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36.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

by 노용헌

빛이 있어 어둠이 존재하는지, 어둠이 있어 빛이 존재하는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와 같은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표현에 있어서 빛과 어둠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흑백사진의 경우, 명과 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빛과 어둠이다. 빛이 없다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빛과 어둠은 따로 있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한다.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듯이. 이런 공존의 결정적 증거물은 '그림자'이다.


빛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는 앞장 “사진의 요소-라이팅, 타이밍, 프레이밍”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그림자와 실루엣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림자(shadow)는 빛의 경로 상에 불투명한 물체가 있을 때 빛의 직진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빛의 각도에 따라서 그림자는 그 형태를 달리 한다. 실체가 비친 것이 그림자라면 실루엣은 실제 자체가 역광이나 노출부족으로 디테일이 없는 흑색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말한다.

1. 그림자(shadow)

그림자의 의미는 문화적 현상에서 다양하다. 사람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그림자의 현상학이 있고, 또 종교적 문학적 그 의미는 다양하다. 종교에서 그림자는 꿈이나 자기 자신의 투영된 이미지, 자신의 신체로부터 이탈된 영혼의 이미지로 보기도 한다. 도플갱어와 같은 현상으로 말하기도 하고, 카를 융은 그의 분석심리학에서 자아를 보완하는 원형으로서 그림자(Schatten)의 원형을 말하기도 한다.


그림자가 인간에게 중요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독일의 작가 아데르베르트 폰 샤밋소의 「그림자를 없앤 남자」의 이야기에 나타나고 있다. 페터 슈레미르는 무진장 금화가 손에 들어 온다는 마법의 유혹에 져서, 악마에 자신의 그림자를 판다. 그러나 부를 손에 넣은 슈레미르는, 반대로 ‘그림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그것이 그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도 관련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림자는 인간의 자아에게 음영을 주어 입체적인 존재로서 지지하는 것이다.

사진적으로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존재한다. 카메라 루시다는 프리즘과 렌즈를 통해서 이미지를 따라 대상을 그린다. 마치 19세기 유럽의 화가들이 그림자의 윤곽선을 그리듯이. 빛으로 그린 그림은 사진을 만들어낸다. 1920년 뉴비전(NewVision) 운동의 만 레이와 모홀리 나기는 포토그램이란 형식의 사진을 만들었다. 포토그램은 인화지위에 사물을 올려놓고 빛을 주어 그 형태를 조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빛의 직진성에 의한 물체의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다. 그림자의 길이는 빛의 각도에서 나온다. 조명의 위치, 빛의 높이와 세기에 따라서 다양한 그림자를 연출하게 된다. 모홀리 나기는 “포토그램은 공간 속의 빛의 움직임이다. 따라서 공간표현의 새롭고 완벽한 형태를 가져온다”라고 말하듯이, 그는 오브제(물체)를 통한 빛과 형태에 대한 추상적인 작업을 했다.


사진가에게 있어서 빛과 그림자에 대한 기계적인 조작은 노출에 있다. 노출을 얼마만큼 부족으로 할지 과다를 주어야 할지에 따라서 그림자의 농도는 달라진다. 대상의 역광촬영에서 주는 그림자의 농도는 실루엣을 만들며, 빛의 반사된 그림자를 촬영하는 반영된 것에서도 그림자는 존재하게 된다. 실루엣과 반영 촬영 또한 사진가의 프레임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이지만, 여기에만 집착하는 것 또한 아마추어리즘에 빠질수 있다. 그림자와 실루엣, 반영을 프레임에 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 작가는 주제에 합당한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2. 실루엣(silhouette)

실루엣은 18세기 말 루이 15세(1710∼1774년) 때의 프랑스 정치가 에티엔 드 실루에트(Etienne de Silhouette, 1709∼1767년)에서 비롯한 말이다. 초상화를 그릴 때 인물의 외형윤곽, 형태를 강조하는 것으로 사진에서는 역광촬영이나 어두운 실내를 촬영할 때 흔히 볼 수 있다. 실루엣 사진의 그 묘한 느낌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시키게 한다. 실루엣 사진은 많은 사진가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의 하나가 될 것이다. 시각인지심리학에서 보듯이 사진가는 배경에서 형상을 분리하여 극적인 효과를 만들고자 한다.

“보여 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 이처럼 사진가는 빛의 성질을 이용해서 노출을 제어한다. 또한 순광, 역광, 사광, 측광등 빛의 방향에 따라서 사진이 달라진다. 실루엣 표현은 많은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표현중의 하나이다.

3. 반영(reflection)

그림자와 실루엣과 마찬가지로 빛에 의해 반사된 그림자, 유리에 비친 모습이나 물에 비친 반영은 사진가들에게 관심을 끄는 요소이다. 반영사진은 비춰지는 매개체의 표면의 질감에 따라서 그 결과물의 느낌은 달라진다. 유리와는 달리 일렁이는 물은 회화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사진 찍기는 세상과 더불어 노는 것이다. 사진은 훈육이자 놀이이며 구조적 작업이자 혼란인 것이다”라고 말하는 알렉스 웹의 사진들에서 보면 다양한 사진적 프레임 구성을 볼 수 있다. 그의 사진에는 어두운 그림자와, 실루엣의 형상들, 유리창과 같은 반사물의 반영 등, 많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매그넘의 작가인 그의 사진에서 주요한 요소는 빛과 그림자라는 음영의 영상적인 표현이다. 제3세계의 어두운 현실을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형식으로 예술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영은 대칭을 통한 병치효과를 보여준다. 마치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의 그림에서 데칼코마니(Decalcomanie)처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영은 자신의 그림자이든, 사물의 이미지가 어떤 물체를 통해서 반영된 그림자(이미지)를 투영시킴으로써 허상을 보여준다.

"카메라는 탐지하는 도구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것의 사진을 찍는다."라고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은 말한다. 다이안 아버스의 스승이기도 한 그녀는 뉴욕의 거리에서 유리창에 비친 반영을 찍었다. 여기서 그녀는 인간의 내면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중적인 유리창의 허상을 차용한다.

리제트 모델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항상 완벽을 추구한다.

하지만 가장 본받아야 할 인생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실패할 때 마다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일어서는 것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해결책은 있게 마련이다.

그림자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밝은 빛이 비친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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