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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Aug 14. 2024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

영화 <컬러 퍼플>  1985년

뮤지컬 <컬러 퍼플>(2023)     

브로드웨이 뮤지컬 '컬러 퍼플'을 영화화한 작품. 해당 뮤지컬은 1985년에 개봉한 고전 영화 '칼라 퍼플'과 마찬가지로 앨리스 워커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1985년 영화에 소피아 역으로 출연한 오프라 윈프리와 제작진이었던 스티븐 스필버그, 퀸시 존스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연출은 블랙 이즈 킹의 공동감독이었던 블리츠 바자울레가 맡았다. 

    

이 말을 말하려거든 하느님한테나 해. 안 그러면 네 엄마가 죽어.

하느님.

저는 열네 살이에요. 저는 항상 착한 아이예요였어요.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하느님께서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봄 루시어스가 태어나고 저는 두 분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어요. 아빠가 엄마 팔을 당겼어요. 엄마는 너무 일러, 폰소, 내 몸이 말이 아냐, 하고 말했어요. 결국 아빠는 엄마를 내버려뒀어요. 일주일 후 아빠는 다시 엄마 팔을 당겼어요. 엄마가 말했어요. 안 돼, 못 해. 지금 나는 반송장인데다 애들도 이렇게 많잖아.

엄마가 메이컨에 있는 의상 여동생에게 갔어요. 제가 동생들을 돌보게 되었어요. 아빠는 제게 따뜻한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네 엄마가 하지 않으니 네가 해야 돼, 하고만 말했어요. 아빠는 아빠의 그걸 제 엉덩이에 대고 조금씩 움직였어요. 그러고는 제 젖가슴을 움켜쥐었어요. 그러더니 그걸 제 거시기에 밀어넣었어요. 저는 아파서 울었어요. 아빠는 제 목을 조르면서, 입 닥치고 익숙해지도록 해, 하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아요. 게다가 이제는 요리를 할때마다 속이 메슥거려요. 엄마는 저를 보고 막 칭찬해요. 엄마는 기분이 좋아요. 아빠가 이제 잘 대해주니까요. 하지만 엄마는 너무 아파서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요.                 (P13-14)  

   

저는 싸우는 법을 몰라요. 제가 아는 거라곤 그저 목숨을 부지하는 법뿐이에요. (P39)     

케이트가 저를 데리고 가게에 갔어요. 저는 슈그 에이버리라면 무슨색 옷을 입을까 생각해봤어요. 슈그가 여왕처럼 느껴져서 저는 케이트에게 말했어요. 보라색이 좋은데, 붉은색을 약간 곁들여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둘러봐도 보라색은 없었어요. 붉은색은 많았지만 케이트가 말했어요. 아니, 오빠는 붉은색은 사주지 않을 거야. 너무 행복해 보이니까. 우리가 살 수 있는 건 갈색과 밤색, 아니면 남색이야. 저는 남색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저는 새 옷을 입어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 저만을 위한 옷이 생기는 거예요. 저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케이트에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얼굴이 빨개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케이트가 말했어요, 괜찮아, 셀리. 셀리는 이걸 입을 자격이 있어.

어쩌면 그럴지도 몰라, 저는 생각했어요.                (P44-45)     


셀리, 식구들하고 싸워야 해. 그녀가 말했어요. 내가 대신해줄 수는 없어. 스스로 싸워야 해. (P45) 

    

그는 저를 아이들 때리듯이 때려요. 하지만 아이들을 때리는 일은 거의 없어요. 그는 셀리, 허리띠 가져와, 하고 말해요. 아이들은 방 바깥에서 문틈으로 들여다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울지 않는 것뿐이에요. 저는 스스로를 나무처럼 만들어요. 속으로 말해요. 셀리, 너는 나무야. 그러다 저는 나무가 남자를 무서워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P46-47)   

  

그녀가 말했어요. 저는 평생 동안 싸워왔어요. 저는 아빠하고 싸워야 했어요. 남자형제들하고도 싸워야 했고요, 사촌들, 삼촌들하고도 싸워야 했어요. 남자들이 많은 집안에서 여자애는 안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내 집에서도 싸워야 할 줄은 몰랐어요. 그녀는 숨을 훅 내쉬었어요. 저는 하포를 사랑해요. 그녀가 말했어요. 그건 정말이에요. 하지만 하포에게 맞고 사느니 그를 죽여버리겠어요. 그러니 의붓아들이 죽기를 바라신다면 계속 그런 조언을 해주세요. 그녀는 한 손을 허리에 얹었어요. 저는 예전에 활과 화살을 들고 나가 사냥도 했어요. 그녀가 말했어요.                 (P70)    

 

그날 밤 내내 나는 그 일에 사로잡혀 있었어. 그러자 새뮤얼과 코린이 그 여자가 시장 집의 하녀가 된 사연을 안다며 이야기를 해주는 거야. 여자가 시장에게 폭력을 휘둘러서 감옥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시장과 아내가 그 여자를 감옥에서 빼내 자기 집에서 일을 시키고 있다고.

다음날 아침 나는 아프리카에 대해 물어보고, 새뮤얼과 코린이 가진 아프리카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어.

언니, 수천 년 전 아프리카에 밀리지빌보다, 아니 애틀랜타보다 더 큰 도시들이 있었다는 거 알아? 피라미드를 짓고 이스라엘인을 노예로 부린 이집트 사람들이 흑인이었다는 건? 이집트가 아프리카에 있다는 건? 성경에 나오는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전체를 의미한다는 건?

나는 눈이 아플 때까지 책을 읽었어. 그러다 아프리카인들이 자기 형제자매보다 돈을 더 사랑해서 우리를 팔아넘겼다는 대목을 읽었어. 우리가 바다 건너 미국에 오게 된 사연을. 우리가 노예가 된 과정을.

내가 얼마나 무식했는지 그때 깨달았어, 언니.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있던 지식은 너무 미미해서 골무 하나도 못 채울 정도였던 거야!             (P184)    

 

우리 교회 사람들과 작별하는 건 힘들었어. 하지만 행복하기도 했어. 모두가 아프리카에서 하게 될 일에 대해 희망을 가득 품고 있었어. 연단 위쪽에는 에티오피아는 하느님을 향해 손을 뻗을 것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이 걸려 있었어.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전체를 가리키니까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봐! 성경에 나오는 에티오피아인은 모두 흑인이야. 성경을 읽을 때 내용에 신경을 쓰면 다 알 수 있는데도 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어. 성경에 실린 그림들 때문인 것 같아. 내용을 설명하는 삽화들 있잖아. 전부 백인으로 그려져 있어서 성경 속 인물은 다 백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그 시절에 진짜 하얀 백인은 다른 곳에 살았어. 그래서 성경에 예수그리스도의 머리가 양털 같았다는 말이 나오는 거야. 양털은 직모가 아니잖아. 언니, 구불구불한 수준을 넘어서지.

뉴욕에 대해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 아니면 우리가 타고 간 기차에 대해서! 우리는 좌석에 앉아서 갔는데, 기차에는 침대도 있어, 언니! 식당도 있고! 화장실도 있어! 침대는 벽에 붙어서 좌석 위쪽으로 펴지는데, 침상이라고 부르더라. 침대칸과 식당칸은 백인들만 이용할 수 있어. 백인과 흑인은 화장실도 따로 써.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어느 역에서 한 백인이 우리보고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어 -- 바람도 쐬고 옷에 묻은 먼지도 떨려고 기차에서 잠깐 내렸거든, 우리가 아프리카라고 대답하니까 그 사람은 기분 나쁘면서도 재미있다는 표정이었어. 깜둥이들이 아프리카에 간다니, 그 사람이 아내에게 말했어.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P187)   

  

셀리에게.

세네갈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땅에 발을 디뎌보고 몬로비아에 머물게 되어 정말 신이 났어. 세네갈의 수도는 다카르인데,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언어, 아마 세네갈어라고 부를 듯싶은 말도 쓰고 프랑스어도 써. 그렇게 까만 사람들은 처음 봤어. 언니, 그 사람들 피부는 우리가 ‘파르스름할 정도로 까맣다’고 말하는 그런 색이야. 너무 까매서 반짝반짝 윤이 나, 언니.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검은색과는 달라. 그런데 언니, 도시 전체에 이렇게 윤이 나는, 파르스름할 정도로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퀼트 패턴 같은 화려한 디자인의 파란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봐. 키 크고 날씬하고 목이 길고 허리가 꼿꼿한 사람들. 언니, 상상이 돼? 나는 마치 검은색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니까. 그리고 언니, 뭔가 마법 같은 느낌도 받았어. 검은색이 너무 진해서 눈이 부시고, 달빛이 뿜어내는 것 같은 광채도 나는데다 반짝반짝거려. 게다가 피부는 햇빛 아래서도 빛이 나고.                  (P193-194)     


우리 아빠는 폭도들 손에 죽었어요. 엄마는 미쳤고요. 제 어린 이복동생들은 사실 저랑 피 한 방울 안 섞였어요. 제가 낳은 아이들은 제 동생들이 아니에요. 아빠는 아빠가 아니고요.

하느님, 당신은 주무시고 있나요?          (P236)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너무 많은 불행이 생겨나지. (P253)  

   

내가 말했어. 그래, 그리고 린치당해 죽은 아빠와 미쳐버린 엄마, 더러운 개만도 못한 계부와 평생 다시 못 볼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주셨지. 어쨌건 내가 기도하고 편지를 썼던 신은 남자야. 내가 아는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이 행동해. 찌질하고 게으르고 비열하지.

그녀가 말했어. 셀리. 조용히 해. 하느님이 듣겠어.

들으라고 해. 내가 말했어. 그 남자가 불쌍한 흑인 여자의 말에 한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세상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 거야.                 (P255) 

    

그녀가 말했어. 내가 나이든 백인 남자에게서 벗어나 가장 먼저 본 것은 나무야. 그다음은 공기. 그다음은 새. 그다음은 다른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조용히 앉아서 엄마 없는 아이 같은 느낌, 그게 사실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에 빠져 있을 때. 그게 나한테 왔어. 내가 세상 만물의 일부라는 느낌, 세상과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 나무를 자르면 내 팔에서도 피가 날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웃고 울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녔어. 그게 어떤 건지 알았거든. 사실 그 일이 일어나면 모를 수가 없어. 말하자면 이거랑 좀 비슷해. 슈그가 웃음을 띤 채 내 허벅지 위쪽을 문지르면서 말했어.

슈그! 내가 말했어.

그녀가 말했어. 아, 신은 모든 느낌을 좋아해. 그게 신이 만든 가장 좋은 것 중 하나야. 신이 그걸 좋아한다는 걸 알면 우리도 그걸 훨씬 좋아하게 되지. 그냥 느긋하게, 흘러가는 것들과 함께 흐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면 그게 바로 신을 찬양하는 거야.

신은 이걸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물었어.

그녀가 말했어. 아니, 신이 그걸 만들었어. 신은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걸 사랑해 -- 그리고 우리가 싫어하는 더러운 것들도 사랑하지. 하지만 신이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건 찬양이야.              (P259)   

  

모든 것은 사랑받기를 원해. 우리는 사랑받으려고 노래하고 춤추고 갖가지 표정을 지어 보이고 꽃다발을 주는 거야. 나무들도 우리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걷는 것 빼고 다 한다는 거 알아? (P260)  

   

학교를 설립하기 육십 년 전쯤 조지아주에 살던 체로키 인디언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쫓겨나 눈길을 뚫고 오클라호마주의 재정착촌까지 걸어가야 했어. 삼분의 일이 가는 길에 죽었지. 하지만 조지아주를 떠나는 걸 거부한 사람도 많았어. 그들은 흑인으로 위장해 숨었고 결국 우리들과 섞였어. 그 혼혈이 스펠먼에 많았지. 그들의 내력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드물었어. 내력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주변에 인디언이 없다보니 생각하기가 더 어려워졌지) 자신들 피부가 황갈색이거나 적갈색인 것, 머리가 곱슬거리는 것이 조상 중에 백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인디언이 아니라.

코린조차 그렇게 생각했어. 그가 말했어. 하지만 나는 코린에게서 언제나 인디언 같은 느낌을 받았지. 그녀는 늘 조용했거든. 항상 생각에 잠겨 있고,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놀라울 만큼 빠르게 마음과 열의를 지워버렸어.

영국에 있는 동안 새뮤얼은 코린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려하는 것 같지 않았어. 나도 듣는 게 꺼려지지 않았고.

모든 게 거짓말 같아. 그가 말했어. 이제 이렇게 나이가 들고 보니 예전에 내가 품었던 남을 돕겠다는 꿈은 그저 꿈에 불과했던 것 같아. 어린 시절의 코린과 내가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얼마나 웃을까. ‘서양 바보의 이십 년, 입병과 지붕풀 증후군: 아프리카에서의 헛된 노력에 대한 고찰’ 같은 제목을 붙였겠지. 우리는 완전히 실패했어. 그가 말했어. 앨시아와 시어도시아만큼 웃긴 꼴이 되었지. 이런 생각이 코린의 병을 악화시킨 것 같아. 코린은 나보다 직관이 훨씬 뛰어났거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이 아주 대단했어. 코린은 올링카인이 우리를 싫어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걸 몰랐어. 하지만 네티도 알다시피 그건 사실이었어.            (P305-306)     

나아지고 싶다면 우리 모두 어디선가부터 시작을 해야 하고, 우리가 고쳐나가야 할 건 결국 우리 자신이에요. (P349)  

   

어느날 00씨가 나하고 같이 포치에 앉아 바느질을 하다가 말했어. 깨닫는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얼마 전에 포치에 앉아 난간 너머를 바라보다가 나는 처음으로 지나간 세월을 모두 깨닫기 시작했어.

정말 불행했어. 나는 정말로 불행했어. 그리고 인생이 매번 우리를 힘들게 하는데 왜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지. 내가 살면서 원한 거라곤 슈그 에이버리뿐이었어. 그가 말했어. 슈그가 살면서 원한 것도 나뿐이었지. 그런데 우리는 서로를 가질 수 없었어. 내게는 애니 줄리아가 있었어. 그리고 당신. 철없는 아이들도 있었지. 슈그에게는 그레이디와 그 밖에도 여러 사람이 있었고, 그래도 슈그가 나보다 나은 것 같아. 슈그를 사랑하는 사람은 많지만 날 사랑하는 사람은 슈그 말곤 없어.                 (P362-363)    

 

어쨌건 당신은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잖아. 그가 말했어, 한가지 질문을 하면 열다섯 가지가 생겨나. 나는 우리에게 왜 사랑이 필요할까 궁금해졌어. 우리는 왜 고통을 받을까. 우리는 왜 흑인일까. 우리는 왜 남자와 여자일까. 아이들은 정말로 어디서 오는 걸까.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그리고 자신이 왜 흑인인지, 남자이거나 여자인지, 아니면 숲인지 묻는다고 해도 자신이 이 세상에 온 이유를 묻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도 알게 됐어.

그래서 결론이 났어요? 내가 물었어.

나는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건 질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 질문하기 위해. 묻기 위해, 그리고 큰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하다보면 우연처럼 작은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돼. 하지만 큰 문제들에 대해서는 애초에 시작했을 때보다 더 많은 걸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질문하면 할수록 더 많이 사랑하게 돼. 그가 말했어.

이제 사람들도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내가 말했어.

맞아. 그가 스스로도 놀라며 말했어.             (P363-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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