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나눈다는 것.
노래 | プラットフォーム(platform)
주말 아침, 눈을 뜨니 뜬금없이 라인에 유튜브 링크가 하나가 와 있었다.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K가 보내준 링크.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아침 햇살에 어울리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노래 좋다. 일어나자마자 들어서 그런가, 아침에 잘 어울리는 노래 같아.’
(曲良いよね.起きたらすぐ聞いたからか、朝に相応しい曲だと思った.)
작은 감상을 보내자 고맙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노래도 추천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악동뮤지션의 낙하와 잔나비의 포니를 추천해 주었다. 몇 시간 지나 감상이 돌아왔다. 낙하가 마음에 든다기에, 곡의 의미까지 보내주었다.
K는 작년 6월 오사카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졌다. 작년11월쯤 우연히 둘 다 호시노 겐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가끔씩 뜬금없이 노래나 영화를 보내오곤 한다. 언제나 나는 K의 추천을 다 본 후 감상을 보낸다. ’어떤 점이 좋았으며, 추천해 줘서 고맙다.‘라고. 그러면 언제나 ’봐줘서 고맙다.‘라는 답이 온다. ‘추천해 줘도 이렇게 까지 답해주는 사람은 잘 없으니깐.’라는 이유와 함께.
취향을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용기를 필요로 한다.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금방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서로에게서 취향의 공통점을 우연히 발견하는 일은 의외로 쉽게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나는 내 취향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워진다. 상대가 내 추천에 시간을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을 때면, 꽤나 열심히 보고 정성스럽게 감상을 전달한다. 추천해 준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조심스러운지 알기에 그 마음에 보답하고 싶다.
회사에 영화나 만화 취향이 비슷한 선배가 있어 종종 재밌게 본 것들을 선배에게 추천해주곤 했다. 선배가 작품을 다 본 뒤면, 언제나 작품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떤 부분이 좋았다거나,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거나. 의견이 달라서 목소리를 높일 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단 둘이 술잔을 기울일 때면 선배는 술자리 끝에 항상 이런 말을 하였다.
“나이 들어봐. 나한테 이런 걸 보라고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잘 없어. 그래서 네가 참 고마워.”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기적적이고 고마운 일이다. 자신만의 보물 창고를 기꺼이 열어 보여주고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알 수 없다. 잔잔하지만 경쾌한 멜로디가 귀에 울린 주말 아침. 눈을 감은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배시시 웃음이 났던 것은, 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떠올려준 그 친구의 마음에 괜히 내 마음도 간지러워져서가 아닐까.
‘Laura day romace_プラットフォーム(plat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