분별 있는 결혼의 차이가 뭘까요? 어디까지가 신중함이고, 어디서부터 탐욕일까요?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제가 위컴 씨와 결혼하게 될까봐 걱정하셨잖아요. 그런 결혼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지금은 그가 고작 만 파운드의 재산을 가진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한다고 그를 돈만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하시네요." (P202)
"그렇게 비열하게 굴다니!" 그녀는 탄식을 내뱉었다. "분별력이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스스로의 능력을 가치있게 여기던 사람이 나였는데! 너그럽고 순진한 언니를 자주 무시하던 내가 이렇게 쓸데없는 아니 비난받아 마땅한 일로 허영을 부렸다니! 이런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창피한 일이야! 창피한 게 당연하지! 사랑에 빠졌어도 이보다 더 비참하게 눈이 멀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닌 허영심이었어! 처음부터 한 사람은 나를 좋아한다고 들뜨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고 화가 나서, 두 사람이 관련된 일에서 편견과 무지에 빠져 이성을 몰아내다니. 정녕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 대해 전혀 몰랐던 거야." (P268)
그의 친구가 언니를 진심으로,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도 말할 수 없었다. 이 사실은 어느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그녀만 아는 비밀이었다. 그녀는 두 당사자가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할 때만이 이 마지막 비밀의 짐을 벗어던지는 일을 정당화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혹시라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빙리 씨가 훨씬 더 다정하게 말할 테니 내가 중뿔나게 나서서 말할 필요도 없겠지. 비밀이 비밀로서의 가치를 모두 잃기 전까지는 내게 말할 자유가 없어!' 그녀는 생각했다. (P290)
"처음과 달리 위컴에 대해 좋은 말을 하시지는 않았어. 그가 경솔하고 방탕하다고 보셨어. 이번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자 위컴이 메리턴에 큰 빚을 남기고 떠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대. 물론 거짓 소문이기를 바라지만."
"아아! 제인 언니, 우리가 감추지 말고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진작 밝혔더라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텐데!"
"그랬으면 훨씬 나아겠지." 언니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든 간에, 현재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과거의 잘못을 폭로하는 것은 부당한 일 같아. 우리로서는 최선의 선의를 갖고 행동한 거야."
"리디아가 포스터 부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대령이 읽어주셨어?"
"우리더러 직접 읽어보라고 그걸 가져 오셨어."
그러면서 제인은 수첩에서 그 편지를 꺼내 엘리자베스에게 건넸다. (P368)
"네가 자책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인간의 본성이 그런 자책에 너무 쉽게 빠져드는 법이니! 하지만 막지 마라. 리지. 내 평생 이번 한 번만은 실컷 자책하도록 놔두렴. 그런 자책이 주는 충격에 압도당할 염려는 없으니까. 금방 다 지나가버릴 게다."
"두 사람이 지금 런던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그 어디에서 그렇게 꼭꼭 숨어 있을 수 있겠니?"
"리디아는 늘 런던에 가고 싶어했어." 키티가 덧붙였다.
"그럼 이제 그애가 행복하겠구나." 아버지가 냉담하게 말했다. "아마 당분간은 그곳에 살 테니까." (P378)
그녀는 기질 면에서나 재능 면에서 그가 자신과 맞는 남자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해력이나 성격이 똑같지는 않지만, 그는 그녀의 모든 바람에 부합하는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의 결합은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편안하고 쾌활한 그녀의 태도에 그의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태도도 나아질 것이었다. 또한 그의 판단력과 지식과 세상에 대한 견문으로 그녀는 분명 더욱 소중한 혜택을 얻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결혼의 행복을 가르쳐주며 존경을 살 만한 그런 행복한 결혼은 없을 듯했다. 그러한 결혼의 가능성을 가로막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결혼이 이 집안에 곧 있을 예정이니 말이다.
엘리자베스는 위컴과 리디아가 얼마나 자립적으로 생활해나갈지 상상이 안 됐다. 그러나 도덕보다 강한 열정으로 결합된 부부에게 영속적인 행복이 얼마나 짧을지는 쉬이 상상할 수 있었다. (P394)
저는 원칙에서는 아닐지라도 행동에서는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아왔어요. 어릴적에 무엇이 올바른지는 배웠지만 제 성격을 고쳐야 한다는 것은 배우지 못했어요. 제게 훌륭한 원칙이 제시되었음에도 오만과 자만에 빠져 그런 원칙을 마음 내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지요. 유감스럽게도 외아들이었던(그것도 여러 해 동안 독자였지요) 탓에 부모님이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셨죠. 부모님은 선량한 분들이셨지만(특히 아버지가 자비롭고 상냥하신 성품 그 자체셨조). 제가 이기적이고 오만한 사람이 되도록 방치하셨고, 부추기셨고, 가르치다시피 하셨죠. 저는 우리 가족 친지 외에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고, 나머지 세상 사람들은 전부 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저 자신과 비교하며 그 사람들의 분별력과 가치가 천하다고 믿고 싶어했습니다. 여덟 살 때부터 스물여덟 살이 될 때까지 바로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엘리자베스 양.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는 여전히 그런 인간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제가 빚을 진 겁니다! 제게 교훈을 주셨어요. 물론 처음에는 참 힘들었지만 결국은 제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지요. 엘리자베스 양 덕분에 저는 예의를 아는 겸손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P468>
흔히 한사상속(限嗣相續)으로 번역되는 Entails. 영화나 소설에선 편의상 '여자는 상속인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제도'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상속자가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만드는 제도’이다. 부자가 되려면 땅이 많아야 했고, 땅을 많이 가지려면 부모에게 물려받거나 전쟁으로 남의 땅을 뺏어오는 수밖에 없다. 제한된 땅의 토지를 상속받은 후계자(아들들)가 많거나 방탕한 후계자가 도박으로 집이랑 땅 다 말아먹으면 가문이 망하기 때문에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중세 유럽에선 가주 하나에게 재산을 몰빵해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가주가 생전에 멋대로 토지를 처분할 수 없도록, 가문이 가주에게서 토지의 매매/양도/상속자 지정 권리를 빼앗고, 가주는 그 토지에서 나오는 소작료/수확물을 받아먹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리인이 되게 만드는 제도이다. 베넷 부인이 '왜 우리 딸들 놔두고 친척한테 재산을 줘야 하는건데요!'라고 말하고, 캐서린 드 버그 영부인도 작중에서 '한사 상속 제도는 여자에게 불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