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

영화 <더 스토닝> 2012년

by 노용헌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남자들의 이야기라면,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연을 쫓는 아이>가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건너온 아프간 이민자의 시선에서 그려냈다면, <천개의 찬란한 태양>은 그 비극을 온몸으로 견뎌야 했던 현지인의 시선으로 그 실체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영화 <그을린 사랑>(2011)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2010년 연출한 캐나다 영화이다. 원작은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가 쓴 희곡 <화염>이다. 드니 빌뇌브가 우연히 퀘벡에서 이 연극을 보고 충격을 받아 판권을 사고 본인이 희곡을 시나리오로 각색하여 5년 동안 영화화를 준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프랑스 망명 작가 아티크 라히미의 작품으로, 200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콩쿠르상'을 수상한 소설 '인내의 돌'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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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하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도 유쾌한 어조로 이러한 대화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거리에서도, 거리의 모퉁이를 돌때도, 탄두르에서 줄을 서 있을 때도 이어졌다. 노름에 빠진 남편들, 자기 어머니한테는 돈을 몽땅 쓰면서도 마누라한테는 한 푼도 쓰지 않으려 하는 남편들에 관한 얘기들이었다. 마리암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하나같이 끔찍한 남자들과 결혼해서 어쩌면 그렇게도 비참한 생활을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혹은 이러한얘기들이 쌀을 씻거나 밀가루반죽을 하는 것처럼, 여자들의 일상적인 여흥인지 궁금했다. (P93)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나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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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드는 볼륨을 높이고 라디오에 더 바짝 다가갔다. 압둘 카데르가 말했다.

“혁명군 평의회가 설치되었습니다. 우리 와탄(나라)은 이제 아프가니스탄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질 것입니다. 귀족과 친인척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에 걸친 폭정을 끝냈습니다. 권력은 이제 민중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영광스러운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이 태어났습니다. 아프간 민중 여러분, 여러분은 두려워할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로운 정권은 이슬람적이고 민주적인 원칙들을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지금은 기뻐하고 환호할 때입니다.” 라시드는 라디오를 껐다.

마리암이 물었다.

“그러니까 이게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부자들한테는 나쁘고 우리한테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소리겠지.” (P138)


식사를 할 때는 늘 대화가 이어졌다. 타리크와 그의 부모는 파쉬툰 족이었지만, 라일라가 와 있을 때는 그녀를 배려해 페르시아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라일라는 학교에서 배웠기 때문에 파슈토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었다. 바비는 그녀에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소수민족인 타지크 족과 숫자가 가장 많은 파쉬툰 족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타리크의 가족은 파쉬툰 족이었다.

바비는 이렇게 말했었다.

“타지크 족은 언제나 무시당하며 살았지. 파쉬툰 왕들이 이 나라를 거의 이백오십 년 동안이나 통치했단다. 그에 반해, 타지크 족은 1929년에 아홉 달 동안 통치한 게 전부였지.”

라일라는 이렇게 물었었다.

“아빠도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아요?”

바비는 셔츠 가장자리로 안경을 닦으며 말했었다.

“나한테 그건 난센스야. 아주 위험하기까지 한 난센스지. 나는 타지크 족, 너는 파쉬툰 족, 저 남자는 하자라 족, 저 여자는 우즈베크 족, 이러한 것들이 난센스지. 우리는 모두 아프간이야. 그것만이 중요한 거야. 하지만 하나의 집단이 나머지 집단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배하게 되면 문제가 생기지. 모욕감도 생기고 적대감도 생기고 말이다. 늘 그랬단다.”

그럴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일라는 타리크의 집에서는 그걸 느끼지 못했다. 이런 문제들은 화제에 오르지도 않았다. 타리크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 자연스러웠고 복잡하지도 않았다. 종족이나 언어의 차이, 혹은 그녀의 집에서 공기를 오염시키는 개인적인 악의와 불평 때문에 복잡해지지도 않았다.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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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크의 찡그린 표정을 보고, 라일라는 이 점에서는 남자들이 여자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다. 그들은 우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러한 말을 하고 싶은 충동도,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라일라는 그녀의 오빠들도 이랬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라일라는 남자들이 태양을 대하는 것처럼 우정을 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않을 때, 그것의 광채를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존재. 태양. (P180)


바비는 저녁을 먹고 나면 늘 라일라의 숙제를 도와주고 자기 나름의 숙제를 내줬다. 라일라는 다른 학생들보다 한두 단계 앞서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를 못마땅하게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물론 그는 선전을 가르치는 건 싫어했다. 사실, 바비는 공산주의자들이 잘한 게 하나 있다면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들 때문에 그가 교직에서 쫓겨나긴 했지만 말이다.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는 여자들에 대한 그들의 교육정책을 좋게 생각했다. 정부는 모든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장려했다. 카불 대학의 학생 중 거의 3분의 2가 이제 여성이었다. 바비는 여자들이 법과 의학,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일라, 이 나라에서 여자들은 언제나 힘들게 살아왔다.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어쩌면 여자들은 더 자유로워졌는지 몰라. 전보다 더 권리를 누리고 있지.”

바비는 이런 말을 할 때 언제나 목소리를 낮췄다. 누가 공산주의자들에 관해서 조금이라도 동정적인 말을 하는 걸 엄마가 못 참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아프간 여성으로서는 좋은 때다. 라일라, 너도 그걸 이용할 수 있어. 물론 그쪽 사람들이 처음에 무기를 든 이유 중 하나가 여자들에게 허용하는 자유 때문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마지막 말을 하면서 슬픈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말하는 ‘그쪽’은 카불이 아니었다. 카불은 비교적 개방적이고 진보적이었다. 카불에서는 여성들이 대학에서 가르치고 학교를 운영하고 관공서에서 근무했다. 바비가 ‘그쪽’이라고 한 건 부족들이 사는 지역이었다. 특히 파키스탄 인접 지역인 남쪽과 동쪽의 파쉬툰 지역을 의미했다. 그곳에서는 거리에서 여자를 볼 수 없었다. 여자들은 부르카를 입고 남자가 동반해야만 거리에 나갈 수 있었다. 고대의 부족법에 따라 사는 그 지역 남자들은 여자들을 해방시키고 강제결혼을 폐지하고 여자의 결혼 최소연령을 열여섯 살로 높이려고 하는 공산주의자들과 그들의 법령에 반기를 들었다. 그곳 남자들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자신들의 딸들이 집을 떠나 학교에 다니고 남자들과 함께 일을 하도록 장려하는 것이 수백 년이 된 자신들의 전통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안 되고 말고!”

바비는 냉소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했다.

그는 한숨을 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라일라, 우리 아프간 사람들이 쳐부술 수 없는 유일한 적이 있다면 그건 우리들 자신이란다.”

바비는 식탁에 앉아 빵에 수프를 찍었다.

라일라는 식사를 하면서 타리크가 하딤에게 어떻게 했는지 얘기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바로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낯선 사람이 어떤 소식을 갖고 밖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P18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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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 옆에 앉은 엄마는 계속 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라일라는 엄마의 손을 무릎에 끌어다놓고 두 손으로 어루만졌다. 그러나 엄마는 그걸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라일라가 엄마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엄마, 물 갖다 줄까요? 목말라요?”

하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앞뒤로 몸을 흔들며 얼이 빠진 눈길로 양탄자를 바라보았다.

이따금 라일라는 숨시에 잠긴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서,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재앙이 어느 정도의 것인지 느꼈다. 가능성의 부정, 희망의 좌절.

하지만 그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엄마의 상실감을 실제로 느끼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존재로 느낀 적이 없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슬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녀에게 아마드와 누르는 언제나 말로만 듣던 사람들 같았다. 우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역사책에 나오는 왕들처럼 말이다.

피와 살을 가진 진짜 사람은 타리크였다. 그녀에게 파슈토어로 욕을 가르쳐주고, 소금에 절인 클로버 잎을 좋아하고, 음식을 씹을 때면 인상을 쓰며 낮은 신음 소리를 내고, 왼쪽 쇄골 밑에 만돌린을 뒤집어 놓은 모양의 옅은 핑크색 반점이 나 있는 타리크는 진짜였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 옆에 앉아서 아마드와 누르의 죽음을 열심히 슬퍼했다. 그러나 진짜 오빠는 라일라의 마음속에 살아 있었다. (P18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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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가 말했다.

“이곳을 떠올릴 때면 나는 늘 걱정과 평화로움을 떠올린다. 나는 너희들이 그것을 체험하기를 바랐다. 나는 너희들이 조국의 유산을 보고 풍요로운 과거에 대해 알기를 바랐다. 내가 뭔가를 너희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면 이것이다. 어떤 것들은 책에서 배우지. 그러나 직접 보고 느껴야 하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P201-202)


“그대의 비밀을 바람한테 얘기하라. 하지만 그걸 나무한테 얘기했다고 바람을 탓하진 마라.”

타리크가 미소를 지었다. 한쪽 눈썹이 활처럼 휘었다.

“누가 한 말이야?”

“칼린 지브란.” (P229-230)


얼마나 빨리 모든 것이 명백해졌는지, 머리가 어찔할 정도였다.

지도자 평의회가 너무 성급하게 구성되었다. 평의회는 라바니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다른 도당들은 그것이 종족 편중이라고 비난했다. 마수드는 평화와 인내심을 갖자고 호소했다.

관직에서 제외당한 헤크마트야르는 진노했다. 오랫동안 압박받고 무시당해온 하자라 족은 부글부글 끓었다.

서로를 모욕하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모임들은 취소되었다. 도시는 숨을 죽였다. 산에서는 장전된 탄창들이 칼라슈니코프 소총에 끼워졌다.

완전무장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공동의 적이 없는 무자히딘은 서로를 적으로 만들었다.

마침내 심판의 날이 카불에 찾아왔다.

로켓탄이 비 오듯 퍼붓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도망쳤다. 엄마도 그랬다. 그녀는 다시 상복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가서 커튼을 여미고 머리 위에 담요를 뒤집어 썼다. (P234)


“내 의견을 묻는다면, 미국인들이 헤크마트야르에게 무장을 시킨 것은 잘못이었어. 소련군과 싸우라고 팔십년대에 CIA가 그에게 줬던 모든 총을 다 줘버린 게 잘못이었어. 소련군은 물러갔지만 아직도 그는 총을 갖고 있어. 그리고 네 부모처럼 죄 없는 사람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 그리고 이것을 지하드라고 부르고 있어. 코미디지! 여자들과 아이들을 죽이는 것과 지하드가 무슨 관련이 있지? CIA가 마수드 사령관에게 무장을 시키는 게 나을 뻔 했지.”

마리암의 눈까풀이 저절로 쑥 올라갔다. 마수드 사령관? 라시드가 마수드에 대해 폭언을 하고 있었다. 그가 배반자이고 공산주의자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마수드는 타지크 족이었다. 라일라도 그랬다.

“분별이 있는 훌륭한 사람이 있긴 하지. 평화롭게 해결하는 데 진짜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말이야.”

라시드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신경을 쓴다는 말은 아니야. 파쉬튼 족, 하자라 족, 타지크 족, 우즈베크 족이 서로를 죽이든 말든 그들이 무슨 상관이겠어? 누가 누군지 가려낼 수 있는 미국인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로부터 도움을 바라면 안 되지. 이제, 소련이 무너졌으니 우리는 그들에게 소용이 없어. 우리는 끝장이 난 거야. 그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은 케나라브(똥구멍)야, 내가 말을 좀 험하게 하는 건 미안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라일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P284-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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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셔츠 밑으로 손을 넣어 라일라의 배를 만졌다. 부풀어오른 피부에 닿는 그의 손끝은 나무껍질처럼 거칠고 차가웠다. 라일라는 부드럽지만 강하고, 손등에는 구불구불한 힘줄이 드러나 있던 타리크의 손을 떠올렸다. 언제나 매력적이면서 남성적이었던 타리크의 손.

“배가 빨리도 불러오네. 큼직한 사내애가 나올 모양이야. 내 아들은 팔라완(강한 남자)이 될 거야! 제 아비처럼.” (P313)


그들은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손으로 할와를 집어 먹었다. 그들은 차이를 두 잔째 마셨다. 라일라가 한 잔 더 마시겠느냐고 묻자, 마리암은 그러겠다고 했다. 멀리서 총성이 들렸다. 그들은 구름이 달 위로 지나가고 그 계절의 마지막 개똥벌레들이 어둠 속에서 밝은 노란색 호를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지자가 깨어나서 울고 라시드가 빨리 와서 아이의 입을 닥치게 하라고 소리를 쳤을 때, 라일라와 마리암은 눈길을 교환했다. 편안하고 뜻 있는 눈길. 라일라는 말없이 눈길을 교환하면서, 그들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P337)

마리암은 2년 전인 1994년 10월에 처음으로 탈레반에 대해 들었다. 그때, 라시드는 그들이 칸디하르의 군벌들을 무너뜨리고 도시를 점령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그들은 소련과의 전쟁이 벌어질 때 가족들이 파키스탄으로 피신했던 젊은 파쉬툰 남자들로 조직된 게릴라들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파키스탄 국경에 설치된 난민수용소에서 성장했고 일부는 거기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그들은 파키스탄 마드라사(학교)에서 율법학자들로부터 샤리아(이슬람법)를 배웠다. 그들의 지도자는 오마르라른 이름의 신비하고 문맹인 애꾸눈 은둔자였다. 라시드가 재미있다며 해준 얘기에 따르면, 오마르는 스스로를 아미룰 무미닌 즉 신심이 깊은 사람들의 지도자라 일컫고 있다고 했다.

“이 애들이 리샤(뿌리)가 없다는 건 사실이지.” (P369-370)


사내아이들은 터번을 둘러야 합니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는 검은 터번을 두르고, 상급반 학생들은 흰 터번을 둘러야 합니다. 사내아이들은 모두 이슬람 옷을 입어야 합니다. 셔츠의 목깃은 채워야 합니다.

노래는 금지합니다.

춤은 금지합니다.

카드놀이, 장기, 노름, 연날리기는 금지합니다.

책을 쓰고, 영화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금지합니다.

잉꼬를 키우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새는 죽일 것입니다.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를 것입니다. 재범일 경우에는 발을 자를 것입니다.

이슬람교도가 아니면, 이슬람교도가 보이는 곳에서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곤장을 맞고 감옥에 갇힐 것입니다. 이슬람교도를 개종시키려다가 잡히면 처형될 것입니다.

다음은 여자들에 관련된 사항입니다.

여자들은 항상 집에 있어야 합니다. 여자들이 이유 없이 거리를 나다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갈 경우에는, 마흐람(남자 친척)이 대동해야 합니다. 거리에서 혼자 다니다가 걸리면 곤장에 처해진 후 귀가시킬 것입니다.

여자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얼굴을 보여선 안 됩니다. 밖으로 나갈 때는 부르카를 입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심하게 맞게 될 것입니다.

화장품은 금지합니다.

장신구는 금지합니다.

멋있는 옷을 입어서는 안 됩니다.

상대방이 말을 걸지 않으면 말해서는 안 됩니다.

남자들과 눈을 마주치면 안 됩니다.

공공장소에서 웃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적발되면 곤장에 처해질 것입니다.

손톱을 치장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다가 적발되면 손가락 하나를 자를 것입니다.

계집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없습니다. 여학교는 즉시 폐쇄될 것입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간통을 하다가 적발되면 돌로 쳐 죽일 것입니다.

이를 명심하고 복종하십시오. 알라-우-아크바르.

라시드는 라디오를 껐다. (P375-376)


영화 더 스토닝 07.jfif

급습, 그것이 그들이 뜰에서 구멍을 파고 있는 이유였다. 급습은 때로는 달마다, 때로는 주마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날마다 있었다. 대부분, 탈레반을 물건을 압수하고 누군가의 엉덩이에 발길질을 하고 한두 사람의 뒤통수를 갈겼다. 하지만 때때로 공개적으로 손바닥과 발바닥에 매질을 했다.

마리암이 구멍 가장자리에 무릎을 대고 말했다.

“조심해.”

그들은 텔레비전을 싼 비닐의 양쪽 귀퉁이를 잡고 텔레비전을 구멍에 넣었다.

“됐어.”

그들은 그 일이 끝나자 구멍을 흙으로 덮었다. 그리고 흔적이 남지 않도록 흙을 둘레에 뿌렸다.

마리암이 치마에 손을 닦으며 말했다.

“됐어.”

그들은 한두 달이나 6개월, 혹은 더 걸릴지 모르지만, 탈레반이 급습의 횟수를 줄이며 텔레비전을 꺼내기로 했다. (P406-407)


“부시 대통령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 테러리스트들은 미국과 유럽에 곧 해를 끼칠 것입니다.”

그보다 한 달 앞서, 라일라는 탈레반이 바미안에 있는 거대한 불상의 틈새에 TNT를 설치해 폭파시킬 계획이라는 걸 알았다. 그들은 불상을 우상숭배와 죄악의 물건으로 간주했다. 미국에서부터 중국까지 전 세계가 거세게 항의했다. 지구 곳곳에 있는 나라들의 정부, 역사학자, 고고학자들이 편지를 써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두 개의 위대한 유산을 파괴하지 말아달라고 탈레반에게 간청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계획했던 대로 밀고 나가 2천 년이 된 불상의 내부에 폭약을 설치했다. 그들은 폭약이 터질 때마다 알라-우-아크바르를 외쳤고, 불상에서 팔이나 다리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떨어져나갈 때마다 환성을 질렀다. 라일라는 1987년에 바비, 타리크와 함께 두 개의 석불 중 더 큰 불상 위에 서서, 햇살이 화사하게 비치는 그들의 얼구에 부는 바람을 맞으며, 구불구불한 계곡 위로 한 마리 매가 원을 그리며 날고 있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는 불상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자신의 삶이 바스러지고 있는데, 어찌 불상을 염려할 수 있겠는가? (P423)


‘죽일 작정이구나. 정말로 죽일 작정이구나.’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둘 순 없었다. 아니, 놔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27년에 걸친 결혼생활에서 너무나 많은 걸 빼앗아갔다. 라일라마저 빼앗아가는 걸 지켜만 보지는 않을 것이다. (P474)


그녀는 잡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P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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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3월이었죠. 소련군이 침공하기 9개월 전이었어요. 화가 난 헤라트 사람들이 소련 고문관들을 몇 죽였어요. 그러자 소련군은 탱크와 헬리콥터를 보내 이곳을 폭격했죠. 함시라, 그들은 사흘 동안 도시를 폭격했어요. 건물을 무너뜨리고 첨탑 중 하나를 파괴했으며 수천 명의 사람들을 죽였어요.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요. 나는 그 사흘 동안에 두 여동생을 잃었어요. 그 중 하나는 열두 살이었어요.”

그는 앞유리에 있는 사진을 두드린다.

“이게 그 동생이랍니다.”

“안됐군요.”

라일라는 아프간에 관련된 얘기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죽음, 상실, 상상할 수 없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지 놀라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계속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라일라는 자신의 삶과 자신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살아남았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자신이 살아서 이 남자의 이야기를 택시 안에서 듣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P536)


너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창피하고 후회스럽다. 그래, 후회스럽다. 사랑하는 마리암, 나는 많은 걸 후회한다. 네가 헤라트에 왔던 날, 너를 만나지 않았던 걸 우회한다. 문을 열고 너를 안으로 들이지 않았던 걸 후회한다. 너를 내 딸로 삼지 않고, 그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살게 했던 걸 후회한다. 뭣 때문에 그랬을까? 체면을 구길까봐 두려워서? 나의 평판에 먹칠을 하기 싫어서? 이 저주받은 전쟁에서 내가 보았던 끔찍한 것들과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들이었는지 모르겠구나. 어쩌면 이것은 무정한 사람에 대한 벌인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는 때가 되어서야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을 위한 벌인지 모르겠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마리암, 네가 착한 딸이었으며 나는 아비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것 외에는 없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에게 용서를 비는 것밖에 없구나. 사랑하는 마리암, 나를 용서해다오. 나를 용서해다오. 나를 용서해다오. (P551)


영화 더 스토닝 11.jfif

마음이 산란하다. 군벌들이 다시 카불로 돌아왔다는 것이 라일라의 마음을 산란하게 만든다. 부모의 살인자들이 담으로 둘러싸이고 정원이 있는 호화로운 저택에 살고, 그들이 이런저런 부서의 장관과 차관으로 임명되고, 번쩍번쩍한 방탄용 SUV차를 타고 자신들이 파괴한 지역에서 아무런 벌도 받지 않고 질주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산란하다. 그것이 그녀를 괴롭힌다.

하지만 라일라는 분노에 무력해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마리암은 그렇게 되는 걸 원치 않을 것이었다. “그래야 무슨 소용이야? 라일라, 그래야 좋을 게 뭐가 있어?” 그녀는 순진하고 현명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라일라는 체념을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을 위하여, 타리크를 위하여, 아이들을 위하여, 그리고 아직도 꿈에 나타나는 마리암을 위하여, 그녀의 의식 가까운 곳에 있는 마리암을 위하여. 라일라는 앞으로 나아갔다. 결국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것과 희망. (P557-558)

마리암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그녀는 이곳에 있다. 그들이 새로 칠한 벽, 그들이 심은 나무,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주는 담요, 그들의 베개와 책과 연필 속에 그녀가 있다. 그녀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 있다. 그녀는 아지자가 암송한 시편, 아지자가 서쪽을 향하여 절하면서 중얼거리는 기도 속에 있다. 하지만 마리암은 대부분, 라일라의 마음속에 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천 개의 태양의 눈부신 광채로 빛나고 있다. (P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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