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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4. 2023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

영화 <베니스의 상인> 2004년

셰익스피어의 희극은 워낙 유명하다. 4대 비극(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5대 희극(베니스의 상인, 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이 있다. 마이클 래드포드 감독의 영화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샤일록 역에 알 파치노와, 안토니오 역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주연했다.      

샤일록  이렇게 친절을 보이겠소. 나와 함께 공증소로 갑시다. 거기에서 무담보 계약에 서명하고 유쾌한 장난 삼아 만약에 나에게 아무 날 아무 데서 조건에 명시된 일정한 금액 또는 총액을 되갚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벌칙으로 당신의 고운 살 정량 일 파운드를 당신 몸 어디든지 내가 좋은 곳에서 잘라 낸 뒤 가진다고 명기해 놓읍시다. 

안토니오  참으로 만족하고 그 계약에 서명한 뒤 유대인은 대단히 친절하다 말하겠소.

바사니오  나를 위해 그 따위 계약엔 서명 못해. 난 차라리 곤궁한 상태로 남으려네.

안토니오  이보게 걱정 말게, 위약하지 않을 거야 --  난 앞으로 두 달 안에, 이 계약이 만료되기 한 달이나 앞서서 이번 계약 금액의 세 배의 세 배를 회수할 거라고 예상하네.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P32-33>    

 

포셔  저리 가서 커튼을 연 다음 군주님께 각기 다른 궤짝을 볼 수 있게 해 드려라. 자, 선택을 하시지요.

모로코  첫 번째 금궤에는 다음 글이 적혔군요. “선택하면 다수가 원하는 걸 얻으리라.” 두 번째 은궤의 약속은 다음과 같군요. “선택하면 너 자신의 가치만큼 얻으리라.” 세 번째 둔한 납은 퉁명스레 경고하길 “선택하면 다 내놓고 위험 감수해야 한다.” 바른 선택 했다는 걸 어떻게 알지요?

포셔  그 가운데 한 곳에 제 초상이 들었는데 그것을 택하시면 저는 당신 것입니다.  (P56)    

  

살레리오 그가 위약한다고 그의 살을 취하지는 분명코 않겠지. 그걸로 뭘 하려고?

샤일록  낚시밥 하지요. -- 그게 아무짝에도 쓸모없어도 내 복수엔 쓸모가 있을 거요. 그는 날 망신시켰고 내가 오십만 정도를 못 벌게 했으며, 내 손실을 비웃고 이득을 조롱했으며, 내 친구들은 냉담하게 적들은 흥분하게 만들었소. 이유가 뭐냐고요? 내가 유대인이란 겁니다. 유대인은 눈 없어요? 유대인은 손도 기관도 신체도 감각도 감정도 정열도 없냐고요? 기독교인과 같은 음식 먹고 같은 무기로 상처를 입으며, 같은 병에 걸리고 같은 방법으로 치유되며, 여름과 겨울에도 같이 덥고 같이 춥지 않느냐고요? 당신들이 우리를 찌르면 피 안 나요? 간지럼을 태우면 안 웃어요? 독약을 먹이면 안 죽어요? 그런데 당신들이 우리에게 잘못하면 우리가 복수를 안 해요? 우리가 나머지 부분에서 당신들과 같다면 그 점도 닮을 거요. 유대인이 기독교인에게 잘못하면 그는 겸손하게 뭘 하지요? 복수하죠. 기독교인이 유대인에게 잘못하면 그는 기독교인을 본받아 인내하며 뭘 해야 하지요? 그야, 복수해야죠. 당신들이 가르쳐 준 비열한 짓을 난 실행할 겁니다. 그리고 어렵게 하겠지만 교육받은 것보다 더 잘할 겁니다.  (P69)     

바사니오  그래서 겉과 속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  이 세상은 언제나 꾸밈에 속고 있다. 법에서는 아무리 더럽고 썩은 탄원서라도 정중한 목소리로 듣기 좋게 말하면 사악한 모습이 가려지지 않는가? 종교에선 아무리 저주받을 과오라도 엄숙한 얼굴로 축복을 내리고 말씀 끌어 승인하면 깨끗한 장식으로 극악함이 덮이지 않는가? 아무리 순전한 악덕이라 하더라도 미덕의 겉 표시를 약간은 띠고 있다. 수많은 겁쟁이가 심장은 모래알 계단처럼 순 가짜이면서 턱에는 헤라클레스와 험상궂은 마르스의 수염 달고 있잖은가! 그들 속을 뒤져 보면 간은 우윳빛이지만 용기의 외형만 가지고도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지 않는가! 미모를 보더라도 우린 그게 무게로 구입된 줄 아는데 무게 따라 자연에 기적을 일으켜 가장 많이 바른 이가 가장 가벼워진다. 또, 엉터리 미녀의 머리 위에 올라앉아 너무나 음탕하게 바람과 희롱하는 뱀같이 구부러진 금발도 마찬가지. 알고 보면 그건 종종 딴 사람의 유품으로 그게 자란 두골은 무덤 속에 누워 있다. 그래서 꾸밈이란 극도로 위험한 바다의 속기 쉬운 해변이고 검은 미녀 가려 주는 아름다운 베일일 뿐이며, 한마디로 최고 현자 잡으려는 교활한 시대의 겉치레 진실이다. 그러므로 화려한 금이여, 미다스의 굳은 음식, 난 네게 뜻이 없고 인간들 사이의 창백한 천한 일꾼 네게도 뜻이 없다. 하나 너, 초라한 납이여, 무엇을 약속하기보다는 협박하는 창백한 네 모습은 웅변보다 더 감동적이다. 난 이걸 선택한다. 기쁜 결과 있기를!  (P76-77)     

포셔  저 상인의 살덩이 일 파운드 당신 거고 이 법정은 그것을 수여하고 법은 준다.

샤일록  최고로 올바른 판관이요!

포셔  또 당신은 그 살을 가슴에서 잘라야 하는데 법은 그걸 허락하고 이 법정은 수여한다.

샤일록  참 박식한 판관이요! 판결이다. 자, 준비하라.

포셔  잠깐만 멈추시오, 다른 게 있소이다. --  계약서는 당신에게 피 한 방울 주지 않소. 명시된 문구는 “살덩이 일 파운드”요. 그러니 계약대로 살덩이 일 파운드 가지시오. 하나 그걸 잘라 낼 때 기독교인 핏물을 한 방울만 흘려도 당신 땅과 재물은 베니스 국법에 의하여 베니스 정부로 몰수될 것이오.

그라티아노  오 공정한 판관이여! --  잘 봐라, 유대인아.  --- 오, 박식한 판관이여!  (P110-111)  

   

포셔  멈추시오. 유대인. 법에 의한 또 다른 제재가 있소이다. 베니스의 법률에 규정된 바로는 외국인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시도 하에 시민의 생명을 노렸음이 입증되면 그 음모의 대상이 된 당사자 쪽에서 그의 재산 절반을 압수하고 나머지 절반은 정부의 비밀 금고 안으로 들어가며 범법자의 생명은 모든 의견 다 제치고 오로지 공작 손에 달렸다고 되어 있소. 바로 그 궁지에 당신이 처했소. 왜냐하면 명백한 수순에서 드러나듯 당신은 간접적, 게다가 또 직접적으로 피고인의 다름 아닌 생명을 해치려는 음모를 꾸몄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내가 앞서 언급한 위험을 초래했소. 그러니 공작의 자비를 무릎 꿇고 구하시오.   (P112-113)   

  

유대인은 오랫동안 영국에서, 베니스에서, 그리고 유럽 사회 전역에서 오해와 편견과 그로 인한 핍박의 대상이었다. 이는 주로 유대인들이 기독교권 국가에 살면서 유대교를 믿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하나의 민족으로서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게 했다는 기독교인들의 믿음, 정상적인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된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업으로 살아가면서 경제적, 도덕적 비난의 표적인 되었다는 사실,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 살지 못하고 소수민족으로 떠돌아다니며 인종적으로 나머지 유럽인들과 구별되었다는 점 등에 기인한다. 따라서 기독교로 개종하지 않은 모든 유대인은 1290년 에드워드 1세에 의하여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추방되었지만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반감을 통칭하는 소위 반유대주의(antisemitism)는 그로부터 300년이 지난 1590년에도 당시 영국인들의 의식 속에 살아 있었으며, 말로의 작품에 대한 급작스럽고 놀라운 관심이 그 증거였다. 셰익스피어가 <베니스의 상인>에서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유대인을 강제로 집단 거주시킨 게토(ghetto)라는 말의 출발점이 되는 베니스도 이런 반유대주의에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니, 유대교의 신앙을 지키면서 고리대금을 생업으로 삼는 유대인들을 직접 마주치지 않은 영국보다 사정은 더 나빴을 것이고 셰익스피어는 바로 이곳 베니스를 배경으로 그의 문제 인물인 샤일록을 등장시키고 있다. (P136-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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