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리틀 아워즈The Little Hours> 2017년
영화 <데카메론>(1970)은 파졸리니가 각본, 감독, 배우를 겸했으며 14세기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가 쓴 소설에 나오는 몇몇 이야기를 풍부하게 제작한 서사 영화이다. 파졸리니는 예술가, 성직자, 마법사들이 거주하는 중세 이탈리아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음탕한 타피스트리로 엮는다. 전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 지오토의 역으로 나오는 파졸리니는 감각과 불경스러운 유머로 관객들을 원숙한 영화적 풍경으로 이끈다.
데카메론은 10명의 화자(7명 여성, 3명 남성)들이 10일간 100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테의 <신곡(神曲)>이 100곡으로 이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야기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사랑, 욕망, 신앙, 정의, 죽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인류가 겪는 재난, 질병, 전쟁 등으로 인해 파괴된 세상에서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1일차: 자유주제 (여왕)
2일차: 고생 끝에 낙이 오는 이야기 (여왕)
3일차: 꾀를 내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는 이야기 (여왕)
4일차: 끝이 안 좋게 끝나는 사랑 이야기 (여왕)
5일차: 시련을 겪지만 행복한 결말을 맞는 연인들 (여왕)
6일차: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면하는 이야기 (여왕)
7일차: 배우자를 속이고 멋진 애인과 즐기는 이야기 (왕)
8일차: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 (여왕)
9일차: 개망신당하는 이야기 (여왕)
10일차: 높은 신분을 가진 인물이 관용을 베푸는 이야기 (왕)
“그런데 그런 자연의 이치 속에 있지만 단 하나, 남의 충고나 의도에 좌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이란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니며 없애려고 해도 사랑 그 자체가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한 제거할 수없는 성질의 것입니다.”
[1]
하느님의 아들이 태어나신 지 1348년이 되던 해,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빼어나고 고귀한 도시인 피렌체에 치명적인 흑사병이 돌았습니다. 천체의 영향이 인간에게 미친 것이라고도 하고 우리의 삶을 바른 곳으로 인도하시려는 하느님의 정의로운 노여움 때문이라고도 합니다만, 어쨌든 그 전염병은 몇 해 전 동쪽에서 시작되어 살아 있는 생명들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빼앗으면서 서쪽을 향해 처절하게 확산되었습니다.
그 휘몰아치는 전염병 앞에서는 어떤 인간의 지혜도, 대책도 소용이 없었지요. 특별히 임명된 공무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오물을 청소했고 병든 자들을 도시에 들이지 않았으며 수많은 위생 지침이 고시됐지만, 더 헛일이었습니다.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행진을 하거나 다른 모든 방식을 동원해 하느님께 수없이 간청해 봐도 효과가 없었습니다. (P22)
하층 계급과 대다수의 중산 계급은 상황이 훨씬 더 비참했습니다. 희망 때문인지 가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한집에 모여 살거나 서로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매일 수천 명씩 감염됐습니다. 모두가 간호는커녕 작은 도움도 받지 못하고 죽어 갔지요. 길거리에는 밤낮없이 수많은 시신이 나뒹굴었고 집 안에는 더 많았습니다. (P29)
그런데 요즘에는 서로가 서로를 헐뜯고 비방하며 남의 잘못이나 불행에 대해 떠들어 대고, 더 나쁘게는 사람들 면전에 대고 그렇게 하면서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서로 잘못을 비난하고 수치와 슬픔을 자극하지요. 게다가 점잖은 사람들을 거짓 감언이설로 꾀어 극악무도한 길로 끌어들이며 시간을 보낼 궁리나 하고요. 그런데 이런 자들이 혐오스러운 말과 행동을 일삼으면서 오히려 그 방자하고 잘난 귀족 나리들의 사랑과 찬미를 받고 최고의 수당을 챙기는 거예요. 바로 이것이 오늘날 세상의 치욕이자 비난받을 점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이 이제 완전히 타락한 미덕마저도 악의 구렁텅이 속에 처박아 버렸음을 보여 주는 극명한 증거라고 하겠습니다. (P113)
“원장님! 저는 그렇게 들었거든요. 암탉 열 마리에는 수탉 한 마리로도 충분하지만, 열 남자가 한 여자 만족시키기는 힘들다고요. 그런데 전 지금 아홉 사람이거든요. 뭐라고 하셔도 더는 못 하겠어요. 사실 말이죠. 너무 무리를 해서 이젠 지푸라기 하나 들 힘도 없다니까요. 그러니 절 내보내 주시든가 아니면 뭔가 다른 조치를 취해 주셔야겠습니다.”
수녀원장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벙어리인 줄로만 알았으니까요.
“아니, 이게 뭐야! 넌 벙어리라고 생각했는데!”
“맞습니다. 그랬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는 아니었어요. 병을 앓고 난 뒤 말을 못하게 됐지요. 이제 하느님 은총으로 바로 오늘 밤에 나아 버렸네요.” (P337-338)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는 기존의 도시 관습과는 상당히 다른 관습이 생겨났습니다.”
“세상 일이란 과하면 시들해지는 법이고, 바라는 것을 제지당하면 더 간절해지기 마련이지요.”
“하지만 나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적절한 언어를 쓴다면 발설하지 못할 정도로 부적절한 이야기는 없는 법이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