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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헌 Nov 09. 2024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영화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2005년

조라 닐 허스턴의 소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은 흑인 여성이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서 분명하게 인식한 최초의 흑인 여성 소설이다.  

   

멀리 보이는 배들에는 모든 사람의 소원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들이 조수에 맞춰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 배들은 시야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포기하고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절대 육지에 닿지 않은 채 수평선 위에서 영원히 항해함으로써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시간에 조롱당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기억한다. 꿈이 진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일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자였고,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병이 나서 아프다가 머리맡과 발치를 차지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불어 터진 사람들에게서 돌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사람들로 무슨 일인지 따져보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P5)      

“저런, 말 많은 여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은 나를 가지고 입방아를 찧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래. 네가 사람들 앞을 지나갈 때 그들에게 말을 걸어서 비위를 맞춰주지 않으면 그들은 네 삶 속으로 되돌아가서는 네가 했던 일을 따져본다는 걸 너도 알잖아. 너보다도 사람들이 너에 대해 아는 게 더 많아. 시샘하는 마음 때문에 귀가 잔인해지는 법이거든. 그들의 귀에는 너에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자기네가 바라던 것만 ‘들리니까’.”       (P11)      


아, 배나무가 되고 싶어...... 꽃을 피우고 있는 어떤 나무라도 되고 싶어! 세상의 시작을 노래하며 입을 맞춰주는 벌들이 함께 해주는! 그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녀에게는 반짝이는 잎과 막 벌어지고 있는 꽃봉오리가 있었고, 그녀는 삶과 씨름하고 싶었지만 삶은 그녀를 피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를 위해 노래해주는 벌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과 할머니의 집 안에 있는 그 어느 것도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녀는 현관 계단 꼭대기에서 세상을 최대한 구석구석 살펴본 다음 현관으로 내려가서 몸을 내밀고 길 위아래 쪽을 바라보았다. 바라보고, 기다리고, 조바심으로 가쁜 숨을 쉬며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P20-21)      

“얘야, 너도 알다시피 우리 흑인들은 뿌리 없는 가지들이나 마찬가지고 그것 때문에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리곤 한단다. 특히 네가 그렇다. 나는 노예 상태로 예전에 태어났기 때문에 여자가 어때야 하고 무얼 해야 할 것인가는 꿈을 이룬다는 것이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그런건 오히려 노예 생활을 방해하는 것일 뿐이었지. 그러나 그 무엇도 꿈꾸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법이란다. 아무리 사람을 밟아 뭉개더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완전히 빼앗아버릴 수는 없지. 나는 일소나 씨돼지로 이용당하고 싶지 않았고 내 딸도 그렇게 이용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분명히 내 의지가 아니었어. 나는 네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싫었다. 그래도 나는 변함없이 하느님께 기도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라고 말이다. 나는 높은 자리에 오른 흑인 여자들에 대해 대단한 설교를 하고 싶었지만 나한테는 설교할 연단이 어디에도 주어지지 않았어. 내가 자유의 몸이 됐을 때 내 품에는 갓 태어난 딸애가 안겨 있었고, 그래서 나는 그 애를 위해 빗자루와 요리 냄비를 들고 황야에 큰 길을 만들어주겠다고 말했지. 내가 느낀 것을 그 애가 잘 설명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 애는 그 큰길을 잃어버렸고 내가 다음에 정신을 차려보니 네가 세상에 와 있었다. 그래서 밤에 널 돌보면서 나는 널 위해 이야깃거리를 모아놓겠다고 말했다. 재니야, 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왔지만 만약 네가 내 꿈처럼 높은 곳에 자리를 잡기만 한다면 내가 그동안 고생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P26-27)   

   

“그 남자가 그 일 또한 해낼 가능성이 커, 힉스. 어쨌든 그러길 빌어. 우리 흑인들은 서로 너무 시기를 해.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지금보다 발전을 못하는 거야. 우리는 백인들이 우리를 억누른다고 말들을 하지! 빌어먹을! 백인이 그럴 필요가 없다니까! 우리 스스로가 우리 자신을 억누르고 있어.”                 (P57)     

 

“당신이 의사를 데려다 치료를 받았다면, 조디, 사실 죽게 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바로 그 말을 하고 싶었어요. 조디. 당신은 절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당신은 나와 이십 년을 살았으면서도 나를 절반도 알지 못해요. 사실 그럴 수도 있었는데 당신은 자기 손으로 이룬 것들을 숭배하고 주변 사람들과 마음속으로 맞붙어 싸우느라 바빠서 볼 수 있었던 수많은 것들을 놓치고 말았어요.”

“여기서 나가, 재니. 여기로 오지 마.......”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당신은 모든 것을 바꾸지만 어느 것도 당신을 바꾸지는 못하니까요.... 죽음조차도요. 그러나 여기서 나가지도, 입 다물고 있지도 않을 거예요. 아니, 당신도 죽기 전에 한 번은 내 말을 들어요. 평생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짓밟고 짓이기고 했으면서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거죠? 잘 들어요, 조디. 당신은 나와 함께 도망쳤던 그 조디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가 죽고 남겨놓은 것이에요. 나는 당신과 멋지게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도망쳤어요. 그러나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만족하지 않았어요. 그랬어요! 당신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내 자신의 마음은 미어터지려 했어요.”

“닥쳐! 벼락이나 맞아 죽어버려.”

“나도 알아요. 그런데 지금 당신이 죽는 것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랑이나 동정을 원한다면 당신 자신 외에 누군가의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예요. 당신은 당신 자신 말고는 어느 누구의 마음도 달래주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어요. 당신 자신의 큰 목소릴르 듣느라 너무 바빠서요.”          (P122-123)  

    

하루 중 대부분을 상점에서 보냈지만 밤이면 그녀는 큰 집에서 혼자 보냈다. 때로는 외로움의 무게 때문에 집이 밤새 삐걱거리며 울었다. 그러면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누워 외로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곳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어머니를 찾아 보고 싶은가? 할머니 묘지를 돌보고 싶은가? 어릴 적 잘 갔던 곳을 두루 둘러보고 싶은가?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을 파헤쳐보면서 그녀는 제대로 보지도 못한 그런 어머니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할머니가 미웠지만 그 모든 시간 동안 연민이라는 외투 아래 그 미움을 자신에게 숨겨왔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찾아 지평선까지 큰 여행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그녀가 사람들을 발견하고 사람들이 그녀를 발견하는 것이 온 세상에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사물들을 쫓도록 개처럼 채찍질을 당했고 뒷길로 떠밀렸다. 그것은 모두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진흙탕 물웅덩이를 보고도 배들이 떠다니는 대양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내니는 단편적인 조각들을 다루기 좋아했던 다른 부류에 속해 있었다. 여기서 내니는 하느님이 만드신 것 중에서 가장 큰 것, 즉 지평선 —사람이 아무리 멀리 간다 해도 지평선은 여전히 저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을 떼어내서 너무나 작은 물건에 맞춰 줄여서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단단하게 손녀의 목에 묶어두었다. 그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그렇게 옭매어 비틀어 놓은 그 노인네가 미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지만 이런 잘못된 사랑은 너무 강해서 같은 피를 나눈 사이에서조차 그것을 극복할 수 없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보석을 발견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볼 수 있는 곳을 걸어 다니면서 그것을 번쩍이며 드러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팔리기 위해 시장에 내다 놓이게 되었다. 낚시 미끼로 시장에 내다놓이게 된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을 만드실 때 항상 노래하며 온통 반짝거리는 재료로 인간을 만드셨다. 그러나 그 후 몇몇 천사들이 질투심에 사로잡혀서 인간을 몇백만 개의 조각으로 산산조각을 내버렸지만 인간은 여전히 반짝거리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래서 천사들은 그것을 부수어 불티들로 만들어버렸지만 각각의 작은 불꽃 모두 반짝거리며 노래했다. 그래서 천사들은 각 불꽃을 진흙으로 발라버렸다. 불꽃들은 외로움 때문에 서로를 찾아 헤맸지만 진흙은 귀도 멀고 말도 하지 못했다. 굴러다니는 다른 모든 진흙투성이처럼 재니는 자신의 빛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P126-128)   

  

“내가 전에 모험했던 것 이상은 아니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 결혼할 때 하는 모험 이상도 아니야. 결혼은 항상 사람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자신들 속에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더러움과 비열함을 이끌어내기도 해. 너도 그걸 알잖아. 어쩌면 티 케이크도 그렇게 될지 몰라.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나는 준비가 됐고 기꺼이 그를 한 번 겪어볼래.”   (P159)     


“할머니는 사람들, 즉 흑인들이 앉아서 쉬고 싶을 때 마음대로 앉아 쉴 수 없었던 노예제도 시절에 태어나셨어. 그래서 할머니한테는 백인 마님처럼 현관에 나와 앉아 있는 것이 대단히 멋진 일처럼 보였지. 바로 그게 할머니가 나한테 원하셨던 거야.... 어떤 대가를 치르건 상관하지 않는 거지. 높은 의자에 올라가서 거기 앉아 있는 것 말이야. 할머니는 아무것도 안 하는 의자에 올라간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생각해볼 겨를이 없었어. 목표는 거기에 오르는 거였어.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높은 의자에 올라갔지. 그렇지만 피비, 나는 그 위에서 거의 시들어 죽을 뻔했어. 온 세상이 탈출을 외치는데 나는 아직도 그 흔한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었어.”               (P159-160) 

    

“당신은 나와 다르군요. 나는 흑인들을 참을 수가 없어요. 나 자신이 그들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흑인들을 싫어하는 백인들을 비난할 수가 없어요. 또 하나는 나나 당신 같은 사람들이 흑인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기가 싫어요.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것을 과시해야만 해요.”

“그래서는 안 되죠. 우리는 피가 섞여 있는 사람들이라서 백인들뿐만 아니라 흑인들도 우리 친척이에요. 그런데 왜 그렇게 흑인들을 싫어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나를 피곤하게 해요. 항상 웃어요! 그들은 너무 많이 웃고 너무 시끄럽게 웃어요. 항상 오래된 흑인 노래들을 부르고요! 항상 백인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죠. 흑인들이 그렇게 많지만 않다면 인종 문제가 전혀 안 생길 거예요. 백인들은 우리를 그들 속으로 받아들여주었을 거고요. 그런데 흑인들이 그걸 가로막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그것에 대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해보진 않았어요. 그러나 백인들이 우리를 자기네 무리에 끼워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너무 가난하니까요.”     (P195)     


그녀의 기준에서는 자신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기보다 나았다. 그래서 때로는 그녀가 검은 정도에 따라 자기보다 검은 사람에게 잔인하게 대했던 것처럼 자기보다 백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자기를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닭장 안에 존재하는 위계질서처럼. 채찍질을 해도 되는 사람들에게는 비정하고 잔인하게 대하고,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납작 엎드려서 복종하라. 일단 자기들의 우상을 정하고 그들에게 바칠 제단을 쌓고 나면 그곳에서 숭배하는 것이 불가피했다. 진실한 숭배자들이 그랬듯이 그녀 역시 자기 신이 보여주는 모든 비일관성과 잔인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했다. 경배를 받는 신들은 모두 잔인하다. 모든 신은 이유없이 고통을 부과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들은 절대 숭배를 받지 못할 것이다. 무차별적인 고통을 통해 사람들은 두려움을 알게 되고 두려움은 가장 신성한 감정이다. 이것은 제단을 쌓는 돌들이자 지혜의 시발점이다. 어중간한 신들은 술과 꽃으로 숭배를 받는다. 진짜 신들은 피를 요구한다.            (P200-201)     

초라하고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흑인 남자들과 백인 남자들은 감시를 받으며 계속 시체를 찾고 무덤을 파야 했다. 백인 묘지터에 커다란 웅덩이를 파고 흑인 묘지터에는 커다란 도랑을 팠다. 시체들을 받자마자 그 위에 생석회를 듬뿍 뿌려야 했다. 매장해야 될 때가 오래전에 지난 시체들이었다. 남자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시체들을 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수들이 그들을 중지시켰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어이, 거기, 너희 모두! 시체들을 그렇게 구멍 안에 마구 던지지 마! 마지막 사람까지 꼼꼼히 검사해서 백인인지 흑인인지 가려내.”

“그들을 그렇게 천천히 다루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시체가 된 상황에서도 그들을 검사하라고요? 피부색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서둘러서 그들 모두를 묻어야 한다고요.”

“사령부에서 명령을 받았어. 모든 백인들을 위해 관을 만드는 중이야. 싸구려 소나무 관일 뿐이지만 아예 없는 것보단 나을 거니까. 백인들은 절대 구덩이에 그렇게 던지면 안 돼.”

“흑인들은 어떻게 되는데요? 그들에게도 관을 짜주나요?”

“아니, 모두에게 다 돌아갈 만큼 관을 충분히 구할 수가 없어. 그저 흑인들 몸에는 생석회를 듬뿍 뿌리고 흙을 덮어.”

“제기랄! 몇몇 시체는 어떻게 생겼는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어요. 백인인지 흑인인지 알 수가 없다고요.”

간수들은 오랫동안 그 일에 대해 회의를 했다. 얼마 후 그들은 돌아와서 남자들한테 말했다. “도저히 분간할 수 없을 때는 머리카락을 봐 그리고 백인을 내던지다가 나한테 걸리지 않도록 해. 그리고 흑인들한테 관을 허비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고. 지금은 관을 구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P234-235)   

  

“피비, 다른 사람들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그 사람들은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까 마음이 말라비틀어진 거야. 가죽만 남은 그들이 살아 있는 척하려면 떠들어대기라도 해야 하는 거지. 떠들어대는 걸로 위안을 삼으라고 해. 물론 떠들어대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긴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런 말을 듣는 것은 달빛을 목구멍에 비추겠다고 입을 벌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어떤 곳을 알고 싶으면 그곳에 직접 가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버지도 어머니도 다른 어떤 사람도 그걸 알려주고 보여줄 수는 없어. 다음 두 가지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해야 해. 하느님을 찾아가는 것과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찾아내는 것 말이야.”           (P264-265)   

  

총을 쏜 그날과, 피투성이가 된 시체와, 법정의 기억이 찾아와서 방 안 구석구석에서, 모든 의자와 물건에서 흐느끼는 탄식을 노래하기 시작했다. 노래하다가, 흐느끼고 탄식하다가, 노래하고 흐느꼈다. 그때 티 케이크가 나타나서 그녀의 주변을 성큼성큼 맴돌았다. 그러자 탄식의 노래는 창 밖으로 날아가서 소나무 꼭대기에서 환하게 밝혔다. 태양을 목에 두른 티 케이크. 물론 그는 죽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멈출 때까지 그는 결코 죽을 수가 없었다. 그의 추억에 입을 맞추자 벽에 사랑과 빛의 그림들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평화가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희망을 거두어들이듯이 그녀의 지평선을 거두어들였다. 세상의 허리에서 그것을 거두어들여서 어깨에 둘렀다. 그 눈물들 속에 얼마 많은 삶이 들어 있는지! 그녀는 자신의 영혼에게 와서 보라고 손짓했다.              (P26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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