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38. 집중과 선택

by 노용헌

주제에 집중하고 소재(피사체)를 선택한다. 디지털시대에 많은 사람들은 카메라로, 아니면 핸드폰으로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정작 어떤 사진에 어떤 주제의식으로 집중할지 고민은 덜 한 것 같다. 필름시절의 사진가들은 비싼 필름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하기 전 이렇게 하면 잘 나올까, 잘못 촬영하는 것은 아닐까하고 사전에 체크를 많이 하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의 시대는 일단 눌러보고 잘못 나오면 다시 찍어도 되는 편리함에 고민들이 덜하게 된다. 자신이 찍는 주제에 집중하고 피사체를 더 깊이 관찰하다 보면 더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떻게 표현할지, 어떤 구도로, 어떤 방식으로 촬영할지 천착하다보면 자신만의 사진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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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바스 카스트는 ‘선택의 조건,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에서 '선택의 조건'은 곧 '선택의 선택'이다라고 말한다. 끊임없는 선택의 망설임 속에서 현대인은 원하는 선택을 한 것인지도 잘 모른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결정해야 한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현대인은 자신의 운명을 정해야 하는 큰 결정에서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정해야 하는 사소한 결정에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식점에서 우리는 먹고 싶은 메뉴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결정하지 못하고 ‘아무거나’라는 음식을 시키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쩔쩔매곤 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주제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으로 노출은 어떻게, 어떤 렌즈로, 어떤 감도로,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찍어도 사진은 나온다. 그러나 안일한 대강주의는 자신의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이라는 비용을 너무 값싸게 치루게 될 것이다. 현대인의 선택의 고민을 핸드폰이라는 기계의 속성은 무엇일까? 선택의 고민에서 쉽게 선택하게 만든다.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찍어보고 어떻게 나올지 사후 고민이 가능하게 되었다. 친밀한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것이 용이한 점도 있지만, 최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드폰이 가지는 매력은 선택을 넘어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소통의 수단이 된다는 장점을 가진다. 핸드폰의 등장으로 점점 빨리, 보다 더 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스크롤을 올리면서, 새로운 정보들을 검색한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한다. 영화에서 집중하게 만드는 스토리 전개가 없다면 우리는 18초 이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스위치를 정지시키게 될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면(집중하게 만들려면) 탄탄한 구성을 해야 하듯이, 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영화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는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광장에서 울려 퍼진 두발의 총성에 대한 사건을 8명의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촬영된 영상은 선택적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선택의 상황은 장소에서도 나타난다. 내가 어떤 위치, 어떤 입장, 어떤 관점에 있느냐도 수많은 선택지를 가지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인에 의한 선택 또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결론은 자신만이 떠안게 된다. 나는 과연 이러한 선택에 그 많은 유혹을 떨쳐버리고 당당하게 결정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된다. 실패할 수 있다.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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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사진에서 사진을 선택하는 데는 2가지 기준이 있다. 즉 그 사진의 기술상의 가치[technical value]편집상의 가치[editorial value]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2가지 가치는 흔히 상충되는 경우도 있다. 지면의 게재를 위한 기술상의 가치로 보아서는 훌륭한 사진도 독자의 흥미와는 거리가 먼 것 일수도 있고, 편집상의 가치로 봐서는 꼭 필요한 사진도 기술적 공정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에 그 효과를 망쳐 버릴 수도 있다. 사진의 선택여부는 그것이 지니는 기술상의 가치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동시에 편집의 목적에 부합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편집상의 가치가 또 하나의 선택의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보도사진도 기사와 마찬가지로 뉴스밸류를 지니는 것이고, 뉴스밸류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5대요소가 그대로 적용된다. (1)시의성, (2)근접성, (3)저명성, (4)영향성, (5)인간적 흥미, 여기에 편집자는 독자의 관심을 이끌만한 것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사진 촬영에 앞서 장소 헌팅과 섭외 조사는 사진의 반이다. 정확한 주제에 대한 표현을 하기 위해선 철저한 조사와 기획이 필요하다. 사진촬영의 바탕이 되는 자료를 수집하고 이 자료들을 종합하면서 사진촬영의 제작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 조사작업이다. ‘사실’을 다룬다는 점은 다시말해 ‘fact’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 및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진촬영이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조사가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작업은 바로 아이디어의 체계를 부여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러프 기획을 해본다. 편집에서 더미 편집(가편집)을 하는 것처럼 기획을 어떻게 추진하며 사진의 방향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새 가기획을 짠다. 가기획은 영화에서 대본을 작성하는 것처럼 여러장의 사진이 기승전결의 형식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다. 스토리 형식을 취할지 에세이의 형식을 취할지 기획을 한다. 기획은 사진 작업의 골격을 세우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사진의 골격이란 전체 작업의 틀을 의미한다. 마치 영화에서 오프닝 샷은 무엇으로 시작하며, 엔딩은 무엇으로 끝날지를 기획해야 한다. 이처럼 면밀하게 사전조사와 함께 철저한 기획 설정은 사진적 시각이 잘 표현되고 작가의 의도가 잘 전달되게 할 것이다.


[골목한 풍경]으로 유명한 김기찬 작가는 30년 넘게 도시 골목의 사람들을 담았고, [human]으로 유명한 최민식 작가는 5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의 사진들을 담았다. 하나의 주제로 일관되게 작업하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서 주제이다. 연작(連作, 聯作, series)이란 같은 소재나 주제로 작품을 잇달아 짓는 것, 또는 그런 작품을 말한다. 따라서 사진가는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집중과 선택이란 방식으로 자신의 사진을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발 뒤꿈치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

자신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은

진정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빛나지 못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

도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들은

남은 밥이나 군더더기 같은 행위에 불과하다.

만물은 이런 것들을 싫어한다.

그러므로 도를 체득한 자는 이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24장-


선택은 결국 나에게서 나온다.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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