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에필로그
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오전 8시 30분에 학교 안 호숫가 옆에 있는 보트 하우스에서 학교 측과 엘사네 부모가 만나기로 했다.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처음 들어가 봤는데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정경은 착잡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까지 찍었다.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이런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좀 기다리니 초등부교장과 학교 전체 교장이 통역 선생님과 오셨고, 엘사네는 아빠가 한국어 통역을 데리고 왔다. 전체 교장이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한국 통역으로 온 중국인 여인이 자기소개를 하길래 내가 한국어로 어떻게 8살짜리 아이가 같은 반 친구에 이런 폭력을 할 수 있는가? 한국에선 이런 일은 아주 심각한 학교 폭력 문제에 해당한다고 했더니 중국인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나는 아이 키울 때 이렇게 한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자신의 의견을 서툰 한국어로 한참 이야기 했다. 그러자 엘사 아빠가 갑자기 데리고 온 통역에게 뭐라고 중국어로 빠르게 이야기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딸이 화를 내면서 엘사의 아빠에게 응수했고. 그리고는 딸이 두 교장에게 영어로 말해 주었다.
-아이들이 싸울 수도 있지. 힘이 약하면 맞을 수도 있고. 이딴 일로 학교에 오라 가라고 하는 거야. 경찰을 부르든지 -
민감한 내용이어서 인지 학교 측 통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중국어를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던 엘사의 아빠는 난감해져 버렸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서 어딘가 한참 동안 통화를 하고 들어 왔다.
딸의 말을 듣고 난 뒤에 교장 둘은 대화로 설득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든지 당황해하면서 딸과 나에게 좀 나가 있으라고 했다. 운동장에선 내일부터 겨울 방학이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공연이 한참이었다. 공연을 보고 있으려니 교장이 들어오라고 한다며 딸이 상담을 하러 다시 들어갔다.
저녁에 퇴근한 딸에게서 이후의 사정을 다 듣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중에 화장실에 가서 현장 재연을 또 했고(현장 재연을 세 번이나 한 셈이다)
엘사는 겨울방학이 끝난 다음 학기부터는 다른 반으로 보내기로 했다. 교장이 있는 곳에서 아이들이 서로 사과하기로 했다 는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교장이 있는 곳에서 서로 사과를 했고 앞으로의 상황 개선을 위한 의견을 서로 공유했다는 내용. 그리고 우리 손녀가 그간 힘든 과정을 용기 있게 잘 대처해 주었다는 칭찬도 곁들인 메일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는 겨울 방학이 시작되었고 2025년 1월 6일 2학기가 시작되었다. 개학 전 날 학교 측에 안심하고 학교에 가도 되겠는가 하고 메일을 보냈더니 다른 반으로 옮겼으니 안심하라고 답변이 왔다. 학교에 다녀온 손녀에게 물어보니 엘사는 그 후 계속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전 2025년. 3월 7일 교사와 상담이 있어서 교사에게 물어봤더니 엘사는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는 말을 들었다.
민감한 문제 한 가지가 잘 지나갔다.
문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을 때 경찰과 대사관에 연락한 후 학교에 알렸던 일. 말보다는 주로 이메일로 학교 측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 딸이 보낸 영어 이 메일이 의사소통에 중요했다고 본다. 그리고 당사자와 만났을 때 중국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상황을 빨리 진행시킬 수 있었다. 새삼 딸이 자랑스러워 보였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 생활에서는 Knowledge is power. 보다 Language is power. 가 살아 갈수록 절실하게 느껴진다.
처음 이 글을 시작한 후 거의 3개월이 지났다. 우리 일을 알게 된 엄마들에게도 일처리를 잘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손녀는 학교 생활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