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98
“나는 사진(강아지)을 보고 있다”는 평범한 상황도 철학자는 “주체인 나는 대상(결과물)인 사진을 주변 세계와 함께 총체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말을 어렵게 설명해야 직성이 풀리는 평론가들이나 철학자들에겐, 별것 아닌 일(쉽게 이야기해도 될 일)도 엄청 어려운 수사적 언어로 설명한다. 사진을 보면서 또는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는 전달방식도, 해석방식도 물론 제각각이다. 사진은 과연 현실 너머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일까. 사진가가 보고 있는 현실은 과연 현실 그 자체, 또는 리얼리티 무언가 너머 보여주려는 것, 이야기하려는 것(의도된 현실)은 무엇인가?
존 자르코스키(John Szarkowski)는 1978년 MOMA에서 열린 [Mirrors & Windows]에서 사진을 두가지 경향으로 분류했었다. 거울과 창문은 같은 속성의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라는 질료이다. 사진기의 카메라에도 유리라는 렌즈를 통해서 사진은 만들어진다. 안경을 쓴 사람도 유리를 통해서 사물을 정확히, 또는 뚜렷하게 보고 인지하게 된다. 창이나 거울 모두 유리로 만들어졌지만, 유리에 은칠을 하게 되면 자신의 모습 밖에는 볼 수 없다. 창문을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인지, 거울을 통해서 자기자신의 내면을 보는 것인지 그 차이는 있겠지만, 그 매개는 유리이다. 가끔 버스를 타고 창문밖을 보면 밖의 모습은, 버스 반대편의 허상이 겹쳐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리의 난반사는 여기 저기 모습이 중첩되어 있다. 유리를 통해서 바라본 너머는 과연 리얼리티 무엇인가?
1995년 폴 오스터가 각본을 쓰고, 웨인 왕(Wayne Wang)이 감독한 영화 <스모크Smoke>에는 브룩클린의 모퉁이 가게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영화 속 담배 가게의 주인 오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어 스크랩하는 것이 취미이다. 오기가 가게 앞에서 보는 풍경은 매일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사진가 유진 스미스(W. Eugene Smith)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 수많은 출판사들이 스미스의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졌지만 스미스는 모두 거절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요구한 편집권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망한 그는 뉴욕의 플라워 디스트릭트에 있는 6번가의 다 허물어져가는 로프트에 틀어박혔고, 그후 7년간은 빌딩을 자주 드나들던 재즈뮤지션들을 찍었고 창가에서도 이들을 찍었다. 피츠버그 에세이 이후 라이프 등 잡지에서 완전한 편집권을 요구했으나 이에 실망한 그는 1957년에서 1965년까지, 뉴욕의 6번가 821번지의 안과 밖의 기록을 1,457롤의 필름(40,000컷 이상의 사진)을 남기고, 보도에서부터 꼭대기 층까지 전선작업을 해서, 1,740롤의 오디오 테이프에 이를 기록했다. 이것들은 그의 이력에서 가장 큰 작업이고 재즈 로프트 프로젝트(www.jazzloftproject.org)에 보존되어 있다.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본다. 창문 밖에서 창문안에 있는 사람들을 본다. 도심은 많은 유리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유리는 그 안이든 밖이든 들여다볼 수 있다. 사울 레이터(창문을 통해서 바라본 풍경)나 비비안 마이어(창문이나 유리를 통해서 자신의 셀프 포츄레이트로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든)의 사진에서도 많은 부분이 건물의 유리창문들이 등장한다. 시간, 공간, 인간이다. 간(間)은 유리이다. 유리는 사이와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인 것이다.
너머는 과연 무엇을 넘고자 하는 것일까. 작가는 현실을 넘어선, 또는 현실 너머(무지개다리를 건너) 보이지 않은 무언가를, 보이는 것을 통해서 그 너머를. 현상 너머 본질을 보기란 상당히 어렵다. 우리는 보이는 것만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산을 넘어 가야 알 수 있다. 사진을 걸어 놓고 사진 너머에 무엇이 있단 말인가. 평면이 사진 프린트 너머에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있다고 여기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바람과 같은 것(종교는 믿음을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사진에 기록된다. 사진은 희미하게도, 뚜렷하게도 그 흔적을 고정시킨다. 그 현실 너머 과연 사진이 담고있는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