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햄릿> 2016년
에단 호크<햄릿>(2000), 멜 깁슨<햄릿>(1990), <햄릿>(1996), <햄릿>(1980), <햄릿>(1948)
별들이 불이라는 것을 의심하고,
태양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심하고,
진실이 거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할지라도
내 사랑만은 의심하지 마시오.
오필리어 그뿐이요?
레어티스 그뿐이다 생각해라. 인간이 자라면서 근육과 몸집만 커지는 게 아니라 이 신전이 넓어지면 마음과 영혼의 책무도 함께 자라난단다. 지금은 그가 널 사랑할지 모르지. 또 지금은 순결한 그의 뜻이 오점이나 계략으로 물들진 않았어. 그러나 신분상 그는 자기 뜻대로 못 함을 겁내야 해. 그 자신이 출생에 매여 있기 때문이야. 가치 없는 자들처럼 그는 자기 멋대로 행동하지 못한단다, 이 나라 전체의 안녕과 번영이 본인의 선택에 달렸기에, 그러므로 그 선택은 자기가 머리인 몸체의 찬성과 동의에 묶일 수밖에 없지. 그래서 그가 널 사랑한다 말하면 넌 그걸 그가 자기 자신의 특별한 위치에서 행동으로 일치시킨 만큼만 믿는 것이 분별력에 맞는데, 그건 바로 덴마크 사람들 대부분이 찬성을 표시한는 만큼이지. 그렇다면 그의 노랠 너무 믿고 듣거나 마음을 뺏기거나 무절제한 간청에 순결한 네 보물을 열어 보여 준다면 네 정조가 무슨 해를 입을지 숙고해 봐. 조심해라 오필리어, 조심해라 누이야. 그리고 너를 네 애정의 후방에 두어라. 욕망의 포격과 위험에서 벗어나 있도록. 최고로 얌전한 처녀는 자기 아름다움을 달에게만 드러내도 아주 방탕하단다. 악담의 타격은 미덕의 화신도 못 피해. 봄의 어린 새싹들이 봉오리도 열기 전에 자벌레가 너무 자주 그것들을 갉아 먹고 청춘의 아침과 그 이슬 속에는 전염성 마름병이 가장 빨리 생긴단다. 그러니 주의해. 최상의 안전은 조심이야. 청춘은 곁에 뉘 없어도 자신에게 반항해.
오필리어 이 훌륭한 교훈의 골자를 제 마음의 파수꾼 삼을게요. 그러나 오라버니, 은총 잃은 어떤 목사들처럼 나에게는 천국 가는 가파른 가시밭길 보여주고 자기는 허풍선이 무모한 탕아처럼 환락의 꽃길을 밟으며 자신의 설교를 저버리진 마셔요.
레어티스 오,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너무 오래 머물렀다. (P33-37)
햄릿 내가 그 이유를 말해 주지. 그러면 내가 넘겨 짚었으니 자네들은 발각되지 않을 테고 왕과 왕비에 대한 자네들의 비밀은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을 테니까. 난 최근에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 모든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모든 수련 활동도 관뒀다네. 그리고 사실은 내 심정이 너무나 울적하여 이 아름다운 구조물인 지구가 내게는 불모의 땅덩이로 보이고, 가장 빼어난 덮개인 저 대기, 보라고, 찬란하게 걸려 있는 저 창공, 황금 불꽃으로 수놓은 저 장엄한 지붕, 글쎄, 이런 것들이 내게는 더럽고 유해한 증기의 집합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네. 인간이란 참으로 걸작이 아닌가. 이성은 얼마나 고귀하고 능력은 얼마나 무한하며, 생김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깔끔하고 놀라우며, 행동은 얼마나 천사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 같은가. 이 세상의 꽃이고 동물들의 귀감이지 —그렇지만 내겐 이 무슨 흙 중의 흙이란 말인가? 난 인간이 즐겁지 않아— 여자도 마찬가지야, 자넨 웃으면서 반대하는 것 같지만.
로젠크렌츠 왕자님, 제 마음속에 그런 생각은 없었습니다.
햄릿 그럼 내가 인간이 즐겁잖다 했을 때 왜 웃었지?
로젠크렌츠 만약 왕자님께서 인간이 즐겁지 않으시다면 배우들이 얼마나 푸대접을 받을까 생각나서요. 오는 길에 저희가 그들을 앞질렀는데 왕자님께 봉사하려고 이리로 오고 있는 중입니다. (P76-77)
햄릿 존재할 것이냐, 말 것이냐, 그것이 문제다. 어느 게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맘속으로 맞는 건가 아니면 무기 들고 고난의 바다와 맞서다가 끝장을 보는 건가? 죽는 건 자는 것 그뿐인데, 잠 한 번에 육신이 물려받은 마음의 고통과 수천 가지 타고난 갈등이 끝난다 말하면 그건 바로 경건히 바라야 할 결말이다. 죽는 건 자는 것, 자는 건 꿈꾸는 것일지도 —아, 그게 걸림돌이다. 왜냐하면 이 죽음의 잠 속에서 무슨 꿈이 뒤엉킨 인생사를 다 떨쳐 버렸을 때 우리를 찾아올지 생각하면 망설일 수밖에— 그래서 불행의 생명은 끝없이 이어진다. 왜냐하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채찍질과 비웃음 압제가의 잘못과 잘난 자의 오만불손 짝사랑의 쓰라림과 법률의 늑장과 관리들의 무례함과 대접받을 양반들이 하찮은 자들에게 당하는 발길질을 견딜까? 짧은 칼 한 자루면 자신의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는데? 그 누가 짐을 지고 지겨운 한세상을 투덜대며 땀 흘릴까? 그 어떤 나그네도 국경에서 못 돌아온 미지의 나라인 죽음 후의 무언가가 두렵지 않다면? 그래서 의지가 흐려지고 모르는 재난으로 달려가기보다는 이미 아는 재난을 견디는 게 아니라면? 결국은 양심이 우리를 다 겁쟁이로 만들고 그에 따라 붉은빛 영롱하던 결심은 창백한 생각으로 병들어 버리며 천하의 거창하고 웅대한 계획들도 이 점을 고려할 때 그 흐름이 바뀌면서 실천될 가망성이 없어진다. --가만 있자, 아름다운 오필리어, 요정이여, 기도할 때 내 죄를 다 기억해 주오.
오필리어 왕자님, 지난 여러 날 동안 어떻게 지냐셨는지요?
햄릿 겸허히 고맙소, 잘 지냈소. (P95-97)
햄릿 지금 하면 딱 맞겠다, 지금 기도 중인데. 그래 지금 할 거야. (칼을 뽑는다.) 그럼 놈이 천당 간다. 그래서 난 복수했다. 그건 따져 봐야지. 악당이 아버질 죽였는데 그 대가로 내가, 하나뿐이 아들이 바로 그 악당을 천당으로 보낸다. 아니 이건 도급이지 복수가 아니다. 놈은 내 아버지가 육욕에 푹 빠지고 그의 모든 죄악이 활짝 핀 오월처럼 싱싱할 때 앗아 갔다. 그러니 하늘 말고 그 결산이 어떨지 누가 알아? 하지만 우리의 처지와 예상으로 봤을 땐 무겁다. 그럼 내가 복수했어? 놈이 영혼 씻을 때 하직하기 딱 좋을 때 목숨을 뺏는다면?
아냐. 아서라 내 칼아, 더 끔찍한 상황을 만나자. 놈이 취해 잠자거나 광란하고 있을 때 침대에서 상피 붙어 쾌락을 즐길 때 경기 도중 욕하거나 구원받을 기미가 전혀 없는 행동을 하고 있을 바로 그때 이놈의 다릴 걸자, 발꿈치는 하늘을 박차고 그 영혼은 목적지인 지옥만큼 저주받아 시커멓게 되도록, 어머니가 기다린다. 그 약은 병든 네 나날을 연장할 뿐이니라. (퇴장)
왕 내 말은 날아가고 생각만 남았구나. 생각 없는 빈말은 절대 하늘 못 가는 법. (퇴장)
(P129-130)
햄릿 아무것도 듣지도 못하고요?
왕비 그래, 우리 둘밖에는 아무것도.
햄릿 아니, 저길 봐요, 그게 빠져나가는 걸, 아버지가 살았을 때 복장으로! 바로 지금 현관으로 나가는 걸 봐요. (유령 퇴장)
왕비 이건 바로 네 두뇌가 조작한 것이다. 이러한 무형물 만들기는 광증의 특기야.
햄릿 광증이요? 제 맥박은 어머니의 것처럼 박자 맞춰 건강하게 노래해요. 제가 발설한 것은 미친 말이 아닙니다. 시험해 보세요, 그 내용을 다시 말해 볼 테니, 미쳤다면 헷갈릴 것입니다. 어머니, 은총에 맹세코 자기 죄는 조용한데 제 광기가 떠든다는 아첨 같은 고약을 영혼에 바르진 마세요. 그건 단지 곪은 데를 막 씌울 뿐이며 썩은 그 고름은 밑으로 파고들어 안 보이게 퍼집니다. 하늘에게 고백해요. 지난 일은 뉘우치고 앞일은 피하세요. 그리고 잡초에 퇴비 뿌려 더욱더 무성하게 만들진 마시고, 제 덕행을 용서해 주세요. 왜냐하면 바람 들어 띵띵해진 이 시절엔 미덕이 악덕에게 용서를 몸소 빌고. 예, 친절해도 좋단 허락 애원해야 하니까요.
왕비 오, 햄릿, 너는 내 가슴을 두 동강 내 놨다.
햄릿 오, 나쁜 쪽은 내버리고 나머지 반쪽으로 더 맑게 사십시오. 안녕히 주무세요. 그러나 삼촌의 침대로 가시면 안 됩니다. 비록 덕이 없더라도 그걸 걸쳐 보세요. 모든 감각 잡아먹는 습관이란 괴물도 버릇을 굳힐 땐 악마지만 천사일 때도 있죠. 즉, 곱고 착한 행동이 관행이 됐을 경우 그놈은 적절하게 입을 만한 외투나 예복을 준답니다. 오늘 저녁 자제하면 그 때문에 다음번 금욕은 좀 더 쉽고 그다음은 더 쉬울 겁니다. 왜냐하면 관행은 천성의 각인조차 바꿔 놓을 수 있으며 악마를 누르거나 놀라운 힘으로 그놈을 내던지니까요. 다시 한번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어머니가 축복받고 싶으실 때 축복을 청하지요. 바로 이 영감 일은 정말 뉘우칩니다. 하지만 하늘이 원하시어 저로써 이 일을, 이 일로써 저를 벌하시니 저 스스로 천벌이자 그것의 집행관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시체는 처리하고 죽인 건 잘 해명하죠. 그럼 다시 안녕히. 저는 친절해지려고 잔인할 뿐입니다. 이건 악의 시작이고 더 악한 게 남았어요. 마마, 한 말씀만 더.
왕비 내 할 일이 무엇이냐? (P138-140)
햄릿 자네 어찌 생각하나? 내가 해야 할 일로서 —나의 왕을 시해하고 어머닐 더럽히고 내 희망과 국왕 선출 사이에 불쑥 끼고 내 목숨을 노리고 이따위 속임수로 낚시를 던진 자를— 이 손으로 보내는 게 양심상 완벽하지 않겠어? 또 이런 암적인 존재가 계속 악을 범하도록 놔두면 저주받지 않겠어?
호레이쇼 영국에서 그쪽 일의 결과가 어땠는지 머지않아 그에게 알려 올 것입니다.
햄릿 멀지는 않을 테지, 그 짬은 내 것이야. 인간의 삶이란 ‘하나’하면 끝나니까. 하지만 호레이쇼, 내가 레어티스에게 이성을 잃은 건 대단히 유감이네. 왜냐하면 내 처지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 심정을 아니까. 용서를 구하겠네. 근데 분명 그의 휘황찬란한 비탄에 내 격정이 치솟았지. (P197-198)
햄릿 하늘이 용서해 주기를! 나도 그대 따르리라. 난 죽었네. 호레이쇼. 딱한 마마, 안녕히. 이 사태에 창백하게 떨면서 벙어리들처럼 이 막을 관람만 하고 있는 여러분께 시간만 있다면 —이 냉혹한 저승사자, 죽음이 어김없이 잡아가니— 오, 말할 수 있는데 —하지만 관두지요, 호레이쇼. 난 죽었네, 자넨 살고. 궁금한 이들에게 나와 내 명분을 올바로 전해 주게.
호레이쇼 절대 그리 못 합니다. 전 덴마크인보다는 고대 로마인입니다. 여기 아직 독이 좀 남았군요.
햄릿 자네는 사나이니 그 잔을 내게 주게. 놔, 빼앗고 말 테야. 오 이런, 호레이쇼, 사태를 이렇게 덮어 두면 내 이름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겠는가! 자네가 날 마음속에 품은 적이 있다면 천상의 열락일랑 잠시 동안 미뤄 두고 이 험한 세상에서 고통 속에 숨을 쉬며 내 사연을 말해 주게. (멀리서 행진곡, 안에서 포성) 저 무슨 포성인가? (P21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