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91
사진을 찍는 행위는 아마도 <탐지detection와 묘사depiction>로 설명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촬영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기록하고, 묘사하기 위해서, 사진가가 그 주제를 정하고, 소재를 정한다.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나름 사진가 스스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발견이고, 남기고 싶은(혹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사진을 찍게 되는 출발일 것이다.
1. 탐지detection: “detection”이란 단어의 의미는 탐지, 발견, 검출이다. 지뢰밭의 지뢰를 탐지하고, 발견해 내고, 검출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래밭에서 진주를 발견할 수도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진주의 가치를 알게 되듯이, 그것의 가치는 그것을 발견한 사람의 몫이다. 사진가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사진기를 든다. 카메라에 담겨진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사진가의 인식과정, 지각과정에 달려 있다. 세상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사진가의 몫이다. 따라서 사진가는 사진기라는 도구를 통해, 세상을 발견하기 위해, 탐지한다.
[가다머]에 따르면, [위대한 예술의 경험]은 한 개인을 그의 삶의 특정한 환경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그 개인과 그 삶의 모든 것의 완전한 의미를 연관시킨다. 예술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인은 자기 성찰에 참여하지만 더 높은 진리가 이해되는 방식으로 [자아를 초월]하기도 한다. 이 진실은 일종의 플라톤적 이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 자신의 삶, 다른 사람들, 그리고 세계에 대한 더 충만하고 깊은 인간적인 이해]이다. 그의 이전의 하이데거처럼 가다머는 [예술, 타인, 그리고 세계에 대한 한 사람의 인식]은 한 사람의 [배경, 역사적 맥락, 정체성, 살아 있는 경험, 그리고 문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믿는다. 그는 이를 "지평horizon"라고 불렀다. 예술과의 상호작용과 유사한 방식으로, 개인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하며, 그들의 교환이 "지평선의 융합"으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시각이 드러난다.
나는 [인간의 이해]라는 렌즈를 통해 예술을 바라보며, 예술은 타인과의 동일시를 촉진한다. 그것은 개방성과 호기심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시간, 문화, 언어, 정체성에 의해 우리와 분리될 수 있는 누군가의 경험]에 [공감을 고정]시킬 수 있다. 예술은 또한 도덕적 분노를 자극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파블로 피카소의 게르니카나 조지 플로이드나 브레오나 테일러가 등장하는 최근의 공공 벽화를 생각해보라). 흔한 사물, 관행, 사건에 대한 인식의 미묘한 왜곡을 통해 "낯설게" 만듦으로써, 예술은 우리가 새롭고 생성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가정과 믿음을 다시 생각하게 할 수 있다.
2. 묘사depiction: “depiction”이란 단어의 의미는 묘사, 서술이다. 탐지의 과정을 거쳤다면,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그 표현은 묘사적이고, 서술적이다. 디테일을 묘사하거나, 사건의 스토리를 서술하기도 한다. 사진은 그 자체로 정보를 담고 있는 서사성[敍事性]을 띄기 때문이다. 사진의 기계적 본질은 훌륭한 묘사성에 있다. 원근법의 발견이라든지,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에서 사진은 그 대상의 묘사에 있었다. 세계와 대상의 정확한 묘사를 위해 많은 예술가들은 노력해왔다. 선긋기에서 기교를 연마한 예술가들은 어떻게 하면 더 대상을 정확하게, 똑같이, 재현하고자 묘사를 연마했다. 물론 그 묘사는 F64그룹이나 신즉물주의의 묘사에 반하여,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의 그림처럼, 흐릿한 선명성으로 그 반대의 경우도 묘사성에 관련되어 생각해볼 수 있다.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와 제프 월(Jeff Wall)의 사진을 보면 사진의 묘사성과 서술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거스키는 현대 문명을 상징하는 고층빌딩, 공장, 아파트, 증권거래소와 같은 장소들의 사진 속에 개인의 존재(모래알 같은 개인)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작은 화면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개인들의 묘사는 대형 프린트물로 탐지된다. 거스키는 “우리는 단지 어떤 건물이나 특정한 장소에 살고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주 안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행성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파트 속의 750개의 창문들 속에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을 엿보고 있는 것처럼.
영화속 한 장면을 담은 듯 사진은 시간을 담는 그릇에서 이야기(narrative)를 담는 그릇으로 제프 월은 사진의 서술성을 이야기한다. 그의 사진들은 모두 정교하게 계획된 이야기를 서술한다. 월Wall에 따르면, 사진은 본질적으로 특정한 현실reality을 묘사하는 능력으로 특징지어진다. 월의 "묘사depiction"의 개념은 다른 저자들이 퍼스(Peirce)로부터, 사진의 도상성(圖像性, iconicity)을 차용하여, 불렀던 것이다. 월Wall은 사진이 본질적인 매체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찾는 것은 묘사적depictive 성격과의 이러한 내재적인 계약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술적으로 표현한다는 것도 일종의 묘사적 성격의 발로[發露]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