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레니엄: 제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012년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스웨덴 작가 스티그 라르손의 대하 장편소설 밀레니엄 시리즈의 대단원을 맞이하는 3부에 해당한다. 전 세계에 `밀레니엄 신드롬`을 일으키며 유럽에 열풍을 몰고 온 이 시리즈는 독립적인 동시에 전체적인 통일성을 갖춘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밀레니엄`이란 주인공인 저널리스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창립하고 활동중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월간지의 이름이다.
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난 충격적인 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며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우는 저널리스트 미카엘과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활약을 그렸다면, 2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에서는 동구권 여성 성매매의 배후를 밝히려는 ‘밀레니엄’ 특집호 발간과 맞물려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리스베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두 사람의 노력이 담겨 있다. 3부 ‘벌집을 발로 찬 소녀’는 자신만의 정의로 세상의 어둠에 맞서 싸우는 여주인공 리스베트의 마지막 결전을 그리고 있는데, 미카엘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폭력과 비밀조직의 부정부패를 낱낱이 파헤친다.
[1]
금발 벽안의 사내 안데르스 요나손은 스웨덴 북부, 더 정확하게는 우메오 출신이었다. 그는 20여 년동안 살그렌스카와 외스트라의 여러 병원에서 연구원, 병리학자, 응급 전문의 등으로 일해 왔다. 그리고 그에겐 동료들에게는 당혹감을, 아랫사람들에게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안겨 주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즉 자신이 당직 중일 때는 죽는 환자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고, 실제로도 사망률 제로의 기록을 기적처럼 이어왔던 것이다. 물론 환자 중에서 사망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응급실을 떠난 뒤의 치료 중에, 혹은 그의 책임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일어난 일이었다.
이따금 요나손은 그다지 정통적이지 않은 의학관을 펼치곤 했다. 그에 따르면, 의사들은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너무 빨리 포기하고,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한 나머지,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기회를 놓친다는 거였다. 사실 이것은 의학 교과서가 권고하는 바이지만, 문제는 의사들이 고민만 하고 있을 때 환자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저량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안데르스 요나손에게도 머리통 한가운데 총알이 박힌 환자는 처음이었다. (P14)
"... 머리를 창틀에 부딪혔대. 그저 두개골에 살짝 타격을 입은 정도였는데, 그는 메슥거림을 느꼈고,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됐지. 급기야는 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 왔어. 내가 봤을 때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 조그만 혹이 하나 나 있고, 출혈도 아주 조금 있었어. 하지만 그는 깨어나지 못했고, 집중 치료를 했지만 9일 후에 사망했네. 난 지금까지도 왜 그가 죽었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부검 소견서에다 '사고에 따른 뇌출혈'이라고 적긴 했지만, 이런 분석에 만족한 사람은 우리 중에 아무도 없었지. 출혈 부분이 극도로 작은 데다가, 그 위치도 몸에 아무런 해를 줄 수 없는 곳이었거든. 그런데 간, 신장, 심장 그리고 폐가 차례차례 기능을 멈추는 거야. 난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건 로또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건 영원히 불가능해.... 자, 이제 자넨 어떻게 할 참인가?"
그는 볼펜으로 모니터를 탁탁 두드리며 물었다.
"자네가 가르쳐주기를 바라고 있었지, 뭐."
"우선 자네가 진단한 내용을 말해 보게."
"좋아. 먼저 소구경 총알 하나가 있는 것 같아. 그건 관자놀이로 들어가서, 뇌 안 4센티미터 정도 들어간 곳에 박혔어. 측뇌실(側腦室)에 맞닿아 있는 상태고, 출혈도 있는 것 같네."
"취해야 할 조치는?" (P19)
"우리에게 지시할 거라도 있나요?"
"천만에. 오히려 자네가 나한테 지시할 게 있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난 여전히 살란데르 사건에 대해 작업 중이고, 그 이야기에 관련된 일은 내가 결정할 거야. 하지만 잡지에 관련된 일들은 자네가 결정해. 필요하면 내가 옆에서 도와주겠어."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어떻게 하죠?"
"그런 기미가 느껴지면 내가 얘기할게. 하지만 엄청난 실수가 아니라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세상에 100퍼센트 옳거나 틀린 결정은 없는 법이니까. 자네가 내린 결정은 당연히 에리카 베르예르의 것과 다를 수 있겠지. 또 내가 내리면 그건 또 다른 것이 될 거고, 어찌 됐든 이제부터는 자네의 결정이 가장 중요해."
"잘 알겠어요."
"훌륭한 리더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과 잘 상의하는 사람이야. 우선은 헨뤼와 크리스테르하고 상의하고, 그다음엔 나하고 해. 그리고 정말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편집 회의를 열어 함께 의논하기로 하고."
"최선을 다하겠어요." (P167)
“자넨 이걸 깨달아야 해. 섹션은 스웨덴 국방 전체의 선봉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우린 최후의 방어선이야. 그리고 우리의 임무는 이 나라의 안보를 보장하는 일이지. 그 나머지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아.”
바덴셰는 의혹의 빛이 담긴 시선으로 클린톤을 쳐다보았다.
“우린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야. 우리는 그 누구에게서도 감사받지 못하는 인간들이지. 우린 그 어떤 사람도 감히 내리지 못하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람들이야....... 특히 정치하는 놈들이 내리지 못하는 결정을 말이야.”
마지막 문장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엔 경멸의 어조가 짙게 배어 있었다.
“자 이젠 내 말대로 하게. 그럼 섹션은 살아남을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단호하게 행동해야 하고, 강력한 수단들을 동원해야 해!”
바덴셰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P236)
미카엘은 전날 밤 세포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최소한 한 가지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정보 조작은 모든 첩보 활동의 기초가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장기적으로 볼 때 엄청난 가치를 갖게 될 허위 정보를 하나 심어놓은 것이다.
그는 가방을 열고, 아직 시간이 없어 아르만스키에게 전해 주지 못한 사본을 꺼냈다. 유일하게 남은 사본이었고, 이것마저 잃을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즉시 이것을 다섯 부 더 복사하여, 적당한 장소들에 숨겨 두어야 했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 나서, 밀레니엄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말린 에릭손이었다. 퇴근하기 전에 문단속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깐 어딜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셨어요?"
"퇴근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줄 수 있겠어? 오늘 자네와 상의해야 할 일이 있어서."
그는 지난 몇 주동안 세탁할 시간이 없었다. 셔츠란 셔츠는 모두 더러운 빨래 바구니 속에 쑤셔 박혀 있었다. 그는 면도기와 '세포의 권력 투쟁'을 단 한 부 남은 비에르크 보고서와 함께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 의류 전문 매장 드레스맨으로 가서 셔츠 네 벌, 바지 두 벌 그리고 팬티 열 장을 구입한 뒤, 이 모든 것을 밀레니엄 사무실로 들고 왔다. 말린 에릭손은 그가 서둘러 샤워를 하는 동안,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리 집에 침입해서 살라첸코 문건을 훔쳐갔어." (P255)
697년의 아일랜드 법령은 여성이 병사가 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 전에는 여성 병사들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얘기다.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이들 말고도 여성 병사를 가졌던 민족은 적지 않았다. 아랍인, 베르베르족, 쿠르드족, 라지푸트족, 중국인, 필리핀인, 마오리족,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미크로네시아인, 그리고 아메리카 인디언...
고대 그리스에는 무시무시한 여전사들에 대한 전설들이 가득하다. 이 이야기들은 어렸을 때부터 병법과 무술과 육체적 극기를 훈련해온 여성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들은 남성과 떨어져 살았으며, 그들만의 군단을 이루어 전장으로 나갔다고 한다. 또 이들이 전장에서 남성들에 대해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이 많은 구절들에서 언급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 아마존족은 예를 들어 기원전 7세기경의 이야기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언급된다. (P259)
'아마존' 이라는 용어도 그리스에서 온 것이다. '아마존'이란 문자 그대로 '젖가슴이 없는'을 뜻한다. 일반적인 설명에 의하면, 아마존 여인들은 활시위를 잘 당기기 위해 오른쪽 젖가슴을 도려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최대의 두 의사인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는 이러한 절단수술이 무기다루는 능력을 향상시켜준다고 입을 모으고는 있지만 이러한 관습이 실제로 존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리고 여기에는 언어학적으로도 의문부호가 하나 숨어있다. '아마존'이라는 단어의 접두사인 a는 과연...~이 없는 이라는 의미로 쓰였을까? 혹자는 오히려 그 반대가 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아마존은 유난히 큰 젖가슴을 지닌 여자였다는 것이다. 만일 전설이 사실이었다면 오른쪽 젖가슴이 없는 여성의 모티프가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보여주는 예는-조상이든 부적이든- 그 어떤 박물관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P260)
그렇다. 비밀경찰 애들은 종종 멍청한 짓을 저지르곤 한다. 이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로서, 비단 세포뿐 아니라, 아마도 전 세계의 모든 정보기관이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비밀경찰은 뉴질랜드에 잠수 특공대를 보내 그린피스의 ‘레인보 워리어’호를 폭파하지 않았던 가? 세계 역사상 가장 멍청한 첩보 작전을 꼽으라면 아마도 이것이리라. 아니, 멍청하기로 따지자면 닉슨 대통령 선거 팀이 벌인 워터게이크 빌딩 침입 사건이 한술 더 뜨겠지만. 하기야, 그런 한심한 인간들이 지휘했는데 스캔들이 터지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일이겠지...... 물론 비밀경찰은 괜찮은 일들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전혀 발표되지 않는다. 반대로, 비밀경찰이 어떤 부적절하거나 어리석은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매체들은 그야말로 개떼처럼 달려든다. ‘그들이 이런 집단이라고 우리가 말하지 않았는가?’ 라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어가면서. (P276-277)
아르만스키는 세포가 필요 불가결한 기관이며, 국민 전체의 안전을 지킨다는 목적을 버리지 않는 한, 약간의 대인 사찰도 크게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문제는 있었다. 이처럼 국민을 사찰하는 임무를 띤 기관은 엄격한 공공의 감시하에 놓여야 했다. 다시말해서 그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헌법적인 보장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정치인과 국회의원을 막론하고 세포 안을 들여다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적어도 서류상으론 모든 것을 들여다볼 권한이 있는 특별감사관을 수상이 임명한다 해도 달라질 게 없었다. (P277-278)
그런데 저들은 그녀의 삶을 까뒤집겠다며 덤벼들고 있는 것이다. 왜 그녀가 자신을 방어했는지를 해명하라고, 그 행위에 대해 용서를 빌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혼자 조용히 내버려 둘 수는 없단 말인가? 결국 그녀가 같이 살아가야 할 사람은 그녀 자신뿐, 다른 누구도 아니었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친구가 돼 줄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안니카 잔니니라는 저 이상한 여자는 내 편인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직업상의 우정일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한낱 변호사 아닌가? 또 저 바깥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을 그 빌어먹을 슈퍼 블롬크비스트..... (안니카 잔니니는 자기 오빠에 대해 별로 말이 없었고, 리스베트 역시 그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분골쇄신하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다그스벤손 살인 사건이 해결됐고, 자신은 멋진 기사를 확보한 마당에 더 이상 그녀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지 않은가? (P294)
"확실히 이해한 거야? 좋아,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지. 기자로서 자네의 임무는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거지. 관청의 어떤 높은 인간이 말했다해서 그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야. 자네가 훌륭한 기자인 건 맞지만, 바로 이 기본적인 임무를 잊으면 그 재능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
"네."
"난 이 기사를 버릴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문제가 많은 기사야. 난 이 내용을 믿지 않아."
"이해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넬 못 믿는다는 얘기는 아니야."
"고맙습니다."
"그래서 난 자네에게 다른 기사를 하나 제의하고 싶어."
"어, 정말요?"
"이건 나와 밀레니엄의 계약과 관계있는 거야. 지금 난 살란데르 건에 대해 내가 아는 걸 밝힐 수 없는 입장이야. 그런데 난 동시에 SMP의 편집국장이기도 하지. 내가 가진 정보를 제대로 써먹지 않은 탓에, 잘못하다간 편집진이 진창에 빠져버릴 수도 있는 신문사의 편집국장이기도 하단 말이야." (P334)
“아뇨. 난 의료계 전체에 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수치는 그 일에 관여한 자들만의 몫이죠. 또 세포도 수치를 당해야 합니다. 물론 세포에도 성실하게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가 말하는 건 세포 내부의 한 음모 집단이에요. 리스베트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그들은 다시 그녀를 입원시키려고 했어요. 그들의 기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후견 체제에 묶이게 됐죠. 재판이 열리면 그들은 그녀를 최대한 공격해 올 겁니다. 하지만 우린 내 누이와 함께 싸울 거예요. 리스베트가 무죄를 선고받고, 후견 체제가 해제될 수 있도록요."
"음, 그러시군요."
"하지만 그녀에겐 실탄이 필요해요. 공정한 게임을 위해선 그게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경찰 내부에서도 몇몇 분은 이 싸움에서 리스베트의 편에 섰다는 점도 말씀드려야겠군요. 지금 예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그녀를 기소한 그 인물 같지는 않은 거죠."
"아하!"
"한마디로, 재판을 앞둔 리스베트에겐 도움이 필요합니다." (P373)
너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너 자신뿐이야. 나, 안니카, 아르만스키..또 다른 사람들이 너를 돕기 위해 아무리 노력한다해도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아. 난 네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라고 설득할 생각도 없어.
왜냐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사람은 너 자신이기 때문이지. 넌 제판을 네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 수도 있고, 반대로 유죄 판결을 받을 수도 있어. 하지만 재판에서 이기길 원한다면. 싸워야 해!
리스베트는 컴퓨터를 끄고 천장을 응시했다. 지금 미카엘은 자기 책에서 진실을 말하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우르만이 자신을 강간한 사실만큼은 덮으려는 듯했다. 비우르만에 관련된 부분은 이미 쓰여 있었다. 그는 비우르만이 살라첸코와 모종의 거래를 했는데, 비우르만이 갑자기 겁에 질려 날뛰는 바람에 니더만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려 놓았다. 비우르만이 그들과 거래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도 없었다.
정말이지, 이 빌어먹을 슈퍼 블롬크비스트는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P469)
[2]
기원전 1세기경의 시칠리아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어떤 역사가들은 별로 신빙성없는 역사가로 여기지만)는 리비아의 아마존족에 대한 묘사를 남겼다. 여기서 '리비아'란 당시 이집트 서부에서부터 북아프리카 전역을 아우르는 지명으로, 이곳의 아마존 제국은 여성만이 군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을 점유할 자격이 있는, 이른바 '여성지배체제'였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제국의 여왕 미리나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3만의 보병과 3천의 기병을 이끌고 숱한 남성 군대들을 굴복시키며 이집트와 시리아를 거쳐 에게해까지 진군했다고 한다. 결국 미리나 여왕은 패배했고, 그녀의 군대는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미리나의 군대는 그 지역에 흔적을 남겼다. 아나톨리아가 코카서스인의 침략을 받아 남성들이 거의 전멸하자, 감연히 일어나 무기를 잡은 것은 바로 여성들이었다. 이 여성들은, 활, 칼, 도끼, 창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무기를 가지고 훈련했다. 또한 그리스인들을 모방한 청동사슬 갑옷이며 투구를 착용했다. (P7)
그들은 결혼을 거부했으며, 그것을 하나의 굴복으로 여겼다. 대를 잇기 위해서는, 휴가를 주어 인근의 마을들에서 무작위로 고른 남자들과 동침하게 했다. 그리고 전투에서 한 명이라도 남성을 죽인 여자만이 순결을 잃을 권리를 가졌다. (P8)
“내가 이렇게 운동하는 이유는, 기분이 아주 좋기 때문이에요. 이건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현상이죠. 운동을 하면 인체는 어떤 의존성 있는 진통 물질을 만들어내죠. 그래서 얼마 뒤엔, 매일 나가서 뛰지 않으면 어떤 금단 현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자신의 체내에 있는 것을 모두 쏟아 부을 때 느껴지는 행복감이란 정말이지 굉장하답니다. 섹스만큼이나 강렬하죠.” (P66)
고대 그리스,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세계 다른 지역들에 아마존에 대한 전설들이 넘쳐나지만, 역사적으로 증명된 여성 전사의 예는 단 하나 있을 뿐이다. 서아프리카의 다호메이, 그러니까 오늘날의 베냉공화국의 현존하는 민족인 폰족의 여성 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여성 전사들은 공식적인 전사에서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으며, 이들을 주인공 삼은 영화도 제작된 적이 없다. 이들은 역사책 페이지 아래, 조그만 각주의 형태로 존재할 뿐이다. 이 여인들에 대해 쓰인 학술서로는 역사가 스탠리 B.엘페른의 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들은 당시 그들의 나라를 위협하던 열강의 그 어떤 남성정예부대와도 능히 겨룰 수 있었다. (P233)
폰족 여성부대가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히 알수없지만 어떤 이들은 그 연원을 17세기로 잡고 있다. 처음에는 왕을 지키는 근위대였던 것이 점차로 늘어나, 여신을 방불케하는 당당한 체격의 6천의 여성병사들로 이루어진 실제적인 병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결코 장식적인 존재들이 아니었다. 2세기가 넘은 세월동안, 그들은 폰족의 선봉에 서서 유럽 침략자들에 맞서 싸웠다. 특히 수많은 전투에서 그들에게 패배한 프랑스군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1892년, 프랑스는 증원병력으로 대포로 중무장한 보병대, 외인부대, 해군 보병대 그리고 기병대를 배로 가득 실어왔고 결국 이 여성군은 패배하고 만다.
이 여성전사들 중 쓰러진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살아남은 이들은 오랫동안 게릴라전을 전개했으며, 생존한 노병들은 1940년까지 인터뷰와 사진촬영에 응했다고 한다. (P234)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태어나고, 살고, 늙는다, 그리고 죽는다. 그는 자신의 삶을 다 살았다. 이제는 해체될 일만 남아 있을 뿐이다.
기이하게도 그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러웠다. (P243)
살인은, 상황 자체가 강요할 때만 이루어져야 하는 법이다. 그것은 아무 때나 휘두르는 칼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사용해야 할 특단의 조처였다.
클린톤은 고개를 저었다.
콜래트럴 데미지............
그는 이 모든 일을 처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해 갑자기 역겨움을 느꼈다.
국가를 위해 평생을 봉사해 온 우리가, 이제는 비천한 살인범이 돼버렸어........ (P278)
인터뷰 중에는 여러 번 다시 촬영해야 했던 부분이 있었다. 그들이 던진 질문들 가운데, 그가 아무리 애를 써도 명쾌하게 답변하기 어려웠던 질문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국가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살인까지 범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습니까?
사실 TV4의 여기자가 물어오기 이전에, 미카엘이 스스로에게 던져본 질문이었다. 물론 섹션은 살라첸코르르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했겠지만, 이것만으론 만족스러운 대답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변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섹션은 하나의 광신 집단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점차 크누트뷔 파나짐 존스 목사 같은 사람들이 되어간 거죠. 그들에겐 자신들만의 율법이 있었고, 그 고립된 율법 안에서 선악의 개념은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정상적인 사회와는 완전히 유리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정신 질환 같은 건가요?”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닐 겁니다.”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