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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Jan 11. 20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영화 <파우스트>(2011)

영화 <파우스트>(2019), 2016 잘츠부르크–파우스트(2016), 영화 <파우스트>(2014), 영화 <파우스트>(2015), 영화 <파우스트>(1994), 영화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 <The Fly> 1986년, 영화 <파우스트>(1967).     

하느님  자네 파우스트를 아는가?

메피스토펠레스  그 박사 말씀인가요?

하느님  내 종복이니라!

메피스토펠레스  여부가 있겠습니까! 특별한 방식으로 주임을 섬기는 자이지요. 지상의 음료와 음식에 만족하지 않는 얼간이라니까요. 부글부글 끓는 격정에 한없이 휘몰리는데, 그 스스로도 미친 것을 얼추 알고 있지요. 하늘에서는 더없이 아름다운 별을 원하고 땅에서는 지고의 쾌락을 원하니, 그 요동치는 마음을 달래 줄 것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하느님  그가 지금은 비록 혼미하게 날 섬길지라도, 내가 곧 밝음으로 인도하리라. 어린 나무가 푸르러지면, 원예사는 훗날 멋지게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릴 것을 아는 법이니라.

메피스토펠레스  우리 내기할까요? 제가 그자를 슬며시 제 길로 끌어들이도록 허락하시면, 주님은 그자를 영영 잃어버릴걸요.

하느님  그가 지상에서 사는 한, 네 마음대로 하는 걸 막지 않겠노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니라.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P19-20>  

   

[만족한다는 것?]

파우스트  사람들은 흔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조롱하고, 아무리 좋고 아름다운 것도 힘들면 불평하는 데 익숙해 있느니라. 그런데 하물며 개마저 그런 사람들처럼 으르렁거리려는 게냐? (P60)    

 

메피스토펠레스  그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자연은 그냥 내버려 두시오! 사탄이 바로 그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이 영예로운 점이오. 우리는 큰일을 해내는 무리요. 혼란, 완력, 불합리! 저기 그 표시를 보시오! -- 하지만 이제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서, 선생의 마음에 드는 것이 이 지상에 하나도 없단 말이오? 선생은 무한히 넓은 세상에서 온갖 부귀영화를 보았소. (마태오의 복음서 4절)  하지만 그 무엇에도 만족할지 모르는 사람이라서, 갖고 싶은 욕망을 조금도 느끼지 못했단 말이오?   (P453)      

  

파우스트  나는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네. 인구가 늘어나고 나름대로 편안히 먹고살고 교양을 쌓고 식견을 넓히는 것을 사람들은 즐거워하지만 사실은 반항자만을 길러 낼 뿐일세.  (P454)     

파우스트  저 세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네. 자네가 이 세상을 산산이 부수면, 다른 세상이 생겨나야 하네. 이 지상에서 내 기쁨이 용솟음치고, 이 태양이 내 고뇌를 비추네. 내가 이것들과 작별을 고한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수겠는가. 내세에도 사랑이 있고 증오가 있는지, 저 세상에도 위가 있고 아래가 있는지, 내 알 바 아니네.

메피스토펠레스  그런 생각이라면 한번 해볼만 하오. 나하고 계약을 맺읍시다. 그러면 선생은 앞으로 즐겁게 내 재주를 보게 될 거요. 그 누구도 아직껏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을 누리게 해주겠소.  (P78)   

  

[구원이란?] 

파우스트  당신은 살아야 하오!

마르가레테  하느님, 저를 심판해 주소서! 저를 당신 손에 맡깁니다!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에게) 어서 오시오! 어서! 아니면 선생을 이대로 두고 갈 수밖에 없소.

마르가레테  하느님 아버지, 저는 당신의 것입니다! 저를 구해 주소서! 그대 천사들이여! 그대 성스러운 무리들이여. 절 에워싸고 지켜 주소서! 하인리히! 난 당신이 무서워요.

메피스토펠레스  저 여자는 심판받았다!

목소리  (위에서) 구원받았도다!   (P208)     

메피스토펠레스 (커튼 뒤에서 나온다. 커튼을 들치고 뒤돌아보는 동안, 고풍스러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파우스트가 보인다) 여기 누워 있으라, 헤어나기 어려운 사랑의 굴레에 빠진 불운한 자여! 헬레나에게 혼을 빼앗긴 자는 쉽게 정신 차리지 못하는 법. (방 안을 살펴본다) 위를 보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는걸. 아롱다롱한 유리창이 좀 더 흐릿해진 것 같고, 거미줄이 늘어났구나. 잉크가 말라붙고 종이는 누렇게 변했지만, 모든 게 제자리에 있구나. 파우스트가 사탄과 계약 맺을 때 썼던 펜마저도 여기 그대로 놓여 있는걸. 그래! 내가 우려낸 피 한 방울이 펜대 깊숙이 응고되어 있구나.   (P296)      

파우스트  고난-- 이말이 귓전에 맴돌고,  죽음-- 이 음울한 낱말이 운을 맞추어 이어진 것 같았어. 으스스하게 가라앉은 듯한 공허한 말투였는데, 나는 아직 자유로움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 내 인생에서 마법을 제거하고 내 머릿속에서 주문을 완전히 지울 수만 있다면. 자연아, 내 오로지 한 남자로서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인간이려고 노력할 가지가 있으련만.     

어둠 속을 헤매며 나 자신과 세상을 무도한 말로 저주하기 전까진 나도 자유로운 인간이었지. 이제 허깨비들이 공중에 가득 차 있는데, 그것들을 피할 방도를 아는 사람이 없구나. 어쩌다 하루 이성적으로 밝게 웃음 짓다가도, 밤이면 꿈의 산물들에 휘말려 들기 일쑤로다.  (P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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