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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형태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216

by 노용헌

사진은 의미를 어떻게 담아내고 전달하는가? 사진은 시각적인 형태를 담아내기 위해서 프레이밍을 한다. 시각적인 형태들은 대상의 부분적 형태들로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고, 상징을 하기도 한다. 그것이 의미구조의 순환인 셈이다. 사람들은 언어를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고 개념을 설명한다. 기호학의 창시자 퍼어스Peirce와 소쉬르Saussure는 의미과정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다. 퍼어스는 기호학의 요소로 기호sign, 대상referent, 해석항interpretant, 즉 그는 기호를 도상圖象icon, 지표indices, 상징symbol으로 구별한다. 이에 반해 소쉬르는 기호의 종류를 동기화된 기호motivated sign와 자의적 기호arbitrary sign로 나눈다. 소쉬르의 이항대립의 개념은 기표(시니피앙; Signifiant)와 기의(시니피에; Signifié)로 설명된다. 용어가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手話, sign language)는 기표이자 기의를 담고 있다. 사진은 시지각을 이용해서 사물 또는 대상의 형태로서 의미를 전달한다. 세계의 모든 대상들은 형태를 가지고 있고, 점선면, 삼각형, 사각형,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형태는 하나의 몸짓 언어이기도 하고, 의미의 표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사진이라는 이차원적 공간위에 재현된 형태들을 보고, 이미지들을 봄으로써 세계를 인식한다.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무언가의 감각적인 의미들과 메시지를 해석한다. 바르트가 말했듯이 사진은 대상의 ‘완벽한 유사물’로서 도상적 특성을 가지며, 이러한 도상적 특성은 재현(Representational)과 관계(Referential)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 하나의 형태는 재현하게 되고, 이러한 형태들은 서로 관계되어진다.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 앙드레 바쟁의 ‘자동생성’, 필립 뒤바의 ‘사진적 행위’, 로잘란드 클라우스의 ‘사진적인 것’ 이 모든 것은 사진의 의미해석을 위한 이론들이다. 우리는 세계를 형태로서 이해되어진다. 사진은 형태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


사진을 찍다보면 의미를 찾는 것보다는 때론 형태에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빛과 그림자의 형태, 선과 곡선, 동그라미, 패턴의 형태들. 그릇에 담겨진 음식, 내용과 형식, 우리의 눈은 맛있는 음식을 느끼는 것인지, 그릇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인지. 심플한 디자인과 절제미를 주장했던 100년전 바우하우스(Bauhaus)의 목표는 특정한 양식, 시스템, 신념, 규범, 비법, 유행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형식에 얽매이는 대신 변화하는 형식 이면에서 삶의 풍치를 찾고자 했다. 어쨌든 형식미는 디자인의 혁명이다. 몬드리안을 중심으로 한 신조형주의, 말레비치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구성주의는 미술에서 있어서 구조주의자가 강조하는 반구상적이고, 기표와 기의를 구분함으로써 형식을 강조한다.


맞춤법이 맞는지, 틀린지만 보이고, 우리는 어떤 형태, 규칙만 보게 된다. 그러나 형태를 무시하고 새로운 의미전달을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종교에서 예배는 일정한 규칙과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사실 기도를 통한 하느님과의 대화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화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몸짓이나 행위, 형태들만 보인다. 의미와 형태는 서로 상관[相關]적이다.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고서 그 사람의 분위기, 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취향 등을 유추하듯이, 형태는 그의 이야기(story)를 담고 있다. 한 장의 사진은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서 많은 의미들을 함의[含意]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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