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목걸이La parure> 2007년
그녀는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서민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지참금도 없고 유산 받은 것도 없어, 돈 많고 기품있는 남자에게 자신을 알리고 그들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그들과 결혼하게 될 어떤 조건도 갖추질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국민교육성에 다니는 하급 공무원과 결혼했다.
몸치장을 할 여유가 없어서 수수할 수밖에 없는 그녀는,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진 것 같은 생각에 비참하기만 했다. 여자들이란 계급이나 혈통과는 상관없이 단지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매력만이 그들의 출신과 가문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천부적인 섬세함, 본능적인 우아함, 유연한 마음씨가 그들의 유일한 계급이었고, 또한 서민층 처녀들이 고귀한 부인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기는 온갖 우아함과 사치를 누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면 무척 괴로웠다. 자신의 초라한 집과 곤궁한 벽, 망가진 의자들과 보기 흉한 천 때문에 고통을 느꼈다. 자기와 같은 계급의 다른 여자들은 느끼지 못할 이런 모든 것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화나게 했다. 초라한 자신의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있는 브르타뉴 태생의 여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서글픈 미련과 격렬한 몽상이 되살아나곤 했다. (P9-10)
그녀는 좋은 옷이나 보석은 물론 그 어떤 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런 것들만 좋아했다. 자신은 그런 것들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너무나 사랑받고 싶어했으며, 매혹적이고 싶었고, 그래서 어디서나 인기를 얻고 싶어했다.
그녀에게는 부자인 친구가 한 명 있었다. 수녀원 부속 여학교 동창인데, 이제는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았다. 만나고 나면 너무도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녀는 며칠이고 슬픔과 후회와 절망과 비탄에 빠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남편이 즐거운 표정으로 손에 누런 봉투를 들고 돌아와서는 기쁨에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 안에 당신을 위한 것이 들어 있소.”
그녀는 서둘러 봉투를 찢고, 다음과 같은 말이 인쇄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국민교육성 장관과 조르주 랑포노 여사가 1월 18일 월요일 장관 관저에서 야회를 열 예정이니, 루아젤 부부께서 참석해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남편은 그녀가 몹시 좋아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버럭 화를 내며 초대장을 탁자 위에 집어던지고는 투덜거렸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에요?”
“아니 여보, 난 당신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별로 외출할 기회가 없으니 좋은 기회가 아니오? 아주 좋은 기회란 말이에요. 이 초대장을 얻으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 사람들이 모두 원했거든. 아주 인기가 많았지. 근데 직원들에겐 조금밖에 돌아가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곳에 가면 관리들을 모두 볼 수 있을거요.”
그녀는 화가 난 얼굴로 남편을 쳐다보다가, 참을 수가 없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대체 뭘 입고 거길 가란 말예요?” (P11-12)
“몸에 지닐 거라고는 보석은커녕 돌 하나도 없어요. 난 정말 비참하게 보일 거예요. 차라리 그 연회에 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보석 대신 생화를 달구려. 이런 계절에는 그게 아주 멋있어 보일 거야. 10프랑이면 화사한 장미꽃 두세 송이는 살 수 있겠지.”
그녀는 전혀 설득당하지 않았다.
“싫어요. 돈 많은 여자들 틈에서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처럼 수치스러운 일은 없을 거야.”
그러자 남편이 외쳤다.
“당신도 참! 당신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한테 보석을 좀 빌려 달라고 해요. 그런 부탁쯤은 들어줄 정도로 당신과 가깝지 않소.”
그녀는 기뻐 소리쳤다.
“정말 그렇네! 그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이튿날 그녀는 친구 집에 가서 자기의 딱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거울이 달린 장롱 안에서 큼직한 보석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어놓은 뒤 말했다.
“여기서 골라봐.”
그녀는 먼저 팔찌들을 보았고, 그 다음에는 진주 목걸이들을, 그리고 금과 보석으로 된, 세공 솜씨가 뛰어난 베네치아제 십자가를 보았다. 그녀는 거울 앞에 서서 장신구들을 달아보면서 그것들을 돌려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렇게 물었다.
“다른 건 없어?”
“다른 거? 있고말고. 잘 찾아봐. 어떤 게 네 마음에 들지 모르겠구나.”
갑자기 까만 공단 상자 속에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그것을 집어드는 손이 떨렸다. 그녀는 깃을 세운 옷 위로 그 목걸이를 걸고는 자기 모습에 반해 버린 듯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러다가 망설이면서 몹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거 빌려줄 수 있어? 이게 좋은데......”
“그럼, 빌려줄게.” (P14-15)
그녀는 화려한 자신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기 위해 거울 앞으로 가서 어깨에 걸치고 있던 옷을 벗었다.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목에 목걸이가 없지 않은가! 이미 반쯤 옷을 벗고 있던 남편이 물었다.
“왜, 그래요?”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 목걸이가 없어졌어요.” (P16-17)
그녀는 이 끔찍한 실수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루아젤은 늦은 저녁이 되어서 움푹 들어간 눈에 창백한 얼굴로 돌아왓다. 목걸이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당신이 친구에게 목걸이 고리가 부러져서 그것을 고치고 있다고 편지를 써야겠소. 그러면 다시 찾아볼 시간 여유가 있으니까.”
그녀는 남편이 부르는 대로 편지를 썼다.
일주일이 지나자, 그들은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다. 5년이나 늙어버린 것 같은 루아젤이 분명하게 말했다.
“그 목걸이를 다른 것으로 바꿔놓아야겠어.” (P18)
장래에 대한 번민과 앞으로 자신에 닥칠 암담한 현실, 소소한 물질적인 궁핍과 온갖 정신적 고통에 대한 생각으로 무서워졌다. 그러나 그는 새 목걸이를 사기 위해 보석상으로 가서 3만 6천 프랑을 계산대 위에 내놓았다.
루아젤 부인이 친구 포레스티에 부인에게 목걸이를 가져가자, 그녀는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좀더 일찍 갖다 줘야지. 내가 필요할 수도 있잖아.”
그녀는 보석 상자를 열어보지 않았다. 루아젤 부인은 친구가 상자를 열어볼까 봐 두려웠다. 만일 물건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뭐라고 말할까? 자기를 도둑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루아젤 부인은 궁핍한 생활의 끔찍함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곧 비장한 결심을 했다. 이 끔찍한 빚을 갚아야만 한다. 내가 갚을 것이다! 그녀는 하녀를 내보내고 집도 옮겼다. 지붕 밑의 고미다락에 세를 들었다.
그녀는 힘든 가사와 지겨운 부엌일을 알게 되었다. (P19-20)
이런 생활이 10년 동안 계속되었다. 10년이 지나자 그들은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 고리대금 이자와 쌓이고 쌓인 이자까지 모두 갚은 것이다. 이제 루아젤 부인은 늙어 보였다. 그녀는 궁핍한 살림 때문에 튼튼하고, 억세고, 거친 여자가 되었다. 머리 손질도 잘 하지 못하고, 치마는 비뚤어지게 입고, 손은 빨개지고, 큰 소리로 말하곤 했다. (P20)
만일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생이란 참으로 이상하고 얼마나 변화무쌍한 것인가! 아주 사소한 일이 사람을 파멸시키기도 하고 구원하기도 하지 않는가!
어느 날, 그녀가 한 주일 동안의 피로를 풀려고 샹젤리제 거리를 산책하고 있을 때, 언뜻 어린아이 하나를 데리고 산보하는 한 여자를 보았다. 포레스티에 부인이었다. 그녀는 전과 다름없이 젊고 아름다웠으며 매력적이었다. 루아젤 부인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에게 말을 걸까? 물론 그래야지. 이제는 빚을 다 갚았으니까 모든 것을 털어놓으리라.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녀가 친구에게 다가갔다.
“안녕, 잔!”
상대방은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 서민층 여자가 그처럼 정답게 부르는 데에 놀랐다.
“그런데....... 부인, 난 모르겠는데...... 잘못 보신 것 같군요.”
“나야, 나! 마틸드 루아젤이야.”
“어머나! 가엾은 마틸드........ 어쩌면 이렇게 변했니?”
“그래, 너와 헤어진 뒤 정말 힘들었어. 아주 비참했어...... 모두가 너 때문이야!”
“나 때문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전에 내가 국민교육성에서 열렸던 야회에 갈 때 네게 빌렸던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 생각날 거야.”
“응, 그런데?”
“그걸 내가 잃어버렸었어.”
“뭐라고! 그거 나한테 다시 돌려줬잖아!”
“아주 비슷한 걸로 사서 너한테 갖다준 거야. 그리고 우리가 그걸 갚는 데 10년이 걸렸어. 가진 게 없는 우리로선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걸 너도 알 거야. 이제야 드디어 끝났어. 그래서 매우 기쁘단다.”
포레스티에 부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 목걸이를 잃어버려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단 말이니?”
“그래. 넌 그걸 몰랐을 거야, 그렇지? 아주 비슷했으니까.”
그러고는 자랑스럽고도 순진한 표정으로 기쁜 미소를 지었다.
포레스티에 부인은 너무도 감동하고 어이가 없어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아, 가엾은 마틸드! 그 목걸이는 가짜였어. 겨우 5백 프랑밖에 안 하는 거였는데......” (P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