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온더로드> 2014년
[1]
나는 바에서 딘에게 말했다. “이봐, 네가 그저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찾아온 건 아니란 걸 잘 알아. 하지만 내가 아는 거라곤 벤제드린 중 독자처럼 열정을 갖고 글쓰기에 매달려야 한다는 거야.” (P15)
나는 내 관심을 끄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휘청거리며 그들을 쫓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오로지 미친 사람, 즉 미친 듯이 살고, 미친 듯이 말하고, 미친 듯이 구원받으려 하고, 뭐든지 욕망하고, 절대 하품이나 진부한 말을 하지 않으며, 다만 황금빛의 멋진 로마 꽃불이 솟아올라 하늘의 별을 가로지르며 거미 모양으로 작렬하는 가운데 파란 불꽃이 펑 터지는 것처럼, 모두 “우와!” 하고 감탄할 만큼 활활 타오르는 그런 사람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P18)
당시 내가 사귀고 있던 친구들은 모두 ‘지식인’들이었다. 체드는 니체적 인류학자였고, 카를로 막스는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미친 초현실주의자였고, 올드 불 리는 느린 말투로 무조건 모든 것에 반대하는 비평가였다. 그 외에는 세상 일에 달관한 듯한 냉소를 지닌 앨머 해슬 같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범죄자들뿐이었다. 역시 그중 한 명이었던 제인 리는 동양풍 커버를 씌운 소파에 누워 코를 바짝 갖다 대고 <뉴요커> 잡지의 냄새를 맡곤 했다. 하지만 딘의 빛나는 지성은 모든 면에서 격식을 갖추고 있었고 완전하면서도 지식인스럽지가 않았다. 게다가 그의 ‘범죄 행각’은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을 비웃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미국식 기쁨을 거칠게 분출하는 방법이었다. 그것은 지극히 서부적인 것, 서쪽에서 부는 바람, 대평원의 송가, 무언가 새로운 것, 오랫동안 예언돼 온 것, 오래전부터 다가오고 있었던 어떤 것이었다. (딘은 드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차를 훔쳤다.) 게다가 나의 뉴욕 친구들이 사회를 헐뜯는 부정적이고 불쾌한 입장을 취하면서 현학적이고 정치적이고 정신분석적인 이유만을 지루하게 늘어놓았던 반면, 딘은 그저 세상사에 열심이었고 빵과 사람을 갈망할 뿐이었다. (P21-22)
딘은 서쪽에서 온 태양의 자손이었다. 이모는 그와 어울리면 말썽에 휘말릴 거라고 경고했지만, 나는 새로운 부름을 받았고 새로운 지평선을 봤으며 젊은 나이에도 그것을 믿을 수 있었다. 다소 문제가 있긴 했고, 심지어 딘이 (나중에 실제로 그랬듯이) 길거나 병석에서 쫄쫄 굶는 나를 내버리고 결국 친구로 여기지도 않게 되더라도 무슨 상관이겠는가? 나는 젊은 작가였고 날아오르고 싶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여자, 미래, 그 모든 것이 있으리라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따라가다 보면 어딘가에 내게 진주가 건네질 것이다. (P22)
앉아서 비밥이 내는 저 밤의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 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모든 친구들이 떠오르고, 그렇게 다들 전국을 돌아다니며 뭔가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의 거대한 뒷마당에 살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28)
노을이 붉게 물들 무렵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 순간은 내 평생 단 한밖에 없었던, 아주 독특하고도 묘한 순간이었다. 나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집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여독에 지쳐 뭔가에 홀린 듯한 상태였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싸구려 호텔 방 안에서, 밖에서 들려오는 증기기관의 씩씩거리는 소리, 호텔의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이는 소리, 위층의 발소리, 그리고 온갖 종류의 슬픈 소리들을 들으며 금이 간 높은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상하게도 한 십오 초 동안 내가 누군지 정말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겁이 나진 않았다. 나는 그저 다른 누군가, 어떤 낯선 사람이 되었고, 나의 삶 전체는 뭔가에 홀린 유령의 삶이 되었다. 내가 미국을 반쯤 가로질러 와서 과거의 공간인 동부와 미래의 공간인 서부 사이의 경계선 위에 있었다는 사실, 아마도 그 때문에 바로 그 자리에서 이상한 붉은 오후의 그 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리라. (P33)
우리는 똑바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삶을 이렇게 슬프게 만들 때 신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생각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기 위한 막연한 계획을 세웠다. (P95)
나는 놀랐다. 레미의 의붓아버지는 빈, 파리, 런던에 병원을 가지고 있는 저명한 의사였다. 내가 말했다. “의붓아버지를 위해 100달러나 쓰겠다는 거야? 그 사람한덴 네가 평생 만질 수 있는 것보다도 많은 돈이 있잖아! 넌 빚더미에 올라앉게 될 거야!”
“괜찮아.” 레미가 패배감 짙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마지막으로 딱 한 번 부탁하는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모든 게 다 괜찮은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이라도 해 줘. 좋은 인상을 주도록 노력해 달라고. 난 의붓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해. 게다가 젊은 새 아내도 데리고 온댔어. 우린 정말 제대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때로 레미는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신사다운 사람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리 앤은 그의 말에 감동을 받았고, 의붓아버지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아들은 영 아니지만 아버지는 대어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P125)
LA는 미국에서 가장 외롭고 잔인한 도시다. 뉴욕은 오라지게 춥지만 길거리 어딘가에는 반드시 엉뚱한 동지애가 존재한다. 하지만 LA는 정글이다. (P140)
“진짜 문제는 우리가 여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야. 모두 여자 탓으로 돌리는 우리가 잘못이야.” 내가 말했다.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딘이 경고하듯 말했다. “평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겠지만,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알겠어, 이 친구야?” (P199)
죽음은 천국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갈망하는 유일한 것, 우리로 하여금 한숨짓고 괴로워하고 온갖 종류의 달콤한 혐오감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궁 속에서 경험했고 (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재생산될 수 있는 어떤 잃어버린 희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죽음을 원하겠는가? (P203)
그는 아주 외로웠고,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떠나갈 때, 뉴욕과 뉴올리언스의 다른 친구들처럼 그의 키 큰 그림자가 어둠 속으로 멀어지는 걸 바라보니 슬퍼졌다. 이 끝없는 하늘 아래 그들이 불안정하게 서 있는 동안 그들 주위의 모든 것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어디로 가지? 무엇을 하나? 뭘 위해서? --잠이나 자자. 하지만 이 바보 패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P273)
그 후 잠시 동안이었지만 내가 언제나 그토록 닿고 싶었던 절정의 순간에 도달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을 가로질러 정지된 시간의 그림자 속으로 내딛는 완전한 발걸음, 소멸되려 하는 황량한 세계 속에서 발견되는 불가사의한 경이, 그리고 자기 발꿈치를 물고 늘어지는 환영이면서도 계속 움직여 나가라고 내 발꿈치를 걷어차는 죽음의 감각, 그리고 모든 천사가 뛰어 내려가 창조되지 않은 텅 비고 신성한 공허 속으로 날아 들어가는 판자를 향해 서두르는 나 자신이 있었고, 빛나는 ‘마음의 정수’ 속에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반짝이는 광휘, 천국의 마법의 나방 떼 속에 떨어지면서 열리는 수많은 도원경(桃源境)이 있었다. 귀에 들리지는 않지만 온갖 곳에 있으며, 소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묘사할 수 없이 끓어 오르면서 표호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죽었다가 셀 수 없이 많이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삶에서 죽음으로 그리고 다시 삶으로의 이동이 유령에게는 그렇게 쉬운, 잠들었다가 수백만 번 다시 깨어나듯이 별 것 아닌 마법의 행위이며 너무 일상적이라서 정말 무시하였기 때문에 특히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 마음 속의 안정 때문에 탄생과 죽음의 이러한 물결이 생기는데, 순수하고 잔잔하고 거울 같은 물결 위에 부는 바람의 움직임 같다는 것을 개달았다. 대동맥 속에 헤로인을 크게 한 방 맞은 듯 달콤하게 흔들리는 희열을 느꼈다. 오후 늦게 포도주를 한 모금 한 듯이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고, 발이 얼얼했다. 바로 다음 순간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고, 걸어가며 긴 담배꽁초 열 개를 주웠고, 메릴루의 호텔 방에 갖고 돌아와 낡은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나는 너무 어려서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 수 없었다. (P283-285)
[2]
“넌 말야, 전 자신과 너의 시시한 재미밖에 생각하지 않아. 네가 생각하는 건 그저 네 다리 사이에서 덜렁거리는 그거랑, 사람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돈과 재미를 얻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 뿐이야. 그리고 필요 없어지면 휙 버리고 말지. 그게 아니야. 넌 바보야. 인생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버젓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몰라. 모두 너처럼 바보짓만 하고 다니는 건 아니라고.”
그게 바로 딘이다. ‘성스런 바보.’ (P32-33)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더 잘 알고, 설명하라면 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봤자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가가서 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자, 너희들, 한 가지 중요한 것을 기억해, 이 녀석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다고. 그리고 하나 더, 이 녀석은 불평 한마디 없이 자신을 바쳐서 너희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어. 그래도 안 된다고 한다면 총살 집행대에나 보내 버려. 그러고 싶은 듯하니.......... (P33)
“앞좌석에 있는 게 어떤 놈들인지 알아? 걱정하기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이야. 거리를 계산하고, 오늘 밤은 어디서 잘지 고민하고, 기름값이랑 날씨, 목적지까지 어떻게 갈지를 생각하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어차피 도착할 건데 말이야. 정말 고민하고 싶어 안달이 난 놈들이야. 뭐가 급한 것인지 제대로 된 판단도 못하고, 순진하리만큼 불안과 불만으로 가득해. 저들의 영혼 말이야. 만인이 인정하는 고민거리를 발견할 때까지 절대 편해지지 못해. 그리고 찾아내면 그다음에는 또 그에 맞춘 표정을 지어 보이지. 불안하다는 얼굴 말이야.” (P54)
그들은 슬픔으로 가득 찬 지하 감옥에서 올라오던 오페라 속의 남자와도 같았고 미국의 지저분한 재즈광, 내가 서서히 합류하기 시작하고 있었던 비트 세대였다. (P89)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이 인간 세계에서 무명으로 사는 게 저세상에서 유명해지는 것보다 낫다. 하지만 대체 저세상이란 뭔가? 이 지상은 뭔가? 모두 관념이 아닌가. (P108)
“결국 늙은 부랑자가 된다는 건가?”
“왜 아니겠어. 우리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될 수 있어. 그런 것도 나쁘진 않지. 정치가나 부자 같은 다른 사람들이 뭘 바라든 상관하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거야.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거지.” 나는 동의했다. 그는 가장 단순 명쾌한 방식으로 도(道)에 다다르려 했다. “이봐, 너의 길은 뭐야? 성인의 길, 광인의 길, 무지개의 길, 커피의 길, 어떤 길이라도 될 수 있어. 어떤 짓을 하든 누구에게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길이 있지. 그럼 어디서 어떻게 할래?” 우리는 빗속에서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우리는 남자야. 그걸 잊어서는 안 돼. 날뛰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야. 의사 말을 잘 들어. 솔직하게 말해서, 샐, 어디 있든 간에 내 트렁크는 침대 밑에서 언제든지 꺼낼 수 있게 돼 있어. 언제든지 나갈 수 있어. 언제 쫓겨나도 괜찮아. 나는 결심했어. 모든 것을 던져 버리기로 말이야. 내가 잘해 보려고 열심히 낑낑대는 걸 너도 봤지. 그런 게 대수가 아니라는 걸 너도 알거야. 우리는 시간이 뭔지 알아. 어떻게 천천히 나아가는지, 걷는지, 탐색하는지, 옛날 흑인들처럼 즐기는 방식이지. 그것 말고 다른 재미가 어디 있어? 우리는 알아.” 빗속에서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날 밤 허드슨 계곡에는 온통 비가 퍼부었다. 바다처럼 넓은 강의 거대한 세계 부두는 푹 젖었고, 퍼킵시에 정박한 낡은 증기선도 푹 젖었고, 수원지인 오래된 스플리트 록 호수도 푹 젖었고, 반데르와커 산도 푹 젖었다.
“그러니까, 나는 인생을 거스르지 않고 열심히 살았어.” 딘이 말했다. (P116-117)
애드 던컬, 그의 동정심은 마치 성자와 같아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딘은 다른 사진도 꺼냈다. 이런 사진을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부모들이 아무 일 없이 평온하게 사진 안에 들어갈 만한 인생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자랑스럽게 인생의 보도를 걸어갔다고 생각하게 될까,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진짜 인생이, 우리의 진짜 밤이, 그 지옥이, 무의미한 악몽의 길이 거친 광기와 방탕으로 가득했단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내면은 끝도 시작도 없이 공허하다. 무지가 갖가지 슬픔을 빚어낸다. “안녕, 안녕.” 딘은 길게 뻗은 붉은 어스름 속을 걸어갔다. 기관차가 연기를 뿜으며 그의 위에서 흔들렸다. 그의 그림자가 그를 쫓아가며 그의 걸음을, 생각을, 존재를 흉내 냈다. 그는 뒤돌아서서 수줍은 듯이 손을 흔들었다. 제동수의 발차 신호를 보내고는 펄쩍펄쩍 뛰면서 뭐라고 외쳤지만 들리지 않았다. 원을 그리며 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구름다리의 콘크리트 모퉁이로 다가갔다.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나도 손을 흔들어 답했다. 갑자기 딘이 자신의 인생 쪽으로 방향을 휙 바꾸어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나의 날들이 무미해진 것을 바라보았다. 이 앞에도 또 끔찍하게 긴 길이 있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P120)
미시시피 강을 건너면 여러 가지가 다가오지만 고독도 거대해진다는 거지. (P138)
“이러면 대체 영혼은 어떨까! 고민도 가치관도 하고 싶은 것도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거야!” (P181)
마지막 고원으로 이어지는 길에 다다랐다. 태양은 황금빛이고 공기는 선명한 파란색, 사막은 이따금 강이 보이는, 모래로 가득한 뜨거운 공간이었다. 성서에 나올 법한 나무 그늘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했다. 딘은 자고 스탠이 운전했다. 최초에 입었던 것처럼 길게 흘러내리는 로브를 입은 양치기들이 보였다. 여자들은 금색 아마 다발을, 남자들은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아지랑이가 가물거리는 사막의 커다란 나무 아래 양치기들이 모여 앉았고, 양들은 햇볕 속을 돌아다니며 흙먼지를 피웄다. "이봐, 이봐." 나는 딘에게 외쳤다. "일어나, 양치기야. 예수 그리스도의 고향, 황금빛 세상이야. 눈 뜨고 좀 봐!" (P184)
그는 시트에서 고개를 들어 희미해지는 붉은 빛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한 눈에 담더니 다시 곯아떨어졌다. 그러고 나서 좀 있다 눈을 떠서는 그 광경을 자세하게 묘사하며 말했다. "정말 고마워. 보라고 말해 줘서. 오, 주여, 나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디로 가는 겁니까?" 배를 문지르고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보는 그는 거의 울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열이 났다. 몽롱하니 의식이 흐려졌다. 이질이었다.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마음속 어둠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세상의 지붕위 해발 2400미터의 침대 위에 누워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오롯한 삶을, 하찮은 것들로 이루어진 내 육신의 껍데기 속 다른 것들을 이루며 살아왔고 모든 꿈을 품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딘이 부엌 테이블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며칠이 지난 밤, 그는 멕시코시티를 떠나려 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나는 신음했다. (P187-188)
그리하여 나는 해가 져버린 미국의 어느 밤 낡고 망가진 강둑에 앉아 뉴저지 위로 펼쳐진 넓디넓은 하늘을 보고 있자면, 육지가 갑자기 믿기지 않을 만큼 크게 부풀어 태평양 연안까지 이어지고, 모든 길이 펼쳐지고,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오와에서 애들을 울리기만 했으니 아이들은 거기서도 분명히 울고 있을 것이다. 오늘밤은 별이 뜰 것이다. 당신은 신들이 곰돌이 푸라는 것을 몰랐나? 초원에서는 저녁 별빛이 점점 흐려지며 남은 빛을 뿌리고, 이윽고 완전한 밤이 다가와 대지를 축복하고, 모든 강을 검게 물들이고, 산꼭대기를 뒤덮고, 마지막 해변을 껴안을 것이다. 누구도, 누구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버려진 누더기처럼 늙어가는 것밖에 알지 못한다. 그럴 때 나는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아버지, 늙은 딘 모리아티도 생각하면서, 딘 모리아티를 생각한다. (P197)
케루악은 [길 위에서]가 “내가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인데, 실제로 찾을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서 캘리포니아까지 히치하이키를 하다가 길 위에서 방향을 잃고 다른 무언가를 희망하며 그 길을 쭉 되돌아오는 두 녀석에 관한 것.” 이라고 쓴다. (P204, 해제)
알베르 카뮈는 “반항의 모든 행위는 순수에 대한 향수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호소를 표현한다.”라고 썼다. (P301,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