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
기억은 자기만의 의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혼잣말을 한다. “이건 반드시 기억해야 돼. 지금 이 순간을 잊으면 안 돼. 이 모습, 이 느낌, 이 손길.” 하지만 몇 달도 되지 않아, 아니 겨우 이틀만 지나도 우리는 그 순간의 색깔, 냄새, 향기를 우리가 원했던 것만큼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없다. 체스 노테봄(Cees Nooteboom)은 <의식Rotiuals>에서 “기억은 마음 내키는 곳에 드러눕는 개와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기억은 뭔가를 보존해두지 말라는 우리의 명령도 잘 듣지 않는다. 내가 그걸 보지만 않았더라면, 경험하지만 않았더라면, 듣지만 않았더라면, 그걸 모두 잊어버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소용없다. 밤에 잠이 안 올 때 그 기억은 우리가 부르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떠오른다. 이 점에서도 기억은 개와 같다. 우리가 방금 던져버린 것을 주워들고 꼬리를 흔들며 돌아오니까.
-나이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 Douwe Draais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