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카페 천장에 있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다.
주말에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들이를 갔다. 그곳의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서 먹었다. 매번 먹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인슈패너를 시켰다. 먹기 전에 인터넷으로 아인슈패너의 기원과 역사에 대하여 잠시 찾아보았다. 그렇게 아인슈패너에 대한 지식을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그 지식의 조각에 기대어서, 마치 내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마차를 타고 가는 마부가 된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아인슈페너를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카페 옆 정원으로 갔다. 카페 소유의 그 정원에는 나무와 풀이 울창했다. 초록의 잎들이 생생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았다. 정원 사이로 나 있는 길을 지났다. 그러자 흰색의 큰 건물이 있었다. 그곳 문을 열자 그 공간 전체에 배어 있는 물감 냄새가 코를 찔렀다. 벽 한쪽에는 여러 종류의 화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 화판 위에는 아직 작업 중인 그림들이 있었다. 그리고 소파 몇 개와 고풍스러운 가구 몇 점이 있었다. 창가 가까운 곳에는 노부부가 창밖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 속에서 무르익은 사랑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아름다웠다.
들어왔던 입구 맞은편 쪽에 있는 또 다른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한두 걸음 사이에 또 다른 건물이 있었다. 그곳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어떤 화가의 그림들이 벽에 듬성듬성 걸려있었다. 그 화가에 대한 소개를 담은 소책자를 집어 들었다. 잠시 작품에 대한 소개를 읽었다. 그러고는 그림들을 하나하나 보며 추상적인 그림 속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보려고 애썼다. 역시나 예술가들의 작품세계에는 쉽게 단정을 지을 수 없는 심오함이 있다.
전시된 그림들을 다 보고 우연히 천장을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색이 너무나도 고운 조명이 있었다. 여러 개의 색깔과 모양의 유리 조각들을 이어 붙인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이었다.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촌스럽지도 않은, 적당하게 물든 조명이 맘에 들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처럼, 나의 현재 모습은 여러 만남과 경험 조각들의 조합이다. 때론 나의 모습 속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때론 나의 모습 속에서 친한 친구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때론 나의 모습 속에서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내 안에는 여기저기서 물들어 온 여러 만남의 조각들이 있다. 그들의 생활방식· 가치관· 기준· 가르침· 습관 등이 내 안에 물들어 있다. 그동안 나는, 그렇게 물든 조각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조화롭게 조합했겠지. 그렇게 해서 나의 지금 모습이 만들어져 있는 거겠지. 그와 동시에 나도 또 누군가를 물들이고 있겠지.
서로서로 물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가 만나는 모든 만남이 소중해진다. 서로를 물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일 만나는 그 친구들로부터는 어떤 색깔의 물이 들어올지 기대되고 설레기도 한다. 마치 여러 색깔과 모양의 유리 조각들이 모여 멋스러운 조명이 되듯이, 나도 물든 나의 조각들로 멋스러운 나만의 모습을 잘 만들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