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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납작콩 Jun 05. 2022

브런치 공간은 나에게

행복론

10년 전인 2012년 6월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다.      


12년 가까이 미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국은 많이도 변해있었다. 가장 낯설었던 부분은 온갖 종류의 포인트 적립이었다. 가는 매장마다 포인트가 적립되는 앱도 달랐다. 해당하는 앱을 핸드폰에 깔고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것이 그때는 무서울 정도로 어려웠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은 내가 집에 잘 찾아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속으로 ‘내가 그 정도로 모르지는 않은데……’ 생각했지만, 친구들의 걱정도 한편으로는 이해되었다. 12년이라는 시간은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내가 미국에서 생활하느라 바빴던 그 시간 동안 친구들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결혼했고 자녀들을 출산했다. 몸이 아파서 수술도 했고 부모님의 장례도 치렀다. ‘그래, 내가 참 오랫동안 나가 있었구나. 우리나라도 낯설게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야.’라고 생각했다.     


귀국해서 딸과 아들은 초등학교 귀국자 반의 해당 학년에 들어갔다. 남편과 나는 일을 시작했다. 참 바쁘고 정신없게 지내왔다. 그때는 어떻게든 한국에서 우리 가족이 적응을 잘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일을 시작하고 작년까지 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개성 있고 톡톡 튀는 아이들, 진심이 통하는 아이들, 가능성이 너무도 많은 꿈 많은 아이들, 내면에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그 아이들에게 많이도 마음을 쓰며 지내왔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어느 때부터인가 습관처럼 계속하는 생각이 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어지는 상황에 적응하는 수준에서만 살아야 하나?’ ‘좀 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다.’…… 분명 일을 하고 가정일도 하며 문제없이 지내는 것 같았는데 내면에서부터 솟구치는 이런 질문들을 더는 방관할 수가 없었다.      


무시할 수 없는 내면의 질문들이 계속되고 있는 나는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는 하던 일을 쉬게 되었다. 3월부터 쉬고 있으니 이제 집에서 지낸 지도 3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나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다. 새로 시작한 상담심리 공부 1학기를 어제로써 마쳤다.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의 짧은 여행도 많이 했다. 그리고, 브런치와의 인연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의 공간은 나에게……. 계속적 글쓰기를 통해 꾸준함의 미덕을 키우는 공간이다. 내 브런치 함에 싸이는 글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진솔함을 담은 글들을 보게 되면서 나도 진솔해지는 공간이다. 나의 이야기를 쓰면서 나를 좀 더 알아가는 공간이다. 그리고, 나의 내면의 질문들의 답을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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