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여행을 떠났다.
큰 애는 3박 4일. 작은 애는 1박 2일.
집은 오랜만에 고요하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갔고 바람이 시원하다.
저녁엔 딸과 함께 초밥집에도 가고
야경이 흐르는 바에서는 호젓한 시간도 가졌다.
재즈의 느린 리듬을 들으며 위스키와 맥주도 마셨다.
아침이면 공원으로 향한다.
탁구공이 통통 튀고, 웃음이 따라 튄다.
누가 이기든 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길 뿐.
운동을 마치면 쪼그라들려던 몸이
다시 펴지겠다는 듯 숨을 고른다.
틈틈이 폰을 확인하면
조금씩 가벼워지는 몸처럼
투자해 둔 주식도 오르고 있다.
화면 속 숫자들은 연일 빨간색이다.
부드럽게 비가 내린다.
늘 가지고 다니는 61g 우산이 있어서 비가 오든 말든 이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광저우의 가을을 느낀다.
점심으로 너구리 우동면을 삶고
어제 담근 갓김치를 곁들인다.
한국에 있는 쌍둥이네와 딸과 나의 남편도 잘 지내고 있다.
아침 기도. 저녁기도 삼종 기도도 누구의 방해 없이 드릴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족저근막염으로 발바닥이 시큰하고,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잠은 늘 얕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고 나아지겠지 하고 주문을 건다.
곧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손자를 생각하며
냉장고에서 갈치를 꺼낸다.
고개를 드니 창문 너머 멀리 강 위로 그림처럼 유람선이 지나간다.
이만하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