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전히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남편이 지난밤 아버지가 계신 병원에서 밤 간호를 하느라 집에 오지 않았다. 그 대신 어머님이 집에 오셔서 주무셨다.
손수 본인이 아버님 곁을 지키신다고 매일 병원에 계신 어머님을 대신해 큰아들인 남편이 병원을 가기 시작했다. 작은아들은 그런 어머님을 차로 모시고 가시고 싶으시다는 기도원을 모셔다 드렸다. 저녁 9시가 다 되어 기도원에서 나오셨지만, 마땅히 식사하실 곳이 없으셨나 보다.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여쭈어보니 ‘아니, 못했어.’라고 하신다. 다행히 동네 묵 맛집에서 사다 놓은 묵무침과 보리밥이 있었다. 보리밥을 데우고 묵무침과 나물 반찬을 함께 내드렸다. 보리밥을 보시더니 나물 반찬과 함께 비벼 드시고 싶어 하셔서 고추장을 반 숟가락 얹어드렸다. 덜어드린 묵무침도 다 드시고 보리 비빔밥도 깨끗하게 비우셨다. ‘맛있게 잘 먹었다.’ 하시며, 바로 일어나셔서 설거지하시려 한다. ‘제가 할게요. 이제 씻고 쉬셔요.’ 하는데도 고집스럽게 설거지를 다 하신다.
미국에 사시던 시부모님께서 1월 말에 한국에 방문하셨다. 2월 초에 있었던 건강검진에서 십이지장 암 판정을 받으셨다. 그리고 수술과 그 이후 전이로 다시 입원하시고…. 이제는 임종시설 병동으로 옮기지 실 예정이다.
‘자식들한테 신세를 지지 않으려 했는데….’라고 하시며 이러한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시는 어머님을 오늘은 마음으로 안아드리고 싶다. 병원에서 거의 매일 밤잠을 못 주무시고 노심초사 아버지의 오르고 내리는 산소포화도와 혈압, 체온을 바라보며 지내왔을 어머님이 오늘은 안쓰럽다. 간병인이 있을 수 없는 병원인데도 불구하고 아버님 곁을 본인이 지켜야 한다고 하시며 아버님을 지키시는 어머님의 그 안타까운 마음이 오늘은 많이 느껴져서 아프다.
아침에 병원에 모셔다 드리려고 했는데 어느새 일어나셔서 벌써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가셨다. 지금의 상황에 대한 내 마음은 어머님의 마음만큼 민감해져 있지 못한 것 같아 죄송했다.
지금은 딸과 함께 카페에 앉아있다. 창밖의 나무들은 초록의 색이 아주 짙어졌고 나뭇잎은 풍성해져 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을 원망만 했었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토시를 하고 양산을 쓰며 햇빛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앉아있는 곳 앞의 통창을 통해 보는 풍경은 너무 예쁘다.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서 반짝이는 나뭇잎들의 움직임이 유쾌하다.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