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담은 그 길을 가다

갤러리공간미끌

by 노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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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내창형 30주기 기념 전시 기획이 끝나고, 내가 광화문을 사진으로 기록한 지도 어느덧 10년을 향해 가고 있다. 서원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10년이 되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사진의 가장 큰 속성은 기억과 진실이 아닐까.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하고, 그 기록은 언젠가 떠난 사람의 마음, 진실이 담겨 있는 충분히 강력한 도구이다. 사진은 그 자체로 존재했던 뭔가(that has been)를 증거하는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정하고, 변경하고, 왜곡해서 바라본다. 그래서 사진은 진실이 아니고 거짓을 이야기하기도 말한다. 포토샵으로 바꾼 왜곡된 상은 진실이 아니라고 말이다. 어쨌든 쓰는 이의 용도에 따라 달리 보여지고, 해석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사진이 정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이 정직하지 못하면, 그 어떤 기교나 스타일로 멋져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허구의 가면이지 아닌가. 서원의 사진은 정직한 사진이고, 나도 그런 정직한 사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2021년 여름 한 사진 갤러리에서 이노우에 코지(Inoue Koji)와 한영수의 2인전이 열렸다. 두 사진가가 각각 서울과 후쿠오카의 일상을 담은 흑백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공간은 달라도, 50-60년대 시간의 유사한 이미지들을 보여주었다. 전후 한국과 일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픔과 기쁨, 희망과 웃음을 보여주는 사진전을 보면서, 서원 선배와 내가 시간은 다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함께 전시회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 그의 10주기에 맞추어 전시회를 열고자, ‘그가 담은 그 길을’ 가서 사진을 찍었다.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그 흔적은 남아있을 것이다. 사진으로 남아있는 그 흔적의 냄새를 찾고, 내가 살아온 10년을 반추해본다. 앞으로 또 1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그를 아는 사람들과 이 전시회를 통해서 함께 기억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2년여 가량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담아야 하나. 사진은 시간과 공간의 예술이다. 서원이 찍었던 사진들은 2000~2002년 사이 <디새집>에 실은 흑백사진이고, 그 중 장소를 알 수 있었던 임실, 순창, 거창, 삼척, 임자도, 정선 등 여섯 군데를 2020~2022년 사이에 내가 다시 가서 찍었다. 20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 곳에서 그의 숨결을 다시 느껴보았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 자리에 서 있었고, 그가 보았던 것은 무엇이고, 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나도 그 공간의 냄새, 공간의 소리를 들었다. 그렇게 서원의 사진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고, 나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추가 또는 확장해보았다. 네 군데를 혼자서 촬영했고, 임자도는 김성희 선배와 정선은 후배 고두현 감독과 동행했다. 마지막 촬영 정선 삼굿(삼찌기) 행사를 촬영할 때, 솥에 삼을 찌는 과정에서 고온의 수증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하얀 연기는 마치 구름 같았다. 인생이 구름처럼, 아니면 연기처럼 나왔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을 지나쳐 간다. 구름처럼, 연기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그 속에서 나는 서 있고, 나도 언젠가는 그 자리를 떠나지만, 그 공간은 어쩌면 영원히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누군가 그 길을 다시 찾을 것이다. 처음 전시는 2인전으로 구상했는데, 작년 10월 서원의 딸 서해도 참여하게 되었다. 전시는 일회적이지만, 기억은 점점 흐려지겠지만, 기록은 남을 것이라고,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나는 그 기록을 전달하는 우체부다.


글 노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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