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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ug 07. 2024

오노레드 드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

영화 <로스트 일루전(Les Illusions Perdues)> 2021

소설 <잃어버린 환상(Les Illusions Perdues)>은 발자크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세기 초기의 프랑스 사회와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패배를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두 시인’, ‘파리에 온 지방의 위인’, ‘발명가의 고통’ 삼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프랑스 남부 도시 앙굴렘을 시작으로 1부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2부에서는 파리로 무대가 옮겨지며, 3부에서는 다시 앙굴렘이 소설의 무대가 된다.    

 

[헌사]

빅토르 위고 씨,

사람들이 그 존재가 아직은 너무도 미미할 나이에, 라파엘이나 피트 같은 사람들이 누린 특권에 의하여 벌써 위대한 시인이었던 당신은 샤토브리앙이나 모든 진정한 재사들처럼, 신문의 기사 뒤로 숨거나 그 지하도에 웅크리고 앉아 질투하는 자들에 대항하여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승리에 빛나는 당신의 이름이 당신에게 바치는 이 작품의 승리에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제 작품은 진실로 가득 찬 이야기임과 동시에 용감한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기자들도 후작이나 금융가, 의사와 소송대리인들처럼 몰리에르와 그의 연극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파리의 언론은 모든 권력을 다 누릴 수 있는 마당에, 웃기면서 풍속을 바로잡는 <인간 희극>이 왜 권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까?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서 기쁜,

당신의 진실한 찬미자이자 친구

드 발자크    

 

단 하나의 사랑만을 찾는 정열과 사색가의 총명과 격렬한 우울증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우울증이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굴곡을 꿰뚫어 보면서도 너무도 명료하게 분석하는 나머지 관념적인 쾌락은 쉽게 혐오하는 그러한 정신의 우울증이다. 그의 얼굴에서는 분출하는 재능이 보였지만, 화산 곁에 있는 재 역시도 보였다. 출생 신분이 낮고 재산이 없어 뛰어난 사람들이 많이 빠져드는 깊은 사회적 허무감 속에서 그의 얼굴의 희망은 꺼져가고 있었다.            (P31)


그녀는 잇닿은 사회계층을 하나하나 열거하여, 시인으로 하여금 그가 이런 능란한 결정에 의해 얼마나 여러 단계를 뛰어넘는 셈이 되는가 깨닫도록 했다. 뤼시앙이 1793년의 공상적인 평등에 대해 품고 있는 하층민적 생각을 한순간에 버리게 하고, 이제가지 다비드의 차가운 이성이 진정시킨 귀족에 대한 갈망을 일깨우고, 그가 딛고 서야 할 유일한 무대가 상류사회라는 것을 지적해주었다. 증오에 불터던 자유주의자는 ‘마음속의’ 왕정주의자가 되었다. 뤼시앙은 귀족의 호사와 명예의 사과를 깨물었던 것이다. 그는 부인의 발아래, 비록 피로 물든 것일지라도 화관을 바치리라 맹세했다. ‘누가 보고 있든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화관을 손에 넣으리라. 그는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루이즈에게 감추어왔던 현재의 고통을 이야기했다. 그는 초기의 감정에 흔히 있는 그 정의할 수 없는 수줍음, 즉 청년으로 하여금 자기 자랑을 늘어놓지 못하도록 하는 그 수줍음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며, 그만큼 청년이란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마음이 평가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P67)     


아직 실패해보지 않은 청년이 다른 사람의 과오에 대해 관대하지 않다면, 그것은 그들도 자기처럼 훌륭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연 라파엘이 명언인 ‘이해한다는 것, 그것은 동등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알려면 인생을 꽤 경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시의 이해에 필요한 감각이 빈약하다.                (P82)     

시의 목적이 모든 사람이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사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면, 시인은 인간 지성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하여 그 인간 지성의 모든 단계를 끊임없이 섭렵해야 합니다. 시인은 적대적인 두 힘인 논리와 감정을 가장 생생한 색채 아래 감추어야 합니다. 시인은 한마디 말 속에 사사의 세계전체를 담아 넣어야 하고, 하나의 그림으로 철학 전체를 요약해야 합니다. 결국 그의 시는 그 꽃이 사람들 각자의 감정이 파놓은 고랑들을 찾아가 그들의 가슴속에서 피어나야 하는 씨앗인 것입니다. 모든 것을 그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느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생생하게 느낀다는 것, 그것은 고통받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시는 사상과 사회의 방대한 지역의 고통스러운 여행 이후에야 탄생합니다. 불멸의 작품들이야말로 실제로 살았던 사람들의 생명보다 더 진정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 만든 것 아닙니까?            (P108)   

  

종이는 그것이 바탕이 되는 인쇄술 못지않게 경이로운 산물이며, 중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 종이는 은밀한 상업 경로를 통해 소아시아로 들어갔는데, 몇몇 전설에 의하면 그곳에서는 750년경에 면직을 으깬 죽 모양의 펄프로 만든 종이를 사용하고 있었다. 값이 너무 비싼 양피지를 대체할 필요에서 ‘누에 종이’(동방에서는 면직 종이의 이름)를 모방하여 넝마로 만든 종이를 발명하였는데, 혹자는 이 종이를 1170년 바젤에서 망명 그리스인들이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1301년 파두아에서 팍스라는 이탈리아 인이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처럼 종이는 서서히, 그리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완성되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미 샤를 6세 때에 파리에서 트럼프 펄프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파우스트, 코수터, 구텐베르그 같은 불후의 인물들이 ‘책’을 발명하자 그 시기의 많은 위대한 예술가들처럼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이 인쇄술 요구에 맞게 제지술을 적응시켰다.         (P123)     


이 시인의 허영심은 전에 어머니와 누이, 그리고 다비드에 의해서 어루만져졌듯이, 이 여인에 의해 어루만져졌다.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그가 자리한 상상적인 토대를 치켜올려 주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분노한 그의 적들이나 친구들 모두가 그의 야망에 가득 찬 믿음들을 떠받쳐 주었기 때문에 그는 신기루의 세계를 걷고 있었다. 젊은이의 상상력은 그러한 찬사나 생각에 너무도 자연스레 동조하기 마련이어서, 그리고 장래가 촉망되는 미모의 청년에게는 모두들 앞다투어 도와주려 하기 때문에, 그러한 위세를 흐트려 놓자면 쓰디쓰고 차가운 교훈이 여러 차례 필요한 법이다.         (P136)   

  

여러 대로와 라페 가 사이를 처음으로 여기저기 걷는 동안, 뤼시앙은 처음 온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보다는 물건에 더 관심이 있었다. 파리에서는 많은 사람의 무리가 우선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게들의 호화로움, 집들의 높이, 마차들의 혼잡, 극도의 사치와 극도의 빈곤이 만들어내는 변함없는 대조 등이 무엇보다도 먼저 주의를 붙든다. 낯선 군중에 놀란 이 상상가는 자기가 무척이나 왜소하다고 느꼈다.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 존경을 받고, 한 걸음 딛을 때마다 자기들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사실의 증거를 만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가치가 빠르게 완전히 상실되는 것에 대해 전혀 익숙할 수가 없다. 고향에서는 그 무엇이지만 파리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이 두 상태에 어떤 과도기가 있었으면 싶다. 그래서 이쪽에서 저쪽으로 너무 갑작스레 넘어가게 되는 사람들은 일종의 자기상실에 빠진다. 자기의 모든 감정에 메아리가 있고, 자기의 모든 생각에 절친한 친구를 찾고, 자기의 가장 사소한 감동도 함께 해주는 영혼을 갖고 있던 젊은 시인에게 파리는 끔찍한 사막이 도려 하고 있다.        (P182)     

“싼값에 위대한 인물이 될 수는 없어요.” 다르테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천재는 자기의 작품에 눈물을 뿌립니다. 재주란 모든 존재들처럼 병에 약한 유년기가 있는 정신적인 피조물입니다. 자연이 약하거나 장애가 있는 피조물을 앗아가듯이 사회도 불완전한 재주를 배척합니다. 사람들 위에 오르고자 하는 자는 투쟁에 대비해야 하며, 어떤 난관 앞에서도 물러서지 말아야 합니다. 위대한 작가란 죽지 않는 순교자인 것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당신의 이마에는 천재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다르테즈는 뤼시앙에게 감싸는 듯한 시선을 던지면서 말했다. “만약 당신이 마음속에 의지와 천사의 인내를 갖고 있지 않다면, 또한 거북이들이 어떤 고장에 있든지 그들의 대양으로 가는 길을 찾아가듯이, 기구한 운명 때문에 당신이 목표에서 아무리 멀리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추구하는 무한의 길을 다시 찾을 수 없다면, 오늘부터 포기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형벌을 각오하고 있습니까?” 뤼시앙이 말했다. “모든 종류의 시련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의 중상, 배반, 부당성, 장사꾼들의 염치없음, 잔꾀, 극성스러움 등을 말입니다.” 청년은 체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의 작품이 좋다면, 처음 실패가 무슨 중요성이 있겠어요…”              (P237-238)  

   

진정한 재능은 언제나 온후하고, 순진하고, 개방적이고, 점잖음을 빼는 척하지 않는다. 그에게서는 풍자도 정신을 어루만지며, 결코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존경이 야기한 첫 감동이 일단 사라지면 이 엘리트 젊은이들 곁에서는 무한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친숙함 때문에 각자의 가치의식이 배제되지는 않았고, 각자 옆 사람을 깊이 존경했다. 요컨대 모두가 은인이 될 수 있고, 신세를 질 수도 있다고 느꼈기 때문에, 각자가 격식을 부리지 않고 서로의 도움을 받아들였다. 매력이 가득하고 지칠 줄 모르는 대화는 무척이나 다양한 주제에까지 이어졌다.

....(중략)....

대단한 외적 비참과 화려한 지적 풍요가 이상한 대조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서 삶의 현실을 생각하는 것은, 단지 정다운 농담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추위가 빨리 느껴진 어느 날, 다르테즈의 친구들 중에서 다섯 명이 모두들 같은 생각을 하고서 각자 외투 속에 장작더미를 넣고 왔다. ....(중략).... 형태를 지배하여, 공부나 밤샘에 못지않게 신성한 빛으로 얼굴을 물들이는 그러한 정신적 아름다움을 모두들 타고난 그들은, 삶의 순수함과 사사의 불꽃이 규칙화하고 순화해주는, 약간은 고뇌에 찬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생기있고 반짝이는 그들의 눈은 오점 없는 생활을 증언했다. 빈곤의 고통도 그것이 느껴지면 모두들 무척이나 유쾌하게 견디고 받아들였으므로, 아직 심각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은 젊은이들 얼굴 특유의 청명성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았다. ....(중략).... 그들은 자기들의 위대함과 행복을 무척이나 의식하고 있었으므로, 새로운 미지의 요소를 들어오게 함으로써 그 행복을 방해받으려 하지 않았다.      (P246-248)  

   

이봐요 딱한 사람. 나도 당신처럼 가슴에 환상을 가득 담고, 예술에 대한 사랑에 밀리고, 영광으로의 거역할 수 없는 충동에 실려 여기에 와, 직업의 현실, 서점의 어려움, 궁핍의 확실성을 발견했어요. 이제는 억눌러졌지만 처음에는 흥분되고 격앙되어 세상의 메커니즘을 보지 못했어요. 그걸 보아야 했고, 모든 톱니바퀴에 부딪쳐, 축에 박아보고, 기름에 몸을 더럽혀보고, 쇠사슬과 핸들의 덜걱거리는 소리를 들었어야 했지요. 당신도 나처럼 알게 되겠지만, 꿈꾸던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 뒤에는 인간과 정념과 궁핍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당신은 작품 대 작품, 인간 대 인간, 파당 대 파당의 끔찍한 싸움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야 할 것이고, 그 싸움에서는 자기 사람들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체계적으로 싸워야 합니다. 이런 비열한 싸움은 영혼에게 환멸을 느끼게 하고, 마음을 타락시키고, 아무런 쓸데없이 피곤하게 합니다. (P275)   

  

“......걸작을 출판하더라도 견본에 인색한 출판사는 박살납니다. 비열한 짓입니다만 난 그런 일로 먹고살아요. 남들이 다 그렇듯이! 이런 문학계보다 정계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이 두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부패했고, 모두가 부패시키는 사람이거나 부패한 사람입니다. 약간 큰 출판업의 경우 출판업자는 공격받는 것이 두려워 내게 돈을 줍니다. 그래서 내 수입은 팸플릿과 관계가 있습니다. 팸플릿이 홍역꽃처럼 좁쌀 모양으로 발진하면 내 주머니에 돈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러면 난 친구들에게 한턱냅니다. 출판사에 일이 없으면, 난 플리코토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여배우들도 찬사의 대가를 주지만, 가장 능숙한 여배우들은 비판을 해도 줍니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침묵이죠. 그래서 다른 곳에서 반박받을 만하게 쓰인 비평은 다음날이면 잊혀지는 무미건조한 찬사보다 값어치가 더 나가고, 더 비싸게 지불됩니다. 논쟁이란 말입니다. 명성의 디딤돌이지요. 사상의 검객, 사업이나 문학이나 연극의 평판에 있어서의 이런 검객다운 일로 나는 한 달에 50에퀴를 벌고, 소설 한 권을 5백 프랑에 팔 수 있다고 해서, 나는 무서운 사람으로 통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백만 장자 티를 내는 약장사를 희생시켜 플로린의 집에서 사는 대신, 내 집에 살면서 큰 신문사에 들어가 비평란을 맡게 되면 플로린은 대배우가 될 겁니다. 나로 말하자면 그때 무엇이 될지 모릅니다. 장관이나 신사,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그는 숙였던 머리를 다시 쳐들고, 비난하는 듯한 무서운 절망의 시선을 나뭇잎 쪽으로 던졌다.) 나도 멋진 비극 한 편을 팔았어요! 그리고 내 원고 안에는 죽어갈 시 한편이 있어요! 그리고 나도 좋은 사람이었어요! 순수한 마음을 가졌었죠. 그런데 난 지금 파노라마 드라마티크의 여배우 하나를 정부로 삼고 있어요. 상류사회의 가장 뛰어난 여자들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었던 내가! 요컨대 난 출판사가 내 신문에 거절한 견본 한 부 때문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책에 대해 험담을 하고 있어요!”                (P277)    

 

인쇄 손상용지 한 장이 장미나무 한 그루를 덮고 있었고, 손질을 잘 하지 않은 이 수사학의 꽃들이 악취를 풍기는 이 정원 안에서 시든 꽃들의 향기가 나고 있었다. 온갖 색깔의 리본이나 선전용 전단들이 꽃잎 속에 피어 있었다. 유행물의 찌꺼기들이 식물을 질식시키고 있었다. 여러분은 어떤 녹색 덤불 위의 리본 매듭을 발견하지만, 달리아 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 형상을 한 새틴 매듭인 것을 알고는 실망할 것이다. 안뜰 쪽에서는 정원 쪽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기이한 건물의 외양은 파리의 더러움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이상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P292)     

“.... 내가 자네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은 자네가 루스토의 친구이기 때문이네, 몽프티.” 도리아는 불쾌하지만 친밀감을 주는 몸짓으로 시인의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나의 출판을 원하는 모든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면 난 가게문을 닫아야 할 걸세. 그럴 경우 난 대단히 유쾌하기는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싼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야 할 테니까. 나는 아직 모든 자존심의 독백을 들어줄 만큼 부자가 못 된다네. 그건 극장의 고전 비극에서나 있는 일이지.” 

지방 시인이 보기에 이 끔찍한 도리아의 사치스런 치장은 잔인할 정도로 논리적인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건 뭔가?” 그가 루스토에게 물었다.             (P306)     


“.......확신컨대 지금 이 순간 우리 서점에는 추천된 시집이 천 권은 있어. 그런데 그것들은 중단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고, <코르세르>나 <라라>를 모방한 밑도 끝도 없는 것들이라네. 독창성이라는 핑계 아래 젊은 친구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시구나 쓰는 데 몰두하고, 또한 묘사적인 시에나 몰두하여 들리유를 흉내내고는 새 유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2년 전부터 시인은 풍뎅이 늘어나듯 엄청나게 불어났어. 난 작년에만 2만 프랑을 손해보았어! 가뷔송에게 물어보라고! 이 세상에는 불멸의 시인들도 있을 거야. 난 아직 수염도 나지 않은 홍안의 소년들이나 참신한 친구들을 알고 있지.” 그가 뤼시앙에게 말했다. “하지만 젊은 친구, 서점에는 네 사람의 시인밖에 없어. 베랑제, 카지미르 들라비뉴, 라마르틴, 빅토르 위고가 그들이지. 왜냐하면 카날리스는!..... 신문기사에 의해 만들어진 시인이니까.”                  (P307)  

   

“우린 마음이나 인체에서 발견되는 모든 뱀에 대해 과학적인 논문을 쓰고, 거기에서 나아가 그것들이 어떻게 외교관 집단에 파고드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루스토가 말했다.

“우리는 이 버찌가 담겨 있는 브랜디 병에도 어떤 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베르누가 말했다.

“그러면 각하께서도 그걸 믿게 되실 겁니다.” 비뇽이 외교관에게 말했다.

“여러분, 잠자고 있는 여러분의 발톱을 깨우지 마세요.” 레토레 공작이 소리쳤다.

“신문의 영향력이나 권력은 이제 피아나고 있을 뿐입니다.” 피노가 말했다. “저널리즘은 유년기에 있지만, 앞으로는 커지게 될 겁니다.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모든 것이 광고에 굴복할 겁니다. 사상이 모든 것을 밝히게 될 겁니다. 사상은......”

“모든 것을 말라죽게 할 겁니다.” 블롱데가 피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P351)  

   

“.....모든 장사나 마찬가지로 신념도 법도 없네. 모든 신문이 블롱데가 말한 것처럼 대중이 원하는 색깔의 말만을 파는 가게이지. 곱추들의 신문이 존재한다면, 그 신문은 아침저녁으로 곱추의 아름다움, 선의, 필요성 등을 증명할 것이네. 신문은 이제 여론을 계몽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 영합하기 위한 것이네. 그래서 얼마간 시간이 가면, 모든 신문은 비굴하고, 위선적이고, 파렴치하고, 허위적이고, 살인적으로 될 것이네. 사상, 제도, 인간을 말살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꽃피어나게 될 것이네. 신문은 모든 이성적 존재의 특전을 지니게 될 거야. 악이 행해져도 누구도 그 책임은지지 않을 것이네. 나 비뇽이나, 루스토, 블롱데, 피노, 자네들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카토,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이 될 수 있어. 우리들은 모두 죄가 없을 거야. 우린 어떤 파렴치한 일을 해도 손을 씻으면 될 것이네. 자네들 마음 내키는 대로 생각하게만, 이런 도덕적인 혹은 부도덕적인 현상에 대해 나폴레옹은 국민의회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탁월한 말을 만들어냈는데, 그것은 ‘집단 범죄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없다’라는 것이었네. 신문은 가장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도 그 때문에 손이 더럽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P353)     


“여기 도리아가 방금 전에 준 나탕의 책 견본이 한 권 있네. 재판이 내일 나올 텐데, 이 작품을 다시 한 번 읽고, 나탕의 기를 꺾어줄 기사를 한 편 만들라고, 펠리시앙 베르누는 나탕을 혼내줄 수가 없어. 그는 나탕의 성공이 장래 자기 작품의 성공에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런 소인배들의 기벽 중 하나는, 이 세상에 두 성공의 자리는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라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일하고 있는 대신문에 자네의 기사를 실어줄 거네.”

“그렇지만 그 책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지? 좋은 책인데,” 뤼시앙이 소리쳤다.

“그래서 말이야, 자네의 직업을 배우라고.” 루스토가 웃으며 말했다. “그 책이 걸작이라고 해도, 자네의 펜 아래에서는 어리석은 바보 짓이 되고, 위험하고 불건전한 작품이 되는 거라네.”

“하지만 어떻게?”

“좋은 점을 결점으로 바꾸면 돼.”

“그런 힘든 곡예는 난 못해.”

“이보라고, 신문기자란 곡예사야. 자기 상태의 불편에 익숙해져야해. 보라고, 나도 좋은 사람이야, 나도!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 거라네. 잘 들어둬, 자네! 처음에는 작품을 좋다고 하고서, 그 다음에 자네의 생각을 마음대로 쓰면 되는 거야. 그러면 독자들은 ‘이 비평에는 질투심이 없다. 이건 아마도 공평할 것이다’라고 말을 하지. 그때부터 독자들은 자네의 비평을 양심적인 것이라고 여기게 돼. 자네 독자의 평가를 얻은 다음에는, 이런 유의 책이 프랑스 문학에 끼치게 될 영향을 비난하게 되어 유감이라고 말하는 거네. 프랑스는 전세계의 지식층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자네는 말하는 거야. 오늘날까지 여러 세기에 걸쳐 프랑스 작가들은, 문장의 힘과 사상에 부여한 독창적인 형식에 의해 유럽을 분석과 철학적 검토의 길로 유지해왔다라고 쓰는 거네. 여기에서 자네는 부르주아들을 위해서 볼테르, 루소, 디드로, 몽테스키외, 뷔퐁 등에 대한 찬사를 집어넣는 거지. 프랑스에서는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가차없는 것인지를 설명하고, 언어는 사상에 칠해지는 니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  (P401-402)     

“그들의 말이 맞아!” 뤼시앙은 코랄리와 둘이서만 남게 되자 말했다. “사람들은 강한 자들의 손 안에 있을 때는 그들의 방편이 되어야 해. 기사 세 편에 4백 프랑이라니! 도그로는 내가 2년 동안 쓴 책에 대해서도 겨우 그 정도 주려고 했어.”

“그러니까 비평을 해요.” 코랄리가 말했다. “즐기라고요! 나 좀 보세요. 나는 오늘 밤은 안달루시아 여자 역할을 했다가, 내일은 보헤미아 여자 역할을 하고, 또 다른 날은 남자 역할을 하잖아요? 나처럼 하세요. 그들의 돈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표정을 지으세요. 그리고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뤼시앙은 역설에 사로잡혀, 페가즈와 발라암의 암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저 변덕스런 노새에 정신을 팔리고 말았다. 그는 숲속을 산책하는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의 광야를 달렸다. 그리고 블롱데의 논제에서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P425)     

“메마른 언덕을 오르다가 끔찍한 갈증의 열기를 달래줄 과실을 하나 발견하는 일이 가끔은 있는 법이라네. 그 열매가 바로 이것이네!” 그렇게 말하고 뤼시앙은 다르테즈가 품안에 몸을 던지고 흐느꼈다. 그리고 그는 친구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내가 자네에게 나의 양심을 맡기고 언젠가는 돌려달라고 하고 있는 것 같네!”

“정기적인 후회란 커다란 위선이라고 생각해.” 다르테즈가 근엄하게 말했다. “그러면 후회는 나쁜 행동에 주어지는 보너스가 되지. 후회란 우리의 영혼이 신에게 빚지고 있는 순결이라네. 그러니까 두 번씩이나 후회하는 인간은 무서운 사기꾼이야. 나는 자네가 후회만 하면 죄가 면해진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네!”

그 말을 듣고 뤼시앙은 아연실색해서 느린 발걸음으로 륀 가로 돌아왔다. 다음날 시인은 다르테즈가 교정을 해서 보내온 기사를 신문사로 가져갔다.             (P512) 

    

“그럼 말이에요.” 에브가 다비드에게 말했다. “오빠는 우리가 지불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이 소추를 보고 알겠죠.”

이 말은 에브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다비드의 성격을 점점 더 잘 알게 되자 그에 대한 사랑이 더 커져 갔고, 그것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오빠에 대한 사랑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나 많은 환상에 작별을 고하여야 했던가?....       (P591)  

   

사랑하는 누이에게, 

이틀 전 새벽 5시에 나는 하느님의 가장 아름다운 피조물 중의 한 사람의 임종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네가 나를 사랑하듯이, 다비드와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듯이, 나를 사랑해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욕심 없는 감정에 곁들여서, 어머니와 누이라면 줄 수 없는 것, 즉 사랑의 모든 지복을 준 사람이었다! 내게 모든 것을 희생한 후에 아마도 이 가엾은 코랄리는 나 때문에 죽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를 묻어줄 것도 없는 나를 위해서..... 그녀는 내 삶을 위로해주었다. 나의 사랑하는 천사들, 그대들만이 그녀의 죽음에 대해 나를 위로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이 결백한 여자는 하느님께 용서받았다. 그녀는 기독교도로 죽었으니까. 아, 파리!.... 에브야, 파리는 프랑스의 모든 영광이자 치욕이다. 난 거기에서 이미 많은 환상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천사의 시신을 성지에 묻어주기 위하여 필요한 조금의 돈을 구걸하면서 나는 또 다른 환상을 잃게 될 것이다!

불행한 오빠

뤼시앙.                (P612)     


“.......그 규범을 가지고 싸우고자 하는 야심가는 어린애에 지나지 않아요. 마치 자기의 좋은 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에게 놀이꾼들이 ‘선생, 부이요크 놀이는 하지 마시오’라고 충고할 때처럼 노 정치가는 말을 할 것이오. 야심이라는 놀이에서 규칙을 만드는 사람이 당신이오? 왜 내가 당신에게 사회와 당신을 대등하게 만들라고 했겠소?.... 그것은 말이오, 오늘날 사회는 모르는 사이에 개인에게서 많은 권리를 가로챘고, 따라서 개인은 사회와 투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오. 이제 법률은 없고, 풍속이라는 꾸민 태도, 형식만이 있을 뿐이오.”    (P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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