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50.
비행기 출발시간 1시간 전에 게이트 앞 의자에 앉았다.
게이트 가까운 곳에 맥도널드가 있다. 앉을 의자가 여유롭게 많다. 이것도 모르고 우린 게이트 들어오기 전에 있던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먹었다. 이곳보다는 더 많이 붐비고 자리도 거의 없어서 겨우 찾은 테이블에서 말이다. 바로 게이트를 찾아 들어왔다면 좋았을걸… 맥도널드 사인만 보고 무작정 걸어갔던 내가 야속하다.
‘특이한 걸 사야 돼’라는 한 여행객의 말과 함께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기 위함일까? 새로운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함일까? 남들도 다 하는 여행이니까 따라 하는 것일까? 자기를 과시하여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것일까?
나는 어떤가? 나는 왜 이번 여행을 계획했나?
난 달아나고 싶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과 좁은 업무 공간에서 작은 컴퓨터 화면을 눈이 쓰라릴 정도로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주중의 삶으로부터 그리고 2월부터 이어진 시부모님과의 불편한 동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여행계획은 제주도로부터 시작되어 여러 번의 취소와 계획으로 이어지고 이곳 호주로까지 이어졌다.
호주 곳곳을 다니면서 난 내 영혼의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애썼던 것 같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초록의 잔디밭을 보면 사진기를 열심히 눌렀다. 그리고 큰 숨을 들이켰다 내쉬기를 여러 번 했다.
나의 도피여행은 성공적이었나?
짧지 않았던 이번 여행에서 난 잠시 피할 수 있었다. 일상에서의 내가 느껴왔던 갖가지의 역할 기대에서 벗어나 마음이 편안했다.
이 편안해진 마음으로 이제 다시 정신없는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살아볼 힘이 조금 생겼다.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나의 일상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