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불빛
나는 가로등에 걸린 보름달을 사진으로 찍었다. 이 사진은 우연한 일치인 셈이다. 달이 마치 가로등의 불빛 모양을 했고, 이것은 시각적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라고 성경(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은 말하지만, 시각의 원근법은 사실 허구적 믿음에서 출발할지도 모른다. 이성은 믿음을 볼 수 없고, 그렇다고 신념은 과연 올바른 길을 선택하고 내가 사진을 하고 있는 이유가 될는지 갑자기 그런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난 또다른 현실을 마주하고, 그런 현실을 사진에 담고 있다.
20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