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론
몇 주 전 초코 컵케이크 굽는 법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이웃의 좋으신 강사님이 제공하신 제빵 클래스였다. 제빵이라는 것은 내 인생 처음이라서 떨리는 마음으로 열심히 따라 했다. 하지만 열심만으로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평소에 듣지 못하던 재료와 도구와 관련한 전문용어는 나의 머리를 피곤하게 하였다. 또한 능숙하게 재료를 준비하고, 섞고, 담고, 굽는 강사님의 손놀림을 보고 따라 하느라 몸은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다. 정신없이 1시간 정도가 지나갔다. 이런 고된 과정을 위로라도 해주듯 오븐에서는 달콤한 향의 초코 컵케이크가 완성돼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예쁘게 하나하나 포장된 컵케이크를 들고 집에 왔다. 식탁 위에 올려진 컵케이크를 보며, 마치 긴 산고 끝에 얻은 아이를 보듯, 뿌듯해했다.
그 이후 두 주 정도 미루고 미루다가 컵케이크를 다시 구워봤다. 강사님이 주셨던 종이를 옆에 펴놓고 시작했다. 제일 먼저 스테인리스 볼에 초콜릿을 넣는다. 초콜릿들이 명랑하게 팅팅 소리를 내면서 떨어진다. 초콜릿을 넣은 스테인리스 볼을 뜨거운 물에 담가서 중탕한다. 서로 분리되어 있던 초콜릿들은 금세 녹아서 하나가 되어 예쁜 갈색빛의 물감처럼 보인다. 이렇게 시작된 나의 제빵시간은 초코 컵케이크 네 개를 완성하며 끝났다.
지난주 서울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라디오를 통해서 퍼져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했다. 그런데 그날 마침 방송 시작을 알리는 한 시그널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는 뜨거운 스테인리스 볼 안의 초콜릿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감정의 응어리들이 누그러지고 몸의 피곤이 가셨다. 그 시그널 음악을 듣는 순간 차 밖 풍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으로 변했다. 옆에 지나가는 차들도 음악의 선율에 맞추어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Tiger in the Night’. 오보에와 클라리넷의 멜로디 연주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첼로의 연주가 잘 어우러진 곡이다. 목관악기의 소리가 이렇게 아름답고 편안할 줄은 몰랐다. 그 이후 틈만 나면 이 음악을 틀어놓고 있다.
좋은 음악이 내 곁에 있음이 행복이다. 좋은 음악은 나를 달콤하게 한다. 내 주변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 하니 말이다. 따뜻하게 달구어진 스테인리스 볼에서 초콜릿이 녹듯이, 좋은 음악은 나의 마음을 물렁물렁하게 한다. 묘한 매력을 지닌 음악이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