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27
1.태도
싸가지가 없는데 사진은 잘 찍는다, 성실한데 사진은 확 끌리는 것이 없다. 극단적인 두 사람의 사진가의 태도중 나는 어느 쪽인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도 다양할 것이다. 진지하게 사고하는 태도, 가십거리로 얄팍하게 사고 하는 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사소한 매너를 지키는 태도 등. 폭력적인 사진기를 다루는 것에서 연민과 사랑을 담는 사진기로서의 태도, 많은 태도는 여러 상황에서 보여진다.
“사진을 하면서 얼굴이 두꺼워졌다. 욕을 먹어도 아무렇지가 않다. 욕을 하던 분들도 다음에 만나면 수그러든다. 사진을 하려면 우선 사람과 친해져야 하고 그들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끈기가 생긴 것이다.”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145P)
늦깎이 사진작가 박찬원씨는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라는 책을 통해서 이렇게 말한다. 사진이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다.
큰 이슈가 있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든 진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다들 좋은 구도와 목이 좋은 곳에서 촬영하고자 몸싸움도 불사하며 고성도 오고간다. 더군다나 특정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피사체로 등장한다면 그 앞에서 단독촬영하여(대변인?) 다른 사람은 거의 촬영을 할 수 없다. 너도 나도 들이대니 사진판은 아수라장이 된다. 급기야 포토라인을 만들고, 멀리서 촬영하자고 합의에 이른다. 이와같은 상황은 사람이 아니라도 풍경사진촬영에서도 종종 보여진다. 자신만의 특종 장소, 숨기거나, 다음 사진가가 촬영하지 못하게 장소를 훼손하게 된다.
“나는 작품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지나치게 이끌어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와이드 앵글 렌즈의 사용과 같은 테크닉을 피하려고 항상 노력하며 이미지가 스스로 말하도록 그냥 놓아둔다.” -스티브 맥커리
사실 사진에 등장하는 피사체에게 돈을 주고 촬영하는 광고사진이라도, 사진의 주인은 촬영한 사진가도, 촬영의뢰한 주관단체도 아닌 사진 속 사람들일지 모르겠다.
“사람을 대할 때,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이나 내 주변의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을 떠나 그저 눈앞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순간, 일종의 화합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교류가 생기게 되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 사람은 카메라를 의식하기보다 그저 마음이 열려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자아를 보여준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내가 통하는 그 순간을 기다릴 뿐이고, 그 순간을 필름에 담을 뿐이다.”
대상 자체를 존중하는 휴머니스트의 시각, 스티브 맥커리(Steve McCurry, 1950.4.23.~). 그의 사진은 현실을 존중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있는 그대로 나타내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사진을 위한 사진이 아닌 삶을 위한 사진, 다시말하면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의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진의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2.접근(rapport)
태도에 따라서 접근도 달라질 것이다.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회의적이냐에 따라서 사진가의 접근방식도 달라진다. 방관자의 접근방식, 객관적인 접근방식(정공법), 친밀한 접근방식, 나와 피사체의 거리는 몇미터일까. 가장 힘든 관계가 사람간의 관계이다. 내게 우호적인 사람이 아닌 적대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는 더욱 힘이 들것이다.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힘이 들것이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상황에서도 사진가는 어느 쪽이라도 휩쓸리기 십상이다. 찍는자와 찍히는자와의 관계, 찍는자의 주도적인 접근인 것인가. 찍히는자의 주도적인 행위인 것인가. 사진은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사진의 테크닉, 기술보다 앞선다. 기술이 부족하다면 틈틈이 노력해야하겠지만.
라포(rapport)라는 용어는 프랑스어로 ‘가져오다, 참고하다’에서 나온 단어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상호 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대상과의 관계 또한 신뢰관계에서 접근하여 생각해 볼만하다. 사진가와 피사체(대상) 그 사이의 카메라는 소통을 이어가는 도구이자, 보고 느끼는 것들을 전달하는 도구인 셈이다.
유진 스미스(W.Eugene Smith)의 대표적인 사진 중의 하나가 일본 미나마따 병으로 기형이 된 딸을 안고 목욕하는 어머니의 장면이 있다. 짙은 흑백으로 강렬하게 전달하는 이 사진은 어떻게 접근하여 찍었을까. 똑같은 주제로 촬영한 구와바라 시세이는 이렇게 말한다. "스미스가 잡지에 발표한 토모꼬와 어머니의 목욕하는 사진을 목격한 순간, 나는 전율했다. 패배한 것이다. 일본인 사진가로서는 찍을 수 없는 사진을 그는 찍어낸 것이다. ... 일반 서민의 사생활 속에서는 비록 반라의 모습일지라도 벗은 장면을 촬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은 일본 풍토에서는 찍힐 수도 없고 갑히 찍을 수도 없는 이른바 금기가 되어왔다. ... 외국인이 아니고서는 찍을 수 없었던 카메라 워크. 이것이 바로 신선한 발상에 의해 찍혀진 이 한장의 사진이 주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스미스의 접근 방식은 사랑과 휴머니즘이었다. 그에게 있어 사진은 바로 사랑 그 자체였다. “You can’t photograph if you’re not in love.”
"사람들과 친숙해져 가는 시기였다. 우리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어느 가정이었는데, 아이의 부모가 시위하러 나가 있는 동안 우리는 그 아이를 돌보곤 했다. 어머니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지극한 것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상냥했다. 그녀는 미나마타 사람들이 회사와 정부에 대하여 싸우는 중에 보여준 용기의 가장 아름다운 절정으로 보였다. 이제 이 사진은 낭만주의라 불린다.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용기였는데, 용기 또한 낭만이 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나는 미나마타 최고의 요소를 상징하고 싶었다.
나는 내 아내 아일린에게 그 사진을 찍자고 말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안겨 있는 어린이와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했던 것이다. 그 집으로 가서 나는 매우 힘겹게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는 "네 도모꼬를 목욕시킬 참이었어요. 이것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군요."라고 말하고는 일본인이 흔히 하는 것처럼 먼저 욕조 밖에서 그 아이를 안고 씻긴 다음 욕조 안으로 들어가는 거였다. 매우 감동적이었다.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적인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나는 해냈으며 그것은 충분히 낭만적이다."
- 유진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