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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Oct 17. 2024

스티그 라르손의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영화 <밀레니엄 제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012년

신드롬을 일으키며 유럽에 열풍을 몰고 온 『밀레니엄』 제1권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총10부작으로 기획되었던 「밀레니엄 시리즈」가 완성되기 전,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시리즈의 3부 원고를 넘긴 후 출간을 앞두고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이 작품은 그의 데뷔작이자 유작이 되었는데, 출간 이후 전 세계를 사로잡으며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2009년 스웨덴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2011년 데이빗 핀처 감독, 다니엘 크레이그, 루니 마라 주연의 영화로 다시 제작되어 세련된 영상미로 극찬을 받았다.     

1. 인센티브-스웨덴 여성의 18퍼센트는 살아오면서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2. 결과의 분석-스웨덴 여성 중 46퍼센트가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3. 합병-스웨덴 여성 중 13퍼센트는 심각한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4. 적대적 인수-스웨덴에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중 92퍼센트는 고소하지 않았다

     

[1]

레위기 20장 16절

여자가 짐승에게 가까이 하여 교합하면 너는 여자와 짐승을 죽이되 그들을 반드시 죽일지니 그들의 피가 자기들에게 돌아가리라.

레위기 21장 9절

어떤 제사장의 딸이든지 행음하여 자신을 속되게 하면 그의 아버지를 속되게 함이니 그를 불사를지니라.

레위기 1장 12절

그는 그것의 각을 뜨고 그것의 머리와 그것의 기름을 베어낼 것이요 제사장은 그것을 다 제단 위의 불 위에 있는 나무 위에 벌여놓을 것이며

레위기 20장 27절

남자나 여자가 접신하거나 박수무당이 되거든 반드시 죽일지니 곧 돌로 그를 치라. 그들의 피가 자기들에게로 돌아가리라.

레위기 20장 18절

누구든지 월경 중의 여인과 동침하여 그의 하체를 범하면 남자는 그 여인의 근원을 드러냈고 여인은 자기의 피 근원을 드러내었음인즉 둘다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라.         (P67)     

 

잠시 후 샤워를 마친 그녀는 살그머니 침실로 들어가 팬티와 청바지와 아마겟돈은 벌써 일어났고, 살아남은 우리는 지옥에 있네 라는 영어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걸쳤다.   (P83)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법정에서 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기묘한 행동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 아니라, 그녀는 한번 시작한 일을 중단하는 성격이 아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밀이 있다. 문제는 발견되는 비밀이 어떤 종류의 것이냐하는 거다.           (P181)    

  

“세상에는 이런 자들이 널려 있지. 나도 살아오면서 숱하게 경험했다네. 내가 충고 하나 해줄까? 이런 자들이 떠들고 있을 때에는 그냥 내버려 두게. 잘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빚은 갚아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가 날뛰며 공격하고 있는 지금 같은 때에는 참아야 하네.”

미카엘이 보충 설명을 바라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자,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살아오면서, 나는 수많은 적을 만들었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배웠지. 패배할 것이 확실하거든 싸우지 마라. 반대로 자네를 파괴한 작자는 절대 그냥 보내지 마라.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가 힘이 생기면 반격하라. 더 이상 반격해야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할지라도.”         (P223)  

     

왜냐면 너무 쉽기 때문이야... 여자들은 끊임없이 실종되고 있어. 그래도 찾는 사람 하나 없지, 예를 들면 이민자들 말이야. 러시아 출신 창녀들이라던가.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들어오고 있지.                      (P243)       

“범죄 수사관이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직업일 수 있소. 희생자의 친구들은 분개하고 절망하겠지. 하지만 몇 주 혹은 몇 달이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모든 것은 일상의 흐름 속에 묻혀 버리는 법이오. 가까운 사람에겐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들 역시 언젠가는 슬픔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다오. 삶은 계속 되는 법이니까. 하지만 해결 되지 못한 살인 사건은 우리의 마음을 갉아 들어오지. 결국 단 한 사람만 남아 희생자를 생각하고 그녀를 위해 정의를 실현하려 하는데, 그게 바로 수사를 떠맡은 경찰관이라오.”              (P275)  

     

학교 안에서 준수되는 공동생활의 규칙들은 리스베트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하여 그녀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자기 일만 열심히 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그런 그녀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그녀는 반 아이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인 후 집으로 쫓겨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녀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남자아이들은 젓가락 같이 깡마른 이 소녀를 건드려서 좋을 일이 없다는 사실을 금방 깨달았다. 여느 소녀들과 달리, 그녀는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었고, 모욕을 받는 즉시 주먹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휘두르며 덤벼들곤 했다. 그녀는 불쾌한 짓거리를 그냥 당하고 있느니, 죽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여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녀는 반드시 복수를 했다.                   (P319)  

     

소년의 완력이 월등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리스베트는 점점 더 처참한 꼴이 되어갔다. 결국 짜증이 난 소년은 그녀의 얼굴 중앙에 크게 한 방 날렸다.

...

그녀는 이틀 동안 집에 누워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일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3일 때 되는 날, 그녀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깡패 녀석이 나타나자마자 그대로 귀 위를 후려졌다.                     (P320)       

물론 그녀는 각종 여성 보호 단체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쪽으로 도움을 청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면 그녀의 생각에 이런 단체들은 희생자들을 위한 것인데, 자신이 희생자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해결책은 오직 하나,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행동하는 것, 다시 말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맞아, 이게 바로 최선의 해결책이야!                  (P331)  

    

갑자기 닐스 비우르만의 가슴에 서늘한 공포가 차오르면서, 결국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그는 미친 듯이 수갑을 잡아당겼다. 이럴 수가! 저년이 나를 지배하고 있어!              (P358)     


“앞으론 내가 네 삶을 통제할 거야. 네가 전혀 예상 못한 시간에, 예를 들어 네가 자고 있을 때 갑자기 이걸 들고 네 방에 들어올 수도 있어” 그는 전기 충격기를 흔들어 보였다. “즉 널 감시하겠단 말이야. 만에 하나, 네가 어떤 여자애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면-그 여자애가 자의로 온 건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아-그 어떤 종류의 여자와도 함께 있을 꼴을 보게 되면...”

리스베트는 다시 손으로 자기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해 보였다.                 (P363)     

[2]

"…쓰레기들이라 할지라도 사생활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야. 또 삶의 방식을 공격해서 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너무 쉬운 일이고. 내 말뜻 이해해?”           (P51) 

    

“신을 믿지 않으세요?”

“난 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믿는 것은 존중해. 모든 사람은 무언가를 믿어야 하거든.”         (P65) 

    

그녀는 자신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없는 성격이라는 걸 일찌감치 파악하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겠노라 결심한 바 있었다. 그녀는 타인들이 자신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조용히 내버려두기만 하면 만족하는 여자였다. 불행히도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사려 깊지도 똑똑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녀는 끊임없이 싸워야만 했다. 그녀의 삶을 이끌려 하거나, 그녀가 선택한 삶의 방식을 바꾸려 드는 한심하고도 짜증나는 인간들, 세상에는 그런 작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녀는 질질 짜고 있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사실을 아주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에게 호소해봤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라는 것도 터득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곤 했다.     (P114) 

    

“그런데 누가 그따위 말을 곧이들을까요?”

“남의 험담이라면 별 생각없이 덥석덥석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디든 있는 법이 아니겠소?”     (P142) 

    

일주일 동안 한집에 있었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작업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함께 일하고, 그녀의 의견을 묻고, 그녀의 추론이 틀리면 그녀의 손가락을 살짝 때리고, 또 그녀가 자신의 오류를 고쳐주면 고마워했다. 요컨대 그녀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대하고 있었다.

홀연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와 같이 지내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를 신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P176)    

 

아스퍼거 장애일 가능성이 있어. 아니면 그와 유사한 무언가겠지. 보통 사람들은 혼란스럽게만 느껴지는 곳에서 어떤 도식을 보고 추상적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P251)    

  

그녀는 장례식 때 자기 뒤에 서 있던 드라간 아르만스키를 생각했다. 사실은 한마디라도 건네주었어야 옳았다. 그가 와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표해 줘야 했다. 하지만 그랬다면 그는 이를 빌미로 자신의 삶 전체를 간섭하려 들 것이다. 손가락 끝만 내밀면 팔 전체를 삼켜버릴 것이다. 그러고도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았던가?

...

무엇이든 뒤져보려 하는 그, 급기야는 자신의 사생활까지 알아보려 하는 그가 짜증 나는 건 사실이었지만...그와 함게 일한 시간은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누군가와 같이 일한다는 것, 전에는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와는 조금도 힘들지 않게 해나갈 수 있었다. 그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않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았다.                        (P320) 

     

“그런데 왜 유턴했지?”

...

“당신과 같이 있는 게 좋았어요” 그녀의 어색한 고백이었다.

이제껏 그녀가 한 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그런 종류의 말이었다.          (P322) 

               

지금 지속적인 관계라고 말했나요? 우리가 방금 매듭지은 사건이 뭐죠? 추악한 성욕에 사로잡힌 사내들이 주인공으로 활약한 그런 사건 아니었던가요? 그 모든 것을 보고도 지속적인 관계를 꿈꾼다고요? 만일 내게 힘이 있다면, 그런 인간들을 모조리 박멸해 버리고 싶을 뿐이에요.                         (P325)   

  

그녀는 손으로 턱을 받치고 한동안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행복해 보였다. 갑자기 그녀에게도 기이한 느낌이 찾아왔다. 산다는 게 꽤나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P367)  

   

“우리는 지금 스웨덴 증시 사상 최악의 폭락을 맞고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아무것도 아니란 말인가요?”

“자, 들어보시죠! 우리는 두 가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하나는 스웨덴 경제고, 다른 하나는 스웨덴 증시입니다. 스웨덴 경제가 뭐죠? 그건 매일 이 나라에서 산출되는 재화와 용역의 총합입니다. 예를 들어 에릭손의 휴대폰, 볼보의 자동차, 스칸의 닭, 그리고 키루나와 셰브데를 연결하는 운송 서비스 같은 것들이죠. 이게 바로 스웨덴의 경제이고, 이 경제는 일주일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는 웅변의 효과를 위해 잠시 멈추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증시는 전혀 다른 겁니다. 거기엔 경제도 없고, 재화의 생산도, 용역도 없어요. 거기에는 환상만 존재할 따름이고, 그 환상속에서 사람들은 어떠어떠한 기업이 수십억 크로나 혹은 그 이상이나 그 이하가 되어야 한다고 매 시간 매 시간 결정하고 있을 따름이지요. 이건 현실이나 스웨덴 경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렇다면 증시가 이렇게 자유 낙하를 하고 있는 것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네......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답하는 미카엘의 음성이 너무 비장하면서도 결연하여 마치 신탁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 대답은 한 해 동안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인용되리라........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볼까요? 그건 일부 ‘큰손’ 투기꾼들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를 스웨덴 기업에서 독일 기업들로 옮기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하이에나들이고, 조금이라도 용기 있는 기자라면 이들을 찾아냄으로써 이런 매국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만인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있지요. 이들은 자기 고객들의 사욕을 채워주기 위해 스웨덴 경제의 기반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잠식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이어 TV4의 ‘그녀’가 미카엘이 기대하고 있던 바로 그 질문을 제기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그럼 당신은 매체들엔 아무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에요! 특히 매체들이야말로 엄청난 책임이 있어요. 최소한 20여년 동안, 수많은 경제 기자들이 베네르스트룀을 감시하는 일을 소홀히 해왔어요. 아니, 오히려 정반대였죠. 그들은 터무니없이 그를 우상시하며 그의 명성을 구축하는데 일조했어요. 그들이 지난 세월 동안 자신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더라면, 작금의 이런 사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P408-410)   

    

미카엘은 연인으로선 아무 문제 없는 남자였다. 침대 위에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둘의 육체적 관계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그는 결코 그녀를 자신의 취향대로 길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P419)   

   

그녀가 이렇듯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자기에게 이처럼 가까이 다가오도록 허락한 경우는 미카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그녀의 방어 매커니즘을 뚫고 들어와 그녀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적인 일이나 감정을 털어놓게 만드는 무서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

그가 코를 골면서 잠들어 있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생전 처음 느껴보는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가 솟아올랐다. 이제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결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의 능력을 이용하지도, 그녀에게 상처 주는 일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본성상 절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P420)    

  

이어 그녀는 마치 마비된 듯 꼼짝도 않고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듯 강하게 생의 의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

어린 시절부터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내부에는 어떤 두려움이 웅크리고 있었다. 너무 크고 암울해서 거의 병적인 상태로까지 발전해 있는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을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여 그녀는 감정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 파묻고 꼭꼭 숨겨 왔었다. 그렇게 가냘픈 자존심을 간신히 지켜올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듯 애써 쌓아온 자존심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P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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