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길 위에서 기대하는 행복

행복론

by 납작콩

겨울이 끝나가는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공원에 갔다. 이번에는 친정엄마와 딸, 이렇게 삼대가 함께 하는 소소한 여행이다. 이 공원은 차를 타고 어느 정도 오르막에 올라가서 주차하고, 구불구불하게 나 있는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언덕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오른쪽을 보면 겨울나무의 얇은 가지들이 서로 엉켜 한 넝쿨이 되어 늘어져 있다. 또 몇 걸음 걷다가 왼쪽을 보면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바람은 조금 찼지만 시원하게 펼쳐진 언덕 밑의 풍경 덕분에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친정엄마와 함께 힘들어하는 딸을 응원하며 짧지 않은 길을 올라갔고, 드디어 공원의 본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서로 대화하듯 하늘과 공원은 마주하고 있었고, 손을 뻗어 서로 악수라도 할 듯 가까이 맞닿아 있었다.

그 웅장하고 넓은 하늘과 땅의 품에 안기듯 우리는 공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땅속에서 봄을 준비하며 새 단장을 하고 있을 풀들을 상상하며 이 길 저 길을 걸었다. 시멘트 길로 가면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었을 공원 산책이었다. 하지만 흙길을 걸어야 피곤도 덜하고 좋다는 엄마의 권유를 나는 흔쾌히 받아들이고 딸은 한숨을 내쉬며 멀리멀리 돌아 산책을 했다. 그렇게 공원 한 바퀴를 다 돌고 딸과 나는 지쳐가고 있었고 걸음은 느려졌다. 운동도 하고 바람도 쐬려고 했던 여행 초반의 마음은 조금씩 바래고 있었다.

드디어 다시 공원 입구로 향하는 길이다. 부드러운 나무판자로 된 내리막길만 내려가면 산책을 시작했던 곳이다. 내려가는 오른쪽에 ‘편안한 길’이라는 팻말 하나가 보인다. 편안한 길이라는 말의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나는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한다. ‘이 내리막길만 지나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그 문구와 만나 반가웠다. ‘편안한 길’이 이제 '편안한 집으로 인도하는 길’이 되었다.

집은 나에게 편안한 곳이다. 바깥에 있다가 집에 들어오면 외출복을 고무줄 바지와 큰 품의 티셔츠로 갈아입는다. 머리를 질끈 묶는다. 물을 끓이고 라벤더 티백 두 개를 적당한 크기의 찻잔에 담는다. 물이 다 끓고 나면 찻잔에 부어 향을 먼저 맡는다. 그런 후 그 찻잔을 가지고 소파의 끝부분에 있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다리를 뻗고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는다. 천천히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며 식혀서 먹기 시작한다. 잠시 후 아들이 ‘엄마, 배고파요.’ 하기 전까지 너무도 행복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은 나에게 또 다른 활력을 준다. 온갖 종류의 긴장감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꼭 필요하다.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은 나에게 편안한 길이 된다. 편안한 집으로 인도하는 길이 된다. 도로 위의 차가 거의 주차된 듯 움직이지 않아 평소보다 두 배나 걸리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결국에는 집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잠시뿐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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