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영화 디카프리오 주연 <위대한 개츠비> 2013년

by 노용헌

이웃집에서는 여름 내내 밤마다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개츠비의 파란 정원에는 수많은 남녀가 속삭임과 샴페인과 별들 사이로 부나방처럼 찾아왔다가 떠났다. 오후 만조 때가 되면 손님들은 뗏목 위에 세운 탑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집 앞 해변의 뜨거운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했고, 그러는 동안 그의 모터보트 두 대는 롱아일랜드해협의 물의 가르며 폭포같은 거품 위로 수상스키를 끌었다. 주말이면 그의 롤스로이스는 버스가 되어 오전 9시부터 자정을 한참 지날 때까지 뉴욕까지 오가며 사람들을 실어 날랐고, 그의 스테이션왜건은 모든 기차 시간에 맞추어 노란 딱정벌레처럼 바쁘게 오갔다. 그런 뒤 월요일이 되면 임시 정원사 한 명을 포함한 하인 여덟 명이 하루 종일 자루걸레와 솔과 망치와 정원 가위를 들고 지난밤의 파괴를 복구하기 위해 애를 썼다.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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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화려한 저택에서 파티를 여는 이유는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의 귀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성공을 위해 '금주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밀주판매업으로 거부가 된 뒤, 남의 아내가 된 데이지를 좇아 데이지의 집 건너편에 뉴욕의 롱아일랜드에 대저택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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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의미 없는 사치의 자궁에서 갑자기 빠져나와서 나에게 생생한 인물이 되었다.” 화자는 닉 캐러웨이이다. 그는 화려한 부의 세계를 동경하지만, 그들의 위선적이고 차가운 세계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캐러웨이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부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지만, 개츠비에게서는 그가 겉모습과는 달리 데이지에 대한 사랑을 얻기 위한 것이었지만, 가난해 이루어지지 못한 지난 과거를 모두 돈으로 되찾으려 했지만, 결국 공허한 최후를 맞는다. “그는 바람 한 가닥이라도 움켜쥐려는 듯, 데이지로 인해 사랑스러워진 장소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하려는 듯 애타게 손을 뻗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랑을 얻기 위해 돈을 벌었지만, 그의 사랑은 얻지 못했다. 돈으로도 살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면, 아마도 정신적인 가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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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마 자신이 따뜻한 옛 세계를 잃었고, 인생에서 한 가지 꿈을 너무 오래 품고 산 것에 아주 큰 대가를 치렀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는 섬뜩한 나뭇잎 사이로 낯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장미란 것이 얼마나 기이한지, 가꾸지 않은 잔디 위의 햇빛이 얼마나 거친지 발견하고 떨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 물질적이지만 현실성 없는 그 세계에서 꿈을 공기처럼 숨 쉬는 불쌍한 영혼들이 이리저리 떠돌았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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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서머싯 몸의 <면도날>과 닮아있다. 그러나 출발은 같지만 결말은 다르다. 이 두 소설의 주인공인 개츠비와 래리는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이고, 미국인들이다. 개츠비는 돈을 택한 여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돈을 벌었지만, 래리는 전쟁이 끝나고 돌아온 뒤 안정적인 삶 대신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떠난다. ‘사랑’과 ‘신념’ 우리의 삶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선택’. 우리는 과연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소설의 위대한 개츠비는 과연 뭐가 위대하다는 것인가. 돈이 많다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돈이 행복의 기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욱 고달픈 삶이다. 돈이 없다는 것이, 한 개인의 자존심,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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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한때 옛 네덜란드 선원들의 눈에 꽃처럼 피어오르던 이 오래된 섬의 존재를 깨닫게 되었다. 신세계의 신선한 녹색의 젖가슴을. 내가 이 오래된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었을 때, 나는 데이지의 집 부두 끝에서 녹색의 불빛을 처음 발견했을 때 개츠비의 경탄하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는 자기가 그것을 놓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꿈이 이미 자기 뒤로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이 밤 아래 굴러가고 있는 저 도시 너머 광대한 어둠 속 어딘가로 그것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는 것을.”


“나는 개츠비가 처음 데이지네 선착장의 녹색 불빛을 알아냈을 때 얼마나 경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머나먼 길을 걸어 이 푸른 잔디까지 왔고, 그의 꿈은 너무도 가까이 다가와서 놓칠 수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는 그것이 이미 자신을 지나쳐서 도시 너머의 거대한 어둠 속,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이 밤하늘 아래 펼쳐진 곳 어디엔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개츠비는 녹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에게서 물러나는 황홀한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에게서 달아났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두 팔을 더 멀리 뻗칠 것이다.”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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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녹색)라는 상징성. 초록불, 그린라이트는 교통수단에서 통행을 허락한다는 뜻에서 출발해 ‘승인, 허가’등의 포괄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남녀 관계에서의 진전 혹은 호응을 의미하는 상징이고, 개츠비의 집에서 보이는 이 초록불은 데이지를 향해 품은 마음에 자리한 희망이기도, 곧 부(富)는 초록불이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초록불은 점차 희미해진다. 개츠비의 인생은 어찌 보면 부(富)를 쫓아 사랑을 얻고자 했지만, 권력도 부귀영화(富貴榮華)도 신분상승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인 셈이다. 개츠비가 주로 사용한 표현인 ‘친구(old sport)’는 상류층에서 사용하던 말로 태생(과거)마저 바꾸고 싶어했던 그의 욕망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닉을 제외한 개츠비의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비즈니스적 관계인 것이다. 호화로운 저택에서 먹고 놀았지만 그저 가십거리에 불과했던 것이고, 결국 그의 장례식장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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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 미국은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1930년대 불어닥친 대공황은 젊은이들의 삶을 풍지박살낸다. 자본주의 사회 미국의 황폐한 물질문명 속에서 개인의 삶의 기준, 행복의 기준은 다 제각각일 것이다. 어떤 삶을 정답이라고 할순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때가 되면 상급학교에 진학해야 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더 넓은 평수로 아파트를 넓혀가는 과정을 밟으며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여기며, 여전히 상류사회로 진입하려는, 개츠비처럼 큰 저택과 호화로운 자동차를 소유하려고, 그렇게 노력한다, 하지만, 개츠비의 장례식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쓸쓸히 인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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