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그림찾기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80

by 노용헌

사진은 숨은그림찾기이다. 어쩌면 인생도 숨은그림찾기의 연속일지 모른다. 바닷가에 모래밭에 숨겨진 조개껍질이든,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 나를 비쳐주는 별이든, 숨겨진 것들, 내가 숨겨둔 보물(또는 진실)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삶인 것이다. 결국 찾지도 못하고, 죽게 될 수도 있지만. 어릴적 놀이 중에서 우리는 술래잡기를 통해서 숨은 친구들을 찾았다. 숨은 친구들은 사실 내가 될 수도 있고, 찾는 자가 될 수도 있다. 사진은 숨기기도 하고, 찾기도 한다.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은 찾는 자이고, 사진을 찍은 자는 숨긴 자이다. 사진속에 숨겨진 코드(메시지)를 찾느라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품평도 하고, 비판도 하고, 해석도 한다. 롤랑 바르트는 “코드 없는 메시지”가 되는 조건이 사진의 기본 특징이하고 지적한다. 우리는 사진속에 많은 기호들과 정보들, 그리고 메시지들을 내포하고 있다. 무엇을 함축하고 있는지, 기표는 무엇이고, 기의는 무엇인지. 차가운 유리잔이 탁자 위에 남긴 자국, 썰물이 만들어낸 모래사장의 흔적, 지표(index)는 코드화에 저항하기도, 제3의 의미로 재조직되거나 재구축될 수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모두 똑같은 군복을 입고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사진을 찍으면 그 속에서 내가 아는 사람을 찾는 것, <윌리를 찾아서>라는 그림처럼 말이다. 똑같은 패턴과 유형들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구별하듯이, 또는 명암이나 농담의 차이로 검사하는 색맹 테스트처럼. 사진의 프레임 안에는 유사성과 차이성을 담고 있다. 10000 피스의 조각들의 퍼즐을 유형과 색상으로 맞추는 것처럼, 사진은 그 프레임안에서 퍼즐, 기호들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발견한다. 때론 틀린 그림을 찾아서, 맞추지 못했던 틀린 그림으로서 존재를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부자연스러운 모습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소와 낯선 모습들은 세상의 다른 모습들, 부조리한 세상을 사진가는 발견한다.


영화에서 옥의 티에 대한 정보를 모은 웹사이트도 있다. (https://www.moviemistakes.com/)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겠지만, 완벽한 프레임을 지향하더라도, 불완전한 상태, 우연적인 상태는 언제든 존재한다. 또한 그러한 옥의 티를 역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코드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사진가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정답이 없다.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보고, 읽고, 느끼는 방식이 모두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이러니는 끊임없이 재해석되어진다. 상식의 반대 개념. 아이러니스트는 본래적인 성질, 즉 진정한 본질이란 없다고 본다.


“진리는 저 바깥에 존재할 수 없다. 즉 인간의 정신을 떠나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문장들이 인간의 정신과 독립적으로 저 바깥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저 바깥에 존재하지만 세계에 대한 서술은 그렇지 않다. 세계에 대한 서술들만이 참이나 거짓이다. 따라서 인간의 서술 활동의 도움을 받지 않는 세계 그 자체는 참이나 거짓일 수 없다.”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리처드 로티>

프레임속 사람들, 사물들, 사건들, 모든 것은 우연적 발견의 만남이다. 그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이든, 상식적인 상황이든, 우리는 그 장면들을 마주하게 되고 현현[顯現]하게 된다. 내가 인식한 만큼, 인지한 만큼, 이해한 만큼, 그 장면들을 해석하게 된다. 사진가는 현실 속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한 명의 사람(player)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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