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에 사는 나만의 방법

행복론

by 납작콩

월요일에 친한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벌써 몇 번쯤은 안부 연락이나 만나자는 연락이 왔어야 했다. 그렇게 명랑한 언니가 연락이 없고 너무 조용하니 궁금해하고 있던 참이었다.


월요일 저녁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거실 소파에 둘러앉아있었다. 남편은 재미있게 본 노래 영상이 있다고 하면서 들려주고 있었다. 그때 마침, 내 핸드폰의 불빛이 한번 켜지더니 사라졌다. 카톡 소리를 무음으로 해놓은 지 오래다. 그래서 이제는 불빛으로 카톡이 온 것을 안다. 잠시 핸드폰 윗부분에 발신자 이름과 몇 단어가 보인다. 언니의 이름이었고 ‘바쁘신 와중에….’라는 문장의 첫 부분을 보았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카톡을 열었다. 언니 어머니의 별세를 알리는 첫 문장을 읽었다. 그다음 장례식장과 발인 날짜 등이 밑에 쭉 나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기도 전에 난 울음을 터뜨렸다. 재미있는 노래 영상을 보며 웃음 짓던 남편은 나를 보며 당황해했다.


나는 23년 전 아버지와 사별했다. 그때 난 아버지가 그렇게 일찍 돌아가실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언제나 우리 가정의 대장으로 우리를 지켜주실 줄로만 알고 있었다. 언제나 웃으시며 맘 좋게 우리를 품어주셨던 분이셨는데,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죽음은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순간부터 그 이후 계속 후회가 밀려들곤 한다. 아버지에게는 너무 무뚝뚝한 딸이어서 아버지에게 좀 더 친근하게 하지 못했던 것, 아버지에게 ‘아버지, 사랑해요!’라고 못했던 것, ‘아버지 덕분에 우리 너무 행복해요.’라고 못했던 것 등…… 후회 투성이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기에 더욱더 마음이 아려오곤 한다.

나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간은 냉정하게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어느새 나도 새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속에서 참 바쁘고 정신없게 살아왔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친한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장으로부터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돌아본다. 그리고 지금-여기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생명체들을 바라본다. 지금은 새벽 2시 30분이 넘어가는 시간이다. 컴퓨터에 글을 쓰고 있는 내 옆에 반려견이 기대어 누워있다. 이 아이 몸의 온기가 나에게 전달되어 나도 따뜻해진다. 이 아이를 정성으로 더 잘 보살펴야겠다. 아침에는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아프셨던 다리는 어떠세요?’라고 여쭈어야겠다. 오랜만에 기숙사에서 온 아들에게 내일은 따뜻한 밥을 해주어야겠다. 내일 직장에서 바쁘게 지낼 남편에게 맛있는 간식을 싸 주어야겠다. 집에서 쉬고 있는 딸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 저녁에는 줌으로 하는 미국에 계시는 시어미님의 생신 축하 파티에서 진심 어린 축하 메시지를 드려야겠다.

가끔, 아니 자주 관계에 소홀해질 때도 있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을 마음을 다하여 살피며, 나는 지금-여기에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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